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1. 몸은 남성 마음은 여성

임신중 산모가 받은 스트레스가 원인

특이한 가족 환경이나 성장배경으로 인해 제3의 성으로 태어나는 트랜스젠더.하지만 최근에는 선천적 요인이 보다 설득력 있는 설명으로 제시되고 있다.남성 또는 여성의 획일적 성 구분을 거부하고 우리시대 제3의 성으로 떠오른그들만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보자.

요즘 하리수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깜찍한 얼굴과 섹시한 몸매로 TV와 영화, 노래까지 연예계 전반을 휩쓸고 다니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 정도의 외모와 재능은 우리 연예계에서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쉽게 찾을 수 있을 듯하다. 그렇다면 그녀가 왜 그렇게 인기일까. 바로 그녀는 트랜스젠더이기 때문이다.

남성으로 태어나 여성으로 탈바꿈한 사람. 하리수의 출현으로 트랜스젠더는 더이상 우리 사회에서 낯선 단어가 아니다. 현대 사회의 제3의 성으로 불리는 트랜스젠더. 그들이 초대하는 다양한 성의 세계로 떠나보자.
 

1994년 6월 26일 뉴욕에서는 스 톤월 폭동 25주년을 기념해‘게 이 퍼레이드’가 열렸다. 이 퍼레 이드에는 게이뿐 아니라 트랜스 젠더 등 다양한 성적 소수자들도 참가했다. 스톤월은 뉴욕에 있는 동성애자 전용 술집인데, 이곳을 단속하자 일반 시민들이 반발해 돌멩이를 던짐으로써 폭동사건이 일어났다.


트랜스섹유얼과의 차이

트랜스젠더(transgender)란 용어가 제일 처음 쓰이기 시작한 시기는 1970년대 중반 미국에서였다. 사람들에게 경멸을 받던 ‘버지니아 프린스’라는 한 여장남자가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표현하기 위해 ‘트랜스젠더’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한 때는 1981년 ‘성의 사회’라는 책에서 크로스드레서(cross-dresser), 간성(intersexual)과 함께 트랜스젠더라는 용어가 등장하면서부터다.

트랜스젠더는 상당히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증상이다. 성의학에서는 트랜스젠더를 성적 주체성 장애로 인해 사춘기 이후에도 자신의 선천적 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편함과 부적절감을 느끼며 자신의 1차 및 2차 성징을 제거하고 상대 성징을 획득하려는 집착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풀어 설명하면 남성이나 여성의 신체를 지니고 태어났지만 자신을 반대 성의 사람이라고 여기는 사람을 가리킨다. 쉽게 하리수를 떠올리면 된다.

하지만 트랜스젠더라고 해서 모두 하리수처럼 성전환수술을 받진 않는다. 성호르몬 요법으로 반대성의 육체적 특징을 지니면서 성기는 태어날 때 모습 그대로 간직한 채 살아가는 트랜스젠더도 많이 있다. 트랜스젠더 중 성전환수술을 받은 사람을 트랜스섹슈얼(transsexual)로 세분하기도 한다. 따라서 현재의 하리수를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트랜스젠더가 아니라 트랜스섹슈얼이다. 하지만 트랜스섹슈얼을 포함해 이런 성향을 지닌 사람을 통틀어 보통 트랜스젠더라고 부른다.

일부 트랜스젠더는 하리수를 트랜스젠더로 부르는 것에 불만을 표시한다. 한 트랜스젠더는 “하리수씨를 진정한 트랜스젠더라고 보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미 트랜스젠더의 영역을 벗어나 여성의 영역으로 편입했기 때문이다. 진정한 트랜스젠더는 남성과 여성을 넘어 또달리 존재하는 하나의 성으로 인정받기를 원한다”라고 말한다.

자신의 생식기에 대한 혐오감
 

동성애자는 보통 호모라고 불리는데, 이 용어는 19세기 후반 헝가리 의사가 고안해낸 말이다.


트랜스젠더는 대부분 자신이 마음 속으로 생각하는 성의 동성인 신체적 이성에게 친구같은 편안함을 느낀다. 그것은 당연하다. 스스로의 정신구조가 이성의 상태이니 그들에게, 신체적 동성(정신적 이성)에게서 느낄 수 없는 자연스럽고 편한 느낌을 갖는다.

또한 이들은 한번도 이성을 사랑해본 적이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동성애자와 공통점을 가진 듯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전혀 다르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이란 성해위를 포함한 개념이다. 즉 트랜스젠더의 경우 이성과의 성교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트랜스젠더는 자신의 생식기에 심한 혐오감이나 거부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동성애자는 그렇지 않다. 동성애자는 실제로 이성과 성행위를 할 수도 있다. 또한 이들은 자신이 반대 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이성보다는 동성을 선호하는 것뿐이고 그래서 거부하는 것이다. 이 점이 트랜스젠더가 동성애자와 구분되는 점이다.

여자처럼 행동한다고 트랜스젠더 아니다

우리는 주위에서 종종 어쩜 그렇게 고울까 싶을 정도로 ‘여성적인’ 행동과 말투를 쓰는 남성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를 트랜스젠더라고 할 수 있을까. ‘여성적’것과 ‘여성’이라는 말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트렌스젠더는 실제로 여성적이지 못하다. 단지 좀 얌전하고 조용할 뿐이지 심하게 몸을 비틀거나 목소리를 간드러지게 내거나 하지는 않는다. 단지 자연스럽게 문득문득 여성스러움이 보여질 뿐이고 오히려 그것을 숨기려 애쓰는 경우가 더 많다. 몸짓과 말투만이 여성스러운 사람은 실제로 이성과 결혼생활을 하는데 별 무리가 없지만 트랜스젠더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종종 환경적 영향, 즉 누나가 많다거나 아기 때부터 아들이 아닌 딸이기를 원해 여자로 행세하며 살아왔고 자연스럽게 여성스러움이 몸에 밴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이들을 트랜스젠더라고 단정짓기는 힘들다. 행동이 여성스러울 뿐이지 그들의 정신적 성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여자이고 싶다’라는 생각 하나만으로 트랜스젠더라고 하기는 힘들다. 사람이 ‘여자이고 싶다’ 또는 ‘남자이고 싶다’라는 생각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나의 성으로 살면서 또다른 성이 느끼는 사회적 편리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고 그러면서 상대 성이 돼 저러한 편리를 누려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트랜스젠더라고 할 수는 없다.

흔히 대부분의 사람은 트랜스젠더를 이성복장자(transvestite)와 혼돈하기도 한다. 이성복장자란 반대 성의 복장과 외모를 취함으로써 성적인 만족을 느끼는 사람을 가리킨다. 이들 대부분은 여성의 복장이나 외모를 하는 남성이다.

그러나 트랜스젠더는 이들과는 엄격히 구별돼야 한다. 이성복장자는 트랜스젠더와는 달리 자신의 육체적 성에 혐오감을 느끼거나 자신의 육체적 성과는 반대되는 성을 갖게 되기를 갈구하지 않는다. 단순한 성취향의 일종일 뿐이다.

유전인가 환경인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한 하리수는 각종 매체를 통 해 트렌스젠더의 존재를 널리 알렸다.


트랜스젠더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트랜스젠더의 원인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상당히 많은 가설이 제시됐다. 그러나 어느 설명 하나 트랜스젠더의 원인을 속시원히 밝혀주진 못했다.

트랜스젠더의 원인은 크게 선천성과 후천성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후천성 요인이란 유아기의 가족환경 또는 심리적 면이 육체적 성과 정신적 성의 불일치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다. 트랜스젠더의 원인을 연구하던 초기의 많은 학자는 후천적 요소가 주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딸만 있는 가정에서 아들을 기다리다 또 딸을 낳고 실망해 딸을 아들처럼 키운 경우, 이 아이가 자라서 남성이 되려는 강한 집념을 보일 수 있다. 반대로 아들만 있는 가정에서 아들을 딸처럼 키운 경우에도 트랜스젠더의 유발동기가 될 수 있다.

아들에게 과도하게 집착하는 어머니도 트랜스젠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어머니가 아들을 과잉보호하며 지나친 신체접촉을 할 경우, 그 아이는 엄마의 성을 과도하게 인식한다. 또한 강한 남성 모델인 아버지의 부재가 정상적 성정체성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만약 아버지가 어머니에 의해서 무력하거나 나약한 모습으로 비춰지게 되면 남자아이는 더 이상 자신을 남성으로 인식하기를 거부한다. 반대로 여자아이는 아버지의 부재에 대한 보상으로 자신이 엄마를 감싸고 보살펴야 하는 ‘보호자’로서 자신을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후천적 요인으로 트랜스젠더가 어떻게 발생하는가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비록 몇몇 트랜스젠더가 평범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라온 것이 사실이지만, 많은 나머지 트랜스젠더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성장 배경과 관련해, 트랜스젠더는 끔찍한 학대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경우부터 깊은 가족의 사랑과 보살핌 속에 지내온 경우까지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이다.

뇌의 불완전한 발달이 문제

후천적 요소도 중요하지만 최근에는 선천적 원인을 제시하는 주장이 보다 설득력 있고 결정적인 듯하다. 최근 생명공학의 발달로 생명의 신비가 서서히 풀리면서 트랜스젠더의 원인에 대한 생물학적 연구가 많이 진행됐다. 최근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선천성 요인에 대해 알아보자.

트랜스젠더의 선천성 요인은 크게 유전적 문제와 내분비적 문제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유전적 문제란 성염색체에 이상이 있는 경우를 뜻한다. 남성이 XY 성염색체를, 여성이 XX 성염색체를 갖는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중 육체적 성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Y 염색체다. 이 Y 염색체에 이상이 있거나 분화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남아로 출생한 후 트랜스젠더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유전의 총본부인 염색체의 이상으로 인해 트랜스젠더가 될 수 있지만 계속된 연구 결과 이러한 경우는 예외적일 뿐, 대부분 트랜스젠더의 염색체 특징은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과학자들은 유전적 이상에 대한 연구에서 해부학, 생리학 분야로 눈을 돌렸고, 특히 ‘뇌’에 집중했다.

삼성 서울병원 임상병리학과 김종원 교수는 “인간의 뇌는 발생초기에 남녀 모두 여성의 뇌 구조를 갖고 있다. 이것이 남성의 뇌로 바뀌기 위해서는 안드로겐이라는 남성호르몬을 충분히 받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자궁 속의 태아는 12주가 돼야 남성 또는 여성으로서 자신의 생식기를 갖게 된다는 것이 의학계의 정설이다. 그러나 태아의 뇌에서 자신을 남성 또는 여성으로 인식하는 시기는 약 16주가 지나면서부터다. 김교수는 “이 결정적 4주 동안의 기간에 안드로겐이 작용하지 못하거나, 또는 불균형적으로 작용하면 그 사람의 정신적 성은 생식기의 발달과 동일한 성으로 발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라고 말한다. 그러한 경우에 태아는 자신의 성에 혼란을 갖고 태어나 트랜스젠더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임신 중 산모의 어떤 상태가 태아의 성결정에 영향을 미칠까. 미국의 발달생리학자 워드 박사의 실험을 살펴보자. 워드 박사의 실험 결과는 임신중 산모의 심한 감정적 충격이나 스트레스가 임신 기간 동안 태아의 성정체성 확립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워드 박사는 임신한 레트(실험용 쥐)에게 임신 14일째부터 21일째까지 일주일 동안 매일 세번 플라스틱 튜브 속에 45분간 가두어두는 심한 스트레스를 줬다. 이러한 스트레스를 받은 어미에게서 태어난 수컷 레트는 성숙한 후, 암컷의 등 뒤에 올라타는 등 전형적인 수컷의 성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암컷의 성행동인 등을 활처럼 휘는 동작을 취했다. 그러나 같이 태어난 암컷은 성숙된 후에 조금도 이상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사실 어미쥐에게 스트레스를 준 때는 태내에 있는 수컷의 뇌가 안드로겐을 충분히 받아야 하는 시기였다. 이 실험을 통해 워드 박사는 어미의 스트레스가 태내 레트의 안드로겐 작용을 억제한다고 주장했다.

옛 동독의 다너 박사는 전쟁이 모체에 부여하는 스트레스와 트랜스젠더와의 관계를 조사했다. 그는 1943년부터 1953년 사이에 독일에서 태어난 남자를 조사했는데, 1942년부터 1947년에 걸쳐 태어난 남자 중에 트랜스젠더가 눈에 띄게 많은 경향을 발견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이 기간중에 독일 전역은 전쟁터로 변했고, 전쟁이 끝난 후에도 혼란상태가 계속돼 사람들은 마음을 진정시킬 여유가 없었다. 즉 이 기간의 남자 태아는 위의 수컷 레트와 같은 조건에 처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모체가 받은 스트레스가 어떻게 아이에게 영향을 미쳤는가, 그 4주라는 결정적인 기간에 이상 징후가 이뤄진게 사실인가 등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많은 발생학자와 생리학자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오늘날 많은 성의학 전문가는 선천적 또는 환경적 요소 한가지만 트랜스젠더의 원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두가지의 복합적 작용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이런 경우에는 선천적 요인이, 저런 경우에는 특정한 가족문제나 사회적 요소가 생물학적 인자와 결합해 트랜스젠더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오해와 편견을 넘어 이해와 포용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이성애자부터 트랜스젠더에 이르기까지 남성-여성, 동성애-이성애로 구분할 수 없는 무수한 성이 있다. ‘조형적 섹슈얼리티’ 개념을 내놓은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는 ‘피임기술이 발달하고 시험관아기가 태어나는 현대사회에서 성은 더 이상 주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이 결정하고 선택하는 문제로 변해간다’고 말한다. 또한 동아의대 정신과 최병무 교수는 “한 인간의 성은 무 자르듯 그렇게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성 결정은 육체적 요소뿐 아니라 사회적, 심리적 요소도 신중히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성적소수자 얘기를 다룬 '두개의 성? n개의 성!'(한겨레21, 2001-5-22)에서 김소희기자는 이렇게 표현했다. "‘60억 사람에게는 60억개의 진실이 있다’는 말처럼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성정체성이 있는지 모른다. 그런데도 우리는 ‘정상적 이성애’의 이름으로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다른 성을 주변화하고 차별해 왔다. 관습과 통념을 씻고 맑은 눈으로 상대를 바라본다면 인간관계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지 않을까."

성적 소수자 가리키는 다양한 용어

트랜스젠더(Transgender)

남성이나 여성의 신체를 지니고 태어났지만 자신을 반대 성의 사람이라고 여기는 사람을 가리킨다. 즉 육체적 성과 정신적 성이 일치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트랜스젠더가 모두 성전환수술 받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트랜스젠더는 성전환수술을 거부하기도 한다. 어째됐든 그들은 육체와는 반대되는 성으로 인정받기를 바란다. 트랜스젠더 중 성전환수술을 받은 사람을 트랜스섹슈얼(Transsexual)로 세분하기도 한다. 육체적으로 남성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여성의 성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남성 트랜스젠더(Male to Female transgender), 육체적으로는 여성이지만 남성의 성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여성 트랜스젠더(Female to Male transgender)이라고 부른다.

동성애자(Homosexual)
생물학적으로 같은 동성에게 육체적·감정적 사랑을 느끼는 사람을 가리킨다. 트랜스젠더가 육체와는 반대 성으로 인정받기를 원하지만 동성애자는 자신의 육체적 성에 불만이 없다. 다만 성적 취향이 일반인과 다를 뿐이다. 동성애자는 보통 호모(Homo)라고도 불리는데, 이 용어는 19세기 후반 헝가리 의사가 동성애를 부정적으로 지칭하는 소도미(sodomy) 등의 이전 용어들을 대신해 의학적으로 고안해낸 병리학적 용어다. 그러나 산업화 이후 동성애와 동성애자를 모멸하는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생물학적으로 남성인 사람이 같은 남성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사람을 게이(Gay), 생물학적으로 여성인 사람이 같은 여성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동성애자를 레즈비언(Lesbian)이라고 부른다. 특히 여성 동성애자 가운데 남성역을 맡는 여성을 부치(butch), 여성역을 맡는 여성을 팜므(femme)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성애적 시각으로 성역할을 구분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로 최근 사용하지 않는 추세다. 한국에서는 특히 동성애자를 이반(二般, 異般)이라고 부른다. 종로 등지에서 유래된 이말은 처음에는 일반(一般)보다 못한 자, 즉 계급상 하위라는 자기비하적 의미였으나 점차 적극적이고 긍정적 의미로 확대돼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성애자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는 은어의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간성(Intersexual)

선천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성징(혹은 성기)을 동시에 가지고 태어나는 유전적 장애의 일종이다. 한국에서는 자웅동체 또는 남녀추니라고 불린다. 간성에는 여성간성, 남성간성, 진성간성이 있다. 여성간성의 성염색체를 조사해보면 틀림없는 여성(XX)이다. 그러나 외부 생식기를 보면 남성에 가깝다. 남성간성의 성염색체는 남성(XY)이지만 생식기는 여성화돼 있다. 진성간성의 경우 남성과 여성의 염색체(XX / XY)를 공유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등장하는 간성은 아직 정확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염색체이상을 그 원인으로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염색체이상에는 간성 외에도 클라인펠터증후군과 터너증후군이 있다. 클라인펠터증후군의 성염색체 구성은 XXY로 정상 염색체 수보다 1개가 더 많아 47개가 되며, 증세는 겉보기에는 남성이지만 성년이 되면서 여성적 징후가 나타난다. 이에 비해 터너증후군은 성염색체 구성이 XO형으로 겉보기는 여성이지만 음모의 발육이 전혀 없거나 불량하며, 유방·자궁 및 질 등의 성기 발육이 저조하다. 가끔 성염색체의 구성이 XXX, XXXX, XXYY, XXXY 등의 모자이크를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성확정이 안된 경우 보통은 수술을 통해 한쪽 성을 갖도록 확정해준다. 이들에 대한 성확정수술은 3-4세 이전에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여성으로 확정지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성으로 확정해줄 경우 장래에 남성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수술절차도 복잡하며 호르몬 문제 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대체로 간성은 여성에 더 가깝다. 하지만 이러한 시술이 정신적 성과 일치되지 않는 경우 또하나의 트렌스젠더가 된다. 이들은 다시 성전환수술을 통해 자신의 성을 되찾으려 한다.

이성복장자(Transvestite)

반대 성의 복장과 외모를 취함으로써 성적인 또는 감정적인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다른 말로는 크로스드레서(cross-dresser)라고도 한다. 트랜스젠더도 반대 성의 복장을 취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성복장자와는 다르다. 이성복장자는 자신의 육체적 성에 불만이 없다. 이성복장자 대부분은 이미 이성과 결혼을 한 사람이거나, 이성의 애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가끔 동성애적 성향을 보여 여성호르몬을 맞거나 부분적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단순히 좀더 완벽한 상대성의 모습을 가지려는 목적의 한 방편일 뿐이다. 이들은 자기 스스로 육체적 성에 대한 거부감 내지 성정체성에 대한 혼란은 없으며 단순한 성취향의 일종이다.

여장 남자를 드랙퀸((Drag-Queen), 남장 여자를 드랙킹(Drag-King)이라고 구분한다.

쉬 메일(She Male)

남성의 성기, 여성의 가슴과 외모를 갖춘 사람이다. 아직 한국에서는 보편적이지 않은 성적 소수자로, 성 다양성이 인정돼 하나의 문화로 발전된 나라에서 보여지는 특정한 문화 속의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육체적으로 수술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성기는 그대로 간직한 채, 가슴과 외모만 여성의 모습을 갖게 해 남성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성정체성의 혼란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세계 곳곳에 뿌리내린 또하나의 성

많은 인류학자와 역사학자는 트랜스젠더가 역사를 통해 전시대에 존재해 왔음을 밝혀냈다. 미국 워싱턴대 국제학교수인 사브리나 라멧은 최근 국내에 출간된‘여자 남자 그리고 제3의 성’을 통해 역사적으로 존재해온 젠더역전 현상과 다양한 젠더문화를 고찰하고 있다.

트랜스젠더가 놀림거리가 되고, 공포나 처벌의 대상이 되는지, 또는 이들이 받아들여지고, 존경받고, 심지어 추앙의 대상이 되는지는 그들이 살았던 시대나 문화에 따라 양상이 달랐다.

고대와 중세의 주술사와 의학자는 남성과 여성에 대한 지식을 모두 가지고 있는, ‘두가지 영혼을 지닌’사람으로서 특별한 힘을 가진 것으로 생각했다. 이들은 고대 주술의식이나 기우제, 종교의식, 또는 중세의 민속의식, 축제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주로 남자지만, 치마를 입거나 깃털을 달고 화장을 하는 등 화려한 모습을 했다.

예를 들어 북아메리카 1백50여개 이상 부족에 존재했던‘베르다셰’(Berdache)들은 생물학적으로는 남성이지만 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담당했다. 그들은 여성과 남성의 의상이 혼합된 옷을 즐겨 입고, 남자를 배우자로 취해 버젓이 마을 가운데 움막을 짓고 살기도 했다. 인디언들은 베르다셰를 우주와 만물의 이치에 더 가까운 존재라 믿어 그들을 경외의 대상으로 삼았다. 오늘날 이러한 베르다셰 전통은 중앙아시아, 남부아시아, 아마존, 호주 등 세계 여러나라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에서는 중성으로 태어난 사람들이나 생리적으로 남성이지만 여성적 정체성을 지닌 사람을 히즈라(hijras)라고 부른다. 이들은 델리, 봄베이와 같은 인도 거대도시 안에서 하위문화를 형성하며 집단으로 존재하는데, 탄생과 혼인 같은 경조사에서 의례를 집전하며 사람들에 따라서는‘남편’을 맞이해 살기도 한다.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니르반(nirvan, 무욕과 평정의 상태)이다. 특이한 것은 인도사람들이 그들을 부정적으로 생각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도인들은 히즈라를 신의 매개자로 생각해 두려움과 경계의 대상으로 삼았다. 다양한 성애와 성정체성을 실험했던 힌두신 크리슈냐를 통해 삶이 획일적인 성체계에 구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문화인류학은 히즈라와 같은‘또하나의 성’이 세계 곳곳에 존재했음을 속속들이 밝히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반도에 자리한 이슬람 국가 오만의 한에스(xanith)집단, 타히티섬의 마후(mahu)집단, 삼비아의 투님-투님, 도미니크공화국의 구에베도체 등에서 발견되는 모호한 성은 남성 아니면 여성, 이성애자 아니면 동성애자로 모든 것을 묶는 우리의 성체계가 얼마나 불완전한지를 잘 보여준다.
 

2001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김대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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