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는 ET가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하는 이강인 단장(50). 최근들어 새로운 산업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IT와 BT는 각각 정보공학(Information Technology)과 생명공학(Biological Technology)을 의미하는데 이단장이 제기하는 ET는 또 무엇일까. 물론 외계인을 뜻하는 ET는 아니다.
폐기물 재활용의 중요성 깨닫기까지
ET는 환경공학(Environment Technology)의 약자다. 이단장은 앞으로 산업폐기물이 점점 늘어감에 따라 지구환경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에서 폐기물을 자원으로 100% 재활용하는 환경공학이 IT나 BT 못지 않게 부각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환경공학의 비전은 이단장이 이끄는 21세기 프론티어 사업단 중 하나인 ‘산업폐기물재활용기술 개발사업단’의 최종목표이기도 하다. 물론 이단장이 이런 비전을 갖기까지 그에게 영향을 미친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자신에게 영향을 준 사람을 묻는 질문에 맨먼저 이단장은 미국 유학 시절에 만났던 한국남 박사에 대한 얘기부터 꺼냈다. 현재 미국 사우스타코다대의 저명교수이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회원인 한박사에 대해 “한 분야에 일로 매진한 인상적인 분”이라며 유학 시절 초기에 같은 분야에서 학문적인 교류를 나눴다고 한다. 서울공대 금속공학과에서 석사까지 마친 이단장은 미국 유타대에서 금속 분리 분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단장이 자원 재활용 분야의 연구에 확신을 갖게 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사람은 1990년에 당시 LG금속 공장에서 만났던 임석중 박사다. 현재에도 반월공단 내의 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임박사는 당시 자원 재활용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었다. 임박사는 당시 이 분야가 힘들지만 “앞으로 환경문제가 대두되면 중요한 분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단장은 또한 1995년 한국리싸이클링학회를 창립한 오재현 박사로부터도 자원 재활용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단장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몸담으면서 자원 재활용과 관련된 연구를 계속해왔다. 특히 10여년 전 같은 유타대 출신인 유효신 박사와 함께 자동차 폐촉매를 재활용하는 연구를 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자동차의 배기가스를 걸러주는 촉매 장치에는 백금을 사용하는데 수명이 다한 촉매로부터 백금을 뽑아내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했던 것이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 한 경험이 현재 사업단을 구상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
님비를 넘어선 일본의 한 초등학생
전지구적 차원에서 환경을 보전하는데 동참하고 산업폐기물 발생을 원천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재활용기술을 개발하는데 큰 걸림돌이 있다. 다름아닌 국내의 자원 재활용에 대한 인식이다. 이단장은 우리의 재활용품에 대한 인식이 선진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다는 사실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간단한 예를 들면 폐건전지가 좋은 예다. 수년 전 한동안 다 써버린 건전지를 따로 분리했던 법적인 규제가 있었지만 요즘은 이런 규제가 없어져 그냥 단순하게 매립하고 있다. 물론 다시 법적인 장치를 마련하려 하지만, 현재 쓰레기더미 속에서 폐건전지를 찾아내고 다시 이물질을 제거하는데는 많은 비용이 들고 있다.
이단장은 자원 재활용 분야에 있어서 “기술보다 사회적 인식과 경제성이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쓰레기장이나 재활용기업들이 자기가 사는 지역에 들어서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님비(NIMBY)현상도 이런 맥락인 것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이단장은 “앞으로 환경단체와 심포지엄 등을 통해 머리를 맞대고 노력하려 합니다”라며, 민간단체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단장은 자원 재활용을 효율적으로 하고 있는 모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자원 재활용을 잘한다는 일본 지역자치단체를 방문한 적이 있다. 바로 기타큐슈의 한 지역에 조성된 에코타운이었다. 이곳은 재활용기업들이 생활공간에 입주해 있는 친환경도시로 일본내의 다른 지역자치단체에도 모범이 될 정도라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 도시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우리가 해결한다’는 이런 아이디어가 한 초등학생으로부터 나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쓰레기를 재활용하기 위해 재활용공장으로 옮기는데 드는 물류비용이 혁신적으로 절감된다는 장점이 있다.
“쓰레기가 아니라 자원입니다”라며 이단장은 마지막 멘트에서도 재활용을 강조했다. 폐캔을 재활용하면 90%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것을 비롯해 대부분의 산업폐기물을 재활용하면 70%까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21세기에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일은 단순히 자원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환경문제를 해결해 지구를 깨끗하게 만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이단장은 덧붙였다.
이단장은 인터뷰를 마치자 곧 자원 재활용 분야에서 모범이 되는 독일을 방문하러 떠난다고 했다. 독일은 폐플라스틱, 폐자동차 등을 수집해 재활용하는 기술이 뛰어난데, 이단장은 이런 현장을 직접 찾아가 사업단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를 얻을 생각이다. 특히 독일은 폐식용유를 이용해서 바이오디젤유를 만들어 차량연료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나라다.
쓰레기를 모두 자원으로 바꾸고자 노력하는 산업폐기물재활용기술 개발사업단장 이강인 박사는 여러 사람이 이끌어 여기까지 왔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이단장을 이끌 차례다.
폐타이어 재활용해 유용한 자원 확보-산업폐기물재활용기술 개발사업단
2000년 7월 창단된 이 연구단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각종 산업폐기물을 모두 자원으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1세기에는 산업 발달과 함께 산업쓰레기가 늘어날 것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쓰레기를 단순하게 매립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고 있다. 일본만 하더라도 1천6백개의 현 가운데 반이 매립지가 부족한 형편이다. 사정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전지구적 차원의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것이다.
따라서 산업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일은 환경을 보전하는데는 물론 자원을 확보하는데도 중요하다. 사업단은 재활용 가치가 큰 산업폐기물을 대상으로 경제성 있는 원료물질과 에너지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실용화하려 한다.
구체적으로 폐플라스틱 폐수지 등에서 기름 가스 정밀화학원료 등을, 폐유 폐타이어 등에서 유가원료 정제유 재생고무 등을, 폐촉매 폐전지 폐자동차 등에서 금 은 백금 희유금속 등을, 슬래그 폐석고 등에서 시멘트 기초건자재 기능성세라믹 등을 뽑아내 재활용할 계획이다.
사업단이 출범한지 10년이 지나면 우리나라는 5천억원 이상의 자원을 재생산하고 산업폐기물의 재활용율을 70% 이상으로 높일 수 있는 환경선진국으로 도약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