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기원에 관한 학설에는 두가지 가설이 있다. 현생인류가 세계 각지에서 등장했다는 ‘다지역 기원설’과 아프리카에서 그 시조가 발견된다는 ‘아프리카 기원설’이 바로 그것. 이 두가지 가설은 현재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그 결과는 제1라운드 무승부, 제2라운드는 아프리카설 우세로 끝났다.
제3라운드는 올 초 호주의 ‘뭉고인’ 화석 증거를 근거로 다지역 기원설에서 결정적 펀치를 날리며 시작됐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새로운 증거가 5월 11일자 사이언스지에 발표됐다.
미국 텍사스대 리 진 교수팀은 Y염색체 DNA분석을 통해, 아시아인을 포함한 현생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직접 유래했다고 발표했다. Y염색체는 부계를 통해서만 유전되기 때문에 돌연변이 발생률이 거의 일정해 인류사 연구에 일종의 ‘분자시계’ 역할을 한다. 이 연구는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의 1백63개 표본집단에서 추출한 1만2천명의 남성 Y염색체 DNA를 분석한 결과다.
다지역 기원설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 같은 원시인류가 현생인류의 유전자 풀을 구성한다. 따라서 동남아시아의 인류는 그 지역에 한때 살았던 그들의 조상 원시인류와 유전적 공통점을 지녀야 한다. 그러나 진 교수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그들에게서 발견되는 유전적 변이는 3만5천년-8만9천년 전 아프리카에 살던 원시고대인류의 유전적 변이와 동일했다. 이것은 아시아인을 포함한 현생인류가 단일한 조상, 즉 아프리카에서 살던 원시고대인류로부터 기원했음을 의미한다. 이번 Y염색체 분석 결과, 아프리카 기원설은 현재 진행중인 3라운드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한동안 차지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