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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 별은 7천억의 1천억배

별 탄생 60억년 전 최고조 이뤄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민족시인 윤동주가 고향을 그리며 쓴 시 ‘별 헤는 밤’의 시작 부분이다. 흔히들 밤하늘의 별들을 보고 셀 수 없이 많다고 하지만, 시인은 마음만 먹으면 다 셀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기라고 한 것 같다.

사실 시골의 깜깜한 밤하늘에서라도 우리 눈에 보이는 별은 2천여개로 그리 많지 않다. 온하늘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6천여개 별들 가운데서 지평선 아래에 있는 것과 지평선 근처에서 잘 보이지 않는 것을 뺀 숫자다. 하늘이 밝은 도심에서라면 우리가 볼 수 있는 별은 1백개도 채 안된다.

하지만 최첨단 망원경을 통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던 무수한 별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7일 미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허블우주망원경 사진을 보자. 웬 별들이 시루의 콩나물처럼 빼곡히 들어차 있는가. 마치 보석함에 담긴 보석들 같다. 사진의 주인공은 구상성단(구형 별무리) NGC6397의 중심부 모습이다. 이곳의 별들은 태양 주변보다 1백만배나 더 밀집돼 있기 때문에 적지 않은 수가 충돌을 피할 수 없을 정도다.

그렇다면 전체 우주에는 별들이 얼마나 많을까. 지난 7월 하순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국제천문연맹(IAU) 학회에서 호주국립대의 사이먼 드라이버 박사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주에 있는 별들의 수가 7 뒤에 0이 무려 22개가 붙은 만큼이나 된다. 7천억에 1천억배를 한 그야말로 천문학적 숫자다. 이 숫자는 지구의 바닷가와 사막에 널려 있는 모래 알갱이의 수보다 10배나 더 많은 것이라고 한다.

도대체 이렇게 많은 별들이 어떻게 생겨났을까. 우리나라의 천지창조신화에 그 답이 있지 않을까. 제주도에 내려오는 신화인 ‘천지왕본풀이’를 보자.

우주가 탄생했지만, 하늘에는 해도 둘, 달도 둘이 떠 있어 혼란스러웠다. 사람들이 낮에는 뜨겁고 밤에는 추워 죽을 지경이었다. 하늘의 천지왕은 혼란스런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땅에 내려왔고, 지상의 여인과 혼인을 한 후 아들 쌍둥이를 얻었다. 형은 대별왕, 동생은 소별왕이라고 했다.

대별왕과 소별왕은 힘을 합쳐 세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 천근 같은 활과 화살을 준비했다. 형인 대별왕은 해 하나를 쏘아 떨어뜨리고, 소별왕은 달 하나를 쏘았다. 이때 떨어져 부서진 해와 달이 밤하늘의 수많은 잔별들이 됐다고 한다. 얼마나 잘게 부서졌기에 별들의 숫자가 수천억의 수천억배가 됐을까.

점점 어두워지는 우주


구상성단 NGC6397의 중심부 모습. 8월 7일 NASA가 공개한 허블우주망원경 사진이다.


드라이버 박사가 별들의 개수를 직접 센 것은 물론 아니다. 밤하늘의 작은 부분을 선택해 강력한 망원경으로 약 1만개의 은하를 찾아냈고 이 은하들의 밝기를 세밀하게 측정해 개개의 은하에 포함된 별들의 수를 계산해냈다. 그 다음에 전체 밤하늘로 확장했고 관측 가능한 우주의 끝까지 고려했다. 그래서 나온 숫자가 7천억의 1천억배다.

드라이버 박사는 현재망원경이 관측할 수 있는 우주만을 고려했기 때문에 실제 별의 수는 훨씬 더 많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거의 무한히 많아서 그야말로 셀 수 없는 만큼 말이다.

이렇게 무한히 많은 것 같은 별들도 계속 밤하늘에서 빛나지는 못한다. 결국은 사람들처럼 수명을 다해 죽어간다. 지난 8월 14일 영국 BBC 뉴스 인터넷판은 우주의 어두운 미래에 대한 연구를 소개했다. 영국 에든버러대의 앨런 헤븐스 교수가 가까운 은하 4만개를 관측해 별빛을 분석한 결과, 60억년 전에 별들의 탄생이 최고조를 이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우리 태양도 60억년 전쯤에 태어났다.

이 연구결과는 오래된 별들은 죽고 새로운 별들이태어나지만, 수십억년 동안 별 탄생의 속도가 하락의길로 접어 들어왔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주는 영원할지 모르지만, 우주 안에 있는 별들은 모두 사라져가고말 것이다. 결국 칠흑같이 깜깜하고 살을 엘 듯이 추운세계가 찾아오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라.이 우울한 시나리오는 머나먼 미래의 얘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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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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