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1백년만에 대규모 별똥별 퍼붓다

11월 19일 새벽 시간당 최대 2만개 떨어져

사자자리 유성우를 유성우의 왕자라고 했던가. 올해는 별을 사랑하는 국내 아마추어들에게 이름값을 제대로 했다. 거의 1백년을 전후해도 보기 드문 별똥별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대규모 우주쇼의 생생한 현장을 만나보자.

“우-우-와-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어요.”
“정말 대단했어요. 올해도 별 기대를 안했는데….”
“그렇게 많이 떨어지는 모습은 생전 처음 봤어요.”

11월 19일 새벽 밤하늘을 수놓은 대규모 별똥별 잔치를 밤새 지켜본 소감이다. 올해 사자자리 유성우는 지난 3년 동안과 달리 화려한 우주쇼를 우리에게 선사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별똥별을 온몸으로 맞은 사람들은 이날을 평생 환상적인 밤으로 기억할 것이다.

유럽에서도 원정 관측 와

지난 1998년 이후 11월만 되면 언론에서 대유성우 가능성을 보도했지만 양치기 소년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만 안겨주곤 했다. 그렇지만 올해는 달랐다. 날씨와 관측여건도 최상이었고, 정말 사람들을 놀라게 할 만한 커다란 ‘늑대’가 나타났던 것이다. 한국천문연구원 지구접근천체연구실의 김봉규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유성우 장관은 지난 1백년 동안 없었다”고 이번 유성우를 평가했다.

처음에는 이번 유성우가 세차례에 걸쳐 많은 별똥별을 뿌릴 것으로 예측됐다. 첫번째는 11월 18일 저녁 7시 미국에, 두번째와 세번째는 19일 새벽 2시 30분과 3시 20분 각각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지역에 대규모 유성우가 예상됐다.

18일 밤부터 19일 새벽에 걸쳐, 전국 곳곳에서 유성우를 즐겼다. 아마 별보기 좋은 장소라면 어느 곳에서나 한마음으로 하늘을 쳐다보지 않았을까. 유성우 관측 행사도 여러 곳에서 열렸다. 경기도 이천 덕평 수련원에서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가 주최한 행사가 대표적이었다. 이 행사에는 1천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이 밖에도 안성, 가평, 여주, 안흥 등의 여러 사설 천문대에서도 유성우 행사를 개최했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 아마추어들은 용문산, 여주, 중미산, 명지산, 음성, 태기산, 계방산, 치악산 등에 모였고, 일부 열성 관측가들은 강원도 태백산, 함백산, 소백산까지 가기도 했다. 지방의 아마추어들도 주로 덕유산, 지리산, 적상산, 오도산, 보현산, 팔공산, 무등산 등에서 밤을 지새웠다.

유성우를 볼 수 없는 유럽 관측가들이 우리나라로 원정 관측을 왔다. 20여명에 달하는 이들 외국인 관측가들은 유럽의 각국을 망라했으며, 주로 천문대가 위치한, 보현산과 소백산에서 유성우를 관측하면서 우리나라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10분 동안 달라진 별똥별의 양상. 소백산에서 새벽 3시 16분과 26분에 각각 찍은 사진이다. 3시 30분 경 전하늘을 뒤덮는 별똥별의 수는 분당 1백개를 넘어섰다.


하늘에 화려한 흔적 남기기도

18일 밤은 비교적 조용했다. 미국에 유성우가 내린지 5시간 가량이 지난 자정 전까지 하늘은 평소와 그리 달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자정이 지나 19일 새벽으로 넘어가자 상황은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2등급 가량의 대단히 밝은 별똥별 여러개가 지평선 부근으로 평행하게 하늘을 가로질렀다. 앞으로 나타날 대규모 유성우의 서막이었다.

1시 무렵 사자자리가 동쪽하늘에 걸리면서 유성우가 출발하는 복사점인 사자 뒷덜미가 지평선 위로 떠올랐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별똥별이 출현했다. 0등급 정도의 비교적 밝은 별똥별이 줄지어 나타나자 하늘을 바라보던 많은 사람들이 탄성을 질렀다. 1시 무렵 관측된 별똥별의 수는 1시간당 2백개 가량으로 이미 평소의 다른 유성우 수준을 뛰어넘었다.

2시가 넘어가면서 별똥별의 수는 점점 많아졌다. 1시간에 1천개 이상이 관측되면서 유성 폭풍이 휘몰아쳤다. 2시 반 정도가 되자 별똥별은 더이상 수를 세기 힘든 상황에 도달했다. 이때부터 4시 반까지 약 2시간 동안 엄청난 수의 별똥별이 쏟아졌다. 별똥별이 가장 많이 내린 때는 3시 30분 경으로 분당 1백개를 넘어설 만큼 엄청났다. 말 그대로 폭우가 퍼붓는 듯했다. 날이 밝아지기 시작한 5시 이후에도 별똥별은 계속 떨어졌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는 “소백산천문대에서 새벽 3시 경 시간당 최대 8천개가 관측됐다”고 밝히고, 이를 토대로 하면 “실제 별똥별은 시간당 최대 2만개 정도가 떨어졌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대부분의 별똥별은 노란색에 약간 붉은색을 띠었으며, 사자자리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퍼지듯이 떨어져 전하늘에 골고루 쏟아졌다. 사자자리가 위치한 동쪽하늘뿐만 아니라, 정반대편인 서쪽하늘에서도 수많은 별똥별을 관측할 수 있었다. 이날 밤새도록 관측한 사람이라면 수천개의 별똥별은 어렵지 않게 봤을 것이다.

별똥별의 속도는 비교적 빠른 편이었다. 순간적으로 어두운 밤하늘을 환하게 밝힐 정도의 별똥별인 화구도 다수 나타났다. 밝기는 금성 밝기인 -4등급 이상이었다. 대부분의 별똥별도 상당히 밝은 편에 속하는 0등급 전후의 밝기를 보였다. 2등급 이하의 어두운 것들은 별로 없었다.
또 상당수의 별똥별은 떨어지며 하늘에 남기는 흔적인 유성흔을 화려하게 보여주면서 보는 이들의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사자자리 유성우는 지난 1966년 미국에서 관측된 대규모 유성우에는 못미치지만, 우리나라에서 관측할 수 있었던 유성우로는 최근 1백년 이래 최대였다. 또 앞으로도 이번과 같은 유성 폭풍은 우리나라에서 향후 1백년 이내에는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된다.

 

지평선 근처에서 하늘에 자신의 흔적(유성흔)을 남기려는 찰나의 별똥별. 이번 사자자리 유성우의 경우 밝은 별똥별은 대개 유성흔 을 보여주었다.



왜 우리나라에 대규모 별똥별이 떨어졌나

사자자리 유성우는 매년 11월 중순에 별똥별을 뿌린다. 보통 때는 시간당 10개 정도 떨어진다. 하지만 33년마다 대규모 별똥별이 쏟아질 때가 있다. 역사적으로는 1833년, 1901년, 1966년에 유성 폭풍이 몰아쳤다.

왜 그럴까. 이것은 33년 주기로 태양에 접근하는 템펠-터틀 혜성과 관련된다. 이 혜성은 지구 공전 궤도에 자신의 잔해인 부스러기들을 남긴다. 만일 지구가 혜성의 잔해가 모인 곳을 지나칠 때면 이들 부스러기가 지구 중력 때문에 대기권에 떨어진다.

이번 사자자리 유성우는 템펠-터틀 혜성이 1699년, 1866년 태양 근처를 지나면서 지구공전 궤도에 남긴 잔해 구름을 지구가 지나가면서 발생한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 대규모 별똥별이 관측된 이유는 지구가 혜성 잔해 한가운데로 들어갔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가 충돌 정면에 있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이한 모습의 유성흔. 별똥별이 떨어지다가 자신의 흔적인 유성흔을 남기 는데, 유성흔이 상층대기의 흐름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와 같은 현상이 발 생한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1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 조상호 천체사진가

🎓️ 진로 추천

  • 천문학
  • 물리학
  • 지구과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