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헬륨기구 타고 세계일주 대모험

대기상태와 파괴된 오존층 점검계획

지구풍호가 지구일주하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 「지구를 구하라」는 구호가 눈길을 끈다.


시간당 35㎞로 불어오는 강풍과 변화무쌍한 제트기류에 휘말리게 되는 「지구풍」호가 과연 순조로운 공중항해를 해낼 수 있을까?

헬륨기구를 타고 지구를 한바퀴 일주하려는 계획이 현재 추진되고 있다. 이 계획의 공식명칭은 '지구풍'(Earthwinds) 프로젝트.

그 과정에서 지구의 대기상태를 조사하고 점점 더 파괴되고 있는 오존층의 현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승무원은 모두 세 사람인데 래리 뉴먼과 돈 모세는 미국인이고, 블라디미르 드자니베코프는 독립국가연합 사람이다. 승무원의 구성에서 미국 러시아간 현재의 우호관계를 어느 정도 반영한 셈. 세 승무원중 뉴먼은 기구를 타고 가장 멀리 그리고 오래 난 기록을 보유한 사람이고 모세는 이번에 타고 갈 기구를 주도적으로 제작한 인물.

이 계획은 미국의 국립항공우주국(NASA)과 유리 가가린 우주인양성센터 그리고 미국 국립해양 및 대기국(NOAA)이 후원하고 있는데, 약2주에 걸쳐 세계의 하늘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변화무쌍한 날씨와 바람이 모든 계획을 차질없이 끝내도록 허용할지는 의문이다.

발진시기는 특별히 낮밤을 가리진 않지만 바람이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으면 대체로 적기로 간주한다. 발사장소는 미국 오하이오주 아크론 소재의 로랄 에어독(Loral Airdock). 수주동안 기구를 부풀렸다가 창공에 띄우는 이 발진기지의 규모는 어머어마하다. 높이가 20층 빌딩에 맞먹으며 한쪽 면의 총연장은 미식 축구장을 네개 이어놓은 길이다.

에어독을 빠져나간 기구는 고도 9.6~10.5㎞까지 올라간다. 그리고 북동쪽으로 날아갈 예정이다. 주요 경유지는 보스턴 아일랜드 영국 독일 폴란드 러시아 등인데 중앙아시아에 이르러서는 히말라야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기구의 방향이 더 북쪽으로 치우쳐 중국을 통과하게 될 것이다. 이어서 쿠릴열도와 하와이 북부, 시애틀 상공을 지나 이륙지점인 아크론 동쪽 지점에 도착하게 되면 대장정은 막을 내린다. 기구의 속도는 풍속에 더러 영향을 받겠지만 대략 시속 1백20㎞를 유지, 하루에 2천8백80㎞를 이동할 예정이다.

탑승자들이 비행하는 동안 생활할 캡슐은 7.2m×3m 규모인데 유리섬유(fiberglass) 그리고 에폭시수지와 결합시킨 특수섬유를 소재로 해 제작됐다. 여기에 10마력짜리 엔진 두대를 설치해 필요한 전력을 공급받고 있다.
 

거대한 기구에 캡슐을 고정시키고 있다.


이 캡슐에는 침대와 화장실도 마련돼 있다. 탑승자들은 교대로 잠을 자게 되고 NASA가 우주비행사에게 제공하는 것과 비슷한 음식을 먹는다.
캡슐은 상하 두개의 기구를 활용해 이착륙을 하게 된다. 위쪽 기구는 최대직경이 54m인데, 발진시에는 직경 30m를, 상공에서 운행하고 있을 때에는 직경 42m를 유지한다. 유리섬유로 강화된 플라스틱 아스트로필름(astrofilm)으로 만든 이 위쪽 기구에는 헬륨이 가득 차 있다.

직경이 30m인 아래쪽 기구는 가벼운 초강섬유로 제작돼 있는데, 비상사태 대비용이기 때문에 방탄처리가 돼 있고 전기도 통하지 않는다.
지난 2세기 동안 인간은 기구를 타고 세계를 일주하는 꿈을 꿔 왔다. 그러나 그 꿈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지구풍'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획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 분명하나 여기에는 많은 난관이 가로놓여 있다. 무엇보다 그 고도에서 시속 35㎞로 불어오는 강풍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지구풍'이 주로 이용하게 될 제트기류(jet stream)의 변덕이 탑승자들을 위험에 빠뜨릴지 모른다. 제트기류가 그들을 엉뚱하게 페르시아만 남극해 히말라야산맥으로 안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실 기구여행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지난 1983년 능숙한 기구조종사로 알려진 돈 이다와 맥시 앤더슨이 독일의 한 고산의 사면에 부딪쳐 목숨을 잃기도 했다. 그로부터 2년 후 기구비행의 선두주자였던 벤 아브루조도 공중에서 산화했다. 이번 '지구풍'의 선장인 뉴먼은 미국에서도 대단한 부호인데 절친한 사이였던 아브루조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지구순회 비행에 나서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또 하늘에 오래 머물러 있음에 따라 장내 미생물들이 크게 요동해 신경성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도 있다. 소련의 생의학문제연구소에 따르면 기구여행을 장기간 할 경우, 영양실조 만성소화불량, 그밖에 심각한 질병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한다.

러시아를 대표해 '지구풍'에 탑승한 드자니베코프는 러시아 공군소속의 베테랑 우주비행사인데 1985년 구 소련의 우주정거장 살류트 7호 구조계획에도 참여, 명성을 드높인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소화관에 특별한 미생물 콜로니(colony)를 주입하는 데(그 콜로니들의 멀미방지효과를 알기 위해) 동의하고 있다.

기구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뜨거워진 공기를 이용하는 기구와 가스기구가 그것이다. 그중 공기기구는 프로판버너로 공기를 가열함으로써 상승하는데 1783년 몽골피어형제에 의해 띄워진 인류최초의 기구와 원리가 동일하다. 한편 가스기구는 가벼운 기체인 수소나 헬륨을 활용한다. 둘중에서 수소는 폭발할 위험이 있어 요즘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지구풍'에 채택된 헬륨은 가열하지 않아도 기구를 하늘로 떠오르게 하지만 조금씩 새 나간다는 것이 약점이다.

아직 성공여부가 미지수인 상태지만 미국내에서 이 '지구풍'의 세계일주에 거는 기대는 대단하다. 만약 성공을 거둔다면 아마도 탑승자들은 '세인트루이스의 정신'호를 타고 최초로 대서양횡단에 성공한 린드버그에 못지않은 환영을 받을 것이다.
 

발진기지인 로랄 에어독에서 발사대기중인 「지구풍」호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2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GAMMA

🎓️ 진로 추천

  • 항공·우주공학
  • 기상학·대기과학
  • 환경학·환경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