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식동물의 똥을 먹고 사는 곰팡이의 포자가 주변으로 퍼질 때 18만g(1g는 지구 중력가속도)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가속도로 날아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마이애미대 식물학과 니콜라스 머니 교수팀은 초당 25만 프레임을 찍을 수 있는 초고속 비디오카메라로 곰팡이가 포자를 퍼뜨리는 장면을 촬영해 분석한 결과를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온라인 저널 ‘플로스 원’ 9월호에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똥에서 자라는 곰팡이 4종을 관찰했는데, 포자가 비행하는 속도가 최대 초당 2~25m에 이르렀다. 곰팡이 포자처럼 미세한 입자는 공기 분자와 충돌하면서 속력이 급격히 감속하기 때문에 날아간 거리는 0.02~2.5m였다. 하지만 포자로서는 엄청난 거리를 날아간 셈이다.
이런 강력한 추진력의 비밀은 삼투압. 포자가 달려 있는 자낭 속에는 당분과 칼륨 이온이 농축돼 있어 대기압보다 4~5배 큰 압력이 걸려 있다. 이 상태에서 자낭과 포자가 붙어 있는 부분에 균열이 생기면 액체가 분출하면서 포자를 밀어낸다. 마치 끝에 마개가 달린 물총을 꼭 쥐고 있다 놓으면 마개가 벗겨지며 분출하는 물의 추진력으로 날아가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머니 교수는 “18만g라는 가속도는 자연계에서 관찰된 것 가운데 가장 큰 값”이라며 “이들 곰팡이는 숙주인 초식동물로 옮겨가기 위해 주변의 풀로 이동하려고 이런 메커니즘을 고안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