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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이별의 하늘강 은하수

하늘나라 나루터 천진 별자리

여름밤 하늘에는 많은 별들이 모여 젖이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하늘강이 펼져진다. 바로 은하수다. 옛사람들은 하늘강에 용이 산다고 믿었기 때문에 미리내라 부르기도 했다. 올여름에는 가족과 함께 이런 은하수를 직접 만나러 한적한 곳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나무 토끼 한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나라로

전등 때문에 사라진 미리내

짧은 동요인데도 우리 옛사람의 우주에 관한 개념을 오롯하게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하얀 쪽배는 달을 말하는데, 옛전설에 따르면 달에는 토끼가 살고 있어서 불사약을 빻느라 절구질을 하고 있다고 한다. 또 계수나무는 아무리 도끼질을 해도 자꾸 도끼 자국이 아무는 신비한 나무다.

우리 여름밤은 은하수가 하늘을 휘감아 돈다. 은하수를 즐기기에 여름밤만한 때는없다. 은하수를 보면서 감자와 옥수수를 구워 먹는 맛을 상상해보라. 은하수는 달이 뜨면 잘 보이지 않으나, 옛날엔 얼마나 하늘이 맑았으면 푸르스름한 밤하늘에 쪽달이 뜨고, 은하수도 보였을까.

이게 다 오염 탓이요, 광해(光害) 때문이다. 광해란 인간이 만든 전등이나 가로등 때문에 우리 눈에 어두운 밤하늘이 보이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서울 한복판에서 보는 밤하늘에는 고작해야 별이 두세개뿐이다. 옛날 필자가 중학생이었을 때는 밤에 가끔 등화관제 훈련을 했다. 한번은 여름밤에 등화관제를 실시해서 수많은 별을 도시 한가운데서 볼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도 ‘여름별밤의 날’ 같은 날을 제정해서 도시의 불빛을 한 20분 동안만 끄면 어떨까.

요즘은 웬만한 시골로 가서야 맑은 밤하늘에 떠있는 수많은 별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도 시골에서도 은하수를 보기란 좀체 힘들다. 필자가 보았던 은하수도 몇번 안되는 것처럼 일반인도 은하수를 보기는 매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남의 땅끝에서 보았던 황금색 은하수, 강원도 양구에서 기초 군사훈련을 받으며 보았던 은하수, 미국 그랜드캐니언에서 보았던 은하수. 이렇게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 아마도 현대인은 옛사람의 은하수에 대한 정감을 따를 수가 없는 것일까.

쇠의 정기가 모인 곳
 

은하수와 천진 별자리. 항아 선녀와 샛별 총각이 쪽배를 타 고 은하수를 오가며 데이트를 했는데, 이때 배를 매어둔 곳이 바로 하늘나라 나루터인 천진 별자리다. 한편 은하수 를 사이에 두고 사랑과 이별 을 나누었던 견우와 직녀가 보 인다.


전설에 따르면, 은하수는 하늘나라의 강물인데 이 속에는 용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은하수는 순우리말로 미리내라 한다. 용(龍)을 우리말로는 ‘미르’라고 하고, 내는 강물을 말한다.

은하수는 사랑과 이별의 장소다. 항아 선녀가 샛별 총각에게 반해서 둘은 사랑에 빠졌고, 쪽달을 타고 노를 저어 은하수를 오가며 데이트를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배를 매어두는 곳이 바로 하늘나라의 나루터인, 천진 별자리이다. 서양의 백조자리에서 날개를 이루는 별들이 바로 하늘나루터이다. 또한 누구나 알듯이 직녀와 견우가 만나 사랑에 빠진 장소도 바로 은하수다. 그러나 견우와 직녀를 떼어놓느라 넓혀진 곳도 은하수였으니, 은하수는 이별의 상징이기도 하다.

은하수에 얽힌 옛날 전설을 한토막 소개해본다.

중국 동진의 왕희지는 붓글씨를 잘 쓰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어느 때인가 그는 처갓집에 머물 일이 생겼다. 그런데 그의 장인이 명필인 사위의 붓글씨를 받아내고자 귀찮게 굴었다. 왕희지는 마지못해 큼지막하게 한일(一)자 하나를 써주었다. 장인은 실망스러웠다. 고작 한일자 한획을 찍 그어주다니. 사위가 원망스러웠다.

왕희지가 딸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고 나서도 장인은 분이 안풀려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한밤중에 설핏 잠이 들었다가 깨었을 때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장인은 자기가 한데서 자고 있다고 느꼈던 것이다. 그 다음날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이번엔 구멍난 지붕이 있는 초가집 안에서 자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보니 원래처럼 근사한 자기집이었다.

왕희지의 장인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사위를 다시 불렀다. 왕희지의 설명은 이러했다. “제가 한 일자를 쓸 때는 밤이었는데, 은하수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그 정기를 모아 은하수 모양처럼 한획을 죽 그어 한일자를 썼습니다. 그 정기가 발산돼 아마 장인 어른께서 밤중에 은하수를 본 것으로 착각하신 듯합니다.”

그제야 장인은 자기가 경험한 일을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왕희지는 장인에게 “예로부터 은하수는 쇠의 정기가 모인 것이라 하니, 아마 무슨 쇳소리도 났을 겁니다”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덧붙였다. 왕희지의 말을 듣고 보니 장인은 과연 쇳소리를 들은 듯도 했다.

실체는 수많은 별이 모인 우리은하

은하수의 정체는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천체망원경을 발명하면서 밝혀졌다. 젖이 흐르는 강으로 알았던 은하수를 천체망원경으로 바라보니, 거기엔 수많은 별이 모여 있었다. 우리은하에 속한 잔별이 모여서 희미하게 퍼져보이는 것이 은하수라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갈릴레이가 천체망원경으로 하늘을 바라본 약 반년 정도의 기간은 인류의 역사를 뒤집어놓은 시간이다. 이 기간 동안 새로 발견한 사실을 모아서 지은 책이 바로 ‘하늘의 전령’(Siderius Nuncius)이란 책이다. 이 책에는 달에 구덩이가 깔려 있고, 산도 있고 평원도 있고, 금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양이 반달이나 초승달처럼 변하며, 목성에는 둘레를 도는 달이 네개나 있다는 갈릴레이의 관측 사실이 적혀 있다. 우리 선조가 시체가 쌓여 있는 기운이라 해서 적시기(積尸氣)라고 불렀던 프레세페 성단은 수십개의 별이 모여 있는 별떼이고, 은하수는 수많은 별이 모여 있다는 사실도 아울러서 말이다.

갈릴레이는 너무나 흥분에 휩싸였을 것이다. 도대체 저것들은 무엇일까. 왜 그럴까. 수없이 떠도는 의문에 밤새 밤하늘을 관측하고서 피곤을 풀기 위해 낮잠을 청했을 때도, 잠이 제대로 들었을리 없다. 그러나 갈릴레이가 사용한 망원경은 아주 작은 것이었다. 그 작은 망원경으로도 우주의 장엄한 모습을 보며 몽매함을 깨우쳐 나갔으니, 우리라고 그렇게 하지 못하겠는가. 크고 비싼 망원경도 필요 없고 작은 망원경으로도 충분히 배우고 가르칠 수가 있다.

멀리 있는 별은 희미해서 우리 눈으로는 감지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런 희미한 별빛이라도 전부 모은다면, 낮에 세상을 밝히는 저 태양의 강렬한 빛과 맞먹는 양이 된다고 한다. 저 들판에 피어있는 한송이 꽃도 밤에는 별빛을 받으면서 성장한다. 우리나라 어린이와 젊은이도 이런 별빛을 온몸으로 맞으며 자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수많은 사람이 방방곡곡 들어선 천문대를 견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천문대는 어느 정유회사, 자동차회사, 철강회사를 기념하는 천문대여도 좋고, 훌륭한 선조를 기리는 천문대여도 좋다.

그러나 그 시작은 자녀에게 우주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함께 즐길 수 있는 부모의 자세에서부터 시작되리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번 여름에는 자녀들과 손에 손을 잡고 온가족이 은하수를 한번 볼 계획을 세워봄이 어떨까. 물론 사전에 어떤 별이 견우고, 어떤 별이 직녀인지 정도는 알고 떠나야 하겠다.

하늘 별자리 조각한 ‘부사의 탑’
 

전북 부안군 부안읍 매창공원(서림공원)에 하늘의 별자리를 조각한 천구의 탑이 세워졌다


전북 부안군 부안읍 매창공원(서림공원)에 하늘의 별자리를 조각한 천구의 탑이 세워졌다. 이름해 ‘부사의 탑’. 이 천구의 탑은 금구원 조각공원 천문대(부안군 변산면 도청리 소재)와 부사회(서울에서 활동하는 부안출신 인사들의 모임)가 힘을 합쳐 만든 것이다. 전체는 기단, 중단, 상단의 3층 구조를 갖는데, 전체 높이가 3.3m이고 총 무게가 30여t이다. 바로 상단이 천구의다.

천구의는 지름이 1.5m인 커다란 구슬과 같은 모양이다. 천구의에는 하늘의 88개 별자리가 망라돼 있으나, 아래의 턱부분에 몇개가 가려져 있다. 별은 모두 9백9개가 새겨졌는데,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대표적인 별만 나타냈다. 모든 별은 연마된 화강석에 1cm 이상 깊이 홈을 파서 새겼기 때문에 오랜 세월이 지나도 풍화에 최대한 견딜 수 있게 했다.
 

2001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안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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