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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기둥 엘리베이터 타는 마징가Z

일본 마에다건설의 지하기지 프로젝트

2003년1월 일본 마에다건설에 ‘마징가Z 지하기지를 지어 달라’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무쇠팔 무쇠다리…”라는 흥겨운 주제가와 함께 쏟아지는 물을 가르며 솟아오르는 마징가Z의 지하기지, 구체적으로는 지하 격납고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결성된 판타지영업부 직원들은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마징가Z 기지를 만들지? 먼저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기지의 모습을 하나하나 검토했다. 다행히 마징가Z의 설계도가 남아 있어 기지의 모습도 대략 파악할 수 있었다.

지하기지의 깊이는 50m

영화에 나타난 지하기지의 특징은 이랬다. 하수처리장의 물이 빠져나가면서 바닥(지하기지에서 보면 지붕)이 열리고 아래 있는 마징가Z가 수직으로 올라온다. 개폐판은 6초 만에 열리고 마징가Z는 10초 만에 지상으로 올라온다. 기지는 배수시설과 원자력 발전소급 내진설비를 갖춰야 한다.

마징가Z의 키는 18m, 몸무게는 20톤, 어깨폭은 6m다. 이 기준에 맞춰 격납고의 크기는 가로 세로가 각각 32m, 12m로 정해졌다. 마징가Z가 수직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격납고 깊이는 50m 안팎이 됐다. 격납고 지붕이 활짝 열리면 가로 세로 각각 8m의 구멍이 생긴다.

지금 건설기술로 이 정도 구덩이를 파는 작업은 어렵지 않다. 훨씬 더 깊게 파는 작업도 많다. 다만 구덩이를 팔 때 옆벽이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판타지영업부는 ‘숏크리트’와 ‘록 볼트’라는 기술을 이용하기로 했다. 분사기로 뿌리는 콘크리트(숏크리트)를 굴착 표면에 발라 단단한 벽을 만들고 긴 압정 같은 록 볼트를 벽에 박아 흔들리지 않도록 한다.

마징가Z 의 집은 600억원

하수처리장 가운데가 갈라지며 물이 양 옆으로 빠지는 장면은 애니메이션에서는 멋지지만 실제 구현하려면 꽤 까다롭다. 격납고 지붕은 2개의 판으로 이뤄져 있으며 마징가Z가 출동할 때 옆으로 미끄러진다. 평소 물이 새지 않으려면 두 판의 이음새에 타원형 홈을 만들고 가운데에 부풀어오르는 공기 튜브를 넣어 완벽하게 방수처리해야 한다.

개폐판을 옆으로 이동시키는 방식은 바퀴를 이용하기로 했다. 판 아래에 작은 바퀴를 달아 옆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하수처리장의 물은 300톤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이 정도의 수압에서 영화처럼 6초 만에 열리려면 바퀴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다.

다만 지붕이 열리면 3.5~4초 만에 저수지의 물이 다 아래로 떨어지므로 영화처럼 물이 떨어지는 가운데 마징가Z가 올라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물은 지붕을 열 때 다른 배수구를 통해 빨리 빼내야 일부가 마징가Z 머리 위로 떨어지더라도 로봇이 안전하다.

가장 큰 문제는 승강장치다. 받침대를 포함해 수십톤의 무게를 싣고 10초에 25m를 올라가야 한다. 판타지영업부는 영화처럼 밑에서 밀어올리는 방식을 먼저 고려했다. 마징가Z 받침대의 네 귀퉁이 아래에 유압으로 움직이는 큰 기둥을 설치해 위로 올리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비현실적이었다. 마징가Z를 포함한 엄청난 무게를 흔들림 없이 빠르게 밀어올리기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 강철 줄을 마징가Z의 받침대에 매달아 위에서 끌어올리는 방식이 더 빠르고 안전하며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 기존 엘리베이터에 쓰이는 방식이다. 마에다건설은 프로젝트의 특성을 고려해 두 방안을 모두 채택했다.

일부에서는 매직핸드라는 새로운 개념의 유압식 승강장치를 제안했지만 너무 실험적이라 채택하지는 않았다. 매직핸드는 작은 유압 기둥을 올려서 마치 손이 쭉 뻗어나가듯이 위로 빠르게 올라가는 장치지만 마징가Z처럼 무거운 로봇에 적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같은 연구를 통해 마에다건설은 마징가Z 지하기지가 현재 기술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비용은? 기지를 암벽이 많은 후지산 주변에 짓는다는 가정 아래 모두 72억엔(596억원)이 들 것으로 예측됐다. 공사 기간은 6년 5개월로 추정됐다.

도쿄 마에다건설 본사에서 만난 판타지영업부의 이와사카 테루유키 박사는 “만일 누군가 마징가Z 지하기지를 주문한다면 적당한 시공장소를 정해 실제로 비슷한 가격에 지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징가Z 지하기지를 설계한 판타지영업부의 직원들. 왼쪽부터 이와사카 테루유키, 노나카 모모코, 우에다 야스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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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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