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롬과 광자기디스크, 플롭티컬디스크, 실리콘디스크 등이 하드디스크를 대신할 차세대 보조기억장치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 컴퓨터가 보급된 지 10년이 가까와지면서 초기에 구입한 컴퓨터의 수명이 다했거나 성능 부족으로 새롭게 컴퓨터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또 한결같이 고성능 PC를 구입하고 있어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고성능 PC 바람을 실감나게 하고 있다.
초창기와 비교해 지금의 컴퓨팅 환경은 윈도우즈를 비롯한 많은 소프트웨어들이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를 추구함으로써, 대용량 고속화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홍수처럼 밀려드는 정보속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따라 286 PC로는 도저히 사용자들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없어 지난해부터 세계적으로 386급 이상 PC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이미 XT와 286급 PC는 단종된 상태다. 물론 여기에는 기술발전 수요확대 가격경쟁 등으로 인한 가격인하가 크게 한몫 거들었다.
PC가 고성능화 되어가면서 나타나는 현상 중에서 두드러진 것은 대용량 고속화를 실현시키는 새로운 기억매체들의 출현이다. 불과 몇년전만 해도 기억매체라 하면 1MB 이하의 플로피디스크, 20~40MB의 하드디스크가 고작이었다.
하지만 이제 플로피디스크(디스켓)는 기억매체라기보다는 단순히 파일을 이동시키거나 파일을 보관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으며, 40MB 이하의 하드디스크는 더 이상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사용자들은 기억매체를, 컴퓨터를 구입할 때 내장되어 있는 부품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기호품으로 인식하고 있다.
■ 하드디스크 대용량 소형화 추세
현재 부상하고 있는 차세대 기억매체로는 대용량 하드디스크 CD롬(CD-ROM) 광자기디스크 플롭티컬디스크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에서 하드디스크는 읽기/쓰기 속도가 빠르고 기억용량이 크다는 장점으로 오랫동안 PC 사용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물론 새로운 매체의 등장으로 초창기 하드디스크의 장점이 많이 퇴색되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며 조작이 간편해 사용자들을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 와서는 디스크를 복수로 설계한 1GB 용량의 하드디스크가 등장하였고, 지금의 하드디스크보다 빠른 고속 하드디스크도 선보이고 있다. 고속 하드디스크는 대용량의 하드디스크에서 많이 쓰이는 SCSI 방식의 인터페이스보다 속도가 빠른 고속 SCSI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보드 상에 독자적인 DMA 컨트롤러를 장착하여 PC 본체와의 데이터 전송을 고속화하고 있다.
코너사에서 발표한 CP-5500의 경우, 2개의 헤드를 장착시켜 최대 데이터 액세스 속도를 향상시켰다. 불과 몇년전만 해도 '그림의 떡'에 불과했던 대용량 하드디스크들이 386급 PC 이상에서 기본사양으로 채택될 정도로 서슴없이 사용자들에게 선택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일정한 장소에서 사용해야 한다는 하드디스크의 단점을 보완한 리무버블(removable) 하드디스크도 등장했다. 리무버블 하드디스크는 대량의 데이터 저장은 물론 대량의 데이터를 여러 장소에 보급할 때 효과적이다.
대용량 고속화에 이어 하드디스크의 크기 또한 점점 작아지고 있는데, 80년대말까지 주류를 이루었던 5.25인치는 사양화되고 3.5인치가 절대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한 2.5인치 신제품도 서서히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미국 휴렛팩커드가 AT&T, 일본 시티즌사와 공동으로 성냥갑 크기인 1.3인치 초소형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1.3인치 HDD는 21.4MB의 기억용량으로 1만4천3백89페이지 분량의 문서를 저장할 수 있다.
이렇듯 하드디스크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고속 대용량화로 치닫고 있는 PC 성능에 발맞춰 발전을 거듭함으로써 당분간 기억매체의 선두자리를 지킬 것으로 전망된다.
■ CD롬과 광자기디스크 전자출판의 유망주
현재 하드디스크에 가장 강력히 맞서고 있는 차세대 기억매체를 꼽으라면 CD롬을 들 수 있다. 1983년 필립스사에 의해 발표된 디지털 데이터 기록방식의 형식을 기본으로 CD롬은 여러가지 기술적 특성 덕분에 오디오를 비롯한 많은 분야에서 다각도로 응용되고 있다.
CD롬은 한 장에 스테레오 방송으로 최대 60분의 음성정보를 기록할 수 있는 오디오용 CD(Compact Disk)에 음성 대신 최대 5백40MB의 데이터를 기억하도록 만들어 PC용 기억매체로 이용한 것이다. 오디오용 CD처럼 CD롬은 읽기전용 기억매체(ROM, Read Only Memory)다. 따라서 제조단계에서 입력된 CD데이트를 읽는 것은 가능해도 추가하거나 다시 입력하기는 불가능하다.
CD롬은 현재 전자출판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다. 디스크 한 장당 5백40MB를 기억하는 대용량 기억매체의 특성을 십분 살려 백과사전 20권의 분량의 정보를 한 장에 저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자 데이터는 물론 음성, 화상까지도 쉽게 저장해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용이하다. 지난해 11월에는 데이터를 1백50분의 1로 압축시키는 기술이 발표되어 한 장의 CD에 영화 1백50편을 저장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 일본 등지에서는 이미 이를 이용한 잡지나 영화, 게임집이 새로운 전달 매체로서 정착되어 가고 있다.
CD롬 디스크는 지름이 보통 12㎝로 소형이며 하드디스크와 마찬가지로 랜덤액세스가 가능하므로 읽는 속도가 빠르다. 빛을 이용한 기록기술과 에러 정정방식을 채용하여 높은 신뢰성과 장기간 보존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자력이나 흠집에 의해 간단히 지워져 버리는 플로피디스크와 충격이나 먼지에 의해 쉽게 데이터가 손상되는 하드디스크와 비교해 CD롬 디스크는 아무리 긁어도 흠집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견고하고 에러율이 거의 0%로 안정적이다. 예컨대 플로피 디스크의 작은 용량과 늦은 시크타임(seek time), 하드디스크의 귀찮은 백업작업과 데이터의 비휴대성 등의 골치아픈 문제들을 간단히 해결하였다.
하지만 CD롬이 획기적인 기술에 비해 10년이 가깝도록 일반화되지 못한 데는 기술 부족과 비싼 가격도 문제였지만 더욱 큰 걸림돌은 호환성이었다. 각 디스크와 구동장치 간에 호환성이 없어 플로피 디스크처럼 갖고 다니면서 다양한 여러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읽고 쓸 수가 없다.
또한 3.5인치 하드 디스크의 시크타임이 20밀리초(㎳) 이하인데 비해 CD롬은 35~60㎳로 사용자들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으나 분리형 광헤드의 도입으로 헤드 이동속도를 높인다면 3~5년 후에는 20㎳ 이하로 빨라질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금성사가 지난 87년에 CD롬 개발에 착수, 90년말 최초로 선보인 바 있으며 뒤이어 삼성전자에서도 지난 91년 8월 제품 개발에 성공하였다. 현재 내장형 CD롬 드라이브의 가격은 35~40만원, 외장형이 50~55만원 수준이다.
광디스크의 일종으로 자기(磁氣)를 이용해 데이터를 기록하는 방식의 광자기디스크(MO, Magneto Optical)는 1,2년전까지만 해도 가격이 비싸고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 때문에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수백MB의 데이터를 손쉽게 이동할 수 있으며 안정성 보안성이 뛰어나다는 매력으로 인해 차세대 기억매체로 떠오르고 있다. 2년전 소니사의 6천달러에 달했던 광디스크드라이브가 이제는 3분의1 가격으로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광디스크는 레이저를 이용해 읽고 쓴다. 레이저는 정밀도가 높은 렌즈에 의해 매우 작은 면적에 데이터를 입력할 수 있으므로 자력에 의한 데이터 기록방식인 하드디스크나 플로피디스크보다 대량의 데이터를 입력할 수 있다. 즉 광디스크는 자기디스크보다 기록밀도가 높다.
광자기디스크는 CD와 레이저디스크(LD)와 같이 꽤 오랜 역사를 간직한 광디스크의 일종으로 현재처럼 자유롭게 읽고 쓸 수 있게 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초기의 광디스크는 CD처럼 오직 읽을 수만 있었으며 그 후 한 번만 입력할 수 있는 타입(CD-WORM, Write Once Read Only)이 출현했다.
CD-WORM 타입의 광디스크는 레이저를 이용해 디스크 표면에 물리적으로 구멍을 뚫는 방식과 기억소자를 변형시키는 방식 두 가지를 사용하였으나 모두 데이터를 지우거나 바꿔쓰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에 따라 광자기디스크는 재입력이 가능한(rewritable) 타입으로 바뀌었다.
광자기디스크는 레이저 열을 이용해 디스크 표면의 자성을 역전시키는 방법으로 입력한다. 즉 하드디스크처럼 자기적으로 데이터를 보존하지만 읽고 쓰는데는 빛을 이용한다. 이처럼 광자기디스크는 기억내용이 자기적으로 보존되므로 데이터를 지우거나 고쳐 쓰는 것이 자유로우며 상온에서는 기록이 매우 안정되어 자석 등을 가까이 해도 데이터가 쉽게 파손되지 않아 10년 정도는 보존이 가능하다. CD와 LD가 발표될 당시에는 데이터의 보존이 반영구적이라고 하였으나 실제로는 녹 등으로 인한 기록부의 변질로 10년 정도밖에 쓸 수가 없다. 이 디스크는 크기에 따라 5.25인치와 3.5인치로 나뉘는데 5.25인치 광자기 디스크는 양면을 사용함으로써 5백~6백MB 정도의 대용량이며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3.5인치는 한 면만 사용할 수 있어 용량이 1백20~1백28MB다.
광자기디스크는 대용량 플로피디스크의 성격을 닮았다고 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규격이 통일되지 않아 카트리지 형상이나 물리적 포맷, 논리 포맷 등 여러가지로 제품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공통포맷에 의해 데이터 호환성이 보존되고 동시에 속도와 용량이 향상된다면 결국에는 하드디스크를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는 금성사와 현대전자가 광자기디스크의 개발을 완료하고 시장 형성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개발된 현대전자의 3.5인치 광자기디스크드라이브는 1백28MB의 기억용량을 가졌으며 처리속도가 28㎳로 빠르다. 또한 삼성종합기술원에서 개발한 5.25인치 광자기디스크드라이브는 평균 검색시간이 35㎳로 세계 최고속이며 데이터 저장용량 또한 6백50MB나 된다.
■ 플롭티컬 디스크 91년 처음 선보여
플로피디스크와 하드디스크의 장점만을 추구한 플롭티컬디스크(FD, Floptical Disk)도 차세대 기억매체로 빼놓을 수 없다. 미국 인사이트 페리퍼럴사가 개발, 91년 컴덱스쇼에서 처음 선보인 플롭티컬 디스크는 광(optical)과 자기(magnetic) 저장기술을 결합한 기억장치로 편리성 재생가능성 운반성 신뢰성 교환성 등 기존 플로피디스크가 갖는 이점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옵티컬 서보(survo)가 미디어 위에 오목볼록한 흔적을 남기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지우지 않는 한 지워지거나 파괴되지 않는다. 또 강력해진 ECC(Error Correction Code)에 의해 신뢰성이 향상되고 ECC가 정확히 동작할 수 있도록 CRC(Cyclic Redundancy Checking)가 들어 있다. 이러한 것들이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존하며 새로운 광자기 저장기술이 발전되어 플롭티컬 디스크는 가까운 시일내에 고용량화가 실현될 전망이다.
플롭티컬디스크는 현재 국내에서도 판매되고 있는데 가격이 싸고 신뢰성이 뛰어나며 크레디트 카드 등에 사용될 정도로 거친 환경에서도 데이터를 잃어버리거나 에러를 일으키지 않는다.
■ 실리콘디스크와 스트리머
이외에도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찾아볼 수는 없지만 실리콘디스크와 스트리머가 있다. 실리콘디스크는 실리콘(반도체)으로 하드디스크와 같이 조작할 수 있는 외부 기억장치로 기존 하드디스크보다 우수한 고속성을 가지며 배터리에서 전원이 공급되지 않을 때도 데이터를 계속 보존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도스나 응용소프트웨어에서는 하드디스크로 인식되므로 초고속 하드디스크라고 할 수 있는데 MB당 단가가 비싼 것이 흠이다.
실리콘 디스크의 동작은 EMS(확장메모리)와 유사하다. 메인메모리인 6백40KB보다 큰 영역에 실리콘디스크와 데이터를 교환하기 위한 창이 만들어진다. 이 창을 통해 데이터 접근(access)가 이루어지며 이것은 소프트웨어적으로 처리된다.
스트리머는 다른 기억매체와 성격이 조금 다른데 일종의 데이터 백업장치다. 즉 플로피디스크를 넣어 보관하는 케이스라고 생각하면 무난하다. 과거에는 워낙 고가인데다 매우 제한된 용도로 밖에 이용할 수 없어 개인 사용자들에게 도외시 당했지만 최근 대용량 하드디스크가 보급됨에 따라 스트리머의 가격도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따라서 플로피디스크가 맡았던 백업이 차츰 스트리머로 옮겨가고 있다.
플로피디스크를 이용할 때의 백업은 하드디스크 용량만큼 디스크를 준비해야 하나 스트리머라면 1개당 약 1백MB를 기록할 수 있어 디스크를 교환하는 번거로움이 없으며 파일 관리하기도 훨씬 수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