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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선수의 발」 무좀

민간요법으로는 잡을 수 없다

손과 발의 피부에 이상이 생기면 무조건 무좀약부터 바르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약을 오용하는 사례다.

국어대사전에서 보면 무좀은 '손, 발가락 사이나 발바닥에 물이 잡히는 부스럼'이라고 기록돼 있다. 무좀이란 병명은 물좀에서 유래됐다. 여기서 좀이란 좀벌레, 즉 옷 종이 등 풀기있는 물건 갉아 먹는 벌레를 뜻하며, 물은 이때 피부에는 물집이 잡히고 진물이 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또한 한영사전에는 athlete's foot, 즉 '운동선수의 발'이라고 번역돼 있다. 의학적으로 볼 때 이러한 정의들은 무좀의 증상이나 특성의 일부만을 기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의학적으로는 무좀이란 손 발 및 손·발톱에 생긴 백선(白癬)을 의미한다. 그 발생 부위에 따라 수부(手部)백선 족부(足部)백선 조갑(爪甲)백선으로 나눈다.

백선(白癬)의 한자 의미는 '흰색의 버짐'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무좀과 마찬가지로 병명으로는 미흡한 데가 있다. 왜냐하면 무좀의 색깔이 백색이 아닌 경우도 많으며 또한 진물이 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운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동물도 아니며 엽록소를 갖고 있는 식물도 아닌 것이 진균(眞菌), 즉 곰팡이다. 곰팡이는 습기가 있는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번식하며 실모양의 균사(菌絲)와 다양한 모양의 포자(胞子)로 구성 돼 있다. 수많은 곰팡이중 특히 동물피부의 각질층이나 털 또는 손, 발톱에 기생하는 것을 피부사상균(皮膚絲狀菌)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 곰팡이가 일으키는 피부질환을 피부사상균증 또는 백선이라고 하고 이것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어디에나 발생할 수 있다.

족부백선 즉 무좀의 원인이 되는 곰팡이는 발에 땀이 많이 나고 양말이나 구두가 습기를 충분히 제거해주지 못할 때 활발히 활동하며, 곰팡이가 잘 자라는 25~30℃의 기온이 유지되는 여름철에 제 철을 만난다.
 


약을 조심해서 사용해야
 

세가지 유형으로 나뉘어

무좀은 매우 흔한 피부질환으로 피부과를 찾아오는 환자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무좀이 많아지고 증상이 심해지는 여름철에는 병원을 찾는 환자의 약 20%까지 점하기도 한다.

무좀은 임상적으로 지간형(趾間型) 소수포형(小水疱型) 및 각화형(角化型) 등 세가지 형으로 구분된다.

지간형은 발가락 사이, 특히 네번째 또는 세번째 발가락 사이의 껍질이 벗겨지거나 심한 경우 불어서 하얗게 되고 진물이 나오기도 하는 무좀이다. 설상가상으로 세균감염이 동반될 경우 악취가 나기도 한다. 세번째 또는 네번째 발가락 사이에 잘 생기는 이유는 그 발가락 사이가 틈이 없이 늘 붙어 있어서 진무르기 쉽기 때문이다. 이것은 만성경과를 취하며 여름에 악화 또는 재발되고 때에 따라서는 심한 소양감(간지럼증)을 동반한다.

한편 발바닥에 생기는 소수포형은 쌀알 정도의 수포가 도톨도톨하게 발바닥의 중간부 위와 발의 가장자리에 많이 생기며 차차 모여 경계가 뚜렷해진다. 이 작은 수포에는 노란색의 끈적끈적한 액체가 차 있다. 대개 이 액체가 흡수되면서 두꺼운 딱지를 형성하는 데 때로는 환자가 긁어서 피부에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작은 수포가 형성될 때 가려움증이 특히 심하며 땀이 많이 나는 여름에 역시 잘 발생한다.

각화형은 주로 발바닥에 생기나 발등까지 퍼질 수 있다. 발바닥의 피부가 거칠어져서 벗겨지게 되는데 그 벗겨진 피부각질 조각 속에 아주 많은 균이 들어 있다. 이러한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많은 균을 뿌리고 다니게 되므로 가족이나 가까운 동료에게 무좀을 옮길 수 있다. 이 형은 가려움증이 별로 없고 만성경과를 보이며 치료에 대한 반응정도가 낮다. 대체로 증상이 심하지 않은 무좀일수록 치료기간은 길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보통 손이나 발에 물집이 생기거나 껍질이 벗겨지거나 하면 모두 무좀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실제로는 곰팡이가 피부에 붙어서 생기는 것만이 무좀이다. 손과 발의 피부에 이상이 있으면 무좀으로 간주하고, 무좀약을 먹거나 바르는 경우가 흔히 있다. 그러나 불필요한 약을 먹거나 바르는 것은 경제적 손실 뿐 아니라 장기간 사용할 때 오는 부작용 등으로 다른 병을 얻을 수 있다.

발에 생기는 피부병중 무좀과 감별해야 하는 것이 수두룩하다. 수장족저 농포증과 한포진(汗疱疹)이라는 피부병이 무좀과 증상이 엇비슷한 질환인데 이들은 잘 낫지 않기로 유명하다. 수장족저 농포증은 손바닥과 발바닥에 불투명한 노란 농포가 생기는 만성 피부병으로 소수포형의 무좀과 증상이 비슷하다. 한포진이라는 병은 무좀을 가리켜 한포상 백선이라고 할 정도로 소수포형의 무좀과 아주 비슷하지만 한포진은 발보다 손에 더 많이 생긴다. 이 병은 손발에 땀이 많이 나고 신경이 예민한 사람에게서 자주 볼 수 있다.

그 밖에도 접촉피부염 세균진 선단농피증 칸디다증 2기매독 비소각화증 약진 등과도 감별해야 한다.

이처럼 손발에 수포 또는 농포가 생기거나 염증이 생기고 허물이 벗겨지는 피부병은 아주 많기 때문에 균검사를 통해 무좀이라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 무좀약을 사용해야 한다.

무좀을 오랫동안 방치하면 결국은 발톱에도 무좀균이 들어가 바르는 약만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발톱무좀이 생기게 된다. 손톱이나 발톱의 경우에는 외용약을 발라도 스며들지 않기 때문에 손톱은 4~6개월, 발톱은 6~8개월 동안 항진균제(抗眞菌劑)를 먹어야 하며 때에 따라서는 발톱을 뽑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조갑백선은 가렵지는 않으나 발톱이 광택을 잃고 누렇게 변색된다. 또 손·발톱이 두꺼워지고 잘 부스러지게 된다. 이와 같이 변형된 발톱은 많은 무좀균을 포함하고 있어서 점차 주위의 발톱 또는 손톱에까지 무좀균을 퍼뜨리고 손과 발에 새로운 무좀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따라서 발톱에 생긴 무좀을 치료하지 않는한 근본적인 무좀치료는 불가능한 것이다.

약을 조심해서 사용해야

무좀균은 보통 피부의 각질층, 즉 표면에 서 0.2~0.3㎜ 정도 밖에 안되는 아주 얕은 곳에 있다. 그러므로 피부에 약을 발라서 고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요즈음에 는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좋은 먹는 약이 나오고 있으므로 바르는 약과 먹는 약을 함께 사용하면 좀더 빠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먹는 약은 발톱까지 무좀균이 퍼져 있거나 발바닥에 광범위하게 생긴 경우에만 복용하는 것이 좋다.

바르는 약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목욕을 막 끝내고 피부가 불어 있을 때 약을 발라야 한다. 보통 아침 저녁 2회 약을 바르고, 양말은 땀을 잘 흡수하는 것으로 매일 갈아 신어야 한다. 이렇게 1, 2개월 정도 끈기있게 치료를 계속해야 하고, 특히 날씨가 더워지기 전에 치료를 시작하면 여름이 되기 전에 완치시킬 수 있다. 흔히 무좀은 잘 낫지 않는다고 하지만 치료의 성과는 약을 끈기있게 계속 바르느냐 아니면 바르다 말다 하느냐에 달라진다.

옛날부터 무좀에는 식초를 바르면 좋다, 태양광선에 쬐거나 약초를 바르면 좋다는 등 민간요법이 있으나 그것으로 근본적인 치유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식초 또는 성분이 잘 알려지지 않은 민간요법 치료제들은 접촉성 피부염을 유발하기 쉬우며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무좀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좀이 생긴 부위를 만진 다음에 손과 손톱을 잘 씻어야 한다. 무좀환자가 사용한 수건이나 양말을 함께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무좀균은 아주 끈질기기 때문에 피부에서 떨어져도 수개월 동안 살아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양말의 올 사이를 통해서 구두에도 균이 새 나갈 수 있으므로, 특히 발에 땀이 많이 나는 사람은 구두나 운동화를 완전히 건조시킨 후 다시 신도록 해야 한다. 청결과 건조는 무좀의 예방에 가장 좋은 무기이기 때문이다.

무좀균의 번식은 비교적 더디기 때문에 하루에 한번이나 두번 씻어내면 피부 속으로는 거의 스며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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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조백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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