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② 지능ㅣ제갈길 알아서 찾아가는 로봇

위기상황 스스로 판단하고 대처

변화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자기 할 일을 찾아하는 로봇.이런 똑똑한 로봇이 생체모방 제어기술을 통해 가능해지고 있다.자연의 생명체에서 배우는 최첨단 로봇 시스템 제어 연구를 살펴본다.

다양한 산업현장에 실제 사용되는 로봇은 우리가 공상과학영화나 소설에서 보고 꿈꿔왔던 로봇들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들은 공장 안에서 일하기 싫다는 불평 한마디 없이, 사람이 그만 두라고 전원 스위치를 내릴 때까지 정해진 일만 계속 반복한다. 그러나 주어진 환경이 변하거나 또는 일의 내용이 변하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일일이 변화된 환경을 알려주거나 다시 프로그래밍 해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영화에서처럼 스스로 변화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자기 일을 찾아 하는 능력을 갖춘 똑똑한 로봇은 영원히 불가능한 것일까. 아니다. 현재 자연에서 이에 대한 해답을 얻고 있다. 바로 요즘 한창 각광받고 있는 ‘생체모방 제어기술’이다. 생체모방 제어기술은 자유롭게 활동하는 생명체의 제어기능을 모방해 로봇에 응용하는 분야다.

생명체의 지능적인 행동을 모방

지금까지의 로봇은 동작하기 위해서 수학적 모델이나 기하학적 모델로 된 복잡한 절차를 암기하고 있다. 따라서 공장과 같이 단순한 환경에서 동일한 작업을 반복하는데 응용이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가정이나 병원, 사무실 등에서 인간과 함께 살면서 청소나 심부름 등 다양한 작업을 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런 로봇들은 산업용 로봇처럼 수학적 모델을 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환경자체가 워낙 다양하게 변화하기 때문에 이를 미리 예상하고 일일이 프로그래밍 해주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생체모방 제어기술은 생명체가 갖고 있는 지각능력, 변화하는 환경에의 대응능력, 그리고 효율적이면서도 신뢰할 수 있게 일하는 능력 등을 로봇과 같은 메카트로닉 시스템의 제어에 접목시키는 기술이다. 궁극적으로는 생명체가 갖고 있는 지능적인 행동능력을 로봇이 흉내낼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생체의 지능제어 기능을 모방한 지능로봇시스템에 사용되는 기술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지능을 갖는 생명체의 감각에 해당하는 감각대응센서기술, 감지된 센서 신호를 처리하고 여러개의 센서 신호를 융합하는 기술, 주변 상황을 통해 행동을 결정하고 과거의 행동 경험으로부터 보다 나은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학습형 감각제어기술 등이 포함된다. 또 뜨거운 것이 손에 닿으면 얼른 손을 피하는 것처럼 센서 신호로부터 곧바로 행위를 결정하는 행위기반 제어기술과 이러한 제어 명령을 이용해 실제로 일을 하는 고기능메커니즘기술 등도 있다.

높은 지능을 갖고 있는 인간의 행동 양식이나 생각하는 방식을 그대로 모방하려는 연구도 많이 이뤄졌다. 한 예로 인간이 생각하는 방식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는 의외로 애매한 표현을 잘 쓴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서로의 의사소통은 이 때문에 오히려 잘 된다. 즉 예쁘다, 따뜻하다, 춥다, 잘하다 등의 표현을 보면, 구체적인 수치는 전혀 나와있지 않다. 그러나 서로 얘기하는데 결코 지장이 없다. 이렇게 애매한 인간의 의사소통을 모방한 방법이 바로 ‘퍼지제어기술’(Fuzzy Control)이다. 또 ‘신경망 제어기술’은 인간의 지능을 총괄하는 뇌의 구조를 모방해 지능을 구현하는 방법이다. 이 외에도 학습 기능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인간 소뇌의 구조와 기능을 모방한 제어기술 등도 연구되고 있다.

중추신경계 없이 복잡한 행동 가능

제어구조란 센서를 이용해 감지된 신호로부터 해당 행동을 결정하는 과정을 말한다. 현재 대부분의 생체모방 연구들은 기존의 제어구조(센서로부터 감지되면 모델링과 계획이라는 과정을 거쳐 행동을 결정)에 방법만 생체를 모방한 제어기술이다. 따라서 그 응용에 한계가 있다. 이러한 구조는 환경변화에 따라 신속한 대응이 어렵고 어느 한부분의 작은 오류가 전체 시스템에 이상을 초래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제어방식을 뒤엎는 패러다임으로 1980년대 말 미국 MIT 인공지능연구실에서 ‘포섭구조’(subsumption architecture)라는 지능로봇의 제어구조가 발표됐다. 이 구조는 센서와 행동간에 밀접한 관계가 있도록 로봇의 행위를 분류하고, 이들을 수평적·병렬적으로 배치한다. 행위를 받아들이는 포섭과 도망가는 회피처럼 상반되는 방법 중에 자신의 행동을 선택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제어 방법은 개미와 같은 하등동물이 중추신경계 없이도 복잡한 행동 양식을 취하면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데서 착안됐다. 이후 진행되는 지능형 로봇의 필수 불가결한 제어방식인 ‘행위기반 제어’의 효시가 됐다.

행위기반 제어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아보자. 지능을 갖는 생명체의 행위는 많은 수의 기본적인 단위로 이뤄져 있다. 예를 들어 앞으로 간다, 돌아간다, 왼쪽으로 돈다, 오른쪽으로 돈다, 충돌을 회피한다 등 행위 집합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생명체는 센서로부터 어떠한 신호가 들어오면 그 신호에 맞는 한가지 행위를 선택해 행동을 하게 되고, 또다른 신호가 들어오면 새로운 신호에 맞는 다른 행위를 선택해 행동을 하게 된다.

얼마나 많은 주변 상황 변화에 대해 대처할 수 있는 행위들이 준비돼 있느냐가 결국 지능의 정도를 나타낸다. 또한 닥쳐진 상황에 대해 어떠한 행위를 하느냐가 지능이 있는가 없는가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방을 예로 들면, 나방의 더듬이 부분에는 두가지의 간단한 센서가 있는데 박쥐가 내는 초음파를 감지할 수 있다. 그런데 한가지 센서는 멀리 있는 박쥐의 초음파를 감지해 그 초음파가 날아오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날아가는 행위를 취하게 한다. 가까이에 있는 박쥐의 초음파를 감지하는 다른 센서는 도망가지 않고 마치 죽은 것처럼 날개짓을 하면서 땅으로 떨어지는 행위를 취하게 한다.

이런 행위를 보면 얼마나 지능적인가. 이렇듯 생명체는 많은 수의 단위 행위, 혹은 여러개의 단위행위를 포함하고 있는 복잡한 행위들로 구성돼 있다. 센서신호가 주변 상황에 대한 정보를 감지하면 그때그때 맞는 행위가 선택돼 생명체의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 행위기반 제어구조다.
 

일본 혼다사의 아시모, 두발로 서서 걸어다니는 모습은 인간처럼 자연스럽지만 지능은 별로다.(왼쪽)일본 소니사의 아이보


아이보가 아시모를 능가하는 이유

생체의 제어를 모방한 행위기반 제어방식을 가장 성공적으로 응용한 시스템은 1997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미국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화성탐사 로봇 소저너 패스화인더(Sojourner Pathfinder)와 1999년 6월에 시판되자마자 바로 품절된 일본 소니사의 애완견 로봇 아이보(AIBO)라 생각된다.

소저너는 사람이 가본 적도 없는 화성에서 작업을 해야 하므로 어떠한 상황이 일어날지를 대비해 미리 준비해서 일일이 프로그램을 할 수 없었다. 따라서 기존의 수학적 모델링을 근거로 한 고전적인 제어방법보다는 생명체의 행위패턴을 모방한 행위기반 제어구조가 좋은 방법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이러한 소저너의 겉모습은 어느 생명체하고도 비슷하게 생기지 않았다. 그러나 겉모습만 특정한 생명체 비슷하게 생기고, 행동방식은 마치 태엽을 감아 놓은 듯 프로그램된 행동을 하는 로봇보다 생체모방이란 말이 더 잘 어울린다.

아이보의 경우, 겉모습도 강아지 모습과 상당히 비슷하고 행동하는 패턴 또한 마치 진짜 강아지 같다. 아이보 앞으로 공을 굴려주면 공을 쫓아가면서 잘 놀고, 자꾸 쓰다듬어 주거나 귀여워해주면 꼬리를 흔들거나 뒷다리를 이용해 서는 행동을 하는 등 그때그때 적합한 행위를 할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배우는 능력도 있다고 한다.

한편 작년 일본 혼다에서 발표한 인간과 같이 두발로 서서 걸어다니는 로봇인 아시모는 겉모습은 무척이나 사람과 비슷하게 생겼다. 걸어다니는 모습도 꼭 사람과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별로 똑똑하지 않은 걸로 알려져 있다. 기업에서 공개하지 않아 정확하게 어떠한 제어구조를 사용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겉모습만큼 속의 기능은 따라가지 못한 것 같다.

1998년 미국 국방연구원(DARPA)은 생물제어시스템(Controlled Biological Systems)이라는 새로운 연구개발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미지 환경에서 화생방무기나 폭발병기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는데 생체의 원리를 이용하려는 목적의 연구개발프로그램이다. 그중 하나가 노스웨스턴대를 포함한 연구팀이 개발하고 있는 바다가재 모양의 해저 탐사로봇이다.

연구팀은 로봇의 겉모양을 바다가재를 모방해 제작했을 뿐 아니라 바다가재가 갖고 있는 해저조류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와 몸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센서도 모방해 형상기억합금과 미세가공기술로 만들었다. 또한 행위기반 제어구조를 채택했다. 즉 로봇이 해안에서 기뢰를 찾아내는 임무는 바다가재가 먹이를 찾아내는 행위에서 모방하고 신경망을 이용해 구현한 것이다.

인기 있는 로봇 만들려는 노력


로봇을 만드는데 여러가지 기술이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 한 것은 어떻게 생체처럼 제어 하느냐라는 제어 기술이다.


KIST 지능연구센터는 생체모방형 센서와 제어기술을 통해 시제품을 개발하고, 이러한 기술을 홈로봇이나 초소형 무인비행체 등 실제 시스템에 응용하고 있다. 1994년부터 5년간 네다리, 그리고 두팔과 두손을 갖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마의 모습을 한 센토라는 로봇을 개발에 참여했다.

사람대신 로봇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손에 해당하는 도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연구실에서는 사람의 손처럼 다양하고 정교한 작업을 하기 위해서, 사람 손을 그대로 모방한 로봇손을 개발했다. 그런데 사람의 다섯손가락 중 물체를 다루는 기능은 세손가락만 있어도 가능하기 때문에 세손가락만 개발했다. 겉모습은 사람 손과 많이 흡사하지만 실제로 사람처럼 정교하게 기능하도록 만드는데 아직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

연구실에서 개발한 또하나의 생체모방 로봇은 사람의 목과 눈의 움직임을 모방한 시스템이다. 사람은 주변의 상황을 눈을 통해 인식하는데 목을 좌우로 회전하거나 고개를 아래위로 끄떡이고, 그리고 갑자기 눈앞에서 빠른 물체가 지나갈 때 눈동자만을 이용해 추적할 수 있다. 이를 모방해 목의 좌우 회전, 고개의 상하 회전 그리고 눈동자의 회전 등을 동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는데, 이것은 움직이는 로봇의 몸과 합쳐 인간형 로봇을 개발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지금 각 가정마다 개인용 컴퓨터가 있듯이 앞으로 10년이나 20년 뒤에는 각 가정마다 개인용 로봇이 보편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용도에 따라 적합한 모양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인간과 겉모습이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로봇을 각 가정마다 친구나 하인처럼 데리고 살 때, 로봇이 현재 공장에서 쓰이는 로봇과 같이 행동한다면 아마도 인기가 없을 것이다. 로봇의 동작 패턴이나 반응하는 양식이 마치 살아있는 사람이나 동물처럼 친근감을 줘야 한다는 얘기다. 로봇을 이렇게 만드는데는 여러가지 기술이 필요하지만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로봇을 생체처럼 제어하느냐라는 제어기술이다. 생체모방 제어는 이를 위한 한가지 대안이라고 생각하며, 현재 많은 연구원들이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화 바이센테니얼맨의 주인 공. 영화처럼 사람에게 친근감 을 주는 로봇이 등장할 전망 이다.

2001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오상록 센터장

🎓️ 진로 추천

  • 메카트로닉스공학
  • 컴퓨터공학
  • 정보·통신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