d라이브러리









1백년전 멸종됐던 쿠아가 부활

사촌인 얼룩말 유전자로 복원시켜

1백년전에 멸종된 것으로 보고됐던 얼룩말의 '사촌' 쿠아가(Quagga)가 곧 그들의 고향인 남아프리카의 초원에 다시 그 모습을 나타낼 것 같다. 사람들을 피해 숨어있던 쿠아가가 다시 출몰한 것은 아니다. 새로 태어나는 쿠아가는 순전히 현대유전학의 힘을 빌어 탄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둡고 윤기나는 갈색털이 등을 뒤덮은 쿠아가는 지난 1883년 암스테르담 동물원에 보호돼있던 마지막 한마리가 폐사함으로써 멸종된 것으로 보고됐다. 그러나 지난 87년부터 일군의 남아프리카학자들이 브로리크헤이드육종센터를 세워 쿠아가의 사촌인 얼룩말(zebra)에서 쿠아가의 유전자를 분리해내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멸종된 동물을 유전공학적으로 재창조하는 일은 1980년대에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진화생화학연구실에 근무하고 있던 러셀 히구치가 처음 제안했다. 히구치는 보존돼있던 쿠아가의 세포조직에서 미토콘드리아DNA조각을 분리해내 이것이 현존하는 얼룩말의 것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곧 그는 쿠아가 자체는 사냥으로 멸종됐지만 그 유전자는 평원에 사는 얼룩말들에 흩어져 보존돼있으리라는 확신을 굳혔다.
연구진들은 보다 순수한 형태의 쿠아가유전자를 분리해내기 위해서 쿠아가와 좀 더 흡사한 얼룩말만을 골라 수세대에 걸쳐 그들만의 교배를 계속했다. 이 과정을 통해서 마침내 88년 10월 쿠아가로 분류될 수 있을 만큼의 망아지 8마리를 얻었다. 이후 세대를 거듭할수록 더 쿠아가에 가까운 모습의 후손이 탄생했다.

케이프타운에 있는 남아프리카박물관의 라인홀트 라우는 이 새 품종들이 쿠아가 특유의 갈색털이나, 머리부터 시작돼서 허리쯤에서 줄무늬가 사라지는 것까지 멸종한 선조들과 꼭같다"고 말한다.

이제 연구자들은 인공수정과 시험관아기를 기르듯 다른 짐승들-얼룩말이나 당나귀 말 등-의 배를 빌어 보다 많은 쿠아가를 탄생시키려 한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우리는 인간이 저지른 잘못을 고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성공이 동물의 멸종을 간과하는 사태로 이어지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새로 태어난 쿠아가의 모습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2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환경학·환경공학
  • 도시·지역·지리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