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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JAMES DYSON AWARD] 세상을 바꿀 젊은 발명가들의 이야기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는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차세대 엔지니어들을 기다립니다.”

 

1991년 영국에서 시작해 지금은 세계적인 가전기업이 된 다이슨의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이 자신의 이름을 딴 발명대회에서 내건 기치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2021년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의 수상자들 역시 이 같은 기치에 충실한 발명품을 고안해 세상에 없던 발명품을 내놨다. 각자의 관심 분야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한 사연을 인터뷰로 정리했다. 발명가의 도전 정신과 고난을 헤쳐나가는 지혜를 만나보자.

 

●국제전 우승작

녹내장을 조기 진단할 측정장치 ‘홉스’

2021년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 국제전 우승은 싱가포르 발명팀에게 돌아갔다. 이들이 발명한 ‘홉스’는 녹내장의 진단 지표인 안압을 손쉽게 측정할 수 있는 장치다. ‘소리 없는 시신경 살인자’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을 가진 질병인 녹내장은 실명을 일으키는 세계 3대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다이슨은 심사평에서 “홉스를 이용하면 누구나 쉽게 녹내장 검사를 받을 수 있다”며 “개발과 승인이라는 어려운 과정을 헤쳐나가 성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Q. 홉스를 발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팀원 중 한 명의 아버지가 녹내장 진단을 받으셨다. 녹내장에 대해 알아보던 중 예방을 위해 안압을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직접 병원에 찾아가 온종일 안압 검사를 받아야 하는 등 불편함이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 시중의 안압계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문 교육을 받아야 하고 마취를 해야 하는 반면, 측정 결과는 부정확했다. 안전하면서도 정확도가 높고 저렴한 안압 측정장치가 개발된다면 녹내장 환자와 건강관리가 필요한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Q. 어떤 과정을 거쳐서 개발했는가?
첫 시제품은 안압 센서를 거대한 전자장치에 고정하는 거치대 형태였다. 이후 환자와 임상의들의 조언을 듣고 센서를 장갑에 내장하는 형태로 수정했다. 장치의 크기와 무게를 줄이고, 블루투스 기능을 추가하는 등 몇 차례 개선을 거쳤다. 측정된 데이터는 모바일 기기와 연동해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해 기계학습을 적용하면서 정확도도 개선했다. 
이 모든 과정은 환자와 임상의들의 의견을 받으면서 진행했다. 사용자 경험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다. 아이디어 구상부터 현재까지 약 8개월이 걸렸다.

 

Q. 홉스를 통해 구현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전문가용이 아닌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장치인 만큼 사용성과 연결성에 집중했다. 기존 장치와 달리 눈꺼풀 위에서 안압을 진단한다. 각막에 손상을 줄 위험성이 낮다. 측정된 데이터는 임상의가 접근할 수 있는 클라우드에 업로드된다. 측정 기록을 확인하고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 의료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Q. 어려움은 없었나?
물론 많았다. 가정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안압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사람마다 신체조건이 달라 이를 고려해야 했다. 이런 조건을 모두 기계학습시키기 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사용법도 직관적으로 설계해야 했다. 장치의 크기를 줄이는 것도 난관이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전문가들로부터 시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 성능을 개선하면서 사용자 경험을 최적화할 수 있었다.

 

Q.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홉스의 성능을 더욱 높여나갈 것이다. 임상의와 협력해 더 많은 환자의 데이터를 수집할 계획이다. 계속해서 성능을 높이고 최적화해낼 것이다. 우리 연구팀의 센서 기술이 로봇 공학이나 의학 분야와 같은 다른 분야에도 확장될 수 있으면 좋겠다.

 

● 지속가능성 부문 우승작

쉽고 빠른 재활용, 플라스틱 스캐너


2005년 시작된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는 매년 국제전 우승작과 입상작을 선발해왔고, 2020년부터 지속가능성 부문을 새롭게 추가했다. 
지난해 지속가능성 부문에서는 영국의 발명가 제리 드 보스가 우승했다. 그가 발명한 플라스틱 스캐너는 저렴하면서도 전 세계 대부분의 플라스틱 종류를 구분할 수 있다. 평소 플라스틱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자신의 발명품을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자료를 공개했다. 자신의 발명이 많은 이들의 참여를 통해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이기를 바라고 있다.

 

 

Q. 플라스틱 문제에 평소에도 관심이 많았나?
플라스틱 문제에 관심이 많아 이전부터 프레셔스 플라스틱(Precious plastic)이라는 비영리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새활용)하기 위한 장치의 설계를 공유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다. 활동을 하며 폐플라스틱 오염의 부정적인 면을 볼 수 있었다.

 

Q. 플라스틱 스캐너 개발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때 분류작업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일부 대규모 분류 공장에서는 적외선을 사용하는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손으로 분류를 하고 있었다. 누구나 손쉽게 자동화 기술을 써서 재활용에 동참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 생각해 개발을 시작했다.

 

Q.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는가?
해양에 쌓이는 플라스틱 쓰레기 대부분이 저소득 국가로부터 발생한다는 연구가 있다. 이들이 자체적으로 플라스틱 재활용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공장에서 사용하는 적외선 장치는 가격이 비싸다. 비용 절감을 위해 ‘이산 적외선 분광법’이라는 기술을 활용했다. 정확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대부분의 플라스틱을 선별할 수 있다. 개발에 관련된 자료도 무료로 배포했다. 회로기판의 제작법과 이를 휴대용으로 만드는 방법을 담았다. 누구나 해당 장치를 만들고, 개선할 수 있다.

 

Q.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곳이 있다면?
ReReMeter라는 오픈소스 연구 프로젝트에서 이산 적외선 분광법 기술을 찾았다.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이 많지만 재활용에는 어려움을 겪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케냐 등 국가의 재활용업체와 진행한 인터뷰도 도움이 됐다. 이들을 바탕으로 프로토타입을 개발할 수 있었다.

 

Q. 앞으로의 목표는?

기계학습과 임베디드 시스템 분야의 친구들과 함께 새로운 프로토타입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우리의 프로젝트에 다른 사람들이 더 쉽게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플라스틱 스캐너와 관련된 오픈소스 자료를 더 풍성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산 적외선 분광법
적외선 대역의 일부 주파수 파장만을 이용해 분석하는 기법. 환경 모니터링이나 산업 공정제어 등 특정 파장만으로도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분야에서 활용된다. 

 

●의료 부문 우승작

긴급 지혈 장치로 생명을 구하다

지난해에는 예외적으로 의료 부문에서도 우승작을 발표했다. 인체와 생명에 직결되는 문제에 주목한 작품이 많았던 덕이다.
의료 부문 우승은 영국의 젊은 발명가 조셉 벤틀리에게 돌아갔다. 그가 개발한 ‘리액트’는 상처의 출혈로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를 위한 지혈 장치다. 다이슨은 심사평에서 “엔지니어가 세계 이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줬다”라며 “이것이 바로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를 개최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Q.리액트 개발에 뛰어든 계기가 있는가?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였다. 두 명의 친구가 흉기 난동 사건으로 큰 상처를 입었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었지만, 크게 다친 친구들과 그들의 가족을 보며 무언가 도움이 될 일을 하고 싶었다. 
날카로운 흉기에 상처를 입으면 대부분 과다출혈이 발생한다. 런던 시내에서 구급차가 사건 현장에 도착하는 데 10분 정도가 걸린다. 하지만 과다출혈로 인해 약 5분 내에 생명이 끊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Q.개선하고자 하는 문제는 무엇이었나?
출혈을 막기 위해 보통은 거즈로 상처를 강하게 눌러 혈관을 막는다. 환자가 느끼는 고통은 크지만, 출혈을 신속하게 멈출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상처가 큰 부위에 적합하지 않고, 수술에 들어가면 거즈를 제거하기 위해 수술이 복잡해진다. 이를 대체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Q.리액트의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었나?
해결책은 구급대원들과 응급처치 전문가들의 조언에서 찾았다. 흉기에 의한 상처를 다룰 때 흉기를 절대 뽑지 않는다고 했다. 흉기가 상처 부위에 내부적인 압력을 주면서 내부 출혈을 막고 있다는 이유다. 
리액트는 이 원리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실리콘으로 제작한 풍선이 상처 부위에서 상처의 모양에 맞춰 자동으로 팽창한다. 지혈 효과가 좋고 수술할 때 제거하기도 쉽다.

 

Q.개발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시제품 개발 시 지혈에 필요한 압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실리콘 풍선의 모양과 두께, 강성 등 다양한 조건을 바꿔가면서 13번에 걸쳐 시험했다. 밸브도 7번에 걸쳐서 개발했다. 현재까지 약 1년이 지났지만, 리액트는 여전히 개발 단계에 있다. 문제에 공감한 많은 의료진이 시험을 돕고 있다.

 

Q.리액트가 바꿔놓을 응급 현장의 변화는?
리액트의 가장 큰 장점은 적용 방법이 단순하고 팽창 절차를 자동화했다는 것이다. 구급대원들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개선점들을 제시했다. 
리액트를 사용하면 1분 내로 출혈을 멈출 수 있다. 한시가 급한 흉기 난동 피해자를 살려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Q. 앞으로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공식적인 치료 방법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의료 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몸에 기구를 넣는 침습형 의료 기술 시험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현재 가장 안전하고 정확한 시험 방법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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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과학동아 정보

  • 이병철 기자
  • 사진

    다이슨
  • 디자인

    이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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