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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 선두주자로 나선 제약계의 최고참 '동화약품'

획기적 간암치료제 밀리칸주 탄생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제약회사, 부채표란 상표로 유명한 동화약품이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 신약 3호인 밀리칸주의 판매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획기적인 간암치료제가 나오기까지 한편의 드라마를 감상해보자.

동화약품. TV 광고를 통해 몇번 들어본 듯한 이름인데, 어떤 회사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힌트를 하나 주자. 부채표와 활명수와 관련 있다면? “아!”라는 감탄사와 함께 머릿속을 매운 안개가 걷힌다. "부채표가 아닌 것은 활명수가 아닙니다”라는 광고 카피에서 알 수 있듯 동화약품은 부채표와 활명수로 유명한 우리나라의 제약회사다. 구한말인 1897년 우리나라 최초의 제약회사로 출발한 이후 현재까지 부채표를 상표로 사용하고 활명수라는 소화제를 생산했으니 낯익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활명수로만 기억되기 쉬운 동화약품에서 최근 새로운 의약품을 들고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획기적인 간암치료제로 기대되는 ‘밀리칸주’가 그 주인공이다. 전통 속에서 밀리칸주란 신약이 어떻게 피어났는지 동화약품의 저력을 알아보자.

세번째 신약 탄생하다

다양한 의약품 중에서 왜 동화약품의 밀리칸주가 눈에 띄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 밀리칸주에 대한 신상명세서부터 간단히 살펴보자.

우선 밀리칸주란 이름 자체가 생소할 수 있다. 의약품 이름으로 사용한 ‘밀리칸’은 기적(miracle)의 간암(liver cancer) 치료제란 뜻으로 영어 앞글자를 따서 만든 새로운 단어고, ‘주’는 병원에서 사용되는 주사액제에 흔히 붙는 말이다. 의약품 이름에 기적이란 말을 직접 사용했다는 사실 하나에서도 동화약품이 밀리칸주에 거는 기대를 느낄 수 있다.

밀리칸주를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 자체 기술로 개발된 신약이기 때문이다. SK케미컬의 항암제 ‘선플라주’와 대웅제약의 당뇨성 족부궤양 치료제 ‘EGF’에 이은 국내 세번째 개가다. ‘신약이라니 대단한데’ 하면서도, ‘우리나라에서 이제 겨우 세번째 신약이 개발된거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신약 하나를 만드는 일이 그만큼 보통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신약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연구진과 시설, 그리고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고급 인력은 있어도 투자가 되지 않아 신약개발 분야에서 선진국에 많이 뒤쳐졌다는 얘기를 듣는다. 제약회사 입장에서 결과를 알 수 없는 신약에 투자하는 것보다 선진국이 개발한 신약을 가져와 기술개발료를 주고 생산하는 일이 손쉽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4백여개의 제약회사 중에서 동화약품을 주목해야 하는 첫번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화약품은 신약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밀리칸주가 탄생하기까지 들어간 약 43억원의 개발비 중 정부로부터 3억원을 지원받기는 했지만 나머지는 모두 동화약품에서 감당했다. 어쩌면 무모해보일 수도 있지만, 신약개발에 대한 자신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신약개발에 대한 동화약품의 투자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7년 우리나라에 물질특허가 처음 도입됐을 때 제약회사들이 술렁였다. 물질특허란 화학적 방법으로 제조되는 물질 자체에 부여되는 특허 제도다. 물질특허가 도입되면서 여러 화학물질에 대한 특허 문제 때문에 우리나라의 제약회사들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그런데 동화약품은 과감히 신약개발에 투자했다. 새로운 물질을 개발하면 오히려 물질특허가 보호막을 해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었다고나 할까. 이와 같은 생각은 1997년 IMF 경제 위기가 터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동화약품에서 개발한 간암치료제 밀리칸 주는 주사를 통해 몸속에 들어가 암세포 와 싸우는 우리나라 신약 3호다.


신체 내에서 직접 싸운다

동화약품이 개발한 신약 밀리칸주는 어떻게 간암을 치료하는 것일까. 이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해서 암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자. 암은 정상세포와 달리 조직 내에서 다른 세포들을 무시하고 무제한으로 증식하는 세포다. 계속 증식하다보면 종양이라는 암덩어리를 형성하면서 결국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현재 암은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는 주요 질환이지만 아직 뚜렷한 치료법은 개발되지 못한 상황이다.

밀리칸주는 암세포와 싸우는데 방사선 물질을 사용하는 의약품이다. 방사선 물질이 암 치료에 사용되는 것이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암환자의 경우 암조직을 제거하기 위해 수술을 하는데,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암조직이 있을 경우 이를 없애기 위해 방사선 물질을 사용해 치료했다. 방사선 중 감마선을 쬐면 암세포는 증식을 멈추고 완전히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방사선이 체내의 암조직을 녹여버린 셈이다.

하지만 방사선 치료의 문제점도 만만치 않다. 암세포를 완전히 없애는데 사용되는 감마선은 조직을 투과하면서 정상 세포에게도 피해를 준다. 이 때문에 암환자는 부작용으로 고생하고, 또 치료 효율이 떨어져 더 많은 감마선을 쬐어야 하는 상황을 겪게 된다.

그렇다면 체내에 방사선을 내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직접 투입하면 어떨까. 외부에서 쬐는 것보다 암조직에 직접 투입된 방사성 동위원소는 훨씬 적은 방사선으로도 효과적으로 암세포를 상대하지 않을까. 이것이 바로 방사성의약품인 밀리칸주가 간암을 상대하는 원리며, 더욱 돋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방사성 동위원소를 몸속에 투입해 간암을 치료하는 밀리칸주의 기본 아이디어는 원자력연구소 하나로연구이용단 단장인 박경배 박사가 제공했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원자력연구소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왜 동화약품에서 의약품으로 나온 것일까. 이 사실에 동화약품을 주목해야 할 두번째 이유가 있다.

사실 원자력연구소는 방사선 연구에서는 탁월하지만 실제 의약품을 만들고 상품화하는 제약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반면 동화약품은 제약은 잘 알고 있었지만 원자력연구소의 도움 없이는 방사선 연구가 불가능했다. 신약을 탄생시키기 위해 국가 연구기관과 민간 기업이 서로 힘을 합친 좋은 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 이런 측면에서 동화약품은 여러 대학과 연구소와의 교류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밀리칸주 외에도 항균제 트리메토프림은 한국과학기술원(KIST)과 공동연구를 통해 합성할 수 있었다. 트리메토프림은 우리나라에서는 동화약품만 생산하는 의약품으로, 전세계에 사용되는 트리메토프림의 20%를 책임지고 있다.

암조직에 머무는 비법

신약 탄생의 첫 단계는 생체에 투입돼 암세포와 싸울 방사성 물질을 선택하는 일이었다. 여러 방사성 물질 중 베타선을 방출하는 동위원소 물질들이 후보에 올랐다. 감마선에 비해 베타선이 조직을 투과하는 거리가 짧기 때문이다. 외부에서는 멀리 가는 감마선이 한수 위지만, 생체에서 암세포와 직접 대면해 싸우기에는 오히려 짧게 가는 베타선이 주변에 피해를 적게 주기 때문에 더 적당하다는 얘기다.

박경배 박사가 선택한 홀뮴 동위원소는 분자량 165에서 안정한 상태다. 그런데 원자로에 집어넣어 중성자를 쬐어주면 핵 속으로 중성자가 들어가 분자량 166의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 이 홀뮴 동위원소가 다시 안정한 상태로 돌아가면서 방사선을 내는데, 95% 정도가 베타선이다. 이 베타선은 체내에서 2-8mm 정도 투과하는데, 2mm 정도 투과하는 것이 90% 정도다.

이제 홀뮴을 질병 부위 주변에 효과적으로 배치만 할 수 있으면 획기적인 신약 탄생이 가능하다. 체내 투입된 방사성 동위원소가 암 조직 주변에 머물지 않고 전신을 돌아다니면, 정상 세포들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홀뮴 동위원소와 체내에서 결합해 한 장소에 머물게 하는 물질로 무엇이 적당할까. 고체를 선택해 유리 알갱이처럼 만들어 조직에 박혀 있도록 해야 할까. 연구팀은 고심 끝에 키토산이란 고분자 물질을 선택했다. 키토산은 게와 새우 같은 갑각류 껍질의 구성성분인 키틴을 가수분해해서 만들어진다. 사실 키토산은 만병통치약이라 불릴 정도로 건강보조식품에도 많이 사용되는 천연고분자 물질이다. 3가 중금속과 강력한 수소결합을 하기 때문에 홀뮴을 결합해 붙들고 있는데 문제가 없다. 그런데 연구팀이 키토산을 선택한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키토산은 산성이면 액체 상태지만, 중성이면 고체인 겔(gel) 상태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주사액처럼 사용할 수 있고, 고체처럼 굳기 때문에 한 곳에 머무는 일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드디어 1997년 키토산과 홀뮴을 산성 상태에서 결합시킨 주사액인 밀리칸주가 신약 후보로 모습을 드러냈다. 밀리칸주를 체내에 주사하면, 체내는 중성이기 때문에 주사액이 겔처럼 굳는다. 따라서 간암조직에 주사를 하면, 홀뮴은 이동하지 않고 간암조직에 계속 모여있게 된다. 체내에 투여한 약이 전신으로 돌아다니지 않고, 질병 부위에만 효력을 보이는 밀리칸주의 비밀이다.

밀리칸주가 신약 후보로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동화약품을 주목해야할 세번째 이유가 있다. 단순히 새로운 물질 발견에 그치지 않고, 실제 의약품 탄생을 뒷받침한 동화약품의 체계적인 연구시스템이다. 동화약품은 1973년 국내 업체로는 드물게 독립연구기관으로 중앙연구소를 설립했는데, 상당히 과감한 투자라 할 수 있었다. 중앙연구소에 들어서면, 약의 원료를 개발하는 유기합성연구실, 합성된 물질의 효능을 검증하는 생물공학연구실, 식물에서 신약 물질을 탐색하는 천연물연구실(분석연구실 겸), 약의 형태를 개발하는 제제개발연구실, 약의 활성과 안전성을 연구하는 약리독성연구실이 차례로 위치하고 있다. 1층에서 4층까지 이어지는 연구소를 둘러보면 신약이 탄생하는 전과정을 차례로 만나는 셈이다. 70여명의 연구인력이 서로 협력하며 신약 개발을 함께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안양에 위치한 동화약품 공장. 현재 동화 약품은 4백여종의 의약품을 생산해 4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임상시험 효능 입증

밀리칸주가 모습을 드러냈어도 의약품으로 직접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커다란 난관이 남아있었다. 바로 의약품으로 안전한지, 그리고 효능이 어느 정도인지를 검증하는 임상시험 단계다. 의약품은 인간의 생명과 직접 관련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엄밀한 임상시험이 진행된다.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따라서 그동안 우리나라는 까다로운 임상시험을 감당하지 못하고 외국 제약회사에 라이선스를 팔아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동화약품의 밀리칸주는 과감히 임상시험 단계에 돌입한다.

임상시험은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연세의대 이종태 교수의 주도 아래 실시됐다. 일반적으로 임상시험은 정상인을 대상으로 사람에 안전한지를 파악하는 임상 1상, 그리고 환자를 대상으로 약효를 평가하는 임상 2상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밀리칸주의 경우 세포를 녹이는 방사선 동위원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을 통해 어느 정도 투여해야 가장 효과가 큰지가 밝혀졌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등에서 진행된 간암 치료에 대한 임상 2상 결과 79.3%의 유효율을 보였다. 유효율이란 의약품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보통 항암제의 유효율이 20-30% 정도고 50%만 돼도 획기적이라고 말하는 상황에서 79.3%의 유효율은 놀라운 수치일 수밖에 없다.

현재 밀리칸주는 간암 치료에서 검증이 끝난 상태에서, 류머티스 관절염에 대한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시험도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전립선암이나 구강암에 대한 치료 효과를 탐색하는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 가능한 범위를 확대해갈 예정이다. 현재 밀리칸주는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이미 특허 등록이 끝났고, 유럽과 일본, 중국에서 특허를 출원중이다.

밀리칸주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동화약품은 현재 간암 치료로만 우리나라에서 년간 3백억원 정도의 시장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와 같이 간암 발생률이 높은 나라들도 주요 시장으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인데, 아직 그 규모를 파악하기는 이르다.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로도 협상이 진행중인데, 2천만달러(약 2백70억원) 이상의 기술수출료를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의약품이 크 게 공헌하고 있다. 신약 개발이 중요 한 이유다


이제 첫발 내딛은 셈

동화약품을 주목해야할 마지막 이유는 동화약품이 쌓아온 노하우가 결코 녹녹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제약부분에서 동화약품이 키워온 풍부한 노하우를 모두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1백여년의 역사에 현재 4백여종의 의약품과 30여종의 원료의약품을 생산해 40여개국에 수출할 정도다. 동화약품의 노하우는 한국 기네스인증서를 통해서도 대략 짐작할 수 있다. 동화약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제조회사로, 가장 오래된 제약회사로, 최장수 의약품인 활명수로, 또 가장 오래된 상표인 부채표로 4개 부분에서 한국 기네스북에 올라있다.

동화약품이 지금까지 생산한 제품을 살펴보면 이런 점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활명수, 까스활명수, 판콜에이, 후시딘 연고, 헬민, 오스칼 등 친숙한 이름들이 넘쳐난다. 동화약품이 자체 기술로 합성에 성공한 전문의약품도 한둘이 아니다. 위장운동기능 개선제 ‘메토클로프라미드’(1972년), 항생제 ‘아목시실린’(1975년), 항궤양제 ‘시메티딘’(1981년), 항히스타민제 ‘테르페나딘’(1987년) 등이 그들이다. 현재 동화약품은 뉴퀴놀론계 항생제 DW-116(프로타진 정)도 개발해 임상 2상을 진행중이다.

1995년 염산암브록솔 합성을 시작 단계에서부터 자체기술로 합성하는데 성공해 ‘IR52 장영실상’을 받았고, 최우수 기업상(1993년, 한국 능률협회 선정), 국민훈장 모란장(1995년), 덴마크 헨링공 명예훈장과 덴마크 기업연합회 상패(1995년), 글로벌 소비자 선호대상(1999년, 컨슈머뉴스 주관), 경제정의 기업상(2000년, 경실련과 한겨레신문 공동주최) 등 최근 수상 실적만 하더라도 굵직굵직하다.

최근 동화약품이 밀리칸주 때문에 주목받고 있지만, 이제 단지 신약 개발 분야에 첫발을 내딛은 것일 뿐이다. 동화약품에서 계속적인 신약 탄생을 기대해본다는 얘기다. 산학협력에 앞장서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제약에 대한 노하우를 가꾸면서 연구하는 동화약품에서 하나의 성공 모델을 찾아볼 수 있다. 동화약품의 앞날을 더욱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화약품 중앙연구소 이끄는 쌍두마차 정용호 소장·류제만 부소장
"세계 수준 신약개발 실현하겠다"


동화약품 중앙연구소 이끄는 쌍두마차 정용호 소장∙류제만 부소장


동화약품에서 진행되는 신약 연구를 직접 느낄 수 있는 현장은 안양에 위치한 중앙연구소다. 중앙연구소를 찾아가면 연구소를 이끄는 쌍두마차라고 할 수 있는 정용호 연구소장과 류제만 부소장((사진 오른쪽과 왼쪽)을 만날 수 있다. 정소장과 류부소장은 중앙연구소에서 진행되는 여러 프로젝트를 나눠 담당하고 있다. 이번에 개발된 신약 밀리칸주는 류 부소장이 연구를 총괄한 경우다.
밀리칸주 발매를 눈앞에 둔 심정을 묻자 류부소장은“기쁘기도 하지만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언론에도 계속 보도되는 등 신약에 거는 주변의 기대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밀리칸주의 이름에 기적(miracle)이란 단어가 들어있다. 기적이란 말을 직접 사용한 것은 좀 과장이 아니냐는 질문에 류부소장은“밀리칸주는 획기적인 의약품이 되리라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고, 환자에게 기적이 되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 담겨있다”고 설명한다.
류부소장은 밀리칸주가 모든 간암을 완전히 치료하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고 한다.“ 밀리칸주의 진정한 효능은 종양이 생긴 초기 간암의 경우에 나타난다”면서“이 경우에 한해 신체를 절개하는 수술 대신 사용할 수 있다”고 분명히 밝힌다. 말기거나 다른 조직으로의 전이가 일어난 간암의 경우 밀리칸주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스라엘과 제휴 맺어 국제시장 공략

정소장도 요즘 신약 개발이 한창이다. 동화약품에서 꾸준히 투자를 해 갖춘 우수한 연구인력과 장비가 있기 때문이다. 정소장은“신약 개발에 15년 가까이 매달려온 연구 결실이 맺어지기 시작했다”면서 자신감을 내비춘다. 밀리칸주뿐만 아니라 B형∙C형 간염치료제, 항감염제, 골다공증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들을 기대해달라는 말이다.

신약이란 말 자체가 지금까지 합성되지 않은 새로운 의약품이란 뜻이다. 전인미답의 길을 걷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신약개발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서는 부족한 점이 많다. 풍부한 자본을 바탕으로 경험을 축적한 선진국의 제약회사와 경쟁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정소장은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동화약품은 최근 이스라엘 XTL사와 기술제휴 계약을 맺었다”면서“동화약품이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을 XTL사에 제공해 전세계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전략을 밝혔다.

중앙연구소에서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은 정 소장과 류 부소장은 사실상 타고난 제약맨이다. 정소장은 고등학교 때부터 약의 신비로움에 매혹됐지만, 주변의 권유로 고려대에서 화학을 전공했다. 동화약품에 입사하고 나서야 학교에서 배운 것과 다른 실제 일을 배울 수 있어 기뻤다고 한다. 류부소장은 서울대 약대 출신으로 제약과 관련된 연구를 계속한 경우다.

최근 류부소장은 신기술과 응용과학기술 분야에서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하는‘제10회 다산기술상’의 대상을 수상했다. 밀리칸주 개발 덕분이다. 류부소장은 동료에게 공을 돌리면서,“ 밀리칸주가 할수 있을까 라는 의문에서 세계적 신약개발도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전환되는 다리가 될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한다. 중앙연구소에서는 정소장과 류부소장이 지금도 흰 가운을 걸치고 새로운 약을 찾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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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김홍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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