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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광속으로 통신하는 손목형 단말기

이동통신·PC·인터넷이 결합하는 시대

MEMS가 IT와 만났다. 광속과도 같은 인터넷이 첨단 초소형 휴대용 단말기와 결합하는 IT의 미래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다. IT 기술의 발전에 MEMS는 어떤 역할을 담당할까.


2010년 사람들로 붐비는 도심의 거리.

정보통신단말기판매업체가 이제 갓 출시된 따끈따끈한 신형 단말기를 홍보하는 거리판촉전을 열고 있다. 그리고 이 주위를 사람들이 에워싸고 있다. 앞으로 자신이 사용할 단말기가 얼마나 놀라운 성능을 자랑하게 될지를 궁금하게 여기면서.

자신도 사람들의 무리를 헤치고 신형 단말기를 구경해보는 것은 어떨까. 신형 단말기의 선전구호는 ‘휴대폰과 손안의 컴퓨터인 PDA를 결합한 진정한 무선정보 단말기로, 크기가 손목시계만하다’는 것. 이 제품으로 이제는 진정한 모바일 시대를 맞았다고 판촉담당자가 열심히 떠들고 있다.

더불어 이 제품은 한대로 셀룰러, PCS, IMT-2000 등 어떤 이동통신에도 가입할 수 있다고 제품의 독특한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이제까지 이동통신서비스를 바꾸면 휴대단말기도 함께 바꿔야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한다. 또한 혹시라도 미국이나 유럽으로 이민을 갈 경우에도 이 기기를 그대로 가져가 사용할 수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휴대폰과 소 형 단말기의 기능을 함께 가지 면서 손목시계만한 크기인 정 보통신단말기가 등장할 예정이 다. 이를 위해 각종 부품을 하나의 칩에 집어넣는 MEMS 기술이 연구중이다


신형 단말기를 한참동안 정신없이 구경하는 동안, 가까운 곳에 또다른 판촉전이 열렸다. 인터넷접속서비스업체가 ‘이제는 인터넷 속도가 테라급 시대’라면서 ‘놀랍게 빨라진 초고속 광통신 서비스’를 선전하고, 사람들에게 가입할 것을 권하고 있다.

진정으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이 휴대할 수 있는 초소형 단말기와 대용량의 정보를 쉽게 주고받는 시대가 이제야 왔다고 사람들은 얘기하면서 도심의 거리를 떠난다.

가까운 미래에 대한 이같은 시나리오가 단지 상상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오늘을 사는 사람들은 짐작하고 있다. 지난 몇십년 간 이뤄졌던 IT분야의 변화를 생각한다면 말이다. 그런데 이같은 미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현재 MEMS 기술이 세계적으로 핵심전략기술로 연구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휴대폰에서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하는 곳

만약 MEMS 기술이 이동통신 단말기에 적용되면, 소형화는 물론 성능이 월등해지고, 기능이 다양해지며, 제품의 가격도 저렴해진다. MEMS 기술이 반도체 기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부품을 이제까지처럼 각각 제조한 후 조립하지 않아도 반도체칩처럼 제작되고, 더불어 시스템을 집적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MEMS 기술이 구체적으로 정보통신 단말기의 소형화와 고성능화에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살펴보자.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휴대폰이나 PDA와 같은 휴대용 정보통신 단말기의 내부를 살펴보자. 이 내부 공간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부품은 무엇일까.

이동통신 단말기로 입력되는 말, 문자, 이미지와 같은 데이터가 상대방의 단말기로 전달되기 위해 우선 단말기 내부에서 신호처리를 거친다. 일단 각종 데이터가 단말기에 입력되면 특별한 칩을 통해 데이터는 디지털 신호로 바뀐다. 그리고 상대방의 정보기기에 무선으로 전송되기 위해서는 이 디지털 신호가 아날로그 신호로 바뀐다. 자신의 이동통신 단말기로 정보가 오는 경우 이와 반대 과정을 거친다.

이처럼 입력된 데이터가 디지털과 아날로그로 변환된 후 또다시 아날로그 신호를 RF 신호로 변환하거나, 또는 안테나를 통해 입력된 RF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바꿔줘야 하는데 필요한 것이 바로 RF 송수신기이다. 이 송수신기는 현재 휴대폰이나 PDA의 내부공간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가격도 만만치 않다. 이것이 차세대 무선통신 정보기기의 소형화와 경량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RF 송수신기를 집적시킬 수 있다면 단말기의 크기는 무척 작아질 수 있다.

RF 송수신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까닭은 이를 구성하는 부품이 단일 칩으로 제작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RF 송수신기는 안테나, 각종 스위치, 콘덴서와 같은 부품들이 칩에 포함되지 않고 별도로 제작돼 나중에 납땜으로 전선을 이어서 모든 부품과 칩이 따로 조합된다.

그런데 MEMS 기술이 RF 송수신기 제작에 이용된다면 각종 부품의 성능 향상은 반도체 공정과 같은 과정을 통해 한 기판 위에 모든 부품들이 제작된다. 기존에 칩 위에 올라오지 못했던 부품들을 모아서 단일 칩 위에 올려놓는다는 MEMS 기술이 바로 소형화 전선에서 앞장서고 있는 까닭이 바로 이것이다.

사실 이처럼 단일 칩으로 제작되지 않는 부품들이 사용되는 것은 정보통신기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만약 부품들이 초소형 칩으로 제작된다면 정보통신기기는 물론 지능형 가전제품, 군용 통신기기, 위성통신기기, 우주선과 같은 제품들도 함께 초소형화를 맛볼 수 있다. 따라서 정보통신기기의 단일 칩화는 단지 정보통신기기로의 응용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IMT2000과 PCS 한대의 기기로 서비스

소형화와 함께 MEMS 기술은 정보통신기기 성능의 업그레이드도 가져온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추진되는 제3세대 이동통신인 IMT2000은 데이터 통신의 고속화, 고도화뿐 아니라 동화상 전송과 같은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실현시키는 획기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IMT2000의 경우 허용 주파수 대역이 현재의 이동통신과는 다르고, 또한 넓고 다양하다. 따라서 표준이 다른 지역 간의 접속이나 현재의 셀룰러나 PCS와의 호환이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때문에 차세대 이동통신 개발자들은 새로운 이동통신 단말기가 기본 사양으로 다양한 주파수 대역을 모두 서비스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다양한 주파수 대역을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단말기 내부에 특별한 전환 스위치가 필요하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단말기의 두께가 지금보다 2-3배로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현재 개발된 전환 스위치는 열고 닫는 것이 반도체 트랜지스터에 의해 작동된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트랜지스터를 이용한 스위치를 사용할 경우, 데이터 손실과 좋지 않은 고주파 특성으로 인해 성능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다.

이 스위치를 MEMS 기술로 제작한다면 이 모든 문제들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 먼저 손실이 작아 수신감도가 개선되며, 따라서 전파환경이 더욱 열악한 곳에서도 통신이 가능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소비 전력이 없어 단말기 밧데리의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MEMS 스위치는 온/오프가 어떻게 작동되길래 이처럼 획기적일 수 있을까. 이는 우리가 학교를 다닐 때 만들던 전기회로의 스위치처럼 직접 접촉하는지 여부에 따라 온/오프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즉 열고 닫는 상황이 분명하게 다르기 때문에 전력소모량과 데이터 손실을 줄일 수 있다.

MEMS 스위치는 3차원 MEMS 공정 기술로 제작돼 실제로 학창시절에 전기회로에 썼던 스위치와 비슷한 구조를 띤다. 즉 칩 위에서 스위치가 가운데가 빈 채로 떠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말이다. 이때 만들어진 MEMS 스위치의 너비가 고작 0.1mm 이하로 사람 머리카락 두께쯤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작은 스위치를 어떻게 온/오프할 수 있을까. 현재 몇가지 구동방식이 연구중이다. 그 중 하나가 정전기력에 의해서다(그림 1). 서로 맞닿아있지 않은 작은 스위치의 양단에 전압을 걸어준다. 그러면 양단의 스위치가 서로 다른 극을 띠게 된다. 이때 스위치 양단에 정전기력이 발생하고, 서로 끌어당기려고 한다. 즉 스위치의 양단이 직접 접촉하게 된다. 그리고 전압을 걸어주지 않으면 다시 열린 상태로 되돌아간다. 이같은 정전기력에 의한 방식 외에도 열팽창이나 자기력에 의해 스위치가 온/오프되는 방식이 연구중이다.
 

MEMS 스위치 구동방식



테라급 광통신 시스템 개발 주역

고성능 초소형 휴대 단말기 개발과 함께 IT가 중점을 두고 연구중인 또다른 분야는 인터넷이다. 사실 요즘은 인터넷 없는 각종 정보통신기기를 상상하기란 힘들다. 그만큼 인터넷은 IT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은 아직 그 속도에 만족하지 못한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한 전자상거래, 정보검색 등으로 인한 인터넷의 교통체증이 유발되고 있다. 따라서 인터넷 이용자들이 원하는 인터넷을 통한 멀티미디어나 대용량 데이터 서비스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때문에 테라(TERA=${10}^{12}$)bps급의 대용량 광통신시스템의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인터넷 속도는 메가(MEGA=${10}^{6}$)bps급이다.

현재 인터넷 초고속화를 위한 통신방안으로 ‘파장분할다중화’라는 시스템이 연구되고 있다. 이 방식은 현재의 교통 시스템과 흡사하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서울에서 대전의 집으로 고속버스를 타고 간다고 생각해보자. 우선 그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로 가서 고속버스를 타고 대전의 버스터미널까지 갈 것이다. 그런 후 대전의 버스터미널을 나와 집으로 가는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해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하게 된다.

이처럼 파장분할다중화는 서울과 대전처럼 거점이 되는 지역 간에는 고속버스처럼 한번에 정보가 이동할 수 있는 광케이블이 설치돼 광속도로 정보가 전달된다. 그리고 거점이 되는 곳에서 다시 세부 지역으로 가기 위해서 여러 노선의 버스를 바꿔타듯이 다시 광케이블이 나뉘어 최종적인 지점까지 정보가 전달되는 방식이다. 파장분할다중화 방식은 현재 가장 효과적이고 경제적으로 통신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파장분할다중화 방식으로는 인터넷 속도를 테라급으로 올리기 어렵다. 이 시스템에서 여러개의 광신호를 교환할 때, 광신호를 전기신호로 변환한 후 다시 광신호로 재변환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로 인해 속도가 상당히 떨어진다. 이는 마치 고속버스에서 다시 시내버스로 갈아탈 때 시간이 지체되는 것과 같다. 그리고 갈아타는 횟수가 많을수록 사람이 지치듯, 광신호가 전기신호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데이터 손실이 크게 발생한다.

따라서 현재 사용되고 있는 광-전-광 교환방식 대신 곧바로 광신호로만 전송된다면 속도문제는 상당히 해결될 수 있다. 이는 마치 갈아타는 일이 기다리거나 이동없이 곧바로 이뤄지는 것과 같다. 따라서 전자식 신호변환 스위치를 대체할 광스위치가 개발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테라급 광통신 시스템을 위한 광스위치 내의 미 세거울



머리카락 세가닥 두께의 미세거울

이같은 광스위치를 제작하는 기술의 핵심에 바로 MEMS가 있다. 광스위치는 가로, 세로가 머리카락 4가닥 두께인 약 4백μm인 미세 거울로 구성돼 있다. 하나의 광섬유로부터 오는 광신호(빛)가 이 작은 거울에서의 반사를 통해 다른 광섬유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같은 미세거울이 MEMS 기술로 제작되고 있다. 현재 MEMS 기술을 사용한 광스위치의 제작상 중요하게 다뤄지는 문제로 미세 거울의 구조와 배치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사실 광섬유 사이의 신호교환이 1:1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 송신은 여러개의 광섬유 사이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이는 서울로 들어오는 버스의 출발지가 대전만이 아니라 여러곳인 것처럼, 서울로 들어오는 정보의 거점은 여러곳이다. 마찬가지로 서울의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한 사람들이 뿔뿔이 나뉘듯 정보도 다시 여러 갈래로 나뉜다. 때문에 데이터가 어떤 위치에서 제대로 전송되기 위해서는 광섬유의 교체가 이뤄지는 지점에서 광스위치가 여러개의 미세거울을 가져야 한다.

만약 서울로 들어오는 광섬유의 배치 거점이 부산과 광주 두군데만 있다고 치자. 그러면 우선 서울로 오거나 빠져나가는 광섬유는 두가닥이다. 그리고 서울에서 다시 종로구와 강남구로만 이동한다면 다시 두가닥의 광섬유가 필요하다. 이때 (부산, 광주)와 (종로구, 강남구)로 주고받는 정보의 길은 4가지뿐(부산 ↔ 종로구, 부산 ↔ 강남구, 광주 ↔ 종로구, 광주 ↔ 강남구)이다. 따라서 광스위치에 작은 거울이 4개가 필요할 것이다(그림2).

또는 작은 거울이 미세하게 방향을 틀 수 있다면 때에 따라 부산에서 오는 광신호를 종로구와 강남구로 보내는 미세거울과, 광주에서 오는 정보를 보내는 미세거울을 합쳐 결국 2개가 필요하다. 실제로 이와 같은 방식으로 광스위치의 미세거울이 구동하는 방식이 연구되고 있다.

한편 전자식 스위치는 현재 광통신업체 공간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대규모다. 만약 전자식 스위치가 MEMS 광스위치로 교체된다면 광통신업체는 용량 및 효율 증대와 사용 전력의 감소라는 이점과 함께 사람이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을 95% 이상 확대할 수 있게 된다.

MEMS 기술이 IT 분야에 응용됨으로써 필자가 궁극적으로 기대하는 바는 진정한 모바일 혁명이다. 더욱 소형화·고성능화된 휴대 단말기는 강력한 속도를 자랑하는 인터넷과 결합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는 사무실에서 자신의 자리에서만 일하지 않아도 된다. 손바닥만한 자신의 컴퓨터는 언제든지 휴대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컴퓨터는 유선으로 연결되지 않고도 강력한 속도로 인터넷을 제공해줄 수 있다. MEMS 기반의 무선 모바일랜이 이미 컴퓨터 안에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무실 빌딩까지는 테라급 광섬유가 들어오기 때문에 모바일랜과 광섬유 사이에 초고속 통신이 언제나 가능하다.
 

(그림2) 광스위치를 이용한 신호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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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박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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