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드는 온리안 상에서 여러 이용자가 동시에 줄기는 게임의 일종이다. 그러나 머드는 '차세대 게임 사업의 꽃'이란 평가와 함께 '이용자를 가둬두는 감옥(dungeon)' 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도대체 머드의 무엇이 사람을 사로잡고, 또 무엇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것일까. 머드의 세계를 살펴보자.
'사이버스페이스(Cyberspace)'라는 신조어가 있다. 네트워크의 확산과 통신기술의 대중화로 컴퓨터를 사이에 둔 새로운 인간관계가 축적되면서 컴퓨터 통신망 속에 형성된 가상의 공간을 일컫는 말이다. 사람 모이는 곳에 오락이 없을 수 없듯, 컴퓨터 통신망 속에서 사람들이 즐기는 게임의 장르 중 하나가 바로 머드다. 물론 혹자는 머드가 사이버스페이스의 가장 기초적인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머드(MUD:Multi User Dungeon)란 그 틀을 컴퓨터 통신망에 기초하고 있지만, 게임 자체의 내용은 원래 외국에서 즐겨하던 보드게임의 일종인 TRPG(Table-talk Role Playing Game)에 두고 있다. TRPG는 테이블에 사람들이 모여 앉아서 오프라인 (Off-Line:On-Line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흔히 통신을 하는 사람들이 직접 대면하고 만나는 것을 지칭)으로 게임을 진행한다. 한명 내지는 두명의 게임 마스터(게임의 룰을 관리하고, 게임의 내용 안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는 자. 대개는 머드 프로그래머나 기획자들)와 그외 3-8명 정도의 플레이어가 자신의 능력을 높여가면서 특정한 임무(Quest)를 완수하고, 전투를 수행해나가면서 스토리를 만들어나가게 되어 있는 게임이다. 머드는 TRPG가 갖는 공간적, 시간적인 제약을 널리 퍼진 컴퓨터 통신망을 이용해서 극복해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통신망쪽으로부터 접근해서 본다면, 머드는 채팅(Chatting)의 일종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다. 이러한 주장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머드의 중독성은 채팅의 그것과 실제로 많이 비슷하다. 채팅이 가지는 매력과 특징이 머드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머드나 채팅 모두 글자만이 나오는 터미널에서의 지켜야 할 룰과 자신을 터미널에서 표현하기 위한 수많은 수단을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사용자로 하여금 실제의 물리적인 제약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자유로운 행동이 가능하도록 해준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공개되는 정보 등은 양자가 공통적으로 가진 매력이라 할 수 있다.
현실과 가장 가까운 가상사회
머드게임의 재미를 결정하는 것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머드를 구성하고 있는 시나리오다. 어느 게임이나 나름대로의 세계관과 그에 따른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지만, 여러 사람이 동시에 수행하는 머드에 있어서 시나리오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머드는 시나리오가 전투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가, 아니면 임무수행(Quest)에 중심을 두고 있는가에 따라 디쿠(DIKU) 머드와 LP 머드 두가지 계열로 구분된다. 머드 게임이 처음 만들어져서 통신망에 공개된 것은 애버(Abber)머드라는 것으로, 이것을 시초로 수많은 머드 게임들이 만들어졌는데, 그중 가장 핵을 이루는 두가지의 머드가 디쿠 머드와 LP 머드였다. 그 후 전투를 중심으로 하는 디쿠 머드를 기반으로 개량한 수많은 머드가 나오게 되었으며, 마찬가지로 LP 머드를 기반으로 하는 수많은 머드들이 나오게 된 것이다.
디쿠 머드는 시나리오가 전투를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전체적으로 따라야 할 임무들이 그리 엄격하게 주어지지 않거나 아예 없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더욱 많은 게임의 자유를 가지게 된다. 국내에서 디쿠 머드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단군의 땅'이라는 머드 게임이다. '단군의 땅'은 단군의 땅이라는 배경 아래에서 계속 성장을 거듭해 단군이 되는 것이 게임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그러나 단군의 땅 시스템은 마치 사회가 사람들에 의해서 성장해 나가는 것처럼 질서와 문명을 만들며 이용자가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
디쿠 머드는 사람들이 점점 많이 생기면서 발생하는 가장 일반적인 문제들, 이를 테면 물품의 획득 등을 둘러 싼 싸움을 중심으로 만들어 진다. 때문에 전체를 일관하는 스토리와 같은 것이 없더라도 자유로운 사회가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 더욱 현실에 가까운 가상사회가 만들어 질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일명 '깡패 머드'로 불리는 외국의 제노사이드(genocide) 머드는 유저끼리 살인을 할 수 있도록(Free-Player Killing) 만들어진 디쿠 머드의 일종이다. 이 경우 처음 게임에 들어온 사람은 들어가자마자 죽어버리기 일쑤이다. 제노사이드 머드에서 적을 보게 되면 적이 지금까지 죽인 플레이어가 몇명이나 되는가가 표시된다. 이런 머드 사회에서는 배신(예를 들어서 무서운 적과 싸우고 있는데 옆에 있는 동료가 공격을 해서 아이템을 모조리 갈취해가는 경우도 있다)과 살인이 자주 일어나기도 한다.
한편 LP 머드는 프로그램이 차지하는 메모리 등 리소스(컴퓨터 내에서 프로그램이 여러 기능들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요소가 필요한데, 이러한 것들을 리소스(resource:자원)라 한다. 리소스 문제는 한 컴퓨터에서 여러 개의 프로그램이 동시에 돌아갈 때 더욱 심각해진다)가 엄청나게 소요되어서 많은 사람이 접속하기 힘들다는 난점이 있다. 그러나 LP 머드는 개발자가 머드를 위한 새로운 언어를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더욱 다양한 시나리오의 개발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도 적잖은 서비스 제공중
머드는 온라인 상에서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행동을 취하기 때문에 제작할 때 멀티 유저 기능이 있는 오퍼레이팅 시스템 - 예를 들어서 가장 널리 퍼져 있는 유닉스 시스템과 같은 오퍼레이팅 시스템 기반에서 제작된다. 머드 게임을 제작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로는 네트워크에 대한 기술과 멀티 유저에 의한 다중처리기술, 명령어를 해석하고 마스터(게임의 세계를 직접 만드는 사람)가 세계를 만들 때 사용하는 스크립트 언어를 해석하기 위한 파싱 기술, 그러한 수많은 데이터들을 관리하고 보존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 관리 기술 등등의 것들이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머드 프로그램들은 인터네트를 통해 확산되기 시작했고, 현재는 수많은 변형 머드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국내에 있는 대부분의 머드는 LP 머드와 디쿠 머드를 합해놓은 형태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 제공되는 머드는 따로 인터네트와 같은 통신망을 통하지 않고서라도 하이텔이나 천리안, 또는 나우누리와 같은 상용 서비스 시스템에서 지원하고 있는 것이니만큼 이들 서비스에 아이디어만 가지고 있다면 플레이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국내에 나와있는 가장 대표적인 LP 머드로는 '쥬라기 공원'이 있다. 주인공이 쥐라기 공원 내에 있는 고장나버린 컴퓨터 시스템을 하나 하나 고쳐간다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는데, 각 지역마다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야 하는 것이 임무이고, 여러명이 함께 행동하며 임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삼정데이터시스템에서 개발한 이 머드는 우리나라에서 '단군의 땅'과 함께 가장 먼저 발표된 머드 게임이다. 이 게임의 목적은 게임 세계에 존재하는 컴퓨터 시스템의 고장을 고쳐서 공원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인데, 뒤이어 나온 '쥬라기 공원 2'는 '쥬라기 공원'시나리오의 단순함을 대폭 수정해 더욱 많은 아이템과 다양한 전투 시스템을 갖추는 동시에 디쿠 머드의 전투적 특성을 도입하였다.
그 외에 국내 서비스망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머드로는 '타임 스트레인저'라든지 '미래 가상 SF 1999', '마더 플라넷'등이 있는데, 이중 '마더 플라넷'은 포스서브에서 서비스하는 국내 최초의 그래픽 기반 머드 게임이다.
'타임 스트레인저'는 시간대 여기저기를 여행하면서 임무들을 수행하는 머드인데, 상당히 많은 직업과 종족의 선택이 가능하며 직업의 선택과 배우는 마법 등에 따라 자신이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디쿠 머드의 성격을 띠고 있다.
'미래 가상 SF 1999'는 미래의 오염되고 혼돈스러운 시대에서 주인공이 살아나가는 내용을 담고 있는 머드 게임이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전투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지도 시스템에 있다. 다른 머드들이 가지고 있는 전투 시스템이 자신이 있는 공간 내에서만 있을 수 있는데 반해서 이 머드는 자신의 주위를 탐색해서 구체적 도로주변에 있는 적이라든지 동료들을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국산 머드는 당연히 모든 시스템에 걸쳐 한글을 지원하고 있다. 인터네트를 통한 머드세계 탐험이 힘들다는 것은, 사용되는 말들이 모두 영어인 데다가 여기에 사용되는 단어라든지 문구들도 해석하기 쉽지 않다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가상공간과 가상사회에의 조우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네트워크 사이버스페이스를 이용한 머드 게임은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네트워크 게임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일찍 시작되었고, 단지 게임만을 위해서 연결할 수 있는 서버들이 상당히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 또한 인터네트를 통해 들어갈 수 있는 수많은 머드 사이트들이 있는데, 이들은 상용 서비스도 있고 공짜지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곳도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의 통신서비스를 능가하는 상용 머드 서비스의 개편과 더욱 활발한 머드게임의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또한 HTTP를 이용한 그래픽 기반의 머드들도 계속 개발되고 있으며 그래픽 기반의 서버를 구축하려는 시도도 있다.
머드가 제공하는 매력은 '가상공간과 가상사회에서의 조우'라고 할 수 있다. 실제공간과 실제사회에서 느끼던 핸디캡이 없어진 사이버스페이스 내에서의 능력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한편 이같은 매력은 경우에 따라서 실제 생활과 사이버스페이스 사이에서 자신의 모습이나 행동경향이 완전히 유리되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 때문에 머드는 일종의 중독성을 갖는다.
극단적으로는 가상현실 속에서 게임을 하는 사용자들이 가상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혼동하는 일까지 일어나기도 한다. 평소 대화에서 조차 가상세계에서 사용되는 어구나 단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것은 보통이며, 실제 공간에서까지 점점 난폭해지거나, 가상세계에서 자신이 민들어낸 인물들을 닮아가는 것도 보여진다.
이같은 중독성 때문에 머드를 법적으로 금지시키자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며, 실제로 호주에서는 법적으로 머드가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통신망을 통한 짜릿한 만남과 가상공간에서의 희열은 분명히 현대의 가장 신나고도 건전한 오락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