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중·고생 마라톤 풀코스 완주하지 마라

무리하면 뼈 키우는 성장판 손상

지난 4월 16일 이봉주 선수가 미국 보스턴 마라톤에서 우승했다.초∙중∙고학생들도 훈련만 잘하면 이봉주 선수처럼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도 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과연 왜 그럴까.

9세 이하 3km, 9-11세 5km, 12-14세 10km, 15-16세 21.1km(중거리마라톤), 17세 30km! 이상의 나이에 따른 km의 수치는 무엇을 의미할까? 그 나이에 뛸 수 있는 최대 경주거리이다. 이 수치는 국제스포츠의학회에서 제시한 것으로 선진 스포츠 강국에서는 모두 이 지침을 따르고 있다. 만 18세가 돼야 비로소 42.195km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전문가들은 18세 이전의 성장기 학생들이 마라톤을 할 경우 1회 1시간 반 이내로 해야 하고, 14세까지는 1주 3회, 15-18세는 1주 5회를 넘겨서는 안된다고 권고한다.

어른과 다른 성장기 뼈


이봉주 선수


왜 이러한 제한이 있을까. 이제까지 많이만 달리면 그만큼 더 잘 달릴 수 있고, 이봉주나 황영조 선수처럼 될 수 있다고 쉽게 생각한 것이 잘못임을 알아야 한다. 세계적인 선수가 되기 위한 첫번째 조건이 이러한 상식을 알고 그 지침을 따르는 마음이다.

성장기의 뼈는 어른의 뼈와 아주 다른 성질이 있다. 성장기 학생들은 키가 크고 있다. 성장기 뼈의 끝부분에는 연골세포로 이뤄진 성장판이 있다. 키가 무럭무럭 자라는 때는 성장판의 연골이 더 두텁다. 하지만 매우 약하기 때문에 이때 이곳에 충격이 너무 심하게 가해지면 성장판의 연골세포는 쉽게 파손돼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그리고 뼈도 어른 뼈와 달라서 성장판에서 갓 만들어진 연약한 상태다. 이 때문에 너무 오래 계속해서 달리면 뼈에 금이 가기 시작해 역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반면에 18세 이후에는 뼈의 성장이 정지한다. 이 말은 성장판의 연골세포가 소멸돼 이미 뼈로 변한 상태를 의미한다. 그래서 이때부터는 뼈가 매우 단단해진다. 물론 24세까지 척추와 골반의 일부 뼈가 성장해 키가 큰다. 이후는 거의 성장이 멎는다.

통증을 무시하지 마라

성장기 뼈에 무리가 갔을 때 나타나는 문제로 처음 나타나는 증상은 바로 통증이다. 통증은 조물주가 인간에게 주신 가장 값싸면서도 훌륭한 자기 방어수단이다. 처음에 속삭이듯이 나타나는 통증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달리기를 하면 큰 소리로 변한다. 이때 연골은 무너져내려 성장에 지장을 주고, 뼈가 비틀어져 자라게도 된다. 또 뼈에는 금이 가서 흔히 말하는 ‘피로골절’이라는 증상도 생기고, 종아리나 정강이 근육의 압력이 갑자기 높아져 근육기능을 잃는 경우도 있다.

이번 한번만으로 마라톤을 그만두지 않고 앞으로 일생을 통해서 계속하고 싶다던가, 또는 세계적 선수가 되고 싶은 초·중·고의 성장기 학생들은 경주를 하다가도 통증이 생기면 즉시 중단하고 그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 계속하면 큰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통증에는 반드시 그만한 원인이 있고, 그 원인을 곧바로 찾아서 다시는 반복하지 않아야 좋은 마라토너가 될 수 있다. 물론 제한된 거리를 달리더라도 때로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최근 너무 무리한 훈련을 하지 않았나, 앞서 제시한 제한지침을 지키고 있었나를 생각해보는 것이 원인 분석의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그림)성장기 뼈와 성장판^18세 이전의 성장기 뼈는 끝부분에 연골세포로 구성된 성 장판이 있다. 성장기에는 어른일 때와 달리 성장판의 연 골세포와 갓 만들어진 뼈가 연약하기 때문에 너무 오래 달 리다보면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똑바로 선 자세가 좋다

다음은 힘차고 패기 있는 학생일수록 잘못하는 점이 달리기 자세다. 모든 운동에서 자세가 잘못되면 쓸데없는 곳에 힘이 들어가기 때문에 에너지가 빨리 소모돼 지쳐버리고, 뼈나 연골에 부상을 당하기 쉽다. 필자가 자세를 설명하기 전에 자신의 달리기 자세는 어떠한가를 먼저 생각해보고 하나하나 수정해주기 바란다.

빨리 달리겠다는 생각이 앞설수록 윗몸이 앞으로 기운다. 그리고 주먹을 불끈 쥐고 어깨를 앞뒤로 흔든다. 모두 잘못된 자세다. 윗몸은 5°이상 앞으로 기울여서는 안된다. 즉 온몸이 똑바로 선 자세가 좋다는 뜻이다. 주먹은 가볍게 쥐고 어깨나 팔에는 긴장을 풀고 힘이 들어가서는 안된다. 시선은 멀리하고, 지면을 보면 옳지 못하다. 발은 뒤꿈치가 먼저 지면에 닿아야 한다. 단거리 달리기할 때는 출발한 후 초기에 윗몸이 앞으로 기울고 발도 앞꿈치가 먼저 닿지만, 중거리 이상의 달리기는 이 경우와 다른 자세임을 알아두자.

만일 성장기에 있는 초·중·고생들이 잘못된 자세로 달릴 경우, 뒤꿈치 뼈와 아킬레스건에 큰 문제가 발생된다. 예를 들어 뼈가 부서져 조각이 생기고, 염증이 생겨 장기간 달리기를 전혀 못하는 경우다. 발뒤꿈치 뼈에서 아킬레스건이 붙어있는 곳의 경우 연골이 조각나고 변형되면 어른이 돼도 이상한 모양이 된다. 즉 오래 달릴 수 없는 형태가 된다. 무릎에서는 정강이뼈 윗부분에도 같은 현상이 생겨서 무릎 아랫부분이 튀어나오고 뼈 조각으로 인해 계속 통증을 느끼다가 급기야 수술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증상들이 나이에 맞게 적당한 거리를 달리지 않고 어른들처럼 먼 거리를 한번 해보자는 욕심을 내면 당장 생길 수 있는 좋지 않은 결과다.

달리기 전후 스트레칭 중요

달리면서 자기 페이스를 놓치는 경우도 문제가 된다. 옆 동료가 잘 달리고 속도가 자기보다 빠르다고 느낄 때 경쟁적으로 순간 페이스를 증가시키면 곧 자기에게는 단거리 달리기가 된다. 이어서 근육피로와 근육통이 생겨 중도에 탈락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평소에 자신이 훈련할 때 보폭과 페이스를 지켜야 한다. 마라톤 경기를 위해 컨디션을 조절하는 훈련은 최소한 6개월을 요한다는 점도 알아두자. 초·중·고학생들은 단 한번 또는 몇번의 출전으로 성과를 얻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평생 건강을 위해 장거리 달리기를 ‘나의 건강운동’으로 삼던지, 아니면 목표를 ‘세계적인 마라톤 선수’로 두고 운동하던지 마찬가지다. 마라톤은 끈기와 인내를 요하는 지구력 운동이다.

부상의 또다른 원인으로 불충분한 스트레칭을 들 수 있다. 달리기 전에 충분한 준비운동으로서 스트레칭을 했는가. 달리기 후 정리운동으로서도 스트레칭을 충분히 했는가. 즉 종아리 근육, 발바닥, 무릎, 그리고 허리에 대해 달리기 전후의 스트레칭은 근육과 관절의 부상예방을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

특히 성장이 빠른 시기에 뼈는 빨리 자라지만 근육은 늦게 자라는데, 이것이 근육통이 잘 생기는 원인이 된다.

그러므로 더욱더 스트레칭이 필요한 때다. 연습 훈련 후에는 스트레칭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다음 훈련이나 경기를 위해 매우 잘못된 습관이다. 그리고 훈련이나 경기 후 통증이 있는 부위는 물론 발바닥, 뒤꿈치, 그리고 정강이 부분과 무릎에 15분 가량 얼음찜질을 해두는 일은 다음 경기를 위해서, 부상예방을 위해서도 매우 과학적인 조치다.

이상에서 마라톤을 위한 준비와 상식, 그리고 통증이 생길 수 있는 원인들이 많음을 알았을 것이다. 초·중생의 경우 10km이하, 1회 1.5시간 이내, 1주 3회 이내로 제한된 훈련 지침은 바로 이때 성장판이 가장 두터우며 연약하고, 뼈도 버드나무처럼 단단하지 못할 나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드시 제한된 거리를 지키면서 앞서 기술한 여러가지 기본상식을 몸에 익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목표를 오늘 한번의 달리기에 두기보다 어른이 돼서 멋지게 풀코스를 완주하겠다는 생각을 갖자. 기본기가 잘된 성적 나쁜 어린 선수가, 성적은 좋으나 기본이 안된 나쁜 선수보다 결국 훌륭한 선수가 된다는 점도 아울러 알아두기 바란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1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하권익 교수

🎓️ 진로 추천

  • 의학
  • 체육
  • 교육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