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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머슴이 된 별 토사공

밝은 별 북락사문이 외롭게 빛나는 이유

가을이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가을걷이다. 가을 밤하늘에도 가을걷이와 관련된 별들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다. 이 가운데 착한 머슴 토사공과 욕심 많고 덩치만 큰 머슴 북락사문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보자.

가을 하늘에 보이는 옛별자리들은 크게 죽음, 군대, 독서, 가을걷이와 관련된다. 죽은 조상의 신주를 모시는 곳인 사당을 뜻하는 허수, 죽음의 위험을 뜻하는 위험 위수(危宿), 무덤을 뜻하는 분묘 별자리 등이 죽음을 나타낸다. 또한 천대장군, 우림군, 북락사문 등의 별자리는 군대를 나타낸다. 그리고 실수와 벽수는 서양 페가수스자리의 네모난 창문이란 별명을 갖는데, 이 중에서 벽수는 하늘나라의 도서관이다. 서양 별자리로는 양자리에 해당하는 밥통 위수(胃宿)는 하늘나라의 곳간이며, 주변에는 천균, 천름, 천창 별자리 등이 있으니 모두 창고나 낟가리를 뜻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 조상들은 가을철 별자리에는 별로 주목하지 않았던가 보다. 물론 가을철에는 밝은 별이 별로 없기 때문인 듯하다. 농사와 관련이 있는 옛날 별 이야기를 간신히 하나 찾을 수 있지만 그 또한 이야기가 너무 엉성하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 참에 가을철 별자리에 재미난 이야기 하나를 붙여주기로 했다.

크고 사나운 소 부리는 방법

옛날에는 자기 논이 없는 사람들은 남의 집 머슴살이를 했다. 어느 마을에 덩치가 크고 힘이 항우 장사인 머슴이 살았다. 다른 머슴들은 도저히 힘으로 이 머슴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덩치 큰 머슴은 자기 힘을 내세워 주변의 모든 일감을 다 차지했다. 더군다나 벼농사를 짓는데 아주 중요한 물꼬(논에 물을 대는 좁은 어귀)도 독차지했다. 또 덩치 큰 일꾼은 주인을 꾀어 마을의 소를 모두 세내 버렸다.

물론 일감을 구하지 못한 다른 사람들은 가난에 시달렸지만 힘으로는 도저히 당해낼 재간이 없었으므로 속으로 분을 삭일 수밖에 없었다. 다른 마을로 가봤자 낯선 사람에게 일감을 줄 리가 만무했다. 사람들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면서 심지어 하늘을 원망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마을에 덩치가 아주 작은 일꾼이 하나 나타나 품을 팔려고 했다. 다행스럽게도 덩치 큰 머슴의 미움을 샀기 때문에 일꾼을 구하지 못하던 지주가 있었다. 이 지주는 덩치 작은 머슴에게 논일을 맡겼다.

그 집에는 크고 사나운 소가 있었는데, 이 소는 어찌나 제멋대로인지 덩치 큰 머슴조차도 부리지 못했다. 농사를 지으려면 소가 있어야 하는데 마침 잘됐다는 듯 덩치 작은 머슴은 이 소로 농사를 짓겠다고 했다. 땅 주인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면서도 다른 뾰족한 수도 없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허락했다.

작은 머슴은 먼저 큰 소에게 가까이 가 여물을 주었다. 다른 사람들은 큰 소가 무서워서 여물통에 여물을 넣어서는 멀찍이 떨어져서 여물통을 슬그머니 들이밀어 넣었던 것이다. 그러나 덩치 작은 일꾼이 큰 소 옆에 다가가면 무슨 신비한 힘을 지녔는지 오히려 소가 무서워서 벌벌 떨었다. 물론 사람들은 어찌된 영문인지도 몰랐다. 그래서 이 머슴은 큰 소를 부려서 나무도 하고, 논도 갈 수 있었다.

게다가 이 작은 머슴은 힘이 어찌나 장사인지 덩치 큰 머슴도 당해낼 수 없었다. 한번은 덩치 큰 머슴과 물대기 힘겨룸을 했다. 덩치 큰 머슴은 덩치 작은 일꾼을 얕보고 덤벼들었다. 그러다가 작은 일꾼에게 단지 손목만 잡혔는데도 큰 머슴은 손목을 빼낼 수가 없었다. 물대기 힘겨룸은 덩치 작은 일꾼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그래서 논에 물도 수월하게 댈 수 있었다. 결국 미뤄오던 모내기도 제때에 끝낼 수 있었다.

덩치 큰 머슴은 작은 소를 몰고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맡은 일감을 모두 소화하지 못했다. 그러나 다른 머슴들은 이를 비웃으며 슬슬 피하면서 팔짱을 끼고 나몰라라 할 뿐이었다. 더욱이 작은 일꾼과 힘겨룸에 졌기 때문에 논에 물도 제대로 대지 못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덩치 큰 머슴은 그만 농사를 망쳐버렸다. 반면 덩치 작은 일꾼은 풍성한 가을걷이를 했고, 자기가 받은 품삯을 전부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서양 페가수스자리의 네모난 창 문은 동양의 벽수와 실수의 일부 다. 벽수와 실수를 따라 각각 남 쪽으로 내려가면 토사공과 북락사 문을 만날 수 있다. 또 천창은 토 상공이 데려간 소다.


가을 밤하늘의 네모난 창문

이제 주변에서 이 덩치 큰 머슴에게 일감을 맡길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덩치 큰 머슴은 결국 크게 손해를 보고 한밤중에 쫓기듯 도망쳐야 했다. 그러자 어디선가 나타났던 덩치 작은 일꾼은 작별인사를 고했다. 그러면서 "이 큰 소는 갖고 있어 봤자 부리지도 못할 테니 품삯 대신 내가 데리고 가겠소.”했다. 소를 끌고 가는 작은 일꾼이 아쉬워서 주인은 누구인지, 그리고 어디로 가는지 물었다.

“나를 보려면 가을 하늘에서 네모난 창문을 찾으시오. 왼쪽 두 별을 잇는 선을 아래로 늘이다가 만나는 제일 빛나는 별 하나가 바로 나요. 그리고 그 덩치 큰 머슴은 오른쪽 두 별을 잇는 선을 늘여서 남쪽으로 가다보면 보이는 아주 덩치 큰 별이오.”덩치 큰 머슴별이 바로 동양에서는 ‘하늘나라 북쪽 변방 마을에 있는 군사용 성문’이라는 뜻인 북락사문이라 부르는 별이다. 서양에서는 물고기자리의 으뜸별 포말하우트에 해당한다. 자기 힘만 믿고 아량을 베풀지 않던 큰 머슴은 하늘에서도 주변에 친구별이 없이 외로이 빛나고 있다.

북락사문보다 조금 어둡지만 비교적 밝은 별이 그 뒤를 따라가는데, 덩치 작은 일꾼으로 변신했던 이 별은 바로 동양에서는‘하늘나라 토목공사를 맡은 고위관리’인 토사공이라 부르는 별이다. 서양에서는 고래자리의 버금별 데네브 카이토스로 불린다.또 덩치 작은 일꾼이 끌고 간 큰 소는 바로 하늘곳간 천창 별자리다. 천창 별자리는 서양의 고래자리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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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박승철
  • 안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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