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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부상조하는 지혜의 동물 말

초원에서 레저스포츠계로 활약무대 변모

스피드와 힘이 강한 동물. 부지런히 초원을 누비며 풀을 뜯어먹으며, 무리지어 생활하는 사회적 동물이 바로 말이다. 임오년 말의 해를 맞아 말의 이모저모를 알아보자.

 

십이지 동물 중 일곱번째를 차지하는 말.



월드컵 개최에다 지자체선거와 대통령선거까지 다양한 국가 중대사가 겹쳐 있어 더욱 기대되는 2002년. 임오년(壬午年)인 올해는 십이지(十二支) 동물 중 말의 해다. 사람의 띠를 결정하는 십이지 중 일곱번째를 차지하는 말은 우리에게 여러모로 친숙한 동물이다. ‘말’하면 발굽이 달려있는 네발로 걸으며, 몸은 짧은 털로 덮혀있는 모습을 쉽게 그릴 수 있다. 다른 포유동물과 마찬가지로 모유로 망아지를 키우며 초식성이어서 풀을 뜯어먹고 산다. 또 사회성 동물이어서 무리지어 생활하는 것을 좋아한다.


토끼 크기였던 말의 선조

말의 기원은 6천만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북아메리카의 초원에 나타난 원시 말은 에오히프스(Eohippus)다. 현대 말의 선조라 할 수 있는 에오히프스는 야생 토끼 정도 크기의 작은 동물로 어린잎을 뜯어먹고 살았다. 이 에오히프스는 4천만년 전에 자취를 감추는데,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진화를 시작한 것으로 생각된다.

말이 여러 분포지역으로 전파된 것은 육교(陸橋) 덕분이었다. 현재 북아메리카와 아시아 대륙은 바다로 나눠져 있지만, 최후 빙하기가 끝난 후 해수면 상승에 의해 분리되기 전까지 베링 육교로 연결돼 있었다. 말의 선조가 이 육교를 건너면서 널리 퍼져나간 것이다. 원종인 북아메리카의 말은 8천년 전에 멸종됐지만, 전파된 지역인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에서는 계속 번성하고 있다.

원시 인류에게 말은 식용의 고기나 의류용의 모피를 제공하는 소중한 동물이었다. 가축화가 시작된 것은 약 5천-6천년 전으로 소나 양의 무리를 모으는데 이용하기 위해 사육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점차 말이 물건을 끄는데도 유용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증기기관이 등장하기 전까지 오랜 기간 동안 무엇이든지 움직이는데는 말이 중심이었다. 말이 수송이나 여행수단으로서 일반화된 것이다. 사람들은 마차로 여행을 했고, 도로에서는 짐차가 물자를 운반했으며, 운하에서는 말이 화물선까지 끌어 운반했다. 증기기관이 발명된 후에도 말은 수송의 상당 부분을 담당했는데, 1900년대 초만 해도 승합마차, 철도마차, 개인마차가 낯설지 않았다.

말은 전쟁에서도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전투에서 말은 장수를 전장으로 운반하는 일을 비롯해 뛰어난 기동력으로 전장을 누비는 핵심 전력이었다. 그러나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무기가 발전하면서 군수물자를 수송하는 것으로 주임무가 변화됐다. 지금 어린이들이 장난감 차를 갖고 싶어하는 것처럼 예전에 말은 어린이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선물이었다.


완벽하게 디자인된 신체

말의 몸은 말의 생활에 적합하게끔 완벽하게 디자인돼 있다. 목이 긴 것은 풀을 뜯어먹기 위해서이고, 길고 힘이 강한 다리는 위험으로부터 도망치는데 유용하다. 유선형으로 된 몸과 머리는 바람의 저항을 완화시킬 수 있으며, 강한 어깨는 높은 속력을 가능하게 한다. 말의 큰 눈은 시력의 우수함뿐만 아니라 온화한 성질과 높은 지능을 나타낸다.

암말은 3-4세가 되면 망아지를 임신할 수 있는데, 봄부터 여름에 걸쳐 약 3주간마다 교미가 가능하다. 이 시기 가운데 4-10일간 암말은 발정을 해 수컷을 받아들인다. 교미를 하고 나서 망아지가 태어날 때까지 임신기간은 1년 가까이 지속된다. 일반적으로 수컷이 암컷보다 태내에 있는 시간이 길다. 암말이 임신하고 있는지 여부는 5개월이 지나지 않으면 겉으로 봐선 잘 알 수 없다. 분만이 가까워져야 복부가 아래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말이 쌍둥이를 낳는 경우는 아주 희귀한 경우다. 망아지가 완전히 어른이 될 때까지 적어도 5년이 걸리는데, 대부분 말의 수명은 30년 정도다.

현재 세계에서 인정되고 있는 말의 품종은 2백50종을 넘어서고 있다. 이 품종들은 크기나 체중에 따라 포니(pony), 경종마(light horse), 중종마(heavy horse)의 3그룹으로 구분할 수 있다. 포니와 경종마 중에는 현재에도 야생에 사는 것이 있지만 중종마는 완전히 가축화됐다.

포니는 어깨높이가 1백20cm 내외의 체구가 작은 말인데, 우리나라 유일의 재래마인 제주 조랑말이 여기에 속한다. 경종마는 어깨높이 1백50-1백70cm 정도로 크기가 중간급 말인데, 뛰어난 단거리 속력 덕분에 경주마로 인기높은 영국의 더러브렛종 등이 있다. 서울경마장에서 뛰는 더러브렛종 경주마의 경우 1천m를 1분 정도에 주파한다. 중종마는 어깨높이가 경종마보다 높고 체중이 무려 7백-1천kg이 되는 헤비급인데, 농경이나 수송용으로 사랑받고 있다. 여기에 속하는 벨기에의 벨지안종은 1t이나 되는 무거운 물건을 끌고 1백m를 1분 안에 달리는 놀라운 괴력을 발휘한다.

말은 종류에 따라 다리를 움직이는 방법이 약간 다르다. 포니는 달릴 때에 다리를 한꺼번에 높이 들어올리는 동작을 취한다. 껑충껑충 뛰는 것이다. 경종마는 무릎을 구부리지 않고 걷기 때문에 한걸음에 앞으로 많이 나갈 수 있다. 반면 중종마는 걸을 때 무릎을 완전히 구부린다. 이 때문에 보폭은 짧지만 큰 힘을 줄 수 있어 무거운 짐을 끄는데 적당하다.


귀로 하는 의사소통

말이 현재 가축으로 길들여졌어도 야생 선조와 같은 패턴의 행동을 한다. 무리짓는 본능이 아직 남아 있어 한마리만 있는 것보다 함께 생활하는 것을 좋아한다. 말은 무리내에서 상부상조를 중요시하는 동물인데, 행동의 대부분도 다른 말에게 자기의 기분을 전달하려는 것과 관련돼 있다.

귀의 움직임은 말의 기분을 알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말은 각각의 귀를 별개로 회전시킬 수 있을 정도로 자유롭게 귀를 움직이는데, 호기심을 갖고 있을 때는 귀가 전방으로 향한다. 고민스러울 때는 한쪽 귀는 앞으로, 다른 한쪽 귀는 뒤쪽을 향한다.

동료들과의 친애를 나타내는 표현으로 털 고르기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말은 서로 코를 이용해 등을 핥아주거나 털을 물어준다. 이와 같은 행동이 수분 동안 지속되기도 한다. 또 자신이 긁을 수 없는 부위가 가려울 때도 가까이 있는 다른 말의 동일한 부위를 입으로 가볍게 물어서 상대 말로 하여금 자신의 부위를 물어주도록 한다. 파리나 모기 등 곤충이 나타나 괴롭힐 때면 서로 몸을 밀착시켜 함께 곤충을 몰아낸다. 풀을 뜯어먹을 때도 동료를 위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말은 입술을 말아 올려 공기를 빨아들이며 냄새를 탐색하는데, 이 행동을 후레멘(flehmen)이라 부른다. 또 말은 뒹굴면서 등의 근육을 움직여 몸을 깨끗이 하는데, 사육하는 말도 풀을 먹이기 위해 목장에 나가면 자주 이런 행동을 취한다. 말은 서있는 채로도 잠잘 수 있다. 야생에서는 서서 자기 때문에 포식자가 등장했을 때 도망가기가 쉽다. 위험이 있을 때는 소리를 질러 동료에게 알린다. 불안할 때는 발굽으로 지면을 차는 동작을 반복한다. 한편 꼬리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라기 보다 주로 파리를 쫓기 위해 사용한다.
 


귀로 하는 의사소통



기마경찰은 멋 때문이 아니다

기계화가 진행되면서 말의 역할이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말이 지닌 다양한 장점 덕분에 지금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우선 거리나 숲, 밭에서 열심히 일하는 말이 있다. 말은 트랙터처럼 식물을 손상시키지 않으므로 숲속에서 일을 하는데 적합하다. 또 그 토지에서 나는 풀을 먹으므로 경제적이고 사육하기가 쉽다는 점은 개발도상국의 농민들이 잘 알고 있다. 6천년 전 사람들이 소나 양을 모으는데 말을 사용한 것과 똑같이 지금도 북아메리카나 호주에서는 동일한 일에 말이 이용되고 있다.

이제 전쟁에서 이용되지는 않지만, 말은 아직도 많은 나라에서 의식의 임무를 담당하고 있다. 경찰마가 좋은 예다. 오늘날 많은 나라에서 기마경찰을 볼 수 있다. 말을 타면 시야가 넓어져 기동성이 좋으며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을 통과하는데도 오토바이나 승용차보다 편리하다.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기마경찰을 고용하고 있다.

여가에 말을 이용하는 것도 증가하는 추세다. 경마나 장애물경주 등 전통적인 말 스포츠의 인기는 여전하며 최근에는 레저스포츠로도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소를 지키는 말보다도 레저·승마용의 말이 더 많이 사육될 정도다.


중국에서 시작된 폴로


스포츠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경마는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했다. 미국 켄터키 마사공원에 있는 말 동상은 21레이스 가운데 1회만 졌을 정도로 유명한 경주마로 빅레드라 불리던 말이다. 1947년 이 말이 죽었을 때, 자그마치 1천명의 사람들이 장례식에 참가해 애도를 표했다.

중국에서 시작된 폴로는 2천5백년 전에는 말을 탄 1천명의 선수가 한팀을 이뤄 실시됐다. 지금은 4명이 한팀을 이뤄 두팀 간에 긴 막대를 갖고 공을 골에 넣는 스포츠로 정착됐다. 올릭픽 정식 종목이기도 한 마장마술은 약 5분 간 기수가 말을 다루는 정교한 기술을 겨룬다. 장애물경주 역시 1830년 영국의 센트올반스에서 처음 실시된 이후 올림픽 종목이 됐다.

현재 승마는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오락으로 정착되고 있다. 최근 취미로 승마를 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승마휴가까지 등장했다. 보통 하루에서 1주일 동안 호스트래킹(야회기승)을 하는 것으로서 하루에 40-80km 정도 말을 타고 이동한다. 말을 다루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지 않아 일반인도 쉽게 즐길 수 있다.

금년에는 월드컵 등 중요한 일들을 치러야 하는 소중한 한해가 될 것이 틀림없다. 말이 스피드와 힘을 앞세워 초원을 힘차게 달리듯 우리도 희망을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 달려나가야 한다. 또한 말이 근면하게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처럼 근면하게 매사에 임해 한해를 성실하게 살아야 할 것이다. 또 말처럼 서로 도우면서 상부상조하는 한해가 됐으면 한다. 말의 해에 개인과 가정과 나라에 평화와 행운이 가득 넘쳐나기를 기원해본다.

2002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강민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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