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게놈지도의 발표를 선망의 눈으로 바라봤던 우리나라도 마침내 본격적인 게놈시대에 돌입했다. 공개된 인간게놈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유전자를 찾고 기능을 밝히는 포스트 게놈 연구가 심도 깊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인 고유의 유전자에 대한 연구와 벼, 배추, 한약재 등 한국 고유의 생물종에 대한 게놈 연구도 한창이다. 2001년 한해의 최대 화두는 아마도 ‘게놈’이 아닐런지….
2월 인간게놈지도의 완성 사실이 발표되면서 게놈 연구에 대한 관심이 전세계적으로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만 해도 부자 나라들이 돈을 추렴해 지적 유희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던 사람들도 이제는 인류 최대의 지적 성과물의 하나로 그 결과물을 평가하고 있다.
1990년대 초 미국이 주도해 구성한 인간게놈프로젝트 다국적팀이 우리나라의 참여를 제의하기도 했지만 당시 선뜻 나서지 못했던 것이 이제는 아쉬움으로 남고 있다. 인간게놈프로젝트에 기여하지 못했던 우리나라는 이어지는 포스트 게놈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인간게놈프로젝트 불참, 아쉬움으로 남아
그동안 우리나라는 생명공학의 기초 연구라고 할 수 있는 이 분야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생명공학이 21세기 최대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우리나라도 뒤늦게나마 최근 적극적으로 게놈 연구에 뛰어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폭넓게 게놈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곳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다. 1996년 유전체(게놈) 연구센터를 설립해 게놈 연구를 시작한 생명공학연구원은 1999년 총 1천억 규모(10년간)의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을 유치,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게놈 연구에 들어갔다.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은 한국인이 잘 걸리는 위암·간암 관련 유전자들을 집중 연구해 최종적으로는 획기적인 신약을 개발한다는 청사진을 마련해놓고 있다. 최근 완성된 인간게놈지도 정보를 기초로 정상인과 환자의 세포에서 발현된 유전자를 확인해 기능을 밝혀내고 한국인에 특이한 단일염기다형성(SNP)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연구원은 지난해 서울의대 박재갑 교수팀으로부터 12가지 유형의 위암 세포를 받아 이를 배양해 암세포에서 발현되는 유전자를 추적하고 있다. 지금까지 암세포에서 약 3만개의 발현된 염기서열조각(EST)을 분석해 약 5천개의 유전자를 찾아냈다. 이중 30%는 이전에는 보고된 바 없는 새로운 유전자로 밝혀졌다.
이렇게 얻어진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연구자들은 정상인과 암환자의 세포에서 발현되는 유전자의 차이를 밝혀내 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DNA칩을 만들 계획이다. 또 암이 걸릴 가능성이 높은 유전적 소양을 미리 밝혀 발병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최종적인 목표는 탁월한 약효를 지닌 항암제의 개발이다.
미국 브라질과 공동으로 암연구하기로
한편 유향숙 박사(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 단장)는 최근 미국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암연구소(NHGRI)를 방문, 로버트 스트라우스버그 소장을 만나 브라질을 포함, 3국이 공동으로 암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한국의 게놈 연구 수준을 전혀 모르고 있던 스트라우스버그 소장은 인간유전체기능사업단의 연구 결과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공동연구를 하게 된 계기는 국가별로 암이 발생하는 부위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장암이나 유방암이 많고 브라질은 뇌나 목의 암이 흔한 반면 우리나라는 위암·간암이 주류다. 앞으로 공동연구를 통해 유전자나 환경 등 어떤 요인이 국가별로 전혀 다른 발병 양상을 보이는지 밝혀낸다면 암을 이해하고 정복하는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연구자들은 조만간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해 구체적인 공동연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생명공학연구원은 최근 일본에서 열린 침팬지게놈프로젝트 출범 국제회의에 참석해 이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로 확정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 게놈과학종합연구센터가 주도하는 이번 컨소시엄에는 이밖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중국과학원, 대만 중앙연구원이 참여하고 미국 캘리포니아대가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침팬지와 인간의 DNA염기서열은 99%가 같기 때문에 침팬지의 게놈이 분석되면 인간게놈을 해석하는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컨소시엄은 우선 인간의 21번 염색체에 해당하는 침팬지의 22번 염색체의 게놈을 내년 상반기까지 분석할 계획이다. 일본과 독일이 인간의 21번 염색체 해독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6월에 한국인 게놈 초안 나와
지난해 2백30만개의 염기쌍으로 이뤄진 알코올 발효균주인 자이모모나스(Zymomonas mobilis)의 게놈 염기서열을 해독해 한국 게놈시대의 원년을 연 생명공학 벤처기업 마크로젠은 현재 한국인의 게놈분석에 도전하고 있다. 우선 전체 게놈의 2% 정도에 해당하는 유전자 정보를 담고 있는 부분을 상반기 내에 해독할 예정이다.
현재 마크로젠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10대의 자동염기서열분석기가 설치돼 있다. 이를 24시간 가동할 경우 하루에 최대 3백5십만개의 염기쌍을 읽을 수 있다. 또 10여명으로 이뤄진 바이오인포메틱스팀에서는 이렇게 읽어들인 염기를 해석하는 최적의 프로그램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미 건강한 성인 남성의 정자에서 얻은 게놈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놓은 조각 10만개를 확보해놨다. 이 조각들은 평균 11만개의 염기쌍으로 이뤄져 있다. 현재 연구자들은 인간게놈지도를 참고해 이 조각들 중에서 유전자를 갖고 있는 것만을 골라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있다. 올 6월까지는 한국인 게놈 초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이렇게 얻어진 게놈 초안은 한국인의 SNP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갖게 돼 한국인의 유전적 특징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마크로젠은 미국 셀레라가 중국에 직접 투자한 상하이 진코아와 SNP 관련 공동 연구를 하기로 최근 협정을 맺었다.
서울대 교수들이 주축이 돼 지난해 설립된 국내 최대의 게놈 관련 벤처기업인 팬제노믹스도 포스트 게놈 연구에 활발히 뛰어들고 있다. 한국인으로 인간 게놈프로젝트에 참여, 22번 염색체의 분석을 맡았던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의 김웅진 교수가 미국 자회사를 맡고 있을 정도로 국제적인 네트워크도 막강하다.
팬제노믹스는 미국 등 서구의 게놈 관련 회사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아시아 유일의 회사인 일본 드래곤 제노믹스와도 공동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다. 드래곤 제노믹스는 일본 최대의 생명공학기업인 다카라 슈조가 세운 회사로, 1백여대의 최신 자동염기서열분석기를 보유하고 있다.
팬제노믹스는 현재 공개돼 있는 인간게놈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알레르기, 천식 등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고 있다. 현재 게놈 DB에서 목표가 되는 유전자를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거의 끝난 상태이다. 앞으로 이를 토대로 발굴한 유전자에 대한 지적 재산권 확보 및 유전자 정보의 데이터베이스화, 신규 유전자의 기능을 활용한 진단시약이나 치료제를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사람의 게놈에 대한 직접적인 연구 외에 다른 생물종들의 게놈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오히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게놈 연구의 다수가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분야에서는 우리나라에서 특히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는 생물종이나 산업 미생물 등이 주된 연구 대상이다.
배추 게놈 분석 한창
지난해 9월 체결된 십자화과 게놈 국제컨소시엄에 참여한 충남대 식물자원학부 임용표 교수팀 등 국내 연구진들은 배추를 대상으로 게놈 분석 연구가 한창이다.
지난해 식물로서는 최초로 게놈 지도가 밝혀진 애기장대가 속하는 십자화과 식물에는 배추, 양배추, 유채 등 많은 유용한 채소류가 속해 있다.
이 컨소시엄은 애기장대의 게놈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는 배추, 영국은 양배추, 캐나다는 유채 등 각 나라에서 비중이 높은 식물들의 게놈을 분석한 뒤 서로 비교해 정보를 교환하는 비교 유전체학 위주의 프로젝트다. 최근 연구자들은 애기장대의 3번 염색체에 해당하는 배추와 양배추의 6번 염색체 전체의 염기쌍을 함께 분석해 보자는 영국 측의 제의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한국인삼연초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약용식물인 인삼의 유전체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자들은 약효가 뛰어난 고려인삼에서 발현하는 유전자 중 약 2만개를 찾아 각각의 기능을 밝히는 기능유전체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인삼의 대표적인 약효성분으로 이미 항암효과, 혈관확장효과 등이 밝혀진 사포닌의 생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을 찾아 사포닌을 많이 만들어내는 유전자 변형 인삼도 만들 계획이다.
한편 식품개발연구원은 김치 발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젖산균인 루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Leuconostoc mesenteroides)의 게놈을 올해 안에 분석할 예정이다. 이 박테리아는 김치맛이 가장 좋을 때의 우점종으로 발효시 젖산과 함께 이산화탄소를 내놔 김치의 시원한 느낌을 살려준다. 연구자들은 김치 발효에 관여하는 미생물들의 게놈을 차례로 분석해 세계의 식품으로 자리잡고 있는 김치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미생물 게놈 연구 봇물
농업과학기술원은 올해 안에 벼흰잎마른병의 원인이 되는 균인 잔토모나스 오리지(Xanthomonas oryzae)의 게놈을 분석할 계획이다. 박테리아 게놈으로는 상당히 큰 편인 7백만개의 염기쌍으로 이뤄진 잔토모나스 오리지는 태풍 등 심한 바람으로 벼잎에 난 작은 상처를 통해 침투해 염록소를 파괴하기 때문에 심할 경우 수확량이 20-30%나 줄어든다. 연구자들은 게놈을 분석해 질병이 일어나는 원인을 밝히면 이 박테리아에 저항성을 갖는 벼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초 생명공학연구원과 공동으로 위장병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Helicobacter pylori)의 게놈 해독 연구를 수행했던 제노텍에서는 현재 산업 미생물에 대한 게놈 분석 연구가 한창이다. 미생물의 게놈에서 산업적으로 유용한 유전자를 찾을 경우 응용범위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제노텍에서는 이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오래 전부터 한약재로 널리 쓰이던 각종 동·식물의 게놈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약리 작용이 있는 유전자를 밝혀낼 경우 신약개발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과 생명공학의 융합을 선언하면서 출범한 바이오인포메틱스는 회사 이름이 말해 주듯이 생물정보학(바이오인포메틱스)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각종 생물체의 게놈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새로운 유전자를 찾고 데이터 비교를 통해 그 기능을 예측해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에는 산업 균주로 쓰이는 미생물의 게놈을 분석하고 있는데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미 게놈이 알려진 다른 미생물들과 비교, 산업적으로 유용한 유전자를 찾을 계획이다.
이 밖에도 많은 생명공학 회사들이 생명체의 정보를 담고 있는 게놈의 비밀을 들여다보기 위해 계속 뛰어들고 있다.
국가 유전체 연구단 설립키로
게놈 연구의 중요성과 긴급성이 점차 분명해지면서 게놈 연구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빠르게 늘고 있다. 게놈 연구를 포함한 생명공학 관련 정부 예산은 최근 3년간 매년 30% 이상씩 증액돼 올해는 3천2백80억원에 달한다. 이런 증가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미국이나 일본의 1개 대기업의 연구비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사실 예산이 대폭 늘어난다고 유전체 연구가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고도로 복잡한 게놈의 구조를 밝혀 내고 의미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연구자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인간 유전체 관련 인력은 1백30명 내외로 미국의 5%, 일본의 10% 수준이고 특히 생물정보학 분야는 30여명으로 매우 취약한 상태다. 따라서 연구 수행 능력이 있는 고급 연구 인력을 키우고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결국 물적·인적 자원 모두가 부족한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게놈 관련 연구를 하는 대학·연구소·기업 등이 정보와 인력의 교류를 통해 중복 연구를 피하고 연구 효율을 높이는 일이 매우 시급하다. 이에 따라 최근 정부에서는 ‘국가유전체센터’를 설립해 게놈 관련 연구자들 사이의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을 발표했다.
또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에 이어 올해부터는 총예산 1천억원 규모의 ‘유전체이용농작물육종기술개발사업’이 시작될 예정으로 있어 게놈 연구가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비록 우리나라의 게놈연구 출발은 늦었지만 이런 열정이 지속된다면 우리나라가 IT에 이어 BT 강국으로 자리매김될 날도 머지 않은 듯 하다.
거대 자본 앞에서 휘청대는 벼게놈 국제컨소시엄
6개국으로 구성된 인간게놈지도작성팀은 뒤늦게 뛰어든 셀레라 지노믹스사 때문에 혼쭐이 났다. 그나마 비슷한 시기에 결과를 발표했기에 체면은 지켰지만 요즘은 셀레라의 자료가 더 믿을만 한게 아니냐는 수군거림에 마음이 편치 못하다.
상처받은 일본의 자존심
1998년 10개국이 참여해 시작한 벼게놈 국제컨소시엄은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지난해 4월 미국의 몬산토사가 벼게놈 초안을 발표해 한방을 먹이더니 1월에는 스위스 신젠타사와 미국의 미리어드 지네틱스사가 공동으로 벼게놈지도를 완성했다고 발표해 버렸기 때문이다. 염기서열분석 작업이 한창인 참여국들로서는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결국 지난달 일본 쯔꾸바에서 있었던 모임에서 컨소시엄은 올해 안으로 벼 염기서열 분석을 끝내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당초 컨소시엄에 참여한 10개 나라가 12개의 염색체를 나눠 분석하기로 한 계획(과학동아 2000년 12월호 ‘식물게놈프로젝트’ 43쪽 참조)도 전체를 한꺼번에 분석하는 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이미 두 곳에서 게놈 분석이 끝났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컨소시엄을 계속할 필요가 있을까.
무엇보다도 기업은 자신의 연구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 염기 서열은 특허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컨소시엄이 게놈 연구를 포기할 경우 벼게놈을 이용한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은 이들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컨소시엄의 벼게놈 자료는 ‘유전자 은행’에 등록돼 인간게놈처럼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컨소시엄이 게놈 분석을 서두르는데는 주도국인 일본의 상처받은 자존심이 크게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달에 1번 염색체 완성
어쨌든 국제컨소시엄은 우선 이번 달 안에 12개 염색체 중 덩치가 가장 큰 1번 염색체의 게놈 지도를 발표할 예정이다. 약 5천만개의 염기쌍으로 이뤄진 1번 염색체의 해독은 일본과 우리나라가 맡고 있다. 이 중 우리나라가 맡은 부분은 3백만개. 현재 마무리 연구가 한창이다.
원래 우리나라는 농업과학기술원이 주축이 돼 4억3천만개인 벼 염기쌍의 1.5%인 7백만개의 염기쌍을 5-7년에 걸쳐 해독하기로 돼 있었다. 여기에 배당된 예산은 연간 5억원.
국제컨소시엄이 바빠지게 된 것은 지난해 몬산토가 벼게놈 초안을 완성했다고 발표하면서부터이다. 당시 컨소시엄을 주도했던 일본은 큰 충격에 빠졌고, 그해 9월 미국 클램슨대에서 있었던 정기모임에서 올해 초까지 1번 염색체 분석을 끝마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예산이 고정된 우리나라는 7백만개를 앞당겨 끝내라는 일본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3백만개만 하기로 역할이 축소됐다. 그 뒤 우리나라는 대만이 맡고 있는 5번 염색체 분석에 참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런데 올해 신젠타의 발표로 계획이 백지화됐다.
우리나라 어려운 여건에서 기여
신젠타는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관계자들은 몬산토의 결과보다 상당히 진전된 결과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결국 당황한 몬산토는 자사의 자료를 컨소시엄에 완전히 공개했다. 현재 컨소시엄은 이 자료와 지금까지 밝힌 염기서열을 바탕으로 게놈 골격을 짜맞추고 있다. 앞으로 참여국들은 할당된 염색체를 분석하는 대신 짜맞춰진 골격 중 염기서열 정보가 비어 있는 부분을 메꾸는 작업을 하게 된다.
컨소시엄의 한국 대표인 농업과학기술원 은무영 박사는 “앞으로 2백-3백만개의 염기쌍을 더 분석할 예정”이라며 “아쉬운 점도 많지만 어려운 여건에서 우리나라가 이렇게나마 기여할 수 있는데 의의를 둔다”고 말했다. 은 박사는 “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연수 등 각종 교류를 통해 기술수준을 높일 수 있었다”며 “우리나라는 고전적인 육종 기술이 뛰어나므로 벼 게놈분석이 완료되면 경쟁력 있는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