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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이식용 돼지 복제 성공

안전성 입증엔 수년 더 걸릴 듯

지난 2001년 12월 25일 탄생한 장 기이식용 복제돼지들. 인체에 이 식했을 때 초급성 거부반응을 일으 키는 유전자가 제거돼, 동물의 장기 를 인간에게 이식할 수 있는 가능성 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장기이식용 돼지’ 생산을 놓고 선두 다툼을 벌여온 미국과 영국의 바이오 벤처기업이 지난 1월 초 골인점을 통과했다고 거의 동시에 발표했다.

미국 미주리대와 바이오벤처인 이머지바이오 세러퓨틱스 연구진은 인체에 이식할 경우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한 복제돼지 4마리를 복제생산하는데 세계최초로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에는 강원대 수의학과 정의태 교수와 축산기술연구소 임기순 박사, 그리고 미주리대 박광욱 연구원이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 1월 4일자에 게재됐다.

또한 복제양 돌리를 만든 영국 스코틀랜드의 생명공학회사 PPL 세러퓨틱스도 1월 2일 이 유전자를 제거한 복제돼지 5마리를 작년 크리스마스 때 탄생시켰다고 발표했다. 연구책임자인 앨런 콜먼 박사는 우선 당뇨병 환자들에게 돼지 췌장의 인슐린 생산세포를 이식하는 임상실험을 4년 안에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면역 거부반응 근본적으로 차단

지금까지 심장·간 등 특정 장기의 기능이 완전히 상실된 말기 환자들이 소생할 수 있는 길은 인공장기나 뇌사자의 장기를 이식받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인공장기를 만드는 기술은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데다, 뇌사자가 기증하는 장기도 환자의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그 혜택을 받는 환자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많은 생명과학자는 돼지나 원숭이 등의 동물장기를 인간에 이식, 치료하려는 연구를 시도해 왔다. 특히 돼지는 장기와 피부조직이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고 임신과 성장기간이 짧아 장기이식용 동물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이종동물 간의 장기이식 경우에는 인체 거부반응이 문제가 됐다. 따라서 이번에 인체 거부반응과 관련된 유전자가 제거된 돼지의 탄생은 이같은 이종 간 거부반응을 해결하는 시발점으로 평가된다.

이번에 미주리대 연구진이 제거한 유전자는 장기이식시 초급성 거부반응과 관련된 ‘GGTA1’유전자다. 타인의 장기가 인체에 들어오면 체내의 항체는 순식간에 이 장기를 외부물질로 인식, 공격한다. 돼지 장기에는 인체의 면역체계가 ‘적’으로 간주하는 특별한 꼬리표가 달려있다. 이번에 제거한 유전자는 이 특별한 표식을 만드는 효소(α-1, 3 galactosyl-transferase)를 생산하는 유전자다. 따라서 이 유전자를 제거해 거부반응의 표적이 되는 물질이 근본적으로 차단된다면, 인간은 돼지의 장기를 이식받더라도 초급성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원리다.


바이러스 장벽 넘어야

하지만 이번 연구성과로 이종 간 장기이식의 거부반응이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장기이식시 나타나는 거부반응은 ‘GGTA1’ 유전자 외에 다른 많은 유전자들도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수의대 황우석 교수는 “앞으로 초급성 반응 외에 급성, 만성 거부반응과 관련된 유전자를 연구하고 제거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돼지에게 감염돼 있는 바이러스가 장기이식의 과정을 통해 인간에게 전염되는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돼지는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는 수십종의 전염병을 갖고 있다. 1918년 2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돼지 독감’이 대표적 예. 이 독감 바이러스는 돼지와 사람의 독감 바이러스가 조합돼 만들어졌다. 에이즈 바이러스도 1950년대 말에 ‘블루 멍키’라는 원숭이의 바이러스(SIV)가 사람에게 옮겨져 진화한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지난 1998년 세계 각국의 의사와 단체들은‘책임있는 이식 캠페인’(CRT)이라는 단체를 결성해, 동물 장기이식보다 인체 장기이식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방법이 더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인간의 면역체계는 동물의 바이러스와 싸워본 경험이 많지 않다. 동물 장기이식으로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감염된다면 급속히 확산될 위험이 크다. 동물 장기이식에 환자와 의사만의 합의가 아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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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김대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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