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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언어습득 장애에 관련된 유전자가 발견돼 화제다. 영국 옥스퍼드대 웰컴 트러스트 인간유전학 센터의 앤터니 모나코 박사는 네이처 최근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뇌의 언어회로 기능을 작동시키는 유전자가 7번 염색체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FOXP2’ 유전자로 명명했다고 밝혔다.

언어장애 가족 3세대 걸쳐 조사

“어린 아이의 옹알거리는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은 본능적으로 말하려는 경향을 갖고 있다.”

우리에게 ‘종의 기원’으로 잘 알려진 영국의 유전학자 찰스 다윈의 말이다. 다윈의 말처럼 우리는 본능적으로 말을 따라하며 이를 반복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언어를 습득한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인 결함을 갖고 있는 사람은 이런 자연스런 기능을 실행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언어장애의 원인에 대해 다양한 연구를 해왔지만 그 구체적 증거는 찾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모나코 박사의 연구결과로 언어 습득에 필요한 유전자의 위치와 기능이 밝혀진 셈이다. 뇌에는 언어습득에 필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기능의 발달을 차단시켜 결국 언어장애를 일으키는 유전자 결함이 발견된 것이다.

모나코 박사는 런던에 있는 아동보건연구소의 발달인식 신경과학부 연구팀과 함께 언어장애를 겪고 있는 3세대에 걸친 가족을 연구했다. 언어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발음이나 단어 순서가 이상했으며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증세를 나타냈다. ‘KE’라고 불리는 이 가족은 전체 식구의 절반 가량인 24명이 자폐증, 정신지체, 청각상실 등과 관계없는 언어장애를 갖고 있었다. 연구팀은 수년간에 걸친 연구 끝에 1998년 언어장애를 일으키는 변이가 7번 염색체에 있다는 점을 알아내고 이 부분을 ‘SPCH1’이라 이름 붙였다.

그 후 이런 변이를 일으키는 유전자를 찾는 과정에서 연구팀은 이 집안에 속하지 않은 5세 어린아이가 같은 형태의 언어장애를 갖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아동은 7번 염색체의 한 부분이 5번 염색체와 바뀐 이른바 ‘전좌’(translocation)라는 DNA 돌연변이를 갖고 있었다. 연구팀의 조사 결과 전좌가 일어나는 분기점은 FOXP2 유전자의 한가운데 있었다.

정상유전자와 염기 하나만 다를 뿐

연구팀은 3년 전에 발견한 SPCH1과 FOXP2가 어떤 관계인지 궁금했다.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KE 집안에서 FOXP2 유전자의 결함을 가진 사람들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이들은 모두 FOXP2 유전자를 구성하는 6천5백개의 염기 중 구아닌(G) 염기 하나가 아데닌(A)으로 바뀌어 있었다.

모나코 박사는 이 조그만 결함이 태아의 뇌발달 과정에서 언어기능 회로에 영향을 미쳐 태어난 아기가 언어장애를 나타내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좌가 일어난 FOXP2 유전자에서 만들어진 이상단백질은 입, 입술, 혀를 움직이는 뇌의 부분을 정상적으로 작동시키지 못해 결국 언어장애가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과학계에서는 언어와 관련된 유전자가 발견됨으로써 언어장애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번 발견이 인간의 의식적인 생각을 가능케 하는 생물학적 뿌리를 찾아내고 나아가 인간의 의미를 정의할 수 있는 유전학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 말하고 있다.

그러나 모나코 박사는 “FOXP2 유전자의 발견은 인간행동 유전자의 세계로 들어가는 출입구 하나를 겨우 발견한데 불과하다”며 “이 유전자를 ‘언어 유전자’로 부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밝혔다.

미국 매사추세츠대 뇌-인식과학의 스티븐 핑거 박사는 FOXP2가 인간의 언어기능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임이 확인된다면“21세기의 첫 10년은 인식유전학의 동이 트는 10년이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