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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재산' 프로선수 독특한 체격 진화

키 1cm 크면 4만5천달러 더 챙긴다

운동장이나 TV에서 보는 운동선수의 체격은 분명 우리와 달라 보인다. 이들이 1백년 전보다 일반인과 더 동떨어진 모습이라는데…. 운동선수도 진화하는 것일까. 그 해답을 알아보자.


운동선수들의 체격이 어떤지 우리들은 잘 알고 있다. 그리스·로마시대도 아니고 조선시대도 아니고 20세기를 넘어 살고 있기에 사진과 텔레비전의 영상을 통해 운동선수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육상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대충 투포환 선수가 어떤 체구를 가졌으며, 높이뛰기 선수가 어떤 몸매를 가졌는지 안다. 다른 운동도 마찬가지다. 역도 선수가 어떤 체형을 가지며 이봉주 선수가 얼마나 깡말랐는가를. 야구에서도 도루왕과 홈런왕은 분명 다른 체구를 가졌다. 그렇다면 운동선수의 체구에 대한 우리의 상식은 과연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을까. 한번 찾아보자.


힘이냐 스피드냐

일단 근육의 기능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근육은 동물이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 위한 기계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기본 단위다. 근육의 움직임이 있어야만 동물은 움직일 수 있다. 또한 많은 근육이 한꺼번에 움직일수록 더 큰 힘이 발휘된다. 간단히 말하자면 큰 근육을 가진 사람일수록 큰 힘을 낸다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근육이 크고 많다고 해서 좋기만 한 것은 아닌 듯 싶다. 왜냐하면 그 만큼의 무게를 지고 움직여야 하는 부담 때문이다. 간단히 보자. 다람쥐는 작다. 다람쥐는 우리가 낼 수 있는 힘에 비하면 수십분의, 아니 수백분의 1도 못낸다. 그러나 다람쥐는 나무를 순식간에 오른다. 다람쥐에 비하면 우리는 산을 뛰어오르기조차 힘들다. 과학자들은 이런 차이가 체구에 따라 사용되는 근육의 움직임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여기서 힘과 스피드를 교환해야 하는 것이다. 빠르면 힘이 약하고, 힘세면 느리다. 힘과 스피드. 그렇다. 그 두 극단으로부터 시작해 만나는 한 정점에서 각 운동 종목에 적합한 체구가 결정되는 것이다. 선택인 것이다. 빠를 것이냐 힘셀 것이냐.

종목마다 관찰되는 체구와 체형의 특징은 육상경기에서 아주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통계치를 보면, 올림픽의 결승전에 오른 높이뛰기 선수는 멀리뛰기 선수보다 약 6.3cm 크다.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부터 1984년 LA올림픽까지 7개의 달리기 종목 결승전에 오른 1백74명의 선수들을 분석해보니, 3천m 이상의 장거리 선수가 단거리 선수보다 약 6cm 작았고 약 5kg 가벼웠다고 한다. 마라톤 선수는 1백m 달리기 선수보다 약 7kg 이상 가벼웠다. 종목마다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적합한 체구가 존재하는 것이다.


높이뛰기에 긴 다리가 유리한 이유

근육의 움직임이 생리적인 측면에서 이해되는 것이라면, 우리 눈에 보이는 외적인 동작은 철저하게 물리적인 측면에서 이해돼야 한다. 메달을 놓고 싸우는 스포츠에서는 더욱 그렇다. 철저하게 물리적인 이점을 살려야 한다.

역도를 보자. 작은 키가 유리하다. 키가 작다면 굳이 무거운 역기를 아주 높이까지 들어올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여기에 짧은 다리와 짧은 팔이라면 금상첨화다. 물론 결혼정보회사에서는 이런 외모의 고객을 별로 안 좋아하겠지만. 피겨스케이팅은 어떤가. 마찬가지다. 짧은 다리가 유리하다. 짧은 다리? 그렇다. 무게중심이 아래쪽으로 유지돼 안정적이며 다양한 기술을 구사하는데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리가 길어 보이는 이유는 스케이트와 의상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 이유로 긴 다리를 가져야 하는 선수가 있다. 높이뛰기 선수가 대표적이다. 긴 다리로 널찍하게 달려 빠르게 가속할 수 있다. 또 다리가 기니까 무게중심이 높아지고, 그래서 몸을 띄우는데도 훨씬 더 수월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긴 다리가 높이뛰기에 유리하다.
 

높이뛰기 선수는 멀리뛰기 선 수보다 약 6.3cm 크다. 긴 다리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달리는 거리가 멀수록 가벼워져

그렇다면 예전의 선수들도 지금의 선수들과 같이 종목마다 독특한 특성을 가졌을까. 여기서 우리는 각 시대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들이 어떤 체형을 유지하면서 변화해왔는가를 알아보지 않을 수 없다.

호주의 케빈 노톤과 팀 올즈는 운동선수들의 체형이 과연 어떻게 변해왔는가를 연구해온 학자들이다. 이들은 지난 1백여년 간 프로스포츠, 세계챔피언십 그리고 올림픽에 참가한 22종목의 선수들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선수들의 체구를 조사했다. 1백여종의 믿을 만한 문서와 기록을 모아 뒤적거리고 분석한 후에 이들이 찾아낸 결론은 자못 흥미롭다.

먼저 일반인의 평균과는 동떨어진 체구를 요구하는 종목의 운동선수일수록, 시대가 가면서 그 동떨어짐이 더 심해진다는 사실이다. 이 말은 큰 체구를 가진 운동선수일수록 시대가 변함에 따라 더 빠르게 커지고, 반대로 작은 체구의 운동선수일수록 보통사람의 평균보다 더 작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평균 체구가 보통사람의 평균수준과 유사한 종목의 운동선수들은 시대와 상관없이 그 변화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작은 체구는 작게 남아있거나 더 작아지고 큰 선수일수록 더 빠르게 커진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세계적인 운동선수의 체구가 점점 더 넓은 폭으로 다양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지난 1백년 간을 통해 달리기 선수들이 어떻게 변해왔는가를 보자(그림). 가로축은 25년 간격으로 구분한 연도를 의미하고 세로축은 신체질량지수(BMI)를 나타낸다. 참고로 신장에 대한 몸무게를 나타내는 척도인 신체질량지수는 몸무게를 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양에 비례한다. 이는 인체계측에서 흔히 사용된다. 몸의 크기에 비해 실제로 얼마나 무거운가를 나타내는 것인데, 신체질량지수가 클수록 무겁고 단단하다는 의미다. 사람을 몸무게로만 비교하면 신장이 큰 사람과 작은 사람이 공평하게 비교될 수 없기 때문에 신체질량지수는 키를 평준화시킨 후에 몸무게를 비교하는 척도인 것이다.

그래프를 보면 지난 1백년 동안 달리기 거리가 길어질수록 신체질량지수가 줄어드는 점을 볼 수 있다. 장거리 선수일수록 시대가 지나면서 더욱 가벼워진다는 얘기다. 이는 특정 종목의 운동이 특정한 체구를 요구한다는 것의 확실한 증거다. 기록이 갱신되는 만큼 또다른 신기록을 위해 선수들의 체구도 진화한다는 것이다. 이들 과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이런 패턴은 육상뿐 아니라 모든 종목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그림) 연도에 따른 육상선수의 신체질량지수(BMI) 변화^육상선수의 경우 1백년 동안 달리기거리가 길어질수록 신체질량지수가 줄어드는 점을 볼 수 있다. 즉 장거리 선수일수록 시대에 따라 더욱 가벼워진다. 이는 특정 종목이 특정 체구를 요구한다는 증거다.



몸무게와 몸값의 관계

진화는 내적이거나 외적인 요구에 대한 응수의 방편으로 표현되는 현상이다. 스포츠에는 다윈의 진화론보다 더 복잡하게 진화에 대한 요구가 있다. 단순히 기록을 위해 체구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방과의 기량 겨루기에서는 우위를 점해야 하는 상대적 요구가 존재하는 것이다. 특히 프로스포츠에서 그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래서 운동선수에게 나타나는 진화의 길은 단순하게 해석되기 어렵다.

이런 승부에 대한 진화는 미식축구에서 상대방을 몸으로 빠르게 막아야 하는 선수인 라인맨(linemen)에게서 잘 나타난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1백10kg 나가는 라인맨들이 엄청 큰 체구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1백60kg 정도 돼야 엄청 큰 체구를 가진 선수라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1920년대의 라인맨들은 평균 1백81cm에 90kg이었는데, 1990년대 들어와서는 1백93cm에 1백37kg으로 변했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이런 거대한 선수들이 이만큼 빠르게 움직일 수 있으리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왜 그리도 체구에 집착하며 체구가 커지는 것일까. 덩치가 크면 둔하다는 말을 무색하게 할 정도의 무슨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인가.

뒤돌아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은퇴한 미프로농구(NBA) 선수들의 신장과 체중을 그들의 프로 선수경력에 대비해 분석해봤더니, 체중이 약 33kg 더 나갈수록 평균적으로 약 1년 이상 선수경력이 길다는 것이다. 키도 마찬가지다. 약 23cm 더 크면 1년 정도 선수경력이 더 길었다. 선수들의 몸값이 1993년 이후에 평균 1백만달러에 육박하고 선수생명력이 4.3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선수의 체구가 그들의 경제적 이득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계산해보면 신장이 1cm 더 크거나 체중이 1.3kg 더 나가면 선수경력 동안 4만3천달러를 더 받는 것이다. 미식축구 선수들에게서도 마찬가지다. 51kg 더 나가거나 17cm 더 크면 선수경력이 1년 더 길어진다. 계산상으로 1cm 더 크거나 3kg 더 무거우면 프로경력 동안 4만5천달러를 더 번다.

작은 체구도 마찬가지다. 상대방과의 직접적인 접촉으로 인한 승부 가름은 아니지만 승리로 인해 돌아오는 보상에 대한 기대에 의해 체구와 체형이 진화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여자 체조 선수들은 작고 가벼울수록 가치가 드높아진다. 지난 30년 간의 국제 경기를 돌아보면 1976년에는 1백60cm 키에 몸무게가 47.7kg이었던 그들의 모양새가 1992년에 이르러서는 키 1백45cm, 몸무게 40kg으로 줄어든다. 나이도 여기에 동조한다. 1964년에 22.7세였던 평균연령이 1987년에는 16.5세로 줄어든다. 경쟁과 심판의 기준에 맞추기 위한 진화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몸무게와 몸값의 관계



기록과 승부를 위해

운동선수들의 체구와 체형은 결국 두가지 때문에 진화 한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기록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승부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에 생리적인 관점과 물리적인 관점에서 진화한다면, 후자의 경우에는 승부욕과 사회적인 요구에 부합해 진화한다. 특히 프로스포츠의 경우 사회적인 요구는 경제적으로 가치를 높이거나 팬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자신의 체형을 맞추는 것이다. 물론 이들 이유에 의해서만 기록과 승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상당한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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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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