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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 나노 세계에서 펼쳐지는 물질혁명

휴대용 슈퍼컴퓨터에서 신물질 창조까지

10억분의 1이라는 스케일에서 펼쳐지는 극미의 나노세계. 뉴턴의 물리법칙은 웃음거리가 되고, 양자역학이 지배하는 새로운 세계다. 나노세계의 첨단기술 NT는 인류에게 어떤 생활을 선사할 것인가.

 

현재 NT에서는 차세대 초소형 컴퓨터 를 실현시키기 위해 다양한 나노소자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신문과 방송을 통해 많이 소개된 나노기술(NT, Nano Technology). 원자 또는 분자수준의 제조기술을 뜻한다. 나노기술이라는 용어는 드렉슬러라는 미국인이 ‘창조의 기관 : 다가오는 나노기술의 시대’라는 저서에서 처음 사용했는데, 현재에는 21세기를 이끌어갈 핵심 과학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IT, BT, ET와 같은 산업 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기반기술이기 때문에 선진국들마다 정상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히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나노의 어원은 난쟁이를 뜻하는 그리스어 ‘나노스’에서 유래된 것이다. 나노미터(nm)는 10억분의 1m인데, 이 크기는 세포나 바이러스보다도 더 작은 것으로 나노물질은 원자 3-4개 정도로 이뤄진 극미세 형태를 갖는다. 이런 나노기술이 가져다줄 미래의 모습은 어떠할까.


NT는 원자나 분자를 제단하는 기 술이다. 지름 2천7백50nm인 세계 에서 가장 작은 나노 술잔.



손목에 차는 슈퍼컴퓨터

우리 생활에서 많이 접하는 노트북, 휴대폰, PDA 등을 생각해보자. 현재 휴대용 컴퓨터는 1-3kg의 무게에 노트만한 크기를 가방에 넣고 다녀야 한다. 하지만 다가올 미래의 나노기술은 크기가 5백원짜리 동전 만해서, 손목시계처럼 손목에 차고 다니는 컴퓨터를 가능하게 한다. 더욱이 이 손목 컴퓨터는 현재 속도보다 수천배 빠른 속도로 작동되며, 태양전지로 전원을 사용하기 때문에 무거운 충전기를 갖고 다니면서 재충전해야 할 필요도 없다. 또한 홀로그램 원리를 이용한 프로젝션을 통해 가상의 화면을 띄워 사용하고, 명령의 실행은 키보드 대신 음성을 통해 간편하게 이뤄진다.

손목 컴퓨터는 여행을 가서도 집이나 직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무선통신을 통해 직접 처리할 수 있게 해준다. 심지어 가정부 로봇에게 집에 두고 온 강아지의 밥을 시간에 맞춰 줄 수도 있고,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도록 명령할 수도 있다. 또한 국제회의나 해외여행을 갔을 때에는 실시간 동시통역 기능을 통해 외국인과도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게다가 건강상태를 수시로 모니터해 건강상의 문제점이 발견되면, 담당의사에게 바로 연락을 취하고 담당의사의 처방에 따라 몸 속을 돌아다니는 나노로봇을 통해 약물 투여와 치료 과정을 수행한다.

정말 꿈만 같은 이런 초지능·초소형 손목 컴퓨터를 가능하게 하는 나노기술은 무엇일까. 이런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복잡한 전자 회로, CPU, 메모리 등 컴퓨터 부품들이 동전만한 크기 안에 모두 집적돼야 하며, 그 처리속도 또한 엄청나게 빨라야 한다.

386 컴퓨터로는 몇년 걸려 계산할 문제를 펜티엄4 프로세서를 사용하면 단 몇초 만에 계산할 수 있을 정도로 컴퓨터 처리속도는 크게 발전하고 있다. 현재의 펜티엄4 프로세서보다 수천배 빠른 프로세서가 손목 컴퓨터에 내장되려면 모든 전자회로를 훨씬 작게 만들어서 고집적화를 이뤄야 한다. 펜티엄4 프로세서의 기술은 마이크로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 기술로는 아무리 작게 만들어도 0.15㎛(1㎛=${10}^{-6}$m) 정도에 머문다. 이와 같은 마이크로 기술이 갖고 있는 크기의 한계를 나노기술은 획기적으로 뛰어넘는다.


양자역학의 세계 펼쳐진다
 

양자역학의 세계 펼쳐진다


현재 차세대 초소형 컴퓨터를 구현하기 위해 여러가지 새로운 형태의 나노소자들이 개발되고 있는데, 그 예로 단전자 트랜지스터를 들 수 있다. 이 트랜지스터는 핵심 동작 부분이 수-수십nm 정도 크기며, 전자 하나를 온·오프를 조절하는 스위치로 사용할 수 있다. 즉 1개의 전자로도 연산작용을 수행할 수 있어서 전력소모가 거의 없으며, 그 크기가 나노 단위이므로 현재 펜티엄4 프로세서보다 수백배의 집적이 가능하다.

현재 60개의 탄소로 이뤄진 축구공 모양의 풀러렌을 이용해 1nm급의 단전자 트랜지스터가 개발된 정도지만, 관련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플러렌을 사용해 만든 스위치뿐만 아니라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방법도 가능하다.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경우는 전압에 따라 두개 튜브의 접합을 조절해 온·오프를 통제하는 방식이다.

또한 간단한 화학분자를 사용한 나노소자도 개발되고 있다. 화학분자는 그 크기가 1-2nm 정도이기 때문에 전극사이에 부착시킨 후 전압을 조절함으로써 온·오프 스위치 기능을 수행하는 분자 전자소자(molecular electronics)도 가능하다. 많은 화학자들은 스위치 역할을 할 수 있는 스마트 분자를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분자 전자소자도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단전자 소자나 분자 전자소자에서 전자의 이동은, 전자가 기존에 알려진 도선을 물과 같은 흐름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터널링(즉 길이 막힌 벽을 전자가 벽을 허물지 않고 뚫고 지나가는 현상)을 통해 이동하는 것이다. 이는 나노세계는 뉴턴법칙이 적용되는 세계가 아닌 양자역학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계임을 뜻한다. 따라서 양자역학이 지배하는 나노세계를 보다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나노기술이며, 이를 통해 초지능·초소형 컴퓨터가 가능한 것이다.


몸속에서 수술하는 나노로봇

나노기술은 의료분야에서도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이것은 백혈구보다 작게 제작돼 혈관 속을 돌아다니며 병균이 침입했을 때 백혈구와 함께 병균과 싸우는 역할을 수행할 나노로봇을 통해 실현될 것이다.

나노로봇은 우리가 필요한 약물을 상처부위로 가져가 치료하는 역할을 한다. 나노로봇은 나노 크기의 고분자 또는 자성 나노 입자로 몸통이 만들어져 있다. 또 치료약이나 특정 징후가 있는 암세포에 결합할 수 있는 팔을 갖기 때문에 인체에 투여된 후 특정 암세포 근처로 이동해 팔에 달린 손으로 암세포만을 찾아 죽이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특정한 목표를 찾아가 바이러스나 암세포 등 유해한 물질을 제거하는 나노로봇보다 한층 진화된 형태의 나노로봇도 등장할 것이다. 최근 이런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미국 코넬대 연구결과인데, 니켈 나노 기둥에 프로펠러를 단 나노헬기다. 이 나노헬기는 생체 에너지인 ATP를 연료로 사용해 1초에 8회 회전하는 프로펠러, 즉 나노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이것이 보다 발전된다면 외과수술(즉 수술용 칼, 실, 바늘) 기능을 갖춘 영화 속에서나 나오는 나노로봇이 현실에 나타날 것이다.

나노기술은 생활에서 필요한 각종 신소재도 제공해준다. 예를 들어 강철보다 10배 이상 강하지만 매우 가벼운 탄소나노튜브가 연료전지나 항공기, 방탄복 등 여러 분야에서 복합소재로 사용될 것이다. 다공성 나노물질은 중금속과 다이옥신 같은 환경오염물질들을 제거하는 뛰어난 촉매 능력으로 우리 환경을 깨끗하게 지키고, 나노 크기의 무기점토와 고분자의 나노 복합체는 평생 쓸 수 있는 새로운 타이어를 가능하게 한다.
 

몸 속에 투여된 후 바이러스와 암 세포와 같은 물질을 제거하는 나노 로봇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돼 의료 분야의 획기적인 발전이 기대된다.



무궁무진한 상상의 세계

지금까지의 내용은 나노기술의 단편적인 소개일 뿐이다. 실제 나노기술이 활용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세계를 다 보여주진 못했다. 하지만 나노기술이 정보통신, 생명과학, 의료, 환경 등 광범위한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미국 나노선도기획자료에 따르면 “나노기술은 이상적으로는 자동차, 타이어, 컴퓨터회로에서 의약품, 티슈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간창조물의 생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21세기에 보건, 안보에 대한 나노기술의 영향은 20세기 항생제 개발, 집적회로 개발, 폴리머 개발을 합한 영향보다 더 클 것으로 기대된다” 라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나노기술의 핵심은 원자와 분자수준에서 물질을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이고, 이런 수준에서의 제어는 물질의 기본 성질이 결정되는 수준에서 물성, 현상, 과정을 정확히 재단(tailoring)해 물질 또는 시스템의 새로운 특성을 결정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나노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01년 7월 국가나노기술종합발전계획안을 확정했고, 앞으로 10년 간 국가핵심기술로서 연구투자가 이뤄져 21세기 산업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나노기술의 핵심은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한 혁신적 연구에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나노기술은 창의력을 가진 과학자들의 부단한 노력을 통해 꽃을 피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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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천진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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