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대한 지식이 늘어날수록 우리는 우주가 무엇이며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한다고 자신있게 말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나 스티븐 호킹은 “우리가 모든 것을 설명하는 통일 이론을 발견한다면 곧 모든 사람들이 그 기본 원리와 의미들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라며, “우주의 성질을 이해하고 우주가 왜 존재하는지 알게 되면, 신의 두뇌를 알게 돼 인간 이성이 승리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신의 두뇌로 들어가는 열쇠를 제시해주고 있다.
스티븐 호킹이 1988년 일반인을 대상으로 쓴 ‘쉽게 풀어쓴 시간의 역사’(A Brief history of time)는 전세계적으로 1천만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 셀러로 잘 알려져있다. 그러나 불명예스럽게도 가장 많이 팔렸으면서도 가장 읽히지 않는 책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호킹은 이 책을 일반인을 대상으로 썼다지만 상당한 수학과 물리학적 지식이 있는 독자가 아니고서는 상대성이론과 양자이론이라는 벽을 넘기 힘들다. 또한 대다수 독자들이 빅뱅이라든지, 블랙홀, 암흑물질, 중성미자, 허수시간, 끈 이론 같은 난해한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다 큰 줄기를 놓쳐버리곤 했다.
영국 BBC 방송국의 과학·특집부 부장이던 저자 데이비드 필킨은 현대 우주론을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기 위해 대학 동창인 스티븐 호킹을 찾았다. 둘은 논의를 거듭하며 ‘시간의 역사’를 바탕에 둔 6부작 다큐멘터리를 제작했고, 이 다큐멘터리는 필킨에게 제작자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줬다.
이런 성공에 힘입어 이 책을 집필하게 된 필킨은 초고를 호킹에게 꼼꼼히 감수받아 1997년 ‘스티븐 호킹의 우주’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책이 나오자 청소년과 성인 독자를 불문하고 “독자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우주론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천문학을 전공하고 싶게 만드는 책(아마존닷컴)”이라는 호평을 얻었다.
이 책은 맨눈으로 천체를 관찰하며 그 변화의 이유를 설명하려 했던 고대 그리스인들로부터 무한하며 안정된 우주라는 뉴턴의 우주관을 거쳤다. 그리고 우주는 1백50억년 전에 빅뱅으로 탄생했으며, 역동적으로 진화하는 존재라는 현대의 우주론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어떻게 현재와 같은 수준의 지식에 도달하게 됐으며,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하는 큰 줄기를 따라 쓰여진 책이다.
좀더 많은 사람들이 우주의 모습을 그릴 수 있도록 수학과 물리학 지식이 필요한 부분은 되도록 전문용어를 배제하고 쉬운 비유로 설명하는 한편, 우주관의 변화를 세계관과 연관시킴으로써 인문학적 재미를 준다. 특히 이 책은 수식 대신 한쪽에 1-2장 정도의 대형 컬러 사진, 특히 허블 우주망원경이 찍은 현란한 사진을 감상하면서 어릴적 꿈을 떠올리며, 내용을 시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꾸민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