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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환자 개인별로 맞춤약 개발된다

약효 미세한 차이 규명

2003년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인류는 A, G, C, T 4가지 알파벳으로 이뤄진 모든 유전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를 모아 책으로 만들면 1천쪽자리 책 2백권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그러나 이 정보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마치 해독할 수 없는 문자로 이루어진 거대한 고대 도서관의 유적을 발굴한 것에 불과하다. 이 염기들이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해석하지 않고서는 아무런 가치를 찾을 수 없다.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완료된 후 연구의 나아갈 길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유전자가 어떤 기능을 가지는지 밝히는 기능유전체학(functional genomics)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개인들의 염기서열이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를 규명하는 비교유전체학(comparative genomics)이다.

집안 수명 내력 비교

먼저 유전자의 기능을 알아내는 방법으로는 생물학적 접근과 생화학적 접근이 있다. 생물학적 접근은 실험실에서 사용되는 모델동물로부터 특정 유전자를 제거해 생리작용이 변화하는 상태를 관찰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어떤 유전자가 질병의 원인인지를 알아낼 수 있다. 인간과 유전자 구조가 비슷한 동물들로부터 얻은 데이터가 인간의 유전자질환의 원인 규명에 도움이 될 것이 틀림없기 때문에 의학계는 벌써부터 술렁이고 있다.

이에 비해 생화학적인 접근은 이미 알고 있는 유전정보로부터 어떤 단백질이 만들어지는지를 추적하고 제조해 그 구조와 기능을 밝혀내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세포의 여러 소기관을 인공적으로 조립할 수 있고, 나아가서 인체의 모든 생체부품이 실험실에서 만들어져 상품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인간의 경우 현재까지 밝혀진 10여만개의 단백질 가운데 기능이 제대로 알려진 것은 9천여개에 불과하다. 따라서 9만개가 넘는 나머지 단백질의 기능을 파악하는 것이 지금 생명과학을 연구자들의 가장 큰 숙제로 남아 있다.

한편 비교유전체학은 간단히 말해 '사람마다 모습이 다른 것은 어떤 유전자 때문인가?' '장수하는 집안과 단명하는 집안 사이의 차이점은 무엇인가?'를 밝히는 연구 분야다. 즉 개인간, 인종간, 그리고 생물간 게놈 정보를 비교해 차이점을 찾아내고, 이로 인한 생체기능의 차이를 추적하는 방법이다. 특히 사람간의 차이를 조사하는 단일염기변이(SNP,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즉 염기 하나의 차이를 비교하는 일은 유전병을 찾아가는 중요한 시발점이 되고 있다.

정상적인 사람들일지라도 염기 1천개에 1개꼴로 차이가 있다. 즉 차이가 난다고 해서 모두 유전병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차이가 나야 유전병이 발생하는지를 밝혀내는 일이 중요하다.

현재까지 알려진 유전질환은 5천여종에 이른다. 하지만 이 가운데 관련 유전자가 분명히 밝혀진 것은 15%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대부분은 유전성향은 의심되지만 관련 유전자가 여러개이거나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질환들이다.

어째서 생명과학이 눈부시게 발달하고 있는 요즘에도 아직 이렇게 모호한 부분이 많이 남아 있을까? 생물학의 중요한 기본 개념인 중복성과 다양성을 고려하면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고등생물에는 한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유전자가 여러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중복성). 또 한가지 유전자가 여러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다양성). 만일 한가지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그 기능을 다른 유전자들이 떠맡게 된다. 생명체는 자연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질병들에 관련된 유전자들이 여러가지라는 사실은 놀랄 일이 아니며, 이 유전자들을 모두 발굴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것이다.

SNP를 발굴하는 연구가 진전됨에 따라 1996년도까지만 해도 이름이 존재하지 않던 약리유전체학(pharmacogenomics)이 요즘 생물공학 분야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약리유전체학은 약물유전학(pharmacogenetics)과 신기술인 유전체학(genomics)이 결합한 학문으로, 환자들의 유전성향의 차이 때문에 여러 의약품에 대한 반응이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동물의 게놈을 파악한 후 이를 바탕으로 인간 질병의 원인유전자를 알아내는 연구가 한창이다.


침팬지 게놈프로젝트

사람마다 키, 피부와 머리 색깔, 성격, 병에 대한 감수성 등이 분명하게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의약품의 대사와 반응 역시 환자별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 차이는 대개 유전적 성향 때문에 발생한다. 그렇다면 환자가 어떤 약의 효과를 볼 것인지 또는 부작용이 생길 위험이 있는지를 알려주는 유전적 요인들을 이해하면 투약 전에 이런 반응들을 예견할 수 있는 임상검사를 개발할 수 있다.

이 검사의 장점은 자명하다. 우선 환자에게 무슨 치료가 가장 좋을지 알기 위해 여러 복잡한 검사들을 거치지 않고도 가장 적절한 약을 즉시 처방함으로써 환자가 빨리 회복될 수 있다. 이때 의료비는 물론 절감된다. 따라서 굴지의 제약회사들이 더 나은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약리유전체학의 잠재력에 흥분돼 있는 것이 당연하다. 실제로 파리에 위치한 한 게놈 전문회사(Genset)는 특정 약품에 대해 반응의 차이를 보이는 사람들의 DNA 염기서열을 비교할 수 있는 인간게놈지도를 작성했다.

비교유전체학은 사람끼리의 차이를 연구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동물들 가운데 사람과 유사한 유전자를 가진 종류가 많다. 예를 들어 침팬지의 유전자는 사람과 98% 정도가 유사하다고 알려졌다. 만일 인간게놈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침팬지게놈프로젝트가 완성돼 침팬지 유전자의 모든 염기서열이 밝혀진다면, 인간의 질환 연구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침팬지를 모델동물로 사용해 특정 유전자를 변형시킴으로써 질병을 일으킬 때 보다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행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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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원세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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