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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환경지킴이 3色 스토리

변화의 현장, 보존에서 공존으로

9월 19일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 9박 10일 간 유럽 3개국의 환경생태도시를 방문하는 탐방단의 일정은 먼저 독일에서 시작됐다. 최근 생태학이나 도시공학 등 환경 관련 분야에서는 무조건적인 개발 제한보다는 환경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며 공존할 수 있는‘지속가능한 개발’로 환경보존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추세다. 독일과 스페인, 이탈리아 현지의 환경지킴이들이 이 같은 변화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한다.



독일 슈프레발트 뱃사공 - “정부가 운영하는 버스 타고 통학”

“한국에서 오셨어요? 이곳 슈프레발트까지 동양인이 다녀가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에요. 칸(곤돌라)을 타려면 요금을 내셔야죠? 1인당 7유로입니다. 이제 노를 젓겠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생태하천 슈프레강의 지류를 따라 내려가는 거예요.

슈프레발트는 독일의 수도 베를린을 둘러싼 브란덴부르크주에 속해 있습니다. 통일 직후 연방정부가 생태보호지역으로, 1991년 유네스코가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했어요. 지금도 동식물이 1만8000여 종이나 살고 있습니다.

동식물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게 슈프레발트 자치정부의 현안이에요. 최근에는 하천에 ‘물고기 길’(魚道)을 만들었죠. 배수관이 하천을 가로지르는 바람에 수위가 높아져 물고기가 거슬러 올라가지 못했는데, 정부가 계단식 어도를 조성했어요. 물이 공기와 접촉하는 면적도 넓어져 수질도 좋아졌대요.

(10월 16일 서울 한강의 잠실대교 아래에도 새 어도가 생겼다. 계단 간 높이가 50cm였던 기존 어도를 10cm로 바꾼 것. 서울시는 작은 물고기도 상류와 하류 간 이동이 가능해져 한강 생태계 다양화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자체적으로 버스회사도 운영해요. 적자지만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하기 위해 계속하고 있죠. 여기 학생들은 주로 이 버스로 통학해요.

베를린에서도 최근 5년 새 도심교통량이 줄고 있대요. 도시계획청이 주차장 요금을 올리고 대중교통을 활성화시킨 결과죠. 각종 박람회에 참여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대중교통까지 이용할 수 있는 입장권을 만들어 팔았는데, 좋은 아이디어라는 평가를 받았어요.

베를린은 환경 규제가 까다롭기로 유명해요. 기업이 투자를 기피하지 않냐구요? 오히려 반대에요. 엄격한 규제를 감수했다는 게 ‘친환경 기업’이란 이미지를 심어줄 테니까요. 전 ‘시민협의체’에서 일한 열성적인 환경지킴이죠. 독일인들은 정부가 결정한 사안이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판단하면 임시로 시민협의체를 조직해 이의를 제기해요.”

메뇨르카의 인적 드문 습지대. 스페인 본토의 전통춤 플라멩코를 보면 그들의 열정이 그대로 전해온다. 이 섬에는 소중한 환경을 지키려는 그들만의 또 다른 열정이 있다.


스페인 메뇨르카 환경보호 매니저 - “100개가 넘는 환경 평가 지표”

“한국 탐방단이시죠? 환영합니다. 지역신문 ‘메뇨르카’ 기자가 한국에서 온 여러분을 취재하러 왔어요. 먼저 잠깐 답변해 주시죠.

(안진회 팀장과 이상돈 교수가 메뇨르카 기자의 인터뷰에 응했다. 이 교수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된 이후의 이곳 현황을 살펴보고자 방문했다”고 답했다. 안 처장은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한국에 돌아가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경기도 삼송신도시를 환경과 개발이 공존하는 ‘명품 생태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저는 메뇨르카 지역정부 환경보호파트의 매니저입니다. 바르셀로나대에서 생태학을 전공했어요. 이 분은 자문을 맡고 계신 바르셀로나대 생물학과 후안 리타 교수님이십니다.

메뇨르카는 발레아릭주를 구성하고 있는 4개의 섬 중 하나입니다. 1993년 메뇨르카를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할 때 반대의 목소리도 많았어요. 1980년대 이후 관광이 이곳의 주요 수입원이 돼 왔는데, 보존지역이 되면 관광객 유치를 위한 개발이 제한될 게 자명하다는 시각 때문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환경보존과 관광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자는 쪽으로 주민들 의식이 바뀌었어요.

현재 이 섬의 거주 인구는 약 8만 명입니다. 8월에는 관광객 때문에 18만 명까지 늘어나죠. 정부는 메뇨르카가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22만 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개발 속도를 정부가 철저히 규제하기 시작했어요. 추가 개발이 가능한 곳은 제한된 면적의 해변과 주거 밀집 지역으로 정해져 있고, 녹지대에는 새로운 건축은 물론 차량 출입까지 엄격히 통제되고 있어요.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하냐구요? 메뇨르카에서는 약 10년 전부터 분리수거를 해왔어요. 지금은 스페인 전역에서 분리수거가 가장 잘 되고 있죠. 음식물 쓰레기는 수거해 물을 뿌리고 썩힌 다음 갈아서 염분을 제거하고 거름으로 만들어 스페인 본토의 농부들에게 팔기도 합니다.

아, 여러분, GOB의 세리지 마리 회장께서 오셨습니다. GOB는 메뇨르카에서 활동 중인 가장 큰 환경단체에요. 생물권보존지역의 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정부의 환경정책 수립에 필요한 과학 데이터를 제공하는 일을 담당하죠. GOB는 이 데이터를 매년 홈페이지(www.obsam.org)에 공개하고 있어요.

GOB가 가장 자랑할만한 점은 환경을 평가하는 지표(인디케이터)를 100개 이상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GOB는 3가지 기준에 따라 자체적으로 인디케이터를 개발해요. 경제학, 생물학, 사회학, 지구과학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기술 그룹, 지역주민 그룹, 정부 관련자 그룹이 의견을 모아 결정하죠.

지금은 메뇨르카의 환경에 대해 가장 강한 목소리를 낼 정도가 됐지만 GOB는 사실 조류학자들이 이 섬의 새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학술단체였어요. 1976년에 처음 생겼죠. 요즘 GOB는 환경 모니터링 이외로도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어요. 주민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는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해 교육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조류도감 같은 환경 관련 책도 냈어요.”

경관을 해친다는 주민들의 건의 때문에 풍력발전 설비는 쓰레기 처리장 옆으로 옮겨지는 설움(?)을 당했다고.


이탈리아 나폴리 지하철 기술자 - “공사비보다 비싼 문화재 복원비”

“오늘도 공사가 진전되기란 틀린 모양입니다. 어딜 파도 땅속이 온통 로마제국 시대의 유적이니 공사가 언제 끝날지 도통 알 수가 없어요. 솔직히 이럴 땐 조상이 원망스럽단 생각도 드네요.

수도 로마요? 말도 마세요, 여기보다 더하죠. 지하철이 완공됐다 해도 문화재 복원 비용이 공사비의 몇 배가 듭니다. 현재 로마에는 지하철 2개 노선이 있고 3개째 공사 중인데, 앞으로는 더 이상 노선을 추가하지 않기로 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로마는 1900여년 전 네로 황제가 이뤄놓은 도시계획을 지금도 거의 그대로 쓰고 있는 셈이에요. 가장 최근에 도시계획을 마친 곳이 밀라노인데, 그것도 600여년 전 일이죠.

(이탈리아 대부분의 도시는 과거의 모습을 훼손하지 않고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역사가 이탈리아인의 자존심이면서 한편으론 골칫거리인 셈이다. 나폴리시청 도시계획과 환경책임자인 풀리 씨는 “수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도시 전체의 틀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며 “한국의 신도시처럼 새로운 지역을 조성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로마는 문화유적을 보존하기 위해 시내 중심가의 차량 출입을 통제해요. 장애인이나 언론인, 공무원, 대중교통 차량만 들어갈 수 있죠. 또 1998년 이후부턴 이곳에서 팔리는 모든 차량에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환경촉매장치를 달도록 정했어요. 장치 비용이 차 한 대당 한국 돈으로 200만~500만 원이죠. 그래도 고대와 현대의 로마가 공존하려면 이 정도 노력쯤은 감수해야 하겠죠?”



“녹지 네트워크 조성과 주민과의 진지한 대화가 필요하다”

독일 베를린 도시계획청은 최근 녹지 간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중간에 끊어지지 않도록 녹지를 서로 연결한다는 얘기다. 녹지 네트워크는 야생동물의 이동통로가 될 뿐 아니라 도시끼리 맞붙어 지나치게 거대해지는 현상도 막을 수 있다.

유럽연합(EU)도 이와 유사한 프로젝트인 ‘나투라 2000’을 진행 중이다. EU 소속 국가의 희귀생물 보호지역을 서로 연결하자는 것. 독일 역시 참여하고 있다.

한국토지공사 안진회 팀장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삼송동 일대의 신도시 개발지 외곽에도 북한산국립공원, 서오릉도시자연공원, 노고산도시자연공원 등의 녹지대가 고리 모양으로 분포하고 있다”며 “이들을 연결하는 것은 물론 개발지 내부의 소규모 녹지와도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토지공사는 2011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경기도 삼송 지역을 150만평에 달하는 생태환경 신도시로 개발하고 있다. 사업 시행은 (주)도화종합기술공사가 맡았다.

충주환경운동연합 박은희 공동대표는 “사업 주체가 개발 초기부터 지역 환경단체의 목소리에 적극 귀를 기울이면 소모적인 논쟁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도화종합기술공사 이춘식 이사는 “개발대상지역 결정 때부터 지역주민, 환경단체,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올해 1월 환경정책기본법이 개정돼 앞으로 환경문제 논쟁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베를린 국제공항을 신설하기로 결정했을 때 항공기 이착륙에 따른 소음과 진동 피해 보상 문제를 7년이란 긴 대화 끝에 지역주민과 합의하는데 성공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나폴리와 로마 간 고속전철 건설 사업의 타당성 검토 단계부터 지역주민의 의견을 적극 수렴했다.

현재 개발 중인 경기도 삼송신도시의 녹지 계획도(위). 한국토지공사는 "베를린 부근의 녹지대(아래)처럼 서로 연결되도록 조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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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임소형 기자
  • 사진

    김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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