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인간의 꿈을 실현하는 구조공학의 끝은 어디까지인가. 자연이 주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도전은 다리, 터널, 초고층 빌딩, 거대 돔을 낳았다. 세계 최고라는 찬사보다는 구조물 뒤에 숨은 인간의 땀과 노력을 되새겨보자.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출간한 ‘경이로운 공학’(Marvels of Engineering, 1992)에서는 공학과 우리 생활과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공학은 우리생활이 나날이 복잡해짐에 따라 그 중요성을 더해 가는 사회의 과학예술이다. 우리가 자연에 의존하고 있듯이, 자연에 보다 용이하게 접근하기 위해 우리는 또다시 공학에 의존하게 된다.” 더구나 공학의 여러 분야 중에서 구조공학(Structural Engineering)은 과거 5천년 동안 석조구조물에서 마천루까지, 그리고 원초적인 다리에서 거대한 지간장의 현수교에 이르기까지 발전과 진보를 거듭해 왔다.

인간이 이룩한 구조물 중에서 크기, 높이, 규모 등이 특출한 각종 건축물, 교량, 터널 등의 기록은 나날이 경신되고 있다. 인간의 욕망은 한계가 없는 느낌이다. 지구상에 현존하는 구조물로서 특별한 기록을 가진 다리, 터널, 마천루 및 거대 돔 등에 관해 알아본다.(자료: 세계연감, 내셔널 지오그래픽, 초고층 건물 및 도시환경학회(CTBUH)의 보고서, 기네스북 및 관련 학회보고서 등)


세계 최장의 스팬을 지닌 아카시 해협대교

 


가장 긴 다리는 1990m - 3천m가 한계

다리는 자연과 구조공학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으로 우리에게 꿈과 낭만을 갖게 한다. 사랑을 주제로 한 유명한 영화에는 거의 틀림없이 아름다운 다리가 배경이 되고 있다. 스위스 알파인 계곡의 간터교(사진1),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사진2), 스페인 세빌의 알라밀로교(사진3)는 사진으로만 보아도 감동을 받게 되는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사진1) 스위스 알파인 계곡의 간터교


다리의 규모를 말할 때 보통 다리의 시작과 끝의 지지구조인 교대에서 교대까지의 전체길이를 기준으로 한다. 그러나 구조공학적으로는 교각과 교각간의 길이를 표시하는 지간장(스팬)이 중요하다. 세계에서 지간장이 가장 긴 다리는 일본의 아카시해협대교로 지간의 거리가 무려 1.99km나 된다. 다음은 덴마크의 스토렙토 다리로 지간장의 길이만 1.6km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지간장의 길이가 1km가 넘는 다리가 5개 있다.


(사진2) 건설 당시의 금문교


지간이 긴 다리는 거의 대부분 현수교 형식을 택하고 있다. 이는 고강도의 가느다란 피아노선을 다발로 쇠밧줄(케이블)을 만들고 여기에 다리를 매다는 구조가 다리의 장대화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수교라 해도 3천m 이상으로 지간장을 늘릴 수 없는 것이 현대 기술의 한계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쇠밧줄의 강도 한계 때문이다. 가느다란 피아노선의 강도가 10 t/cm2 일 때 쇠밧줄 자체의 중량, 다리의 중량, 지진이나 태풍 등을 고려하면 최대 3천m를 약간 넘는 지간장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사진3) 스페인 세빌의 알라밀로교


 

가장 긴 터널은 53.6Km - 서울에서 안성까지가 터널

터널은 넓은 의미로는 광산의 갱도, 지하발전소, 지하주차장 등도 포함하지만 일반적으로 도로, 철도 등의 교통 및 운수용 시설을 말한다. 터널 공사의 기술핵심은 발파기술, 굴착장비의 활용도, 정확한 시공법이다. 또한 이러한 기술이 모두 결합돼야 하기 때문에 터널공사는 건축기술의 시험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흔히 세계에서 가장 긴 터널로 생각하는 유로터널은 사실 가장 긴 것이 아니다. 세계 10대 최장 철도터널 중 일본의 세이칸터널은 그 길이가 무려 53.6km로 49.7km인 유로터널을 앞선다. 서울에서 경기도 안성까지의 거리가 모두 터널이라고 상상하면 그 길이를 짐작할 수 있다. 유로터널은 1802년 프랑스의 한 엔지니어가 제안한 이래 수많은 아이디어가 있었으나 번번이 영국이 국방상의 이유를 들어 외면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1986년에야 철도터널로 확정해 1994년에 완공됐다.

세계 10대 최장 철도터널 중, 일본에 소재한 것이 4개나 있을 만큼 일본은 터널공사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터널을 4.5km의 정암터널로 상대적으로 길지 않은 구조물이지만, 현재 계획중인 동백산과 도계를 잇는 16.1km의 터널이 만들어지면 세계 10대 철도터널 리스트에 등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가장 놓은 건물 4백49m - 1백50층이 한계

마천루(skyscraper)란 말은 하늘을 찌를 듯 높은 건물을 뜻하는 초고층건물의 또다른 명칭이다. 현재 지구상에는 높이 3백40m를 넘는 마천루가 10개 이상이다. 말레이시아의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높이 4백49m의 쌍둥이 건물인 피트로나스타워가 미국 시카고의 높이 4백40m인 시어스타워를 제치고 명실공히 세계 최고봉이 된 것이 불과 2년 전의 일이다. 피트로나스타워의 2동 중 한 동은 우리나라의 삼성건설이, 다른 한 동은 일본의 건설회사가 시공을 맡아 시공속도와 품질에 양국 구조공학 기술의 체면을 걸고 치열한 우위경쟁 끝에 완공하게 된 것이라 더욱 유명하게 됐다. 또한 세계 10대 건물 중 중국권에 4개가 있어 마천루의 메카인 미국에 중국의 도전이 맹렬하다.

우리나라도 (주)대우에서 인천송도에 1백층 규모 건물의 기본설계를 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의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1950년대에 높이 1천6백m의 마천루를 구상한 바 있다. 최근 일본의 건설계에서는 높이 5백-8백m 정도의 건물을 구상하고 있다. 이 초거대 마천루는 일종의 건물 도시라고 할 수 있다. 건물 내에서 숙식, 일자리 및 레크리에이션 등 모든 생활을 전부 해결한다는 아이디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아 건물을 그렇게 높게 하는 것은 구조공학적 문제 외에 수직동선의 처리, 피난, 도심의 부지조건, 지질 상태, 생태학적인 측면 등 여러 문제가 있다. 구조공학적으로도 약 1백50층이 한계라고 하는 견해가 많다.

세계 1백대 마천루의 높이는 4백m 이상이 6, 3백-4백m가 14, 2백50-3백m가 37, 2백25-2백50m가 43개이다. 높이가 2백25-3백m의 것이 80개로 가장 많다. 층수별로는 1백층 이상이 6, 80-1백층이 8, 70-80층이 15, 60-70층이 25, 50-60층이 40, 40-50층이 6개이다. 층수가 50-70층이 주류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높이와 층수로 보아 우리나라의 63빌딩(높이 2백40m, 60층)과 무역센터 건물(높이 2백28m, 54층)은 평균적인 크기의 마천루이다.


거대공간을 만드는데 유리한 공기막 구조. 일본 도쿄돔의 외부.


 

거대 공간을 위한 돔 - 공기막 지붕으로 10ha 가능

사람들은 과학기술을 이용해 미지의 공간을 만들어 새로운 체험을 얻는다. 여기에는 새로운 공간 탄생을 희망하는 사회적 요구가 있다. 미국 휴스턴의 아스트로 돔은 텍사스의 더위와 충해를 피해 야구를 즐기고자 하는 소망에서 비롯됐다.

거대공간을 만들기 위해 철골 구조, 철골 콘크리트 구조, 쇠밧줄 막구조, 공기막 구조 등이 시도되고 있으나, 그 중에서 현재 가장 각광을 받고 미래지향적인 구조가 공기막 구조이다. 1889년 파리 박물관의 기계궁은 아치구조를 가지고 스팬이 1백m나 되는 거대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최근의 거대 공간에 비하면 작은 규모다.

최근에는 철골과 공기막 구조를 결합해서 스팬이 2백m가 넘는 거대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다. 올림픽 공원의 체조경기장이 공기막 구조로 처리한 특수한 천과 여기에 공기를 불어넣어 지붕을 만든 것이다. 철근 콘크리트 구조가 약 2백m, 철골 구조가 약 2백50m 정도의 스팬이 가능하다면, 공기막 구조는 약 3백m의 스팬까지 가능하리라고 본다. 이 경우 이 공간의 면적은 약 7-10ha(1ha는 1만${m}^{2}$)에 달해 그야말로 거대한 공간임을 짐작케 한다.

또한 최근에는 지붕이 열리고 닫히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기후에 적응하는 거대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다. 1989년 캐나다에서는 토론토의 여름 하늘 아래서 일광을 즐기며 야구를 관전하기 위해 열리고 닫히는 스카이 돔이 세워졌다. 그후 일본의 후쿠오카 돔, 오션 돔 등이 이 형식을 따라 지어졌다. 앞으로도 거대 돔은 날씨에 구애되지 않는 개폐식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구조물의 건설에 구조공학의 역할과 기여는 실로 상상을 초월한다. 미래의 인간의 꿈을 실현하는 구조공학은 탄탄한 기초과학, 실험정신, 꾸준한 연구와 투자가 바탕이 될 때 더욱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1999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전봉수 소장

🎓️ 진로 추천

  • 건축학·건축공학
  • 토목공학
  • 환경학·환경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