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은 모든 생명의 터전이다. 그러나 온갖 쓰레기를 영양소로 바꾸어 주는 토양미생물이 농약과 중금속 폐수 그리고 산성비로 시름시름 앓고 있다. 토양오염의 원인과 현실을 진단한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문헌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구약성서에 "천사가 큰 소리로 외쳐 가로되, 땅이나 바다나 나무를 해하지 말라"고 기록되어 있다. 땅(토양)이나 바다(물) 그리고 나무(삼림)는 한마디로 우리 주변의 자연 곧 생태계의 근본이다.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엷은 막인 토양은 지구상에 살고 있는 백만종 이상의 온갖 생물이 살아가는 집(주거지)인 동시에 생명을 이어가는데 필요한 식량의 대부분을 얻고 있는 가장 중요한 생활터전임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20세기 찬란한 문명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흔히 문명의 부정적인 측면인 각종 환경오염의 무서운 현실을 피부로 느끼면서 살고 있다. 수질오염, 대기오염, 소음과 진동, 대기와 수질계의 열(熱)오염 등은 요즈음 환경학자나 일반국민에게 비교적 널리 계몽되어 있고 누구나 상식수준에서 한두마디쯤 할 수 있을 정도이지만 토양오염의 현황과 그것이 우리 인간 또는 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는 다소 생소한 느낌을 갖고 있고 일부에서는 토양도 오염되어 지는 것인가 하는 반문을 하는 경우도 있다.
미생물의 왕국인 땅
토양오염을 알아보기 이전에 우리는 토양의 구성, 토양환경과 기능을 먼저 이해하여 둘 필요가 있다. 토양학적으로 약간의 견해차이는 있지만 토양은 다음과 같은 4가지 크기의 입자로 구성된다. 즉 입자 크기의 직경이 2mm이상인 암석조각을 자갈이라 부르고, 0.2~0.05mm크기의 것을 모래 0.05~0.002mm크기의 것을 미사(微砂,silt) 그리고 0.002mm이하의 직경을 가진 입자를 점토(粘土,clay)라고 부르다. 한 종류의 입자가 특히 많을 경우도 있지만 여러가지 입자가 고루 섞여있는 흙을 작물재배에 바람직한 토양으로 생각하여 양토(loam)라고 한다.
토양의 성분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하면 크게 보아서 역시 4가지로 대별한다. 그 첫째는 위와 같은 토양입자로 대표되는 각종의 광물질이고 동식물 미생물에서 유래된 유기물질이 그 두번째이며 물과 공기가 토양의 물질적 환경을 형성한다. 여기에 엄청난 숫자의 토양생물들이 서식하여 이른바 토양내의 생태계를 형성한다. 일반적인 통계 숫자이지만 토양속에 어느정도의 생물군이 살고 있는가는 다음표를 참조하면 알 수 있다.
삼림토양 1g속에는 (표1)과 같이 무수한 생물들이 살고 있는데 한 개의 콜로니는 수십만 개체의 세균세포들이 모여 있으므로 그 숫자도 엄청난 것이지만 한편 이들 생물들의 크기가 얼마나 작은 것인가에 대하여도 놀라울 뿐이다. 이른바 토양환경에는 토양입자와 그 구성물질, 그리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수많은 생물들이 하나의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그러므로 토양은 한낮 물질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살아서 숨쉬는 또 하나의 소우주인 셈이다.
토양성분 중에 공기와 수분이 근본적인 것이라고 언급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토양내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물들은 물을 이용하여 신진대사를 수행하고 호흡하면서 살아가며 저마다의 생태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때때로 토양은 비옥도 또는 토양의 종류에 따른 생태적 기능을 알아보기 위한 수단으로 토양호흡률을 측정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땅속의 질소비료 공장
토양생태계의 기능이 무엇인가를 고찰하면 오늘날 문제가 되는 토양오염의 심각한 상황을 쉽게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생태적으로 의미가 있는 토양의 깊이, 또는 두께는 극히 미미한 것이지만 토양 1cm가 만들어지는데는 몇백년이 소요된다는 사실을 염두해 두어야 한다.
이렇게 형성된 토양생태계의 기능의 으뜸은 물질순환이다. 지구상에 1백여종이 넘는 원소가 존재하지만 생명체에 참여하는 원소는 40여종으로 알려지고 그중 20여종이 공통적으로 존재하는데 이러한 원소는 원소상태로 생명체에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토양중의 각종 미생물군에 의하여 흡수되기에 알맞는 형태의 화합물로 바뀐 다음에 동물 또는 식물체로 물과 함께 흡수된다. 이것이 이른바 토양생태계의 생물지화학적(生物地化学的)작용이라 부르는 것이다.
토양생태계의 두번째 기능은 쉽게 말하여 청소작업이다. 이를 유기물의 분해라고 부르는데, 태아난 생명체는 생태적 사망이든 생리적 사망이든 모두 흙으로 돌아간다. 자연보호헌장 서문에서 말하는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도 그런 것이다.
동물체든 식물체든 사람도 포함하여 흙으로 돌아갈 뿐 아니라 생시의 배설물까지도 흙으로 유입되는데 이것을 토양미생물군이 말끔히 분해하여 청소한다. 미생물의 청소작업은 단순한 분해가 아니라 생명체에 쓸모있는 물질의 재생산이라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 토양생태계의 이러한 기능이 없었다면 지구는 썩지 못하는 동물의 시체와 풀과 나무그루터기의 쓰레기터가 될 것이다.
토양 생태계의 세번째 기능은 질소고정이다. 물론 질소고정이 토양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주로 토양에서 고정되는 양이 많기 때문이다. 질소는 생명체의 4대 성분 중의 하나이다. 또한 3대 비료성분의 하나인데 질소성분의 원천은 공기 중의 79%에 달하는 개스상태의 질소이다. 이 공기 중의 질소개스를 암모니아 상태로 변화시키고 생명체의 구성성분으로 바꿔주는 작용이 질소고정이다.
생태학자들의 계산에 의하면 연간 대기중의 질소개스가 지구생태계로 고정되는 양은 1백60t으로 계산하고 있다. 그 중 40t이 인간의 두뇌에 의한, 다시 말하자면 비료공장에서 물리화학적 방법으로 고정되는 것이고 나머지 1백20t이 토양생태계를 중심으로 생물에 의하여 고정된다. 그러므로 토양은 일종의 질소비료공장의 기능도 가지고 있다.
물론 모든 토양에서 질소고정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토양환경을 잘 관리하기만 하면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천연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질소고정 능력이 있는 생물을 인공 배양하여 토양환경에서 생육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어 줌으로써 인공적으로 질소비료를 시비하지 않고도 작물을 성공적으로 재배한 예는 얼마든지 있다.
생태계 균형의 감시도
토양생태계의 네번째 기능은 식물에게 유용한 무기영양소나 토양생물이 필요로하는 유기물을 토양입자에 의한 전기적 결합 또는 흡착력으로 저장 할 수 있는 능력이다. 토양입자의 표면에 저장되어 있는 그와 같은 영양소는 단단히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빗물이나 침수 따위에도 소실되지 않는다. 오직 식물의 뿌리털이나 토양미생물들에 의해서만 필요로 하는 생물이 흡수할 수 있는 형태로 영양소가 저장되는 것이다.
토양생태계의 다섯번째 기능은 토양에 서식하는 식물과의 공생관계에 의한 상호이익의 교환기능이다. 토양미생물은 식물의 생장에 필요한 호르몬이나 생장요소를 제공하여 줄 뿐만 아니라 토양으로 유입되는 병원균을 퇴치한다. 예컨대 공동묘지의 흙이나 처녀지 흙이 미생물학적으로 똑같은 깨끗한 환경인 까닭은 흙에 서식하는 토착성 토양미생물들이 '항생제'라는 무기를 휘둘러 흙으로 들어오는 각종 병원균을 죽여버리기 때문인 것이다.
토양생태계에서도 예외없이 생물학적 평형관계가 성립한다. 삼림생태계, 호소(湖沼)생태계에서의 경우처럼 여러종류의 토양미생물의 집단은 서로 견제함으로써 그 토양환경에서 알맞는 숫자의 집단을 유지하도록 하는 특유의 생태적 감시제도가 있는 셈이다.
살충제가 부른 '침묵의 봄'
그러면 토양환경을 오염시켜 그 기능을 마비시키는 오염원의 종류는 무엇인가. 또한 오염현황은 어떠한가에 대하여 알아본다. 오염원으로 토양환경에 가장 큰 영향력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살균·살충제이다. 그리고 각종 산업시설에서 흘러나오는 중금속을 함유한 폐수가 농업용수를 통해 토양으로 퇴적되는 경우와, 역시 산업시설의 굴뚝 또는 교통기관의 배기 개스에서 누출된 아황산개스 및 질소산화물이 공기중에서 산성비의 형태로 토양을 흠뻑 적시는 경우도 무시못하는 오염원이다. 그외에 수은전지와 같은 고형물질의 쓰레기 또는 최근의 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의 폭발사고에 의한 방사능 물질의 확산과 축적 등으로 대략 5가지의 종류를 열거할 수 있다. 지면관계로 3가지의 오염원 즉 살균·살충제(농약), 중금속 및 산성비에 관한 것만 알아보기로 한다.
'레이첼 카슨'여사의 명저인 "침묵의 봄"은 미국의 대통령으로부터 국민에 이르기까지 농약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였다. 이 저서의 영향력으로 환경보전법이 서둘러 제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슨'여사는 미국의 봄은 왔지만 새가 우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침묵의 봄은 모두 농약이 원죄임을 고발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현재의 토양오염이 이 추세대로 진행된다면 토양은 질식하여 죽음의 정적에 휩싸이게 될 것이 분명하다.
토양오염원 중에 가장 문제시 되는 살충·살균제가 어째서 해를 거듭할수록 토양에 농축하게 되는 것인가 하면 근본문제는 폭발적인 인구증가와 그에 따른 식량증산으로 보여진다. 세계인구는 45억을 돌파한지 오래이고 연 1.8%의 인구증가율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매38년마다 세계인구는 2배로 늘어나 서기2천년에는 약74억에 도달 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현재의 수준으로 볼 때 토양(흙)은 식량이 생산되는 바로 그 장소이다.
녹색혁명과 생태계 파괴
유능한 일단의 농업과학자에 의하여 지구상의 한정된 농경지에서나마 농업기술을 최대한 개발, 도입함으로써 현저한 농업생산의 증가를 이룩할 수 있었다. 즉 종자의 개량과 함께 작물의 생산에 뛰어난 효과가 있는 비료의 개발, 그리고 작물에 해를 끼치는 해충에 대하여 강력한 방제효과가 있는 농약(살충제, 제초제, 살균제)을 발명하여 흙의 환경에 도입함으로써 재래수준의 식량생산의 5배에 달하는 농업생산량을 획득할 수 있었다. 이것이 이른바 집약농업에서의 획기적 승리인 녹색혁명이다.
이것은 확실히 식량증산이라는 측면에서 경이할 만한 일이다. 그러데 이 기술적 혁신과정에서 얻어진 진리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작물의 병해충의 방제 없이는 곡식수확은 불가능하며, 비료를 토양에 투여하면 할 수록 농업생산량이 증가하지만 병행하여 작물의 병해충이 급증하기 때문에 농약의 수급량도 상대적으로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더우기 농약에 대해서 내성을 갖는 병해충의 출현으로 더욱 강력한 농약의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표2)(표3)은 앞에서 언급한 사실을 입증하는 국내외의 자료이다. 우리나라의 최신자료를 입수할 수는 없었지만 우리나라의 좁은 경지면적을 생각하면 토양의 집약적 이용상황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잔류농약의 위협
비료와 농약은 토양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불가결의 생산자재임에 틀림없다. 현재 사용중인 농약은 1백16개 품목에 2백여종 이상으로 알려져 있고 더욱더 강력한 독성 효과와 잔류 기능이 뛰어난 농약이 개발되고 있다. 10여년 전 만 해도 5대 삼림 병해충과 작물의 병해충, 그리고 몇 종의 잡초를 대상을 하였으나 1천6백여종의 잠재성 해충이 파악되고 있으므로 농약의 다양한 종류와 파급효과가 더욱 확대되리라는 전망이다.
토양을 오염시키는 유기합성농약으로는 DDT, BHC, 알드린과 같은 유기염소제, 파라티온, TEPP와 같은 유기인제를 비롯하여 PMA와 같은 유기수은제를 들 수 있는데 이중 잔류성 효과가 큰 것은 유기수은제와 유기염소제이다. 잔류독성이 가장 강한 것은 유기수은제이다. 이들은 토양에 장기간 잔류하여 농작물을 오염시키고 결국에는 먹이연쇄를 통하여 이를 소비하는 인간의 건강을 해치기에 이른다. 이에 관해서는 매스컴을 통하여 많은 사건 보도와 관계기관의 경고가 있어왔다.
이러한 농약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경로는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토양 자체에의 영향은 어떠한가. 농약은 토양에 그처럼 장시간 위력적인 독성을 떨치며 잔류하는 동안 토양미생물을 죽여 토양생태계가 파괴된다. 가령 공중질소를 고정하는 세균이 죽어버리면 공중질소의 고정이 안되며, 또 퇴비를 주어도 유기물을 분해하는 세균이 없으면 부숙(腐熟)하지 않으므로 비료가 되지 않는다. 농업환경에 유리한 지렁이를 비롯한 원생동물까지도 그 독에 죽어버림으로써 환경이 악화된다. 나아가서 농축된 농약은 농작물에 흡수되어 결국에는 폐기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러한 농약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치가 필요한가. 가장 바람직한 조치는 인구증가의 억제조치와 함께 생태계의 균형있는 조화, 즉 천적의 이용이다. 강력한 살충제로 해충을 퇴치한 후에 도리어 그 해충이 크게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이도 살충제를 살포한 당시 식물의 줄기와 조직 중에 숨어있던 해충의 알은 살충제의 영향을 받지 않고 발육하며 살충제의 효력이 없어질 무렵에 부화된 해충은 천적이 없는 천국에서 부쩍 자라나 크게 번식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곤충학자들은 '너무 강력하지 않은 살충제를 사용하여 천적을 잃지 않도록 힘쓰고 ㅡ이는 곧 토양생태계를 보호하는 의미도 되므로ㅡ 사용하는 살충제도 그의 사용방법과 시기를 충분히 배려하여 천적으로 하여금 그 힘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긴 안목으로 볼 때 보다 더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토양미생물의 죽음으로 초래된 토양생태계의 회복기간은 잔류농약의 효력기간과 비례함을 또한 알고 농약을 사용해야 한다고 환경학자는 지적한다. 한가지 아이러니한 인간의 행동은 보다 강력하고 잔류효력이 큰 농약을 개발하기 위하여 많은 사간과 돈을 들이는 한편, 어떻게 하면 이렇듯 분해되기 어렵고 독한 성질을 가진 농약을 자연에서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가를 또한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가면서 연구하는 양면적 행동을 보인다는 점이다.
다음으로는 토양오염의 또다른 측면인 산성비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한다.
다가오는 산성비 공포
산성비는 일반적으로 발전소에서 석탄, 기름 천연개스와 같은 화석연료의 연소에서 나오는 아황산개스(SO₂)와 산화질소(NOx)에 의해서, 또한 제련소 등 각종 산업시설의 공정과정 및 숱한 종류의 교통기관의 배기개스에 섞여 나오는 그러한 개스가 대기중에 날아다니다가 수증기와 산소, 기타의 오염물질과 햇빛에너지에 의하여 결합되면 묽은 황산과 질산이 되고, 고도로 공업화된 지역에서는 염산도 함유되어 산성을 띤 비로 흙을 적신다.
이것이 이른바 산성비의 생성원인이다. 다른종류의 오염원을 동반할 수도 있는 산성비에 관한 기록은 1852년 예민한 관찰력을 가진 영국 과학자인 '로버트 스미스'가 공업도시인 맨체스터 하늘이 점점 검어지는 것과 산성도 사이에 일정인 관계가 있음을 자연지리 잡지에 기고 한 바 있었으나, 무관심 속에 파묻혀 왔다. 오히려 '휘트맨'같은 서정시인은 공장의 굴뚝에서 나오는 시커먼 연기를 인류문명의 무한한 가능성의 상징으로 보고 이를 노래하였을 정도이다.
산성비에 그 양적인 면, 개스에 의한 광범위한 확산능력, 그리고 인류의 각종 문명시설을 형편없는 상태로 부식시키는 점에 있어서 그 어떤 오염원보다도 위협적이다. 에너지원을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지 않는 한 산성비에 의한 각종 피해는 날로 증가할 것이 예견된다.
왜 그런가 하면 교통수단, 산업시설은 날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산성비가 넓게 퍼지는 직접적인 원인의 하나는 과거 30여년간 각종 공장굴뚝이 점점 높게 세워졌기 때문에 분출된 개스가 강한 바람을 타고 굉장히 먼 곳까지 운반된다. 기록에 의하면 아황산개스와 산화질소가 3~5일 동안 1천~2천km 거리까지 뒤덮었던 사실도 있다.
지옥의 독물
산성비의 토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산성비는 생태학자들이 정의하기를 pH5.5 이하의 산성을 띤 비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최근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가 조사한 세계의 산성비의 분포를 보면 스웨덴, 미국 동북부의 4.0, 인근 일본이 4.5, 미국의 동부, 노르웨이, 남미의 북부에서 4.8~4.9, 한국 등지는 5.0, 미국의 중부, 아시아 아프리카에서는 6.0으로 기록되었다. (그림1 참조)
산성비가 토양을 적시면 토양이 산성화되는 것은 자명하다. 토양이 산성화되면 토양입자에 의한 각종 무기·유기 영향소의 저장기능은 없어져 버리게 된다.(그림2)과 같이 토양입자에 단단히 결합되어 저장되었던 양분이 생물들에 이용되지 못하고 소멸될 기회만 많아진다. 또 산성화된 토양에서는 산성조건에서 왕성히 번식하는 곰팡이(균류)만이 번식함으로써 토양생태계의 평형이 깨어짐은 물론이고 곰팡이들에 의한 식물의 질병이 만연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동물에게는 세균이, 식물에게는 곰팡이가 병원균의 구실을 하는데 식물계는 이들 곰팡이의 극단적인 번식으로 대부분 병들게 된다. 식물생태계의 파괴는 물론 식량생산의 감소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산성비에 가장 약한 토양인 석회를 거의 품고 있지 않은 화강암, 편마석, 석영에서 유래된 흙에 산성비가 오면 산을 거의 중화시키지 못한다. 이 경우 쓸모있는 무기·유기영양소의 소멸은 물론 토양내의 중금속은 물에 녹는 형태로 바뀌어 토양환경에서 지하수로 흘러들어가 중금속의 농도를 높힌다. 이것은 상수용 지하수의 중금속오염의 하나가 될 수도 있다.
산성화된 토양에서는 세균의 세력이 극히 약화되었으므로 세균에 의한 질소고정을 기대할 수도 없고 기타 세균들에 의한 생물지화학적 작용도 분해작용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영양소의 순환과정도 토양생태계에서는 중지된다. 그러므로 토양은 병든상태에서 숨만 쉬고 살아가는 꼴이 된다.
토양에 뿌리박은 식물은 뿌리가 썩기 쉽고 작물의 생산성은 감소한다. 독일의 경우 삼림지역 피해의 7.7%가 대기오염에 의한 산성비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한국의 경우 97개 지역의 표본농토에 pH5.6의 비가 내렸으며 서울과 같은 도시지역에 내린 pH4.6~5.0의 강한 산성비가 상당한 수준의 영향을 주고 있음이 틀림없을 것이다. (표5 참조)
산성비에 의한 토양의 산성화를 막는 직접적인 방법은 석회를 뿌려서 중화시키는 것인데, 이는 장기적인 조치로서 경제적인 방법이되지 못한다. 보다 근본적인 조치는 연료사용의 대치, 연로사용 기술의 개량이 바람직할 것이다. 예컨데 SO₂나 NO₂는 연소방법을 바꿈으로써 공기 중의 농도를 줄일 수 있다. 그 방법의 하나는 연소온도를 1천5백℃로 낮추거나 공기를 적게 불어넣고 연소시켜 방출량을 반으로 줄이는 것이 그 예이다.
서울과 같은 도시의 산성비는 그 주범이 자동차의 배기개스로 추정된다. 좌우간 오늘날의 비는 셰익스피어의 표현과 같은 '천국으로 부터의 단비'가 아닌 '지옥의 독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난처한 중금속오염
토양에 중금속이 오염되는 경로는 두가지로 해석된다. 그 하나는 농약의 형태로 유입되는 수은과 같은 중금속의 것이고 또 하나는 산업시설의 폐수에서 배출되는 중금속이 농업용수의 이용과정에서 토양에 농축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전자는 농약과 토양환경에서 충분히 논의 했거니와 후자는 수은, 납, 비소, 카드뮴, 아연 및 계면활성제 등이 농업용수를 통하여 토양과 식물에 농축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중금속 자체가 독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토양생물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토양세균의 약화, 지렁이를 비롯한 고등생물의 죽음은 앞서 말한 바 있는 토양생태계의 기능정지와 다를 바 없었다. 특히 수은의 경우 세균에 의하여 메틸화작용이 일어나 수은이 물에 녹는 형태가 되어 지하수에 스며들기도 하며, 작물의 뿌리에 흡수되어 식물체에 머물다가 먹이연쇄를 거쳐 사람몸에 이른다.
또한 먹고 먹히는 토양생태계의 모든 생물군에게도 중금속은 이동하여 종국은 사람에게 도달한다. 살충제의 경우도 마찬가지의 경로를 밟는다. 실험에 의하면 모든 작물은 ㅡ특히 당근이 흡수능력이 뛰어나다ㅡ살충제를 흡수하는 능력이 인정되고 있다.
중금속의 토양내의 직접적인 작용은 결국 토양내 모든 생물에게 미치는 급성만성적 영향이다 중금속은 쉽게 생체 밖으로 배출되지도 않기 때문에 그야말로 난처한 오염원의 하나이다. 중금속에 크게 오염된 토양환경은 반영구적으로 생명을 잃는다. 계면활성제도 세균 세포막을 녹여버리는 작용을 하므로 가정하수에서 유래된 경성 계면 활성제도 토양에 상당수준 분해되지 않고 농축됨으로써 토양생물의 죽음 또는 약화를 초래한다고 보고되어 있다.
세심한 생태학적 고찰 앞서야
중금속 및 계면활성제의 토양내 오염경로를 차단하는 방법은 원천적으로 수질오염의 방지와 동일한 차원이라 할 수 있다. 농약살포에 의한 중금속의 오염은 역시 세심한 생태학적 고찰 후에 시행함으로써 그 역기능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믿어진다. 예컨대 곤충의 생활사에서 가장 농약에 민감한 시기가 따로 있으며 그 시기를 택하여 그다지 독하지 않은 농도로 쓸 수 있다. 관계기관은 이런 사실을 부단히 계몽하고 지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제도적으로 산업시설에서 유출되는 폐수가 농업용수에 혼합되지 않도록 조치하는 한편, 관개 수자원의 개발도 병행하여야 할 것이다.
토양의 보존과 관리도 어떤 다른 생태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인간 최후 최대의 생존적 보루임을 자각하고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및 과학적 뒷받침에 힘입어 지켜나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