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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만 느껴지는 천문교육도 직접 현장에 나가 관측하면서 공부하면 그렇게 쉽고 재미있을 수 없습니다."


이성주 교사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과목에는 천문학이 따로없다. 중학교에는 과학에, 고등학교에는 지구과학 과목에 포함돼 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행성들의 움직임을 공부하고 별들의 운동을 이해하는 일이 즐겁지 못하고 골치만 아픈것이 현실이다. 선생님이 칠판에 그려주고 어려운 수식으로 계산해주는 평균태양일이나 항성시 균시차 등은 '천문'이라면 정나미가 떨어지게 할 정도다.

이론 중심의 천문교육이 갖는 한계다. 선생님과 같이 하루만 야외에 나가 밤하늘을 훝어도 적경 적위가 무엇인지, 북극성의 고도가 그 지방의 위도와 같은 원리는 무엇이며, 여름 은하수가 두꺼운 이유를 금방 깨달을 수 있음에도 학생들은 책상에 앉아 잘 이해되지 않는 그림과 수식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것이다.

아마추어천문가이자 현직 교사(서울 백석중)인 이성주씨(29)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별관측에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통합과학과목의 교사로서 특별활동의 지도교사로서 천문교육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교사의 역할은 여기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아마추어천문가들의 모임인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KAAS)의 교육간사로서 각종 모임의 초빙강사로 야외천문교육의 일익을 톡톡히 담당하고 있다. 특히 KAAS 내의 교사들 모임에는 반드시 참석해 '이론에는 밝으나 실기에는 약한' 교사들의 재교육을 담당한다. 이성주씨는 현직 교사들의 어려운 처지를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있고 교사들도 동료의식이 발동해 창피한(?) 질문도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이 교사가 처음 아마추어 천문가로 입문한 것은 중학 2학년때 '학생과학'에 연재됐던 망원경 제작법을 보고 5인치 망원경을 자작하면서 부터다. 천안에 있는 외갓집에서 접했던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더욱 깊이 숨쉬기 위해서 망원경을 자작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 계룡 광학을 운영하던 유원준씨 등의 도움을 받아 어린 나이로는 넘보기 어려운 망원경을 만들면서 천문가로의 꿈을 무럭 무럭 키워나갔다. 고등학교 때는 거의 단식투쟁을 하다시피 해 모터추적장치가 달린 60㎜ 굴절망원경을 구입해 천체 사진을 많이 찍었다.

중고등학교 때 별들을 헤아리면서 사귄 친구들은 현재 연구원 군의관 직장인 등으로 각 분야에 진출해 있지만 지금도 큰 행사만 있다면 천리를 마다하지 않고 모인다고 한다. 대입 시험준비가 한창인 고등학교 3학년 때 일식이 있었는데 서로 연락도 하지 않았음에도 한사람도 빠지지 않고 다 모인 적도 있다. 이들 중에는 천문학을 전공으로 택한 친구도 있다.

이성주씨는 남을 가르치는 일에 매력을 느껴 서울대 물리교육과에 입학했다. 대학원 시절에는 '밤하늘에는요'라는 책을 만들어 아마추어 천문에 입문하는 사람들의 교육서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 책에는 관측에서 촬영까지 아마추어 천문에 관련된 초보지식들이 잘 정리돼 있다.

또한 동료 선후배들과 모금운동을 벌여(5백만원 모금) 경기도 가평에 천체관측소를 만들기도 했다. 5년이 지난 지금 가평관측소는 부대시설(방 망원경 창고 암실)이 잘 갖춰진 훌륭한 천문교육장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성주씨는 그동안 쭉 관측소 관리를 도맡아 해왔다.

교사가 돼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고부터는 현장교육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히 깨달았다고 한다. "학생들 20여명을 데리고 야외에 나가 랜턴으로 밤하늘을 한번 훑으면서 설명을 했더니 아이들이 좋아서 까무러치더군요. 교사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습니다."

이 교사는 요즘 여기저기 불려다니느라 무척 바쁘다. 과학교사들로부터 초청되는 경우가 많고 KAAS교육간사로 역할을 충실히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혼자 밤하늘을 관측하면서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없는게 안타깝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조그만 사명감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서울대 아마추어 천문회에서 만난 부인이 밤새우는 날이 많은 남편을 이해해 주는 것도 큰 힘.

구름에 가려 별이 한두개만 떠 있어도 총총한 밤하늘이 금방 연상되고 그 별들을 보면서 나누었던 대화와 추억들이 모두 떠오른다는 이성주교사는 앞으로도 당분간 교사들, 학생들과 부단히 만나면서 천체관측의 중요성을 실제로 보여주는데 온 힘을 쏟을 생각이다.


동료교사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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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김두희 기자
  • 사진

    김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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