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물질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선을 방출해 우리에게 매우 위험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방사선을 관찰하는 일을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선을 위험하지 않게 직접 눈으로 관찰하는 방법이 있다.
어느날 모험이와 슬기가 9시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다.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성물질이 원자력발전소로 우송되는 도중에 괴한들에 의해 도난을 당한 사건이 오늘 오전 xx시 xx분 경에 발생 했습니다. 도난 당한 방사성물질에 1시간 동안 사람이 노출되면… 아직까지 괴한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때 초인종이 울렸다. 택배업체로부터 보낸이를 알 수 없는 작은 박스가 슬기와 모험이에게 배달된 것이었다.
모험이가 급하게 박스를 풀어보니, 내용물은 돌덩어리! 그 순간 슬기는‘혹시 도난당한 방사성물질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스쳤다.
슬 기 : 모험이 오빠! 함부로 만지지마!
모험이 : 왜 그래?
슬 기 : 혹시 이것 도난당한 방사성물질이 아닐까? 그러면 어떻게 해?
모험이 : 그럼 신고할까?
슬 기 : 만약 아니면 망신당하니까. 직접 방사성물질인지 아닌지를 확인해보는 것은어때?
모험이 : 어떻게??? 방사선량 측정장치를 구해야 하는 것 아니니?
슬 기 : 아니야. 보이지 않는 방사선을 직접 볼 수 있는 장치를 만들면 돼.
슬기가 말하는 장치는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돌덩어리는 과연 방사성물질일까.
■ 왜 그럴까?!
■■■ 안개상자에서 방사선 궤적이 보이는 까닭
안개상자에서 방사선 궤적을 볼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한 활동으로 확인할 수 있다. 먼저 5백mL용 페트병 2개를 준비한다. 한 페트병에는 향의 연기를 조금 넣고 다른 하나는 그대로 둔다. 그리고 두 페트병에 각각 알코올 1mL 정도를 넣고 뚜껑을 닫은 다음, 페트병을 손바닥으로 따뜻하게 해서 알코올을 증발시킨다. 그런 후 잘게 부순 드라이아이스에 두 페트병의 바닥을 묻고 냉각시킨다. 1-2분이 지나 2개의 페트병을 꺼내보면 향의 연기를 넣은 페트병은 안개가 생겼지만 넣지 않은 쪽은 안개가 생기지 않는다.
그 까닭은 과포화 상태에서 알코올이 응결하려면 응결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향 연기가 응결핵 역할을 하기 때문에 향 연기를 넣은 페트병에서만 안개가 생기는 것이다. 과포화 상태는 특정 온도에서 공기 중에 포함될 수 있는 기체상태의 수증기량이 넘어선 상태다.
안개상자에서 방사선의 궤적이 보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안개상자의 경우 응결핵은 방사선이 지나간 자리에 생기는 이온이다. 알코올을 넣은 용기를 드라이아이스 위에 올려놓고 수분 동안 가만히 두면, 상대적으로 따뜻한 위쪽에서 증발한 알코올이 용기의 위쪽에서는 포화 상태를 유지하고, 온도가 낮은 아래쪽에서는 과포화 상태가 된다. 이 상태에서 자연에 존재하는 방사성 물질이 지나가면 방사선(α선, β선)이 공기 입자(질소, 산소)를 이온화시킨다. 이 이온화된 입자에 알코올이 들러붙어 구름 모양의 궤적이 생기는 것이다.
■■■ 자연상태에서도 방사선이 존재할까
자연계에는 물질의 종류에 따라 스스로 방사선을 내는 것들이 있다. 이런 성질을 방사능이라 하고, 방사능을 가진 물질을 방사성물질이라 한다. 방사성물질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자연 방사성물질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인공 방사성물질로 구분할 수 있다.
방사성물질에서 나오는 방사선은 α선, β선, 그리고 γ선 세종류가 있다. α선은 기체를 이온화시키는 전리작용, 사진 필름을 감광시키는 작용, 그리고 세포를 파괴하는 작용이 있다. 그러나 투과력이 약해 종이 한장으로도 차단할 수 있을 정도다. 따라서 신체는 통과할 수 없다.
β선은 질량에 비해 전하량이 매우 커서 전기장이나 자기장에서 크게 휘며 투과력은 α선보다 강하다. 보통 1-2cm의 물이나 손바닥 정도의 신체부위는 통과한다. 그러나 얇은 금속은 통과할 수 없다. 한편 γ선은 투과력이 매우 강하다. 보통 병원에서 사용하는 X선보다 강해 우리 몸뿐만 아니라 2cm 두께의 납도 통과할 수 있다.
우리는 ‘방사선’이라는 말을 듣기만 해도 ‘무섭다’ 또는 ‘위험하다’는 이미지를 가진다. 그러나 우리가 매일 자연방사선을 쬐고 있고, 또 방사성물질을 포함하는 공기를 호흡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실험은 방사선은 항상 위험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즉 이 실험을 통해 학생들에게 ‘우리들은 항상 방사선 샤워를 하면서 생활한다는 사실’과 ‘방사선은 무조건 위험한 것이 아니라 위험한 영역과 안전한 영역의 두얼굴이 있다는 점’을 전달할 수 있다.
한편 방사선의 존재 여부를 측정하는 계수기에는 여러 종류가 있으나 대부분 측정기는 그 구조가 블랙박스다. 그러나 이 실험에서 만든 안개상자는 구조가 단순하고, 방사선이 날아간 흔적이 보이기 때문에 자연방사선의 존재를 알기 위해서는 가장 뛰어난 교재라고 생각한다.
슬기는 안개상자에 모험이와 슬기에게 배달된 돌덩어리를 넣은 후 방사선 궤적이 얼마나 나오는지를 관찰했다. 그 결과 자연에서 나오는 방사선량에 비해 관찰되는 방사선 궤적이 많지 않았다. 따라서 돌덩어리는 방사성물질이 아니었던 것으로 판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