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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발디딘지 18년 달의 신비, 얼마나 벗겨졌나

인간에게 가장 친근하면서도 아직 모르는 것이 많은 달.지난 18년간 밝혀진 새로운 사실과 앞으로의 이용계획 등을 한가위를 맞아 알아본다.

한가위의 보름달을 보면서 우리들은 곧잘 떡방아를 찧고 있는 옥토끼나 계수나무를 머리에 그리곤 한다. 사실 달표면의 얼룩덜룩한 무늬를 잘 들여다 보면 옥토끼를 연상했던 선조들의 상상력이 그리 엉뚱한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달에 토끼는 커녕 하등한 식물조차 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안다. 하지만 달은 여전히 친근하면서 신비스런 존재임이 분명하다.

보름달은 금성의 2천배 밝기

전기가 발명되기 전에 달은 밤동안 인류의 등불 역할을 했다. 보름달일 경우 밝기는 금성의 2천배, 시리우스별의 2만4천배. 밤하늘을 압도하는 이런 밝기로 달은 어두운 밤길을 밝혀주거나 밤에도 책을 읽을 수 있게 해주었다. 1776년, 당시 영국의유명한 과학자 기술자 의사들이 대거 모여 만든 단체는 '월광(月光)협회'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매달 정기모임을 하는 날을, 귀가길을 밝혀주는 보름달이 뜨는 날로 잡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한편 달은 일상생활을 꾸려나가는데도 무척 중요한 역할을 했다. 기울고 차는 달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날짜를 계산했고, 또 어부들은 초생달과 보름달이 뜰 때는 조차(潮差)가 큰 사리가 일어나고 반달이 되면 조금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터득했다. 물론 왜 그렇게 되는지는  몰랐다.

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에 놓이면 신월(新月)로 보이고, 반대로 지구가 달과 태양 사이에 위치하면 보름달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나중의 일이었다(그림참조). 마찬가지로 달과 태양이 나란히 늘어서는 신월과 보름달 때는 두 인력이 합쳐져 조차가 커지고, 반대로 반달이 뜰 때 는 태양 지구 달이 직각을 이뤄 인력이 분산되기 때문에 조차가 작아진다는 것도 밝혀졌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달에 관한 기초적인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어주었다. 달이 지구를 도는 위성이고, 표면에는 분화구가 많이 있으며 밝은부분은 고원지대이고 어두운 곳은 물없는 바다와 같은 평평한 지역이라는 사실, 그리고 달은 27.3 일만에 자전과 공전을 하기 때문에 지구에서는 언제나 같은 면만 보인다는 것들이 밝혀졌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질문들, 예컨대 달이 언제 어떻게 생겼으며 구성 물질이 무엇이고 생물이나 물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풀어지기 시작한 것은 인간이 달에 직접 찾아가고 나서부터이다.
 

달의 모양 변화(삭망)^가운데 지구에서 달을 보면 안쪽에 그린 달과 같은 모양으로 보인다.


매년 지구에서 4cm씩 멀어져

1969년 미국 동부시간으로 7월20일 오후 4시 17분, 아폴로11호의 선장 '닐 암스트롱'은 달표면에 인류의 첫 발을 내디뎠다. "이 작은 한 걸음이 인류에게는 위대한 약진이다"라는 그의 달도착 제일성은 TV에 눈길을 고정시키고 지켜보던 전세계 수억의 사람들을 흥분시켰다. 최근 암스트롱은 당시 밝히지 않았던 달착륙 때의 심경을 이렇게 토로했다.

"달표면에 가까와지자 문득 평소에 익히 알고 있던 것, 예컨대 동물의 발자국이라든가 선인장따위가 보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편으론 우주의 어떤 생물과 만나지 않을까 두려웠던것도 솔직한 심정이었읍니다."

1972년까지 아폴로계획의 일환으로 달궤도에 진입한 우주선은 9척, 27명의 우주비행사가 탑승했다. 그 중 12명은 달표면에 내려서 암석을 채취하거나 각종 과학기자재를 설치하는 등 탐사활동을 벌였다. 덕분에 우리는 달에 관해 보다 깊이 있는 지식을 얻게 되었다. 달에 관해 새로 알려지거나 확인된 사실들을 살펴보자.

달이 지구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는 이미 고대 그리스인들에 의해 계산이 시도되었다. 그들은 달이 올려다 보이는 각도를 이용해 거리를 추산 했다. 오늘날에도 이런 방식으로 거리를 계산해 내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대의 천문학자들은 더 좋은 방법을 개발해냈다. 우선 레이다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달에 전파를 쏘아 반사해 올 때까지의 시간을 재면 전파가 빛의 속도로 나아가기 때문에 거리를 알 수 있다.

비슷한 원리를 이용해 더욱 정확한, 1cm의 몇분의 1까지 거리를 측정하는 길이 있다. 바로 레이저광선을 이용하는 것. 아폴로 우주인들이 달표면에 설치한 반사경에 레이저 광선을 쏘아 반사해 올 때까지의 시간을 측정하는 방법인데, 그 결과 달까지의 평균거리는 38만4천4km. 여기서 평균거리라 함은 달이 타원궤도를 돌아 거리가 일정치 않기 때문이다. 또 달의 모습도 가운데가 약간 평평한 달걀모양을 하고 있다.한편 최근에 밝혀진 바로는 지구의 자전속도가 조금씩 늦어지기 때문에 달은 지구에서 매년 4cm씩 멀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추세라면 1억년 후에 4천km 멀어지는 셈이라, 달을 잃어버릴 우려는 당분간 없다고 보아도 좋다.

달의 얼굴은 왜 곰보인가?

1609년 갈릴레오는 스스로 만든 천체망원경으로 달을 관측하고 어두운 부분을 '바다', 밝은 부분을 '육지'라 불렀다. 이것이 전통이 돼 오늘날까지 용암이 흘러나와 굳은 광대한 평원지대를 '바다'라 부르고 있다. 아폴로11호의 달착륙선이 내린 곳은'고요의 바다'였으며 그 외에도 '위난의 바다' '풍요의 바다' '폭풍의 바다'등의 이름이 붙어있다. 바다는 지구를 향한 면에 많이 있으며 뒷면에는 거의 없다.

달의 바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분화구(크레이터)이다. 달의 표면은 그야말로 곰보의 얼굴처럼 분화구로 덮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크기는 직경 2∼3m에서 2백km에 달하는 것까지 다양한데, 직경이 1m를 넘는 분화구는 현재 30만개가 확인되었다.

달의 분화구는 지구의 것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화산활동의 결과 생긴 지구의 분화구는 달리, 달에서는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이 표면에 충돌해 분화구가 생겼다. 달에는 대기가 없기 때문에 운석의 충격에너지는 같은양의 TNT의 1백배 이상 크다. 따라서 지각 깊숙히 파고든 충격에너지는 열에너지로 바뀌어 폭탄처럼 다량의 물질을 분출시켜 분화구를 이룬다.

운석의 폭격은 여러가지 크기의 부서진 암석과 먼지층으로된 달의 특징적인 표면구조를 형성시켰다. 이 부서진 암석층은 바닥에서는 2∼10m정도이나 대륙지대에서는 2천m나 쌓여 있는 곳도 있다. 대부분 대륙지대에 있는 분화구에는 저마다 유명한 천문학자의 이름이 붙어져 있어 이채롭다.

'코페르니쿠스'는 '태풍의 바다'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분화구로서 10억년쯤 전에 생겨났다고 추정된다. 직경은 90km, 주변에는 높이 5천m 전후의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데, 옛날에 일어난 산사태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분화구의 바닥 중앙부에는 3개의 산봉우리가 무리를 짓고 있다. '티코'는 '코페르니쿠스'와 함께 가장 유명한 분화구로서 직경은 87km. '구름의 바다'남쪽의 분화구가 밀집해 있는 지역에 위치하며 주변에 띠모양으로 높은 산이 둘러싸고 있다. 이 두 분화구가 가장 잘 눈에 띄는 이유는 분화구의 내부에서 밝게 빛을 내뿜고 있기 때문이다. 분화구가 생길 때 주변에 흩어진 발광성 암석가루가 빛을 내는 주역이다. 보름달이 뜰 때는 태양이 분화구 정면에 위치하기 때문에 이들 분화구는 더욱 밝게 빛난다.

우주로 탈출한 대기

달에 대기나 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왜 달에는 공기가 없을까? 과거에도 달에는 물이 없었을까?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은 달에 관한 기본적인 데이타로부터 얻을 수 있다. 우선 직경으로 볼 때 달은 지구의 4분의 1이조금 넘으며 부피는 지구의 15분의 1이다.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

중력이 작다는 것은 달의 역사를 결정한 중요한 요인이었다. 즉 설사 달이 대기를 가졌다 하더라도 중력에 의한 고유한 인력이 작기 때문에 대기를 구성하는 입자나 분자가 쉽사리 우주로 흩어져 버린다. 지구라면 물체가 초속 11.18km의 속도를 가지면 우주로 날아간다. 그러나 달에서의 탈출속도는 초속 2.37km에 불과해 쉽사리 물질이 우주로 탈줄한다. 게대가 달에는 태양이 비치는 낮이 27일간이나 계속돼 온도가 높고, 이것이 대기를 구성하는 입자들의 평균속도를 높여 탈출을 가속한다. 결국 달은 우주공간에 직접 노출돼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기상에 의해 지형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운석의 낙하나 우주선 등 우주 공간의 영향에 좌우된다.

지구의 암석과 비슷한 월석(月石)

한편 달에서 채취해온 암석이나 토양에서는 물이 있었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또 이 암석에서는 쉽사리 제거되지 않는 화학적으로 결합된 형태의 물도 존재하지 않음이 밝혀졌다. 옛날에도 달에는 물이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 휴스턴의 존슨우주센터에는 달에서 채취해온 총 3백60kg의 암석 광물 토양이 보관돼 있다. 이들은 달의 지질학적 역사 뿐 아니라 운석의 규명과 지구의 초기역사를 설명하는데도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아직 월석(月石)은 일부분밖에 분석되지 않았지만, 여기서 얻은 데이타로 수만 페이지의 과학 출판물이 발간되었다.

월석의 분석 결과 달의 암석은 지구와 매우 비슷한 화학적 조성을 이루고 있음이 밝혀졌다. 탄소 규소 마그네슘 철 알루미늄 나트륨 칼슘이 대부분인데, 지구에 비해 달의 바다를 이루는 현무암에는 철과 티타늄이 풍부하고 대륙지대의 암석은 알루미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재미있는 현상은 한 암석에 여러가지 암석의 파편이 섞인 것도 발견되는데, 이는 운석의 충돌에 의한 것이라고 풀이되고 있다.

아폴로 15, 16호 사령선은 X선 장치로 달표면의 대부분을 탐사했다. 그 결과 달도 지구처럼 지각 맨틀 핵의 3개층으로 나뉘어져 있음이 알려졌다. 주목할 만한 점은 달의 내부에는 전체적으로 물질이 놀랄만큼 균일하게 분포한다는 것. 가장 바깥쪽의 지각은 60km의 두께로 칼슘과 알루미늄이 풍부한 화성암이 대부분이다. 표면은 앞서 지적한대로 운석에 두들겨 맞아 산산히 부 서져 있는 상태다. 중간의 맨틀층은 8백km의 두께를 가지며 밀도 높은 암석과 아마도 감람석으로 구성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핵의 존재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여러가지 관측결과 부분적으로 녹아있는 상태로 존재한다고 추측되고 있는데, 지구처럼 철로 된 핵은 아닐 것으로 보여진다.질량도 전체의 몇%를 넘지 못한다.

캘리포니아의 대지진은 달때문

월석에서 알아낸 가장 중요한 사실 중의 하나는 지구의 나이만큼이나 오랜 암석이 있다는 점.

대륙에서 채취한 암석의 나이는 38∼42억년인데, 지구의 나이에 필적하는 46억년 된 것도 있었다. 바다의 암석의 33∼38억년, 지구의 암석 중 가장 오랜 것이 38억년된 것임을 볼 때 적어도 달은 지구보다 늦게 태어난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고 하겠다.

한편 달에는 자기장이 없다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는데, 오래 된 월석의 샘풀에서는 자기장의 흔적을 발견했다. 과학자들은 용암으로부터 암석이 형성되던 당시에는 자기장이 있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우주인들이 달표면에 설치한 4개의 지진계는 네트워크를 이뤄 달에서 일어나는 지질현상을 정확히 기록, 지구에 송신하고 있다. 그 결과 달에도 매년 3천회나 지진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흥미를 끌고 있다. 그러나 지진의 강도는 매우 약해 에너지는 지구의 1백억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지구의 지진이 지각밑 약 1백 70km 지점에서주로 발생하는데 비해, 달에서는 땅속 7백km지점(중심에서 1천km)에서 지진이 발생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달의 지진은 지구중력의 영향을 받아 1개월 주기로 그 빈도가 바뀐다고 한다.

재미있는 현상은 지구의 지진도 달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 미국의 '킬스톤'과 '노포프'는 지난 83년 달의 위치와 남캘리포니아 지진 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달의 중력이 지구를 당기는 힘은 상당하다. 그 힘은 바다는 말할 것도 없고 지구자체도 하루에 15cm씩 당겼다 놓았다 한다.

그런데 세계적인 지진지대인 남캘리포니아는 산안드레아스를 비롯해 단층이 북서쪽에서 남동쪽으로 뻗쳐 있다. 달은 매 18.6년마다 최대 경사를 이루는데(천구상의 가장 북쪽에 위치), 이때 단층의 방향으로 달은 최대의 중력을 미친다. 연구자들은 지금까지 리히터스케일로 진도6이상의 지진이 일어난 1857 1933 1953 1971년에 달이 최대 경사를 이루었음을 입증했다. 이들의 계산대로라면 바로 금년에 캘리포니아에 큰 지진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되는데, 아직까지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두고 볼 일이다.
 

월면차


달 탄생의 수수께끼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달에 관한 최대의 수수께끼는 달의 탄생 과정이다. 가장 오랜 학설은 달이 지구의 일부분이었다 떨어져 나갔다는 설명. 이미 19세기 말 대진화론자 다윈의 아들 조지 다윈에 의해 제창된 이 학설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심정적으로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얻었다. 달은 태평양에서 떨어져 나갔는데, 태평양과 달의 지질은 다같이 현무암이라는 등 그럴듯한 설명도 뒤 따랐다.

그러나 1982년 '커트 한센'은 이러한 믿음을 여지없이 깨뜨려 버렸다. 그는 중력의 법칙을 통해 달이 지구에서 22만5천km 이내로는 결코 가까와 질 수 없었다고 계산해 낸 것이다. '한센'은 여기에 그치치 않고 달탄생에 관한 또다른 유행이론, 즉 우주를 헤메던 작은 천체였던 달이 지구에 너무 가까이 접근하여 붙잡혔다는 '포획이론'도 설득력이 없음을 밝혔다. 포획보다는 충돌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여기서 과학자들은 지구와 달은 거의 동시에 독립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설명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현재 대부분의 과학자들에 의해 지지받고 있는 이 이론은 달이 태양계 내의 고체상 미소천체가 서로 충돌하거나 훨씬 작은 전체가 모여 형성됐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르면 약 47억년 전 지구 또는 태양 궤도에 있는 물질이 집중했고, 방사성 원소의 붕괴로 물질의 용해가 시작되어 (42∼38억년 전까지) 암석으로 굳었다는 것이다. 또 38∼33억년 전에는 두번째의 국소적 용해가 일어나 용암이 흘러 오늘날의 바다가 되었다는 얘기다.

이 이론은 상당히 설득력 있어 보이지만 허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난점은 지구와 달이 비슷한 시기에 생겨났다면 구성물질이 같아야 할텐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지구와 어떤 천체의 충돌로 달이 생겼다는 '대충돌설'이 제기돼 화제가 된 일이 있다(과학동아 1986년 7월호 참조). 슈퍼컴퓨터의 모의실험을 바탕으로 제기된 이 학설은 아직 지구가 완전히 굳어지기 전인 약 45억년 전 지구크기의 7분의 1가량 되는 천체가 지구와 부딪쳐, 그때의 분출물이 떨어져 나가 굳어 달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 이론을 믿는 과학자들의 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정설로 인정받고 있지는 못한 형편이다. 아뭏든 이 모든 학설 중 어느것이 진리인지. 아니면 또 다른 학설이 대두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단지 우주탐사의 진전과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보다 정확한 이론이 나타날 것임은 분명하다고 하겠다.
 

달에 관한 통계


2010년까지 달기지 건설

60년대 말부터 70년대 초까지 미국을 휩쓸던 달에 대한 열광은 달의 밤만큼이나 빨리 식어 버렸다. 10년간 2백50억 달러를 들인 아폴로 계획으로 얻은 것은 '미국의 영광'과 '12인의 영웅'일뿐., 실생활에 득이 되는 결실은 없지 않냐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80년대 중반부터 모습을 드러낸 '달기지 건설 계획'은 달에 대한 관심을 다시금 끌어모으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1986년 5월 미국 우주위원회는 21세기 초까지 달과 화성에 기지를 건설한다는 야심적인 우주 활동 50년 구상을 공표했다. 이 구상의 달에 관한 부분을 보면, 1994년까지 지구 궤도 위에 6인승의 영구 우주스테이션을 건설하고, 2005년까지는 달에 20명 정도가 지낼 수 있는 소규모 우주기지를 건설하며, 2010년대까지는 영구적인 기지로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달기지 건설이 노리는 것은 달의 독특한 자연조건과 자원을 최대한 이용하자는 것. 완벽한 진공상태, 먼지 없는 깨끗한 환경, 세균의 오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조건, 풍부한 태양에너지 등은 고품질 합금제조 유전자 제조합 핵융합 등의 산업활동과 천체관측 물리화학 실험 등의 기초과학연구에 절호의 여건을 제공해 준다.

그러나 인간이 달에 거주하기 위해선 필수적인 조건이 있다. 공기와 물 그리고 식량의 확보, 에너지 공급이 그것. 이에 대한 과학자들의 대안은 이렇다. 산소와 물은 월석에서 뽑아낸다. 즉 산화철을 수소와 반응시켜 철과 결합돼 있는 산소를 얻은 다음, 여기에 수소를 결합시켜 물을 만든다는 것이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산소는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수소는 토양에서 얻는데, 태양풍에 의해 운반돼온 수소가 토양속에 갇혀 있다. 또 산화철은 티타늄 철광으로 공급되는데, 이것은 아폴로17호가 채취한 달의 토양에 5%나 함유돼 있음이 알려졌다.

다음에 식품은 외부와 격리된 독립적인 생물권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조달하는 방법이 유력하다. 현재 미국 아리조나주 사막지대에서 한창 실험이 진행중인 '바이오스피어Ⅱ'는 바로 이런 용도로 쓰일 수 있다.

에너지 공급은 태양열을 이용한 발전으로 쉽게 해결될 전망이다. 달에는 지구보다 1.5배나 강한 태양광선이 비쳐 태양전지의 효율이 높다. 또 밤기온이 -1백70℃ 이고 낮기온은 1백34℃에 달하는 극심한 온도차를 이용한 발전방식도 고안되고 있다.

그러나 달기지 건설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우선 그곳에서 인체가 얼마나 적응할 것인가가 당면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달의 하루는 지구시간으로 27.3일. 낮과 밤이 약 14일간이나 계속되는 셈이다. 따라서 인체의 생활리듬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또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밖에 안되는 것도 힘들이지 않고 움직일 수 있다는 이점만 주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무중력 상태가 우주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뼈의 약화와 근육력 및 심장기능의 저하가 보고되었다. 대기가 없어 강력한 우주선 자외선 X선 등에 쪼이는 것도 문제다.

「달을 보존하자」

무분별한 달 개발에 대한 경고의 소리도 눈길을 뜬다. 로보트와 인공지능을 도입해 달에서 산업활동을 전개한다면, 달의 자원탕진은 말할 것도 없고 지구질량의 1.23%밖에 안디는 달의 형태 자체도 바뀌어질 지 모른다는 우려다. 게다가 달에서의 생산활동이 활발해지면 배기가스가 엷은 대기층을 형성해 모처럼의 진공의 이점이 상실될 가능성도 있다.

달의 면적은 3천8백만㎢. 지구의 남극대륙의 3배가 채안되는 크기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런 관점에서 일부 강대국에 의한 대규모 달 개발보다는 지구차원에서의 공동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구의 남극처럼 말이다.

우주를 향한 첫 관문

인간이 달에 첫 발을 내디딘 지 18년이 지닜다. 그러나 달에 찍힌 인간의 발자국은 아직도 선명히 남아 있다. 태양풍이 가져오는 방사선과 밤낮의 기온차에 의한 풍화밖에 없는 달에서 과거의 것들은 그대로 미래도 전달된다. 따라서 지구상에는 이미없어지거나 매몰돼 버려 찾을 수 없는 태양계의 50억년 역사가 달에서는 지각과 분화구 그리고 모래와 암석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두터운 얼음속에 갇힌 지구의 기록을 찾기 위해 남극을 탐사하듯, 우리는 태양계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달을 찾는 것이다. 나아가 달은 우주로 진출하는 인류의 꿈을 실현시킬 첫번째 관문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발자국과 과학장비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는 달이지만 우리에겐 더욱 친숙하고 신비스럽게 보이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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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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