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서 가장 친숙한 대상은 뭐니뭐니해도 보름달이다.이번 정월대보름에 뜨는 보름달은 올해 중 가장 크다고 한다.정월대보름을 맞아 보름달 크기를 직접 재보는 일은 어떨까.
올해 2월 26일은 음력 1월 15일로 정월대보름이다. 정월대보름은 가장 큰 보름이라는 뜻으로 민족의 고유명절이다. 이 명절은 추석과 함께 달과 연관된 대표적인 명절로 우리 민족의 밝음 사상을 반영한다. 대보름 달빛은 어둠과 질병, 재액을 밀어내는 밝음의 상징이다.
보름에 뜨지 않는 보름달
어렵지 않게 정월 대보름날 보름달이 뜰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26일 밤에 떠오르는 달은 약간 찌그러진 달이다. 월령 14일의 달로 아직 미처 완전한 원형의 달이 되지 못한 일그러진 달이다. 물론 눈으로 보기에 이 하루 차이는 그리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
2월의 보름달은 정확히 2월27일 오후 6시에 뜬다. 즉 하루의 오차가 생긴 셈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달이 보름달에서 다시 보름달로 되돌아오는 기간을 삭망월이라 한다. 삭망월은 29.53일로서 음력의 한달인 29일, 또는 30일의 중간에 있다. 때문에 음력 날짜를 매기다보면, 1-2일의 오차가 생길 수 있다. 즉 음력 날짜가 달의 모양을 나타내는 일수인 월령과 차이가 나기도 한다. 그래서 2월의 보름에는 음력 날짜와 달의 모습 사이에 하루의 오차가 발생했다. 다시 말해 음력 보름이라고 해서 달이 항상 완전한 보름달이 뜨는 것은 아니다.
방아 찧는 토끼는 어디에
당연히 옛사람들도 하늘에 떠있는 달을 봤을 것이다. 그 시대에는 보름달에 토끼가 산다고 생각했다. 보름달에서 토끼를 본 적이 있는가. 달 표면에 인간이 내렸더니 토끼커녕 생물 하나 없더라는 것은 너무 정서가 메마른 얘기다. 보름달을 보면서 옛사람들이 계수나무와 토끼, 그리고 방아를 어떻게 상상해냈는지 한번쯤 생각해보는 일도 무척 낭만적이지 않을까.
지금부터 보름달을 살펴보자. 밤하늘에 떠있는 달을 보면 밝고 어둠이 있다. 달의 밝은 부분은 육지, 어두운 부분은 바다라 불린다. 물론 물이 있는 바다는 아니다.
달의 어두운 부분을 잘 보면 여러가지 형상이 그려진다. 동쪽에 떠오르는 보름달에서는 위쪽에 몇개의 어두운 타원형 바다가 이어진다. 이 부분이 바로 토끼의 머리와 귀 부분이다. 또 그 아래쪽의 어두운 넓은 바다가 토끼의 몸통이고 그 오른편이 절구통이다. 옛사람들의 상상력에 절로 감탄사가 연발된다. 달에 사는 토끼는 오래 전부터 열심히 방아를 찧으며 항상 우리를 향해 웃고 있었을는지도 모른다.
서양에서는 달의 모습을 보석 목걸이를 걸친 여인의 얼굴로 봤다. 어떻게 보름달에서 여인의 얼굴을 떠올릴까. 보름달을 보면 밝은 부분에서 사방으로 빛줄기가 뻗어나가는 듯한 형상이 보인다. 이 부분은 티코라는 크레이터가 있는 곳인데, 보름달 무렵 눈에 잘 띄는 지형이다. 바로 여인의 목에 걸린 목걸이다. 앞서 토끼의 얼굴과 귀로 본 바다 부분은 여인의 머리칼이다. 또 그 아래쪽에 여인의 웃는 얼굴이 있다. 보름달에서 여인의 모습은 달이 중천 높이 떠있을 때 가장 잘 느껴진다.
멀어지면 작아진다
정월대보름이란 명칭에서 느낄 수 있듯 이때 뜨는 보름달이 과연 가장 큰 달일까. 물론 어떤 마술에 걸려 달의 크기가 갑자기 변할 리는 만무하다. 하지만 우리가 보는 달의 크기는 항상 바뀐다.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가 변하기 때문이다. 가까우면 커지고 멀면 작아진다.
매년 정월대보름이 찾아오지만 그때마다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가 가장 가까워져 보름달이 가장 커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대보름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올해 정월대보름에는 가장 큰 보름달이 뜬다.
물론 완전히 둥근 보름달은 대보름 다음날인 27일 밤에 뜬다. 이 보름달이 서쪽으로 향하는 28일 새벽 4시 43분 지구와의 거리가 가장 가까워지고 크기는 가장 커진다. 이때 거리는 35만6천8백97km로 평균거리인 38만4천4백km에 비해 약 3만km나 가깝다. 또 보름달의 크기도 평소보다 큰 33′30″나 된다. 올해 10월 21일 뜨는 가장 작은 보름달(29′26″)에 비하면 무려 10% 이상 큰 크기다. 주의깊게 관측한다면 맨눈으로 보기에도 달이 커보인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시야에서 사라지는 순간 포착
달 크기를 재볼 수는 없을까. 달 크기를 구체적으로 측정하면 가장 클 때와 작을 때를 비교해 크기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을 테니까. 달의 크기를 재는 가장 간편한 방법은 망원경을 사용하는 것이다.
천체망원경을 사용해 저배율로 달을 관측하자. 저배율에서는 당연히 시야에 달이 모두 보인다. 천체망원경의 추적장치를 끄면, 달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한쪽 방향으로 이동할 것이다. 시야의 중심부에 달을 넣은 후 이 달이 이동해 시야의 가장자리에 걸리는 순간부터 시간을 재기 시작한다. 달이 점차 시야에서 벗어나는데, 달이 시야 밖으로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까지 시간을 잰다. 대략 2분 남짓 걸릴 것이다.
달은 하늘에서 1분 동안 0.25°를 움직이기 때문에 이 시간으로 달의 시직경을 계산할 수 있다. 즉 달이 사라지는 데 걸린 시간을 T(초)라 하면, 달의 시직경 L(′)은 L = 0.25×T가 된다. 한달 또는 몇달 뒤에 보름달이 떴을 때 다시 한번 달의 시직경을 재 비교해보자. 달의 크기가 변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달 찍은 필름에서 구하는 법
좀더 정확히 달의 시직경을 재는 방법은 천체망원경으로 달의 사진을 찍는 법이다. 달은 매우 밝기 때문에 달 전체를 찍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구태여 추적 기능이 있는 고급 망원경이 필요하지 않다.
물론 달을 제대로 찍으려면 카메라를 반드시 망원경의 접안부에 견고히 붙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몇가지 부가장비가 필요하다. 카메라를 천체망원경에 부착하는 부가장비에는 T링과 직초점 어댑터가 있다. 직초점 어댑터는 천체망원경별로 다양한 상품이 나와있다. 카메라와 직초점 어댑터를 연결해주는 T링은 카메라의 종류에 맞춰 구입해야 한다.
망원경과 카메라에 맞는 T링, 직초점 어댑터와 함께 셔터를 여닫는데 쓰이는 릴리즈, 일반사진용 필름 등이 준비되면 달을 찍을 수 있다. 먼저 망원경의 접안부에 직초점 어댑터를 끼운다. 대부분 천체망원경의 아이피스를 끼우는 작은 링을 빼면 곧바로 끼울 수 있다. 다음 직초점 어댑터와 카메라 사이에 T링을 끼워 둘을 연결한다. 종류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카메라의 렌즈를 분리하고 여기에 T링을 끼우는 일은 어렵지 않다.
달을 찍을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노출이다. 적정하게 노출되지 않으면 달의 세부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초승달에서 보름달까지 점차 밝아지기 때문에 달의 모습에 따라 적정 노출이 달라진다. 즉 초승달일수록 노출을 많이 주고, 보름달일수록 노출을 줄여야 한다(표).
일반사진용 필름(필름감도ISO 100)을 기준으로 구경비(초점거리/구경)와 달 모양에 따른 표준 노출시간을 초로 나타냈다. 이를 참고로 사용해 주어진 노출에서 전후로 한두 단계씩 찍어보면 적정 노출을 찾을 수 있다.
달을 촬영한 다음 어떻게 달의 크기를 구할 수 있을까. 우선 필름에 나타난 달의 크기를 자로 잰다. 필름에 나타난 달 크기는 천체망원경의 초점거리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이용하면 필름에서 잰 달 크기로부터 달의 시직경을 구할 수 있다.(그림1)
달의 크기(mm)/2 = 천체망원경의 초점거리(mm) × tan(달의 시직경/2)
달의 시직경 = ${tan}^{-1}$(달의 크기/(2×천체망원경의 초점거리))×2
달의 시직경을 구하면, 사진 찍은 날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도 마찬가지로 구할 수 있다.(그림2)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 = 지구의 반지름(6378.14 km) + 달의 반지름(1737.4 km)/tan(달의 시직경/2)
올해 중 가장 크기가 작은 보름달은 10월 21일에 뜬다. 똑같은 장비로 2월 28일과 10월 21일 보름달을 촬영해 크기를 비교해보자. 그 크기가 매우 차이가 난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또 필름에서 측정한 달 크기를 이용해 달의 시직경뿐만 아니라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를 구해본다면, 참으로 흥미로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