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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화석에 울고 웃는 전세계 과학자

밀거래상이 위조한 공룡 조각

화석은 지구생명의 진화사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다. 그런데 화석을 조작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며, 최근 가짜 화석이 등장해 또 한차례 해프닝을 빚었다. 도대체 누가 무엇을 위해 이처럼 화석을 조작하는 것일까.

몇년 전 중국에서 발굴됐던 공룡 화석이 조작된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과학전문지 ‘네이처’ 최근호에 발표됐다. 이 화석은 공룡으로부터 새가 진화됐다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공개돼 그동안 크게 주목받았던 것이었다. 과학계에서 충격적일 수밖에 없는 화석 위조. 그동안 전세계 과학자들을 웃고 울게 만들었던 화석 오류의 역사를 살펴본다.

가짜 화석의 아버지
 

베링거(1667-1740). 가짜 화석 때문에 조롱거리가 된 비운의 과 학자다.


베링거(Johann Bartholomew Adam Beringer, 1667-1740)는 18세기 독일 위르츠부르그의 의과대학 학장인 동시에 줄리안병원의 의사였고, 이 도시 주교의 주치의였다. 한마디로 위르츠부르그에서 가장 잘 나가는 학자였던 셈이다. 그런 그가 도시 근처 산(Mount Eivlstadt)에서 놀라운 화석들을 발견해 ‘위르츠브르그의 석판화석’이라는 책으로 발표했다.

이 책에는 그가 채집한 아주 특별한 ‘화석’에 대한 설명이 실려있다. 화석은 납작한 돌 표면에서 입체적으로 도드라져 여러 종류의 형상들로 나타나 있다. 이 화석들은 일반적인 화석에서는 보존될 수 없는 여러가지 동물의 겉모양이 완전하게 표현돼 있다. 즉 비늘을 가진 도마뱀과 눈동자가 분명한 새, 거미줄에 매달린 거미, 꽃의 꿀을 빠는 벌, 교미하는 개구리가 있는가 하면 심지어 긴 꼬리를 끄는 혜성, 달빛을 비추는 초승달, 사람 얼굴 형상을 한 태양뿐만 아니라 히브리 글자도 있었다.

베링거는 자신이 발견한 화석과 진짜 화석의 차이점을 인식했으나 그의 화석이 자연 현상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 확신했다. 그는 화석이 생물 기원에 의해서만 만들어진다는 주장을 열성적으로 반대한 사람이었다. 즉 생명체를 비롯한 모든 사물이 화석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1726년 그의 책이 발간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자신의 화석 발굴 현장에서 자기 이름이 새겨진 화석을 발견하고 만다. 충격에 빠진 베링거는 자기가 책에서 기술한 모든 화석이 누군가 조각을 해서 땅속에 묻어놓은 것이 확실해지자 깊은 절망에 빠진다.

그래서 그는 전 재산을 털어 이미 팔려나간 책을 회수하려 안간힘을 다하지만 쓰라린 굴욕감으로 몇년을 고민하다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만다(베링거는 슬픔에 싸여 죽은 것이 아니라 사기사건 후 14년 간 더 살았으며 교수직도 유지했다는 주장도 있다). 그후 베링거는 멍청이의 상징이 됐고, 학계의 조롱거리로 회자됐다. 그가 죽고 난 후 그의 다른 책들도 호사가들의 수집품으로 비싸게 거래됐으며 그가 수집한 ‘화석’은 현재에도 존재하며 매우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이 비극의 발단은 그의 강의에 불만을 품은 학생이 고의적으로 ‘화석’을 만들어 그가 작업하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발견하도록 묻은 것으로 알려져 왔었다. 그러나 1935년 위르츠부르그에서 발견된 서류에 따르면 실제는 이와 다소 다르다. 이 사건을 일으킨 주인공은 그의 죄 없는 학생이 아니라 같은 대학의 시기심 많은 동료 두명이었다. 그들은 지리학과 교수였던 로데릭(J. Ignatz Roderick)과 도서관원인 에크하르트(Georg von Eckhart)였다. 특히 로데릭은 자기가 직접 ‘화석’을 조각해 17살의 잔거(Christian Zanger)를 시켜 베링거의 화석 발굴지에 파묻도록 했다. 잔거는 베링거를 위해 일을 했던 청년으로 이중스파이 역할을 한 셈이다. 이 사건의 진상은 밝혀지고 그들은 법정에 서게 됐으며 응분의 처벌을 받았다.

결과가 어찌됐던 베링거는 악의에 찬 동료들의 모함으로 인한 희생자였다. 물론 그가 화석의 판별을 잘못한 점은 인정되나 베링거가 살던 시대인 18세기에 화석의 정의는 완전하게 정립되지 않았었다. 오히려 베링거의 ‘거짓화석’(lying stones)은 화석기원의 불확실성이나 무기물 기원 같이 오랫동안 잘못 전해 내려온 낡은 생각을 타파하는데 기여한 바가 크다.
 

베링거가 발굴해 기록한 가짜 화석들. 납작한 표면에 여러 동 물들이 입체적으로 새겨져 있는 모습이 황당하다. 화석 생성과 정이 밝혀지지 않았던 시대의 해프닝이었다.


인간 자존심 세워준 필트다운인

필트다운은 영국의 남동부에 위치한 고인류 화석 발굴지였다. 이곳은 1908년에서 1912년까지 원시인류와 유인원, 그리고 여러 포유류 화석의 잔해들이 발견된 장소였다. 1913년 송곳니가 인류의 것처럼 낮게 닳아있는 유인원의 턱이 이곳에서 발견됐다. 영국의 고인류학자들은 즉시 이 화석이 인류의 두개골에 유인원의 턱을 가진 새로운 종에 속하는 원시인류 화석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나 이 화석이 현생 인류의 머리뼈에 유인원의 턱이 끼워진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1953년으로 무려 40년의 세월이 흐른 뒤였다.

해부학에 능하지 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필트다운인(Piltdown Man) 화석을 자세히 살펴보면 자연스럽지 않은 점을 찾을 수 있다. 어설프게 대조되는 머리뼈와 턱 색깔에 의해 구별할 수 있는 것. 척추동물학자라면 턱뼈에 있는 이빨이 오랑우탄의 것이라는 점도 쉽게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유인원 이빨의 돌기(cusps)는 인류의 것과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찰스 다윈 이후 진화론에 대한 인식이 과학사회에 점점 넓게 퍼지고는 있었지만 아직 인류 기원에 대한 지배적인 사회적 통념은 인류가 다른 유인원과 크게 구별된다는 것이었다. 당시 인류학자들의 믿음은 사실 연구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에 영향을 받고 있었다. 즉 인간은 다른 유인원과 다르게 매우 지적으로 발달돼 있으므로 반드시 뇌가 커야 한다는 편견이었다.

그러나 1924년 다트(Raymond Dart) 교수가 남아프리카에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Australopithecus africanus)를 발견하자 일부 학자들은 너무나도 작은 두개골에 놀랐다. 그 두개골은 실제 침팬지의 두개골처럼 작고 뇌의 용적이 현생 인류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작았으며 이마가 낮았다. 이에 비해 뇌가 크고 아래턱이 발달한 필트다운인은 당시 인류학자의 자존심을 채워주기에 꼭 맞는 화석이었다. 인간의 두뇌는 인간의 진화에 일어났던 다른 변화에 앞서 가장 먼저 발달돼 완성됐다는 것이 그들의 믿음이었다.

그 후 속속 발견된 인류화석들은 두뇌의 발달에 앞서 직립이 가장 먼저 완성됐으며, 이와 함께 점차 두뇌가 증가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당시 인류학자들은 사실에 부합되는 이론을 만드는 대신 그들의 생각에 맞춰 거짓 사실을 만든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화석을 통해 얻어지는 사실들이 과거에는 문화적 배경과 학자들의 기대치에 의해 한번 걸러진 채 세상에 공표됐던 것이다.

또한 필트다운인 사기가 좀더 일찍 밝혀지지 못한 이유는 과학자들이 필트다운인 표본을 직접 관찰할 수 없도록 영국박물관에서 철저하게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과학자들은 모조품 이외에는 조사가 허용되지 않았으며 진품도 모조품이 정확히 만들어졌다는 주장을 할 때만 잠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가짜 화석을 만든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조사가 여러 차례 수행됐지만(용의자 중에는 명탐정 셜록 홈즈를 만들어내 유명한 작가 코난 도일(Arthur Conan Doyle)도 포함돼 있었다) 정황만 있을 뿐 범인은 결국 밝혀지지 않았다.

아르키오랩터가 남긴 불명예

최근 중국의 요동성에서 발견된 한 화석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 화석은 1997년 중국 북동부 요동성의 전기백악기 지층에서 한 농부에 의해 발견됐는데, 주둥이와 윗 몸통은 원시 새의 골격이며 꼬리는 전형적인 소형 육식공룡인 드로마에오사우루스류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 화석은 공룡으로부터 새가 진화됐다는 가설에 결정적인 증거가 되고도 남는 매우 귀중한 화석이었다.

화석에 나타난 공룡은 아르키오랩터 랴오닝엔시스(Archaeoraptor liaoningensis)라 명명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아르키오랩터 화석은 최소한 두개의 다른 화석을 합성한 가짜 화석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제2의 필트다운 ‘새’가 되고 말았다. 결국 ‘아르키오랩터’라는 학명은 가짜 화석의 대명사로 남게 됐다.

요동성의 시아산지아쯔 지역은 최근 매우 중요한 화석들이 발견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1990년대부터 발굴되기 시작한 이곳은 독일의 졸렌호펜(후기 쥐라기 지층) 석회암처럼 잘 보존되기 어려운 원시조류와 익룡화석, 수많은 물고기화석들이 흩어짐 없이 잘 보존돼 있다. 그러나 이곳의 시기는 전시백악기로 졸렌호펜 석회암보다 젊은 시대의 지층이며 호수에서 형성된 육성층(육지 환경에 쌓이는 지층)이다.

이곳의 농부들은 한몫 잡기 위해 화석을 발굴해 거래상을 통해 외국으로 밀반출한다. 이 과정에서 더 많은 값을 받기 위해 교묘하게 화석을 조작했던 것이다. 1997년 발견돼 교묘히 위조된 화석은 미국으로 밀반출돼 그해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열린 보석 광물 전시회에서 아마추어 화석가이자 조각가인 체카스(Steven Czerkas)에게 8만달러에 팔려나갔다.

이 화석의 연구에 내셔널지오그래픽사가 연구비를 제공해 저명한 공룡학자들이 관여하게 됐다. 연구 과정 중 가짜일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지만 네이처나 사이언스와 같은 유수 과학저널에 출판되기 전(결국 출판되지 못함) 1999년 내셔널지오그래픽 11월호에 기사가 실리고 말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아르키오랩터의 꼬리와 몸통이 연결된 부위의 판이 같은 장소에서 발견됨에 따라 이 놀라운 사건은 파국의 길을 걷게 된다.

두말할 필요 없이 이 사건은 내셔널지오그랙픽사와 이 프로젝트에 관여했던 학자들에게 치유할 수 없을 정도의 큰 불명예를 남겼다. 더 불행한 일은 마치 새가 공룡의 후예라는 수많은 증거들이 이 가짜 화석에 의해 단번에 뒤집혀버린 것처럼 일반인들에 비추어졌다는 점이다.

돈으로 평가할 수 없는 가치

베링거의 가짜 화석과 필트다운인, 그리고 아르키오랩터는 학자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즉 증거를 넘어서는 추론은 금물이며 언제나 직접 관찰을 통해 얻은 것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과학자에게는 지극히 상식적인 원칙이다. 베링거의 가짜 화석과 필트다운인의 경우보다도 현재 더욱 우려되는 것은 아르키오렙터처럼 돈을 위해 화석이 조작된다는 사실이다. 아르키오랩터의 경우 유감스럽게도 전혀 새로운 원시조류와 공룡화석일 가능성이 높은 두개의 화석이 연구도 되기 전에 인간의 욕심에 의해 파괴되고 말았다.

오늘날 화석을 다루는 분야는 화석을 사고 파는 세계와 그것을 연구하는 세계로 양분돼 있다. 현재 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화석의 상업화는 극히 우려할 수준이다. 사업의 분야가 점점 더 크게 학문의 영역을 갉아먹고 있다. 화석의 가치를 돈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다.

모로코에서는 전세계로 수출되는 삼엽충과 나우틸로이드(nautiloids) 화석을 화려하게 꾸며서 더 높은 값을 받기 위해 갈아내고 낱개를 함께 붙여 화석의 밀도를 높인다. 심지어 조각을 하기도 하고 틀을 만들어 암석가루로 찍어내 구운 후 다른 암석에 교묘히 붙이기도 한다. 중국에서 밀반출되는 공룡알 중에는 서로 다른 공룡알 껍데기를 함께 붙여 마치 모자이크한 것처럼 위조된 것도 있다. 아까운 자연 유산이 빛을 보기도 전에 인간의 손에 의해 죽어 가는 것을 보면 정말 안타깝다.

화석은 지구생명의 진화사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이다. 화석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화석의 가치를 어느 TV프로그램에서 보듯 돈으로만 환산하려는 시도가 안타까울 뿐이다. 화석은 늘 그래왔듯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인간이 그렇게 조작해왔을 뿐….
 

2001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융남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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