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열대신 고압으로 식품가공

일본 식품업계의 도전

단백질을 변성시키거나 비타민을 파괴치 않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인간이 지금까지 사용하여온 가장 보편적인 식품가공기술은 '가열법'이었다. 불을 사용하여 날것으로 먹기 어려운 것을 연하게 만들고 살균까지 한 것이다. 그러나 식품에 심한 열을 가하면 식품의 분자운동이 활발하여져 비타민 등이 파괴된다. 또 삶은 달걀이 너무 삶으면 유황냄새가 나고 갈색이 되는 것처럼 가령법에 의한 살균·가공은 보존이 잘 되는 반면에 식품의 맛을 떨어뜨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가열법을 대신하는 새로운 식품가공기술은 없을까?

일본에서 초고압(超高压)을 이용한 식품가공기술이 등장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그러나 그 연구는 실마리단계에 있고 상품으로서 완성된 것은 아직 없다.
 

위는 가열한 어묵, 아래는 가압한 어묵의 현미경 사진. 가압했을 때에는 기포가 생기지 않았다.
 

식품업계 민감한 반응

이 기술에 대한 기대를 반여하듯 식품업계의 움직임도 민감하다. 지난해 가을 일본 교토대학 식량학과 연구소의 '하야시 리키조'교수를 중심으로 한 팀이 이에 대한 심포지엄을 연 뒤 지난 9월에는 농심수산성의 지원으로 식품업계와 양조업계 기계 메이커 등이 모여 '식품산업초고압 이용기술연구조합'을 발족시켰다.

압력이 식품에 미치는 영향은 오래전부터 주목돼 왔다. 특히 유럽 미국의 해난구조업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사실, 바다밑에 가라앉은 배를 인양하면 드문 일이긴 하지만 염장한 고기 등 옛날의 식품이 당시 선도(鮮度) 그대로 발견된 적이 있었던 것이다.

초고압이용 식품가공기술의 근거도 압력의 크기를 비할 수는 없으나 해저침몰선에 남아 있던 염장고기의 그것과 이론적으로 같은 것이다.

그러나 식육을 예로 설명하기보다 식육을 구성하는 단백질의 구조와 종래처럼 열을 가한 경우에 어떻게 되는가 그 변화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

단백질은 주로 아미노산으로 된 고분자화합물로 그 분자구조는 분자가 복잡하게 얽힌 입체구조로 되어 있다. 단백질 덩어리인 식육을 가열하면 부드러워져 소화하기 쉽게 된다. 이것은 열이 분자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하여 분자끼리의 이어놓고 있는 고리를 끊기 때문이다. 복잡하고 입체적인 구조를 한 단백질이 분자레벨의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져 소화효소가 그 작은 조각에 붙기 쉽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단백질의 분자가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지기 쉽게 된 상태를 '단백질의 변성'이라 한다. 압력을 가한 경우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다. 즉 압력을 가하면 식육은 처음엔 축소되려 하지만 어느 정도 지나면 그 이상 축소되어 파괴되지 않으려는 힘이 작용한다. 소위 '르 샤트리에(Le chatelie)법칙'이라는 것이다.

이 메커니즘을 분자레벨에서 볼 때, 분자끼리의 끈이 서로 얽혀 입체구조가 되어 있는 단백질의 분자는 가압에 따라 파괴되지 않기 위해 그 얽힌 끈에 힘이 작용한다. 그러나 분자끼리를 얽혀놓고 있던 끈이 느슨해지면 힘도 약해져 소화효소를 쉽게 수용하여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지게 된다. 즉 '단백질의 변성'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 현상을 세포레벨에서 보자, 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막은 단백질로 되어 있다. 따라서 가공할 때 최초로 단백질 변성을 일으키는 곳은 세포막이다. 그러나 가열이 세포막 단백질은 소화효소의 활동을 허용하지 않는 한 원래의 모양으로 남는다.

가열로 생긴 단백질 변성은 세포막을 파괴, 그 속의 세포액을 흘려버리기 때문에 고기가 퍼석퍼석하여진다. 그러나 가압 때는 단백질을 변성시킬 뿐 세포막을 파괴되지 않아 세포액이 그대로 있기 때문에 고기 전체로서는 생것과 거의 같은 생태로 보존된다.

이 '신선함'이 고압을 이용한 식품 가공기술의 제1의 특징이고 중요한 영양소를 파괴하지 않는 것이 제2의 특징이다. 일본기업은 이런 장점을 이용, 고압가공을 실용화하려 하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89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 진로 추천

  • 식품학·식품공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 화학·화학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