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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꽃잎이 검게 물든 사연 식물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는 동물세계에서만 적용되는 용어가 아니다. 식물도 그 영향권에 포함되는 것이다. 일잔 스트레스를 받은 식물체는 그 크기와 모양이 변한다.

가혹한 환경에 대한 식물의 반응은 생물학이 시작되기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주의를 끌어왔다. 가혹한 조건하에서 살아남는 식물을 사람들은 튼튼하다고 말하고, 살아남지 못하는 식물을 연약하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생물학자들은 생물에게 불량한 어떤 환경요소를 가리켜 스트레스(stress)라고 부르고 있다. 또 불량한 환경요소에서 살아남는 식물의 능력을 스트레스 저항이라고 한다.

잎의 온도는 몇도일까

식물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긴장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외래의 힘은 식물체의 크기나 모양을 변하게 한다. 이는 사람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정신적으로 또는 육체적으로 여러가지 행위를 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식물의 스트레스를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그러한 스트레스를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남는가를 이해해 보자.

식물에 있어서 스트레스는 언제나 상해(傷害)를 내포하고 있으므로, 식물은 그 스트레스를 모두 제거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을 변화시키거나 발생가능한 긴장을 완화시킬 수는 있다. 식물이 스트레스에 대해 적절한 저항을 늘 성공적으로 해내는가 아니면 해내지 못하는가를 발견하려면 식물에 대해 개별적으로 시험하지 않으면 안된다.

먼저 식물체가 받는 스트레스의 여러 형태를 점검해 보자.

첫번째로 저온을 들 수 있다.

식물의 체온은 비록 영하의 낮은 온도에서도 그 주위의 온도와 거의 비슷하다. 식물이 자신의 온도를 조절하지 못한다는 것은 여러 현상에서 엿볼 수 있다. 밤에는 복사(radiation)에 의해 주변의 기온보다 낮게 냉각되는 것이 좋은 예다. 반대로 햇볕이 내리쬐면 역시 복사에 의해 형성층이 생긴다. 그러면 식물의 체온은 겨울에 그늘 속에서 있을 때보다 30℃나 더 높아진다. 이것은 식물이 저온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예외로 눈식물(snow plant)로 불리는 천남성과(天南星科)의 한 종은 빠른 생장때문에 주변의 온도보다 높은 체온을 유지하게 된다. 그 이유는 호흡을 통해 나오는 열을 발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예외적인 현상은 상해를 일으키기에는 충분치 않은 정도의 낮은 온도에서만 일어날 수 있다.

고온 역시 식물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햇볕이 내리쪼이는 높은 기온에서 잎은 어떤 온도를 나타낼까. 이는 오랫동안 논쟁의 주제가 돼 왔다. 문제는 햇볕을 받아 더워진 잎의 온도가 증산에 따른 냉각에 의해 상쇄되느냐 상쇄되지 않는냐에 달려 있다. 상당히 높은 온도에서(40℃ 정도)잎의 온도는 대기의 기온보다 약간밖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실험과 이론 양쪽에서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높은 온도(40~50℃)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때 잎의 온도는 기온보다 훨씬 낮아진다(15℃ 정도).

이러한 방법으로 식물의 잎은 필요이상으로 고온이 되는 것을 피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식물의 잎은 기온보다 높은 온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서 잎은 고온에 비교적 잘 견딘다는 얘기가 나온 것이다.

견디거나 피하는 능력을 가져

수분결핍도 식물에게는 대단히 스트레스다. 수분식물이나 저지식물은 쉽게 그들의 환경주변에 있는 물과의 평형에 이를 수 있다. 그 식물들은 아침에는 물로 포화될 수 있고, 오후에는 건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고등식물은 대개 팽윤한 상태에 늘 머물러 있다. 실제로 주위의 공기가 상당히 낮은 상대습도를 매일 가리키고 있다 하더라도 고등식물은 거의 100%의 습도를 유지한다. 그러므로 고등식물은 건조를 피하는 식물이라고 할 수 있다.
 

충무의 종려가로수^남방계식물인 종려나무가 충무의 가로변에서 자라고 있다. 비록 사람들에게 겨울 속의 여름 멋을 제공해주고 있지만 나무 자신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염분도 식물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염생식물(鹽生植物)은 염분의 농도가 높은 토양에서 자라는 식물을 말한다. 이러한 식물은 다량의 염류를 흡수하기 때문에 세포액의 농도가 높다는 것이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다. 실제로 염생식물의 세포의 흡수력은 2백기압이나 된다. 어떤 경우에는 이 값이 더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고압(高壓)은 식물에서 나오는 추출액으로 표면에 분비돼 있는 염류를 재용해할 때 얻어진다. 표면에 분비된 염류를 조심스럽게 씻어 버린 경우에는 높은 값을(1백~1백30기압)가지므로 이러한 식물은 염류에 견디는 능력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정도의 염분 저항을 보이는 식물은 종(種)마다 그 저항력의 차이를 나타낸다. 염류에 상대적으로 못 견디는 변종은 잘 견디는 종보다 염류를 더 잘 배제한다. 이런 식물은 대개 염류를 거부하는 방법으로 염해(鹽害)를 피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복사도 식물에게는 스트레스가 된다. 태양의 복사는 식물에 잘 침투한다. 그리고 쉽게 흡수된다. 이러한 복사에 살아남는 식물은 뭔가 견디는 힘을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다. 식물표면에서 크게 반사되는 자외선은 식물의 표면을 투과하거나 또는 흡수된다. 자외선의 복사를 받고도 살아남는 식물은 복사를 피하는 능력이 있다.

방금 열거한 예에서 얻을 수 있는 일반적 결론은 거의 모든 스트레스에 대해 식물은 견디거나 피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다른 식물에 비해 그 능력이 상대적으로 좀더 발달한 식물도 있고 덜 발달한 식물도 있다. 따라서 스트레스 처리 능력에 따라 식물을 세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제1 그룹은 스트레스에 잘 견디지만 피하지는 못하는 그룹이고, 제2 그룹은 잘 견디고 잘 피하는 그룹.
제3 그룹은 스트레스를 잘 피하지만 견디지는 못하는 그룹이다.

이제부터 식물이 스트레스를 어떻게 피하고, 어떻게 견디는지를 살펴보자. 이는 식물의 생사를 가늠하는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옛날부터 이에 관한 이론은 우리의 주목을 끌어 왔다.

여기서는 낮은 온도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해 보자.

냉각스트레스(chilling stress)는 식물에게 상당히 가혹한 것이다.

그러나 낮은 온도에 대해 비교적 잘 견디는 식물도 많다. 실제로 저온에 잘 견디는 세포와 조직은 그들이 처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온도에서도 생명을 부지할 수 있다. 놀랍게도 절대온도 0K(-2백73℃)가까이 떨어지는 온도에서도 그들은 견뎌낸다.

냉각스트레스는 수세기동안 인식돼 왔지만 아직도 양적으로 정의하기란 매우 어렵다. 어떤 식물은 1~2℃에서도 죽으며, 열대식물의 56종중에서 25종이 1~5℃에서 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분명히 낮은 온도이긴 하지만 물이 얼지 않는 온도에서의 상해를 냉각상해(chilling injury)라고 한다. 냉각상해를 받은 식물도 하루 동안은 완전히 정상적으로 보인다. 팽팽한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냉각된지 5,6일 후에는 식물체 전체가 연해지고 곧 시들어 버린다. 더운 기후에서 자생하는 많은 농작물은 0.5℃~5℃ 사이에 24~48시간 방치하면 상해를 입는다.
 

(표) 매우 낮은 온도에서도 살아남는다.


세포의 투과도가 증가되면

상해의 원인에 대해 여러가지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대개의 경우 세포의 투과도가 증가된다는 것으로 집약된다. 냉각에 예민한 성숙한 푸른 토마토의 경우, 0℃에 4주간 방치하면 투과도가 본래의 투과도보다 세배나 커진다. 그러나 냉각에 잘 견디는 양배추의 투과도는 조금도 증가하지 않는다.

알다시피 양분의 흡수는 호흡을 통해 나오는 에너지에 의존하는 적극적인 활동이다. 따라서 만일 에너지의 근원이 차단된다면 ATP합성이 불가능해지거나 호흡의 무기산화가 감소되므로 흡수된 양분중 일부는 소실되고 말 것이다. 이것은 투과도의 증가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냉각 상해는 대사작용의 점진적인 혼란에 말미암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번에는 대사작용의 파괴원인을 몇가지 알아보자.

첫째로 굶주림은 식물의 대사작용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친다. 온대지방에 사는 식물은 0℃ 이상의 낮은 온도에서는 언제라도 회복가능한 긴장을 나타낼 뿐이다. 이때 대개의 식물은 상해를 입지 않는다. 그러나 이 정도의 온도라 할지라도 열대나 아열대 기후지역에서 서식하는 추위에 민감한 식물에게는 상해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싸늘한 날씨일 때는 호흡률이 광합성률을 초과하므로, 이는 틀림없이 식물을 굶주림 상태로 몰고 갈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냉각상해를 입은 식물을 관찰해 보면 저장물질이 고갈되기 훨씬 전에 상해가 나타남을 알 수 있다. 이 가설에 대한 실험적 확증은 아직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개념은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식물이 낮은 온도에서 자라면 그 식물의 광합성능력이 빨리 감소된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다. 그래서 차가움에 민감한 식물은 보상점이 차가운 온도 이하에 있는 것이다. 이 식물이 저장한 탄수화물은 새로 합성한 탄수화물보다 더 빨리 분해된다.

이러한 상태가 오랫동안 유지되면 식물에게 굶주림이 찾아올 것이다. 광합성을 하지 못한 식물의 굶주림은 차가운 온도가 물질수송을 방해하는데 기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찬 날씨때문에 식물의 이동통로가 쇠약해지기 때문에 물질수송이 방해를 받는 것이다. 허술해진 영양물질 이동통로의 복구속도도 식물의 종에 따라 다르다. 예컨대 사탕무나 북반구의 엉겅퀴는 회복이 빨리 이뤄지지만 콩이나 남방의 엉겅퀴는 매우 느린 회복속도를 보인다.

열대지방에 서식하는 바랭이의 일종은 낮동안에 많은 녹말을 저장하지만 이 녹말이 밤에는 사라져 버린다(주변의 온도가 정상인 경우에도). 그러나 10℃의 환경에 노출시킬 때에도 잎속에는 녹말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러한 녹말의 이동방해 현상은 낮의 온도가 30℃ 이상일 때 발생하는 광합성 및 성장의 감소현상을 설명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낮-밤 」실험^왼쪽은 낮시간을 짧게 하고 밤시간을 길게 해주었을때의 '풀 죽은' 우엉의 모습이고 오른쪽은 그 정반대로 조건하에서 '기가 산'우엉이다. 이렇게 낮 밤 시간을 바꾸는 것도 우엉에게는 대단한 스트레스다.


식물기형을 유발하기도

그동안 낮은 온도에서의 단백질의 합성속도가 분해속도보다 느린 이유를 상해 때문이라고 인정해 왔다. 하지만 최근 종래의 생각이 잘못됐음이 밝혀졌다. 즉 단백질의 결핍과 분해산물(아미노산 암모니아)에 의한 독성때문이라는 사실이 새로 드러난 것이다. 콩과 토마토가 저온이라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단백질이 가수분해되는 것도 실험적으로 확인했다. 그런데 어두운 곳에 보관한 대조식물(차갑게 하지 않은)이 더 심한 분해를 일으켰다.

여러 연구가들은 단백질이 냉각상해를 입는 동안에 분해되는 것 같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추위에 민감한 식물을 통해서는 단백질의 분해를 관찰할 수 있지만 냉각상해에 저항하는 식물(옥수수 밀)에서는 그것을 관찰하지 못했다는 보고도 있다.

추운(5℃)지역에서의 오이의 호흡률은 일시적으로 증가하지만 곧 감소한다. 호흡의 증가는 대개 상해가 시작될 때 발견됐고, 오이가 죽은 후 호흡률은 급격히 떨어졌다. 이때 산소농도의 변화(1~100%)는 5℃에서의 오이의 호흡률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주변온도가 15℃일때는 큰 영향을 끼친다.

반대로 5℃일 때 상해는 이산화탄소(${CO}_{2}$)를 증가시키지만 15℃일 때는 이산화탄소의 양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마찬가지 결과를 고구마에서도 얻었다. 즉 5℃일 때 고구마는 상해를 입지 않고, 10℃일 때 상해를 입어서 그 호흡률이 촉진 되었다.

장미의 경우 낮은 온도의 상해는 꽃의 기형을 낳게 한다. 꽃모양이 소머리 처럼 되고 꽃잎이 검게 변하기도 한다. 장미꽃의 기형은 실험적으로 유발시킬 수 있다. 꽃이 피기 시작할 때 5℃ 환경하에서 17일간 냉각시키면 간단히 기형꽃이 얻어진다. 꽃잎이 검게 되는 것은 화청소의 함량이 정상의 꽃보다 2~5배나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 폴리페놀(polyphenol)의 산화산물이 축적된데 기인한다. 온도가 낮을수록 꽃잎은 더욱 검게 변한다. 검은 꽃잎은 활성을 지닌 폴리페놀 효소계통을 지니고 있지만 정상의 꽃에서는 그 효소의 활성을 검출할 수 없다.

온대지방의 모든 식물은 냉각온도에서도 생존하고 있으므로 냉각에 충분히 저항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열대식물이나 아열대식물은 저항의 정도가 상이하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냉각저항을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을 찾아내려고 많은 시도를 했다. 일반적인 측정방법은 식물을 인위적으로 냉각온도에 일정한 시간 동안 노출시켜 그 상해를 관찰하는 것이다.

식물은 넓은 온도범위에 걸쳐 살고 있으므로 냉각저항은 견디는 힘에 주로 의존한다고 볼 수 있다. 옛날에는 냉각상해를 쉽게 입는 식물을 야외에서 경화(hardening)시킴으로써 좀 더 견딜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실제로 경화하는 동안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단지 냉각처리를 하면 살아있는 세포의 능력을 저하시키고, 경화처리를 하면 그 반대로 세포의 능력을 회복시킨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경화하는 동안 세포내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오랫동안 많은 학자들이 여러 방면에서 연구를 하여 다양한 학설을 발표하고 있다.
 

원자시대의 카네이션^붉은 카네이션(가운데)에 감마 선을 조사하면 유전자가 변이돼 흰 카네이션으로 바뀐다. 이처럼 식물에 스트레스를 가하면 간혹 기형식물이 발견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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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준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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