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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음 제로, 바퀴 없이 떠간다

속도는 기본, 쾌적성도 뛰어난 자기부상열차

바퀴없이 떠서 달리는 자기부상열차의 상용화가 세계 곳곳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중국 상하이에서 고속자기부상열차가 내년초 개통되고, 일본 나고야에서도 도시형 자기부상열차가 2005년에 개통된다. 우리나라도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기술을 이미 확보하고 있으며, 최근 실용화를 모색하는 중이다.


한국기계연구원과 로템이 공동으 로 개발한 자기부상열차 UTM-01. 최대 1백20명을 태우고 최고시속 1백10km로 주행이 가능하다.


먼지, 소음, 소리 없이 강하다

1765년 영국의 제임스 와트에 의해 증기기관이 완성된 이후, 증기기관을 이용한 열차가 마차를 대신해 인력과 물류를 수송하는 주력수단이 됐다. 1879년 독일 베를린 공업박람회에서 전기기관차가 등장했고, 1881년 베를린 교외에서는 시가전차가 처음으로 운행됐다.

20세기 들어 전개된 육상교통 발전의 주역은 자동차였다. 1886년 독일의 고트리브 다임러와 칼 벤츠가 가솔린 자동차를 발명한 이후 자동차와 도로교통체계는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출발지로부터 목적지까지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수송이 가능하며 쾌적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침체기를 맞이했던 열차는 도로의 교통난과 대기오염문제가 심각해진 20세기 중반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다. 이 때 육상교통의 주역으로 부상한 철도는 고속화와 쾌적화를 바탕으로 한다. 그 최초의 사례는 1964년 일본이 동경올림픽에 맞추어 개통한 신칸센(당시 시속 1백70km, 현재 시속 3백50km)이다. 이후 프랑스의 떼제베(TGV) 등의 고속철도가 등장했다.

한편 20세기 초반 독일의 헤르만 켐퍼는 ‘자기부상열차’라는 완전히 새로운 열차의 개념을 제안했다. 자기부상열차란 자력을 이용해 차량을 선로 위에 부상시켜 움직이는 열차를 말한다. 기본설계개념은 20세기 중반 미국의 제임스 포엘, 고든 댄비에 의해 정립됐다.

자기부상열차는 공중에 떠서 달리기 때문에 철로의 마찰이 없어 비행기에 필적하는 시속 5백km 이상의 고속운행이 가능하다. 또한 인체에 해로운 분진이 발생하지 않고, 기계적 원인에 의한 진동이 거의 없으며, 소음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자기부상열차는 미끄러지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경사도가 높은 언덕을 쉽게 주행할 수 있다. 바퀴식 열차의 경우 경사도가 3%가 한계지만 자기부상열차는 6% 이상도 가능하다. 곡선구간 주행시에는 전자석과 레일이 약간 어긋나도 부상력이 유지되기 때문에 바퀴식보다 3배 이상의 급곡선 주행이 가능하다. 이런 장점들 때문에 자기부상열차는 고속철도뿐 아니라 도심 한가운데에도 적용할 수 있다.

중국, 일본에서는 상용화 임박

자기부상열차 개발을 최초로 시작한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은 1969년부터 국가예산을 과학기술부에 투입해 흡인식 부상방식의 자기부상열차 개발을 추진했다. 흡인식 부상방식은 일반전자석을 이용하는데, 레일 밑에 위치한 차량의 전자석이 레일을 끌어당기는 힘으로 약 1cm 정도 부상한다.

이와는 달리 일본은 1970년부터 역시 국가예산을 투입해 당시 철도총합연구소 주관으로 반발식 자기부상열차 개발에 착수했다. 반발식 부상방식은 차량에 초전도자석을 탑재하고 궤도 전체에 코일을 설치해 초전도자석의 유도전력에 의해 발생하는 반발력으로 약 10cm 정도 부상한다.

오늘날 독일의 트란스라피드(Transrapid)와 일본의 초전도자기부상열차(MLX) 모델은 각각 흡익식과 반발식을 사용하는 가장 진보된 자기부상열차로 평가받고 있다. 이중 독일의 트란스라피드는 최고시속 4백50km로, 내년 초 중국의 상하이 노선(30km)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다.
일본의 MLX는 현재 제2신간선 예정노선인 후지산 인근 야마나시 시험선로에서 시속 5백km 내외의 고속으로 주행실험중이다. 그러나 절대온도 0K(-2백73℃)에 가까운 극저온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초전도발생장치를 차내에 탑재해야 하는 시스템의 특성상, 비용과 신뢰도 면에서 앞으로도 수년간 기술적 검증과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영국은 1984년 버밍햄 공항내 6백m 셔틀노선을 흡인식 자기부상열차로 설치했다. 이 자기부상열차는 공항과 인근 지하철역간에 승객편의용 무료셔틀노선으로 활용하다가, 1996년 도시계획으로 철거됐다.

무거운 열차가 뜨는 비법


일본 야마니시 시험선로에 서 고속으로 시험운행중인 반발식 자기부상열차. 아직 기술적인 검증과 보완이 필요 한 상황이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상용화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몇몇 흡인식 모델은 독일의 트란스라피드를 참조하고 있다. 이 첫번째 사례가 1974년 일본항공(JAL)이 나리타공항과 동경 시내를 연결하기 위해 독일의 TR-04 기술을 도입해 개발을 시작한 HSST(High Speed Surface Transport)다.

이후 나리타공항 노선은 취소됐지만 이 모델은 그동안 7단계의 차량 제작, 실험을 거쳤다. 결국 2005년 나고야 노선(9km)에서 상용화된다.

우리나라는 1989년 12월 과학기술부 국책연구로 개발에 착수해 독자적인 자기부상열차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기본 방식은 흡인식인 일본의 HSST-03∼05 등을 참조했다. 중국은 최근 일본과 한국의 모델을 참조해 역시 시제품을 개발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같은 흡인식 중저속모델을 민간업체인 AMT사에서 개발해 버지니아주의 올드 도미니언대(ODU)내에 2km 노선을 건설해 시험주행중이다. 이와는 별도로 연방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는 제너럴 아토믹스사(GA)를 중심으로 영구자석을 이용한 반발식 자기부상열차를 개발중이다.

우리나라에서 개발중인 흡인식 자기부상열차는 궤도의 구조가 단순해 반발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설비용이 절감된다. 주행중 약 1cm 정도의 부상간격(gap)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간격유지제어가 필요하다. 현재 독일, 일본, 우리나라 모두 이런 기술적 문제를 안정적으로 해결한 상황이다.

즉 흡인식 자기부상열차가 부상할 때는 전자석 옆에 있는 갭 센서(gap sensor)가 초당 수천번 전자석과 부상레일간의 간격을 읽어들인다. 이 신호를 부상제어기에 보내고, 전자석 전력공급장치는 부상제어기의 신호를 받아 그때그때 변화된 전력을 전자석에 공급한다.

자기부상열차가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회전전동기를 직선형으로 펼친 형태의 선형전동기(리니어모터)를 사용한다. 차량에 부착된 선형전동기에 전력이 공급되면, 궤도의 부상레일 상단에 부착된 알루미늄·철 도체판에 전류가 유도된다. 이에 따라 자장이 발생해 추진력이나 제동력이 발생한다.

국내에서도 실용화 논의 활발


우리나라 자기부상열차의 내부 운전대 모습. 단거리 노 선에서 실용화가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기부상열차 개발사업을 맡은 한국기계연구원에서는 1단계 국책연구사업에서 흡인식 자기부상열차의 부상추진장치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1993년에는 대전엑스포 전시운행사업에서 선보였다.

1994년부터 진행된 2단계 국책연구사업을 통해서는 국내철도차량업체인 현대정공(현 로템)과 공동으로 자기부상열차 시제품 모델 UTM-01(Urban Transit Maglev)을 개발했다. 이 자기부상열차는 1량당 24개의 전자석, 3개의 리니어모터가 설치돼 있다. 최대 1백20명이 탑승해 시속 1백10km까지 주행이 가능한데, 현재 한국기계연구원내 시험선로(1.3km)에서 시험주행과 개선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 연구팀은 UTM의 상용화 촉진을 위해, 인천공항 내부노선, 대전 유성노선 등 지금까지 몇차례 시범실용화사업을 건의했으나 성사되지는 못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 상하이 노선과 일본 나고야 노선 계획에 자극받아 국내에서도 시범노선 설치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수년내 단거리 노선에서 실용화사업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자기부상열차는 종래의 궤도교통시스템과는 완전히 획을 긋는 새로운 시스템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독일, 일본 등 개발선진국에서도 실용화 추진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장기간의 검토와 평가 과정을 거친 후 사용화가 추진되는 현재 우리나라도 자기부상열차 실용화를 본격적으로 검토해야할 시점이다.

자기부상열차의 건설비는 고가궤도일 경우 다른 시스템과 대동소이하다. 그렇지만 회전부품과 마모부위가 없어서 운영비가 거의 절반정도까지 저렴해질 수 있다. 물론 떠서 가는 열차여서 화물수송용으로는 경제성이 떨어지고, 설비가 복잡하다는 문제점도 갖고 있다. 따라서 자기부상열차는 바퀴식열차를 상호보완 하는 방식으로 적용해야 한다. 자기부상열차의 실용화를 통해 국내기술력은 한단계 높아지고 자기부상열차의 세계시장 진출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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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동성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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