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조금씩 누래지는 것 같아 여간 속상하지 않다.그런데 아기의 눈을 보면 티없이 맑고 푸르다.어른 눈도 아기 눈처럼 맑고 깨끗한 눈으로되돌릴 수 없을까.
흔히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말한다. 또한 ‘몸이 천냥이면 눈은 구백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 몸에서 눈은 중요하다. 그런데 언제부턴지 눈은 조금 누렇게 돼있는 것 같기도 하고 조금만 피곤해도 빨갛게 충혈이 돼 여간 신경이 쓰이고 속상한 일이 아니다. 어쩌다 티없이 맑고 투명한 아기의 눈을 보면 ‘예전처럼 저렇게 맑고 깨끗한 눈으로 되돌아갈 수 없을까’ 하는 바람이 솟구쳐 오른다. 과연 가능한 일일까.
우선 이 질문에 답을 하기에 앞서 아기 눈의 비밀을 풀어보자. 아기 눈은 맑기도 하지만 흰자위가 푸른색을 띤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래서 더욱 맑아보이는 듯하다. 그렇다면 어른의 흰자위와 아기의 흰자위는 무엇이 다른 것일까.
흰자위가 흰 이유
사람의 눈을 들여다보면 가운데 투명한 부분인 각막, 그리고 그 주위로 반투명한 결막으로 덮여있는 희고 불투명한 공막이 가장 먼저 들어온다. 이는 지름 2.4cm, 무게 약 7g 정도로 탁구공보다 조금 작은, 눈의 최외각 막이다. 재미있게도 각막과 공막의 구조가 상당히 비슷하다. 각막과 공막은 둘다 콜라겐이라는 섬유조직(교원섬유)으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각막은 투명하고, 공막은 불투명하게 보인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날까.
이 둘의 차이점은 세가지. 공막의 경우 각막보다 교원섬유의 굵기가 일정하지 않다. 그리고 교원섬유가 규칙적으로 배열돼 있지 않다. 마지막 차이로는 공막은 각막보다 수분이 많다. 각막은 건조상태인데 반해 공막은 수분이 65-70% 정도 많다. 둘다 같은 양의 수분이 공급되지만, 각막에 분포한 내피세포가 수분을 빼내는 펌프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공막이 각막과 다른 세가지 요인으로 공막은 하얗게 보인다.
이 사실은 각막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만약 각막이 외상을 입으면, 손상된 교원세포가 재생되는데, 이때 새로 재생된 교원섬유는 불규칙적이고, 굵기가 고르지 않기 때문에 각막의 투명도가 떨어진다. 또한 나이가 들어 각막의 수분을 펌프질해주는 내피세포의 능력이 떨어져 각막이 뿌옇게 변한다. 이런 증상을 ‘각막부종’이라고 한다.
혈관망이 비쳐 푸르스름
아기의 눈이 마치 푸른 것처럼 보이는 이유도 바로 공막의 교원섬유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나이가 어릴 때는 교원섬유의 배열구조가 어른에 비해 덜 치밀하고 얇다. 이로 인해 내층의 혈관망이 비쳐보여 조금 푸르게 보이는 양상을 띠는 것이다. 마치 손목 부위의 피부 아래로 핏줄이 푸르스름하게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이후 나이가 들수록 교원섬유의 배열구조가 치밀해지고 두꺼워지면서 아기 눈의 푸르스름한 특징은 사라지고 만다. 아기 눈처럼 되기를 원할 수 없다는 말이다.
더군다나 나이가 들면서 눈도 노화를 경험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공막에 칼슘의 침착이 늘어나고, 혈관과 교원조직 등에서 분비되는 것과 동일한 성분의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침착돼 약간 혼탁한 색상을 띠게 되는 것이다. 또한 담배연기나 매연, 장시간의 콘택트렌즈 착용과 같은 여러 환경 자극에 눈이 노출되면서 염증을 겪게 된 이후에는 더욱 변색이 심해진다.
예를 들어 잦은 알레르기성 결막염이나 유행성 결막염 등을 앓게 된 이후 매우 건조한 상태에서 콘택트렌즈를 자주 사용하면 눈은 엄청난 자극을 받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결막 등에서 혈관의 투과성이 증가돼 칼슘이나 지방, 콜레스테롤과 같은 분비물의 배출이 더욱 왕성해진다. 그리고 염증세포들이 분비하는 물질이나 전달인자들을 공격하고 먹어치우는 일종의 탐식과정이 더욱 활발하게 일어난다. 즉 면역반응이 더욱 진행, 반복되므로 변색이 눈에 띄게 심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변색된 흰자위를 되돌릴 뾰족한 방법은 없을까. 유감스럽게도 이미 변색된 흰자위를 되돌릴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 단지 더이상의 변색이 일어나지 않도록 잦은 자극을 피해주는 것뿐.
특히 여성의 경우 눈이 자주 피로하고 충혈이 있을 때 드물지 않게 눈이 건조해지는 증상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이때 인공누액을 자주 주입하거나 실내 습도를 올려주는 등의 환경요법 등을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아주 변색이 심한 부위나 검은 점이 있는 경우에는 수술로 변색부위를 절제해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 경우 3-4mm 이내의 아주 작은 범위에만 해당되며 전체적으로 범위가 넓은 부위에는 수술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눈은 사후처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실핏줄이 부어 나타나는 증상
“내 토끼눈 좀 어떻게 해주세요.”
“눈이 항상 충혈돼서 정말 고민이예요.”
눈에 관한 또하나의 고민되는 증상은 일명 토끼눈, 즉 충혈이다. 쉽게 보이기 때문에 주위의 지적을 자주 받게 되는, 매우 신경이 쓰이는 증상이다. 의학적으로 충혈은 흰자위에 분포돼 있는 실핏줄(모세혈관)이 붓는 현상이다. 평소에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얇은 실핏줄이 염증이나 자극에 의해 확장되고 두께가 증가돼 핏발이 나타나는 것이다. 흰자위에 분포하는 실핏줄은 눈꼬리나 눈머리에서 시작해 가로로 나아가 눈동자 주위를 둘러싸게 된다. 그래서 은하수처럼 가로로 충혈돼 보일 수도 있다. 특히 잠잘 때 눈을 약간 뜨고 자는 사람에게 가로로 평행한 충혈증상과 염증이 잘 나타난다.
그러나 흔히 충혈증상이 단순히 가로 선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가로로 분포하는 실핏줄은 굵은 것이다. 굵은 실핏줄을 연결해주는 가는 실핏줄은 복잡하게 분포돼 있다. 따라서 충혈이 약할 때는 굵은 실핏줄만이 보이다가, 심해지면 굵은 것이나 가는 것이 보여 복잡한 충혈증상이 나타난다. 그냥 육안으로 보기에는 단지 전체적으로 붉게 보일 뿐이다. 하지만 안과진료시 사용하는 현미경으로 보면 가로로 된 굵은 핏줄이 더 두드러져 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충혈을 없애는 방법은 없을까. 일반적으로 충혈과 피로를 제거하는 효능이 있다는 안약이 의사의 처방 없이 남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일은 위험천만하다. 실제로 1999년 11월에 최모씨(23세)는 3년 전부터 약국에서 구입한 안약을 사용해오다가 오른쪽 눈을 거의 실명했다. 이는 안약에 포함된 스테로이드 성분 때문이다. 이 성분은 강제로 눈의 모세혈관을 수축시켜 일시적으로 효과를 나타내지만 이로 인한 정상적인 혈액순환과 산소공급을 막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외과에서 배 아픈 증상과 비슷
그렇다면 충혈이 일어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눈의 피로(안정피로)나 충혈은 흔하면서도 포괄적인 증상으로 어떤 특정한 질병의 증상은 아니다. 눈이 충혈되는 증상은 마치 내과나 외과에서 ‘배가 아프다’고 말하는 경우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병에서 마찬가지로 가장 기본적인 증상이 나타날 때에는 발생 가능한 중한 질병의 초기증상인지, 아니면 단순히 넘어가도 되는 것인지의 감별진단이 꼭 필요하다. 따라서 이런 증상이 나타날 때는 눈에 어떤 이상이 있음을 암시하기 때문에 가능성 있는 여러가지 질환을 전부 염두에 두고 검사해봐한다.
우선 시력검사가 필요하다. 교정 전후의 시력이 얼마인지, 맞는 도수의 안경을 착용했는지, 아니면 안경을 쓸 시력인데 안썼는지에 대한 체크가 필요하다. 실제로 안정피로의 많은 부분이 무자격자에 의한 잘못된 시력교정에 의해서 일어난다.
두번째로 눈썹이 눈을 찌르는지, 안검(눈꺼풀) 과 눈의 외부 피부에 이상 또는 염증이 있는지 여부를 검사하는 외안부검사를 한다.
세번째로는 안과에서 사용하는 생체현미경(세극등 현미경이라고도 한다)으로 각막, 결막 및 그 안쪽에 이상이 있는지를 전반적으로 정밀하게 검사해 각막염, 만성결막염 등의 여부를 판별한다. 또한 익상편과 검열반이라는 질환이 있는지도 함께 검사한다. 예를 들어 익상편이나 검열반이 있는 경우 검은 동자 안쪽 흰자위에 흰자위 조직이 증식돼 누렇고 때로는 분홍빛으로 보이는 작은 돌기가 솟아 있는데 이것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많은 이물감과 잦은 충혈을 보인다.
장기간 콘택트렌즈 착용시 더욱 심각
마지막으로 알레르기 증상일 경우도 염두에 둬야 하며 안구건조증이나 녹내장 등도 빼놓아서는 안되는 질환이다. 이외에도 최근 공해물질이나 컴퓨터 사용시간의 증가로 인한 눈의 피로가 충혈의 원인일 수 있다.
콘택트렌즈도 마찬가지. 콘택트렌즈를 사용하는 사람은 누구나 착용할수록 점점 충혈이 심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래서 ‘결국 콘택트렌즈를 이제는 쓰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왜 그럴까.
콘택트렌즈의 착용은 오랫동안 눈에 산소를 공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눈에 산소공급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혈관이 새로 늘어나게 된다. 또한 눈이 건조한 상태가 심해진다. 이로 인해 충혈이 자주 일어나게 된다. 다시 말해 콘택트렌즈를 착용할수록 눈에 혈관이 증가해 다른 사람보다 자주 충혈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미 자라난 혈관을 없앨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 경우 근본적으로 충혈을 피할 수 없다.
충혈 뿐 아니라 염증으로 발전하면서 눈의 변색은 더욱 가속된다. 그래서 “콘택트렌즈를 사용한 후부터 흰자위가 더 누렇게 된 것 같아요”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충혈과 변색이 심한 경우에는 원인이 되는 콘택트렌즈의 착용시간을 줄이고, 눈을 촉촉하게 유지시켜 줄 수 있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인공누액이나 식염수를 자주 사용해 자극을 줄여줘야 한다. 그러나 이 방법도 효과가 없다면 요즘 유행하고 있는 라식수술 등의 시력교정수술을 고려해보는 것도 충혈과 더이상의 변색을 방지하는 한가지 방법일 수 있다.
한편 다른 사람에 비해 유난히 충혈이 자주 나타나는 사람이 있다. 이런 경우는 실핏줄의 분포가 다른 사람보다 많기 때문이므로 충혈의 원인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