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덮을 만큼 거대한 태양광 패널이 궤도를 돌고 있다. 미래에 만들어질 우주 데이터센터의 상상도다. 최근 구글과 스페이스X 등 여러 테크 기업이 인공지능(AI)을 운영하기 위한 데이터센터를 우주로 보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우주 태양광 발전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데이터센터가 뿜는 열을 추운 우주에서 식힌다는 것이다. 과연 우주 데이터센터는 현재 데이터센터가 지닌 한계를 해결할 방법일까, 허무맹랑한 발상일까. 전문가들과 함께 우주가 데이터센터의 새 주소가 될 만한 근거가 충분한지 점검해 봤다.
“인공지능(AI)을 운영할 가장 저렴한 장소는 우주가 될 겁니다. 2~3년 안으로요!” 1월,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세계경제포럼에서 꺼낸 말이다. 전 세계 우주 기업이 AI를 운영하기 위한 데이터센터를 우주로 보내는 일에 주목하고 있다. 1월 스페이스X는 데이터센터용 위성 100만 기를 발사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조금 앞선 2025년 11월 구글은 AI 연산용 위성을 발사하는 ‘프로젝트 선캐처’를 발표했다.
데이터센터는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서버와 데이터를 주고받는 라우터(컴퓨터 망 간 데이터 패킷 전달 장치)가 핵심 시설이다. 그리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전력을 공급하고 남은 열을 내보내는 장치가 인프라로 동작한다. 이를 우주에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일례로 스페이스X의 계획을 살펴보자. 목표는 2027년까지 우주에 1GW(기가와트·10억 W) 규모 데이터센터를 쏘아 올리는 것이다. 연산칩이 탑재된 데이터센터 인공위성 여러 대를 쏘아 올려 인프라를 조성한다. 각 위성에 달린 태양광 패널로 1기 당 약 120kW(킬로와트·1000W)의 전력을 생성한다. 각 위성은 레이저로 데이터를 주고받고, 방사 냉각 장치로 반도체에서 발생하는 열을 내보낸다. 이 모든 게 실현이 가능한 계획일까? 우주 데이터센터의 쟁점 네 가지를 하나씩 알아보자.
쟁점 1 우주 태양광, 전력 부족 해결할까
테크 기업들이 우주 데이터센터에 몰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력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데이터센터는 415TWh(테라와트시·1조 Wh)만큼 전력을 소비한다. 이는 세계 총 전력 소비량의 약 1.5%다. 세계적으로 AI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IEA가 예상하는 2030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945TWh다.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전력망을 증설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전력망 확충 속도는 데이터센터 증설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우주 데이터센터의 핵심 이점이 ‘우주 태양광 발전’이다. 우주 데이터센터 찬성론자들은 낮에만 전력을 얻을 수 있는 지상 태양광 발전과 달리, 적절한 궤도에서는 우주 태양광 패널로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신재생 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할 수 있어요. 지상에서는 밤에 태양광 발전을 못 하고, 바람이 불지 않으면 풍력 발전도 어려워요. 반면 우주에서는 대기가 햇빛을 가리지 않고, 위도에 따라 햇빛이 다른 각도로 들어오지도 않죠.” 이상화 한국전기연구원 전력ICT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이 설명했다.
우주에서 태양광 발전은 두 가지 형태 패널 중 하나로 진행된다. 아주 큰 패널 하나, 혹은 여러 개의 작은 패널이다. 이 연구원은 “최근은 후자의 방식으로 태양광 발전 패널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거대한 태양 전지판 하나를 띄우는 방식이 제안됐습니다. 그런데 큰 태양 전지판의 전력 손실을 줄이려면 전압을 높이기 위한 두꺼운 절연 케이블 등 설비가 많이 필요해요. 결과적으로 태양 전지판이 무거워져 우주에 띄우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태양광 패널과 연산칩이 담긴 작은 위성을 여러 개 나눠 띄우는 분산형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죠.”
이 연구원은 “앞으로 태양광 발전 패널 기술에 있어서 관건은 ‘펼침’과 ‘효율’”이라고 강조했다. “태양광 발전 패널이 우주로 발사된 뒤 잘 펼쳐져야 하고, 전기를 높은 효율로 모아야 해요. 효율이 좋은 셀을 사용하고, 절연을 잘해서 전압을 높이고 전력 손실을 줄여야 하죠.”
쟁점 2 우주 무선 통신, 장점일까 단점일까
그래서 나온 대안이 ‘광통신’, 빛을 이용해 정보를 보내는 기술이다. 한상윤 DGIST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교수는 “전기통신이 오토바이라면, 광통신은 비행기”라고 비유했다. “훨씬 더 많은 짐을 빠르게 보낼 수 있는데, 더 비싸죠.”
지상에서 광통신 기술을 사용할 때는 광섬유 케이블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아야 한다. 광통신에 사용되는 빛은 적외선 파장으로 건물이나 산 등 지상의 장애물에 부딪히면서 쉽게 산란되기 때문이다. 반면 우주는 장애물이 거의 없어 정보를 무선으로 주고받을 수 있다. 광섬유를 설치하는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우주 데이터센터는 위성끼리 정보를 주고받을 때 무선 적외선 통신을 한다. 지상과 위성이 정보를 주고받을 때는 적외선이 아닌 전파 통신을 한다. 지상과 위성을 오갈 때는 대기의 간섭에 덜 영향받는 전파를 써야하기 때문이다. 최지환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광통신이 전파 통신보다 더 많은 정보를 담아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위성과 지상 간 광통신 기술 개발도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무선 광통신의 이점을 더 살리려면 아직 남아 있는 정보 손실의 위험을 해소해야 한다. “우주는 진공이라서 전자기파 감쇄가 없지만, 적외선은 매우 좁은 영역으로 쏘아지다 보니 표적을 제대로 맞추지 않으면 정보 손실이 발생하곤 합니다. 쉽게 말해 전파가 모래사장에서 삽 찾기라면, 광통신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죠.” 최 교수가 이렇게 비유했다. “송신기와 수신기가 서로의 위치를 잘 포착하는 기술, 빛 방향을 잘 제어하는 기술, 일부 데이터가 손실돼도 원래 정보를 복원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현재 지상과 위성 사이 전파 통신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 위성용으로 활용되는 수준이다. 스페이스X의 통신망 서비스인 스타링크는 이미 인터넷 서비스 제공을 위해 위성에서 지상으로 전파를 쏘아 정보를 보내고 있다. 다만 해당 기술은 우주에서 정보를 내려받는 ‘다운 링크’에 집중돼 있다. 최 교수는 앞으로 ‘업 링크’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 지상 사용자가 우주로 정보를 보내는 ‘업 링크’는 많이 활용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데이터센터가 우주에 지어지면 반대로 우주로 정보를 보내는 ‘업 링크’가 압도적으로 많이 활용되겠죠. 업 링크의 신호 대역폭을 넓히는 개발이 필요해요.”

쟁점 3 영하 270℃ 우주, 발열 문제 해결할까
하지만 역설적으로 우주 데이터센터의 가장 큰 난제가 ‘냉각’이다. 우주는 진공 공간이라서 유체 분자들이 움직여 열을 전달하는 ‘대류’나 물질을 이루는 분자들이 부딪히면서 열이 전달되는 ‘전도’가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열이 전자기파 형태로 이동하는 복사로만 열을 방출할 수 있다.
서재화 한국전기연구원 차세대반도체연구센터 연구원은 “수십 kW 전력 시스템은 현재 복사 냉각 기술로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MW(메가와트·100만 W)급 데이터센터는 2500㎡ 규모의 라디에이터가 필요한데, 이만 한 규모를 우주에 띄울 수 있을지가 문제”라고 덧붙였다. “데이터센터 시스템을 분리시켜 열이 모이지 않게 만들고, 발생한 열은 라디에이터로 바로 빠지게 설계해야 합니다.”
쟁점 4 제약 없는 공간, 얼마나 사용 가능할까
마지막으로 거론되는 우주 데이터센터의 이점은 우주 공간 그 자체다. 기존 거주민과의 마찰 등으로 부지가 한정된 지상과 비교하면 우주는 제약이 없는 최적의 데이터센터 부지라는 주장이다. 그럼 우주에 무한히 거대한 데이터센터를 지을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데이터센터를 지을 만한’ 궤도는 한정되기 때문이다.
임정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탐사팀 팀장은 특히 ‘던 더스크(Dawn-Dusk)’ 궤도를 강조했다. 던 더스크는 위성이 지구 그림자에 들어가지 않고 항상 태양을 마주하는 궤도다. 임 팀장은 “던 더스크는 무한한 영역이 아닌 만큼, 높은 태양광 발전 효율을 위해서는 궤도 선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용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우주항공반도체전략연구단 단장은 “스페이스X가 100만 기 위성을 모두 띄운다면 다른 기업이 차지할 공간은 더욱 부족해진다”고 말했다. 결국 우주 데이터센터를 지을 수 있는 공간은 한정돼 있고, 현재 데이터센터 발사를 서두르는 여러 테크 기업의 행보는 이 공간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모든 난제에도 불구하고… “10년 안 상용화”
네 가지 쟁점 말고도 우주 데이터센터의 난제가 하나 더 남았다. 우주 방사선이다. 서 연구원은 “우주 방사선 입자가 충돌하면 메모리 반도체에는 데이터의 오류가, 전력 반도체에는 소자 파괴가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방사선에 내성이 있는 반도체가 필요하다. 서 연구원은 “반도체에 우주 방사선 침입을 막는 소재를 입히거나, 방사선으로 특정 회로가 손상됐을 때 바로 다른 회로로 경로를 바꿔 사용할 수 있게 설계하는 방식이 연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국내에서 상용화된 방사선 내성 반도체는 없어 추가적인 실증이 필요하다.
여기까지 들으면 우주 데이터센터는 기술적 문제가 산적해 실현 가능성이 멀어 보인다. 그럼에도 과학동아가 만난 전문가들은 입 모아 “우주 데이터센터가 5~10년 안에 상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다수 기업이 데이터센터 반도체를 일부 우주에 보냈기 때문이다. 미국 항공 기업 액시옴 스페이스는 데이터센터 노드 두개를, 미국 데이터센터 기업 스타클라우드는 데이터센터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우주에 보냈다. 그리고 한국은 올해부터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상용화가 생각보다 이른 이유는 우주에 지을 데이터센터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과 스타클라우드가 계획하는 데이터센터는 ‘엣지 컴퓨팅’이고, 액시옴 스페이스가 계획하는 데이터센터는 ‘클라우드형’이다. 클라우드형은 지상 데이터센터처럼 데이터 연산과 저장을 우주에서 하는 시스템이다. 반면 엣지 컴퓨팅은 정보 처리가 주 임무로, 우주에서 위성이 촬영한 정보를 위성이 연산해 지구로 보낸다.
전문가들은 엣지 컴퓨팅 데이터센터가 클라우드형보다 이르게 상용화될 것으로 본다. 임 팀장은 “목적에 따라 데이터센터 설계 구조가 달라지기 때문에 가장 먼저 데이터센터의 임무부터 정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우주 데이터센터가 지상의 데이터센터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주는 지상 데이터센터의 병목을 해결하는 보완재일 뿐입니다. 우주 데이터센터가 등장하더라도 여전히 데이터센터는 지상을 중심으로 운영될 거라고 봅니다.” 서 연구원의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