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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말만 해도 LED는 일반인은 물론 전공자에게도 다소 생소한 분야였다. 학부 때 반도체 관련 수업을 듣고, 손톱보다 작은 첨단 반도체의 신비에 푹 빠졌다. 이를 전공해보고 싶은 마음에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다. 서울대 내 반도체 관련 연구실들을 찾아다녔다. 그러던 중 윤의준 교수가 지도하는 화합물반도체 에피성장 연구실을 접했다.

당시 연구실은 청색 LED 개발 연구를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화합물반도체 물질로 만든 조그마한 LED소자에 전기신호를 보내 빛을 만든다는 사실이 매우 신기했다. LED칩 내의 활성층을 바꿔 다양한 영역의 색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됐다.

화합물반도체 에피성장 연구실은 결함이 적고 우수한 물성을 갖는 화합물반도체 물질을 성장시키고 이들의 물리적, 화학적 특성을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우수한 발광효율을 갖는 LED소자를 연구해왔다. 그중 필자는 유기금속화학기상증착기를 이용해 대표적인 화합물반도체 중 하나인 질화인듐갈륨을 성장시켰다. 물질 내 인듐과 갈륨의 상대적 비율을 조절해 자색, 청색 및 녹색의 발광파장을 갖는 고품위의 질화물반도체 에피층을 성장시켜 LED소자를 제작하는 연구를 했다.

LED소자를 제작할 때 질화인듐갈륨층과 질화갈륨층을 수 나노미터(1nm=10-9m) 두께 수준에서 교대로 적층하는 양자우물 구조를 주 활성층으로 이용한다. 양자우물 구조 형성시 질화인듐갈륨층 내의 인듐 조성이 20%를 넘기기 힘들어 발광파장의 조절이 쉽지 않다. 또 질화인듐갈륨층 내부의 인듐 조성이 증가할수록 에피층의 물성이 급격히 떨어지므로 이를 해결할 새 방법이 필요했다. 필자는 박사과정 때 작성한 논문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을 제시했다고 평가받으며 오랜 연구과정의 보람을 얻었다.

연구실에서는 기존의 양자우물 구조 외에도 양자점, 나노선을 이용한 새로운 형태의 활성층 구조도 연구했다. 이들의 모양과 밀도를 효과적으로 제어해 다양한 발광파장과 우수한 발광효율을 지닌 LED소자를 제작했다.

화합물반도체 에피성장 연구실에서의 생활을 돌이켜보면 자유롭게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최고의 시간이었다. 좋은 연구 시설에서 좋은 동료들과 함께 화합물반도체와 LED소자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유수 기관을 경험하며 우리 연구실의 세계적인 수준을 몸소 깨달았다.

현재 우리 연구실을 졸업한 연구원들은 LED, 반도체 관련 기업과 국내외 학계로 진출해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앞으로 LED의 쓰임새는 더 다양해질 전망이다. 지구온난화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저전력, 장수명, 친환경 조명인 LED의 고효율화와 대중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권순용

서울대 재료공학부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에서 전자재료전공 공학 석박사를 마쳤다.

미국 예일대와 UCLA에서 박사 후 과정을 3년간 보내고 현재 울산과학기술대 기계신소재공학부 조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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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권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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