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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터페이스 첨단연구의 현장 MIT 미디어랩

얼굴표정도 알아채는 지능형컴퓨터

아주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컴퓨터의 존재나 사용방법을 따로 학습할 필요 없이 디지털 정보의 혜택을 누릴 것이다. 바로 새롭게 고안된 인터페이스의 도움으로. 이것이‘인간 인터페이스 혁명’이며, 다가올 디지털 시대의 생활문화와 정보산업의 전략적 도구가 될 전망이다.

현재 미국 MIT 미디어랩(Media Laboratory)과 세계 유수의 학술·연구기관에서는 사람과 컴퓨터 간의 자연스런 의사소통을 구현하는 새로운 인터페이스에 대한 연구가 구체적이고, 과학적으로 진행중이다. 마우스나 키보드같은 단순 입력장치가 아닌 사람의 기분까지 인식하고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컴퓨터의 진보된 인터페이스 시스템들은 사람들을 더욱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컴퓨터의 세상과 연결시켜 줄 것이다.

컴퓨터가 발명된 초기에는 기계의 개발이라는 측면에서 연산 처리나 속도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1961년 아르파(ARPH) 컴퓨팅을 개발한 실험 심리학자 릭라이더의 ‘사람과 컴퓨터의 공생’이라는 논문이 제기되면서부터, 비로소 인간과 컴퓨터 간의 소통을 위한 인간 인터페이스 디자인(Human Interface Design) 연구가 시작됐다. 그 이후 컴퓨터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에 의해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인간과 컴퓨터 간의 상호작용’과 ‘풍부한 감각의 개발’이라는 두가지 측면에서 꾸준히 연구됐다.

심리학자·디자이너·예술가 총동원

사용자 인터페이스란 사용자와 의사소통하는 컴퓨터의 상호작용 시스템을 말한다. 초기 컴퓨터 과학자들이 거대한 컴퓨터 시스템을 전선으로 연결하기 위해 고안한 전기회로 형태의 패치보드(Patch Board)와는 달리 지금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컴퓨터의 대중화와 함께 개발된 다양한 키보드, 마우스, 그리고 디스플레이 시스템까지를 포함한다.

요즘 사람들은 흔히 컴퓨터를 통해 ‘보고 느낀다’고 이야기할 때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 Graphical User Interface)를 떠올린다. 즉 그래픽을 통해 사용자와 컴퓨터 간의 의사소통이 이뤄지는 형태인데, 현재 윈도와 매킨토시의 운영체계가 그 대표적인 GUI환경이다. GUI는 1970년대 초 제록스의 연구소와 MIT 등의 연구, 1980년대 초 스티브 잡스의 매킨토시 컴퓨터의 등장과 함께 그 인터페이스 체계가 성립됐다. 그리고 사람의 시지각에 알맞고 조작이 쉽도록 물리적인 디자인을 계속해서 개선해왔다.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연구와 개발은 1980년대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과 1990년대 온라인 네트워크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더욱이 컴퓨터가 우리의 일상에 많은 일들을 대체하게 되면서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은 컴퓨터 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컴퓨터 시스템의 개발에 더욱 포괄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사람과 컴퓨터 상호작용’(HCI, Human-Computer Interaction)에서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철저한 수행작업 분석, 사용자의 인식과 행동의 이해와 수행능력, 학습시간, 작업수행속도, 오차비율, 사용자 만족도에 근거해 인터페이스들이 개발된다.

이제 인터페이스는 컴퓨터와 사람의 정보교류를 위한 맨 마지막 단계에서 적용되던 과거의 키보드와 같은 단순한 장치적인 틀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주요 골격으로서 시스템 개발초기부터 함께 연구되고 있으며, 컴퓨터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보다 더 중요한 부분으로 변해가고 있다. 즉 단순한 입출력 장치의 겉모양이나 모니터 화면상의 그래픽 디자인에서, 이제는 ‘디지털 인터페이스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개념적 접근방법과 실험이 인간과 작업 환경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컴퓨터 과학자나 기술자에 국한되던 연구개발을 전문적인 지식과 연구의 필요에 따라 심리학자, 전기·기계공학자, 산업·시각 디자이너, 컴퓨터 예술가, 비즈니스 컨설턴트들의 창의적 공동연구로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연구분야의 통합과 협동은 새로운 개념과 기술을 창출하기 위한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비트, 아톰, 그리고 사람

MIT에 위치한 미디어랩은 지난 20년 동안 예술과 과학의 창조성과 컴퓨터 기술이 만나는 곳에서 우리의 일상에서 예기되는 미디어의 실험과 다가올 디지털 문화의 탐색을 지속해 온 독특한 연구소 중 하나다. 2백여 세계 유수의 기업에서 막대한 자본을 경쟁적으로 유치하며, 3백여명이 넘는 연구진들이 컴퓨터와 관계된 30여개의 진보적 연구주제와 4백여개의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현재 연구소에서 주목받고 있는 연구는 초기의 연구진형과는 다르게 그 수가 늘어나고 있는 진보적 인터페이스 연구그룹이다. 현재 절반 이상의 연구그룹들이 ‘비트, 아톰, 그리고 사람’이란 주제로 새로운 인터페이스 시스템과 상호작용 테크닉을 개발중이다. 이는 현재 디지털 산업 전반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으며, 앞으로 다가올 디지털 세상을 대비한 전략적 변화를 의미한다.

이미 MIT 미디어랩의 설립자인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는 지난 1995년 그의 저서 ‘디지털이다’(Being Digital)에서 디지털 시대가 가져올 영향과 혜택을 이해하는 지름길은 비트와 아톰의 차이를 곰곰이 생각해 보는데 있다고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지난 반세기동안 인간요소와 인간공학 분야의 똑똑한 과학자들이 멍청한 기계를 좀더 쉽게 만들려고 인터페이스를 개발해 왔다고 비판했다. 덧붙여 디지털 시대의 훌륭한 인터페이스 디자인은 복잡한 계기판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인터페이스가 필요 없는, 즉 복잡한 인터페이스 자체를 사라지게 하는 것에 그 디자인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환경에 내장된 컴퓨터와 그 인터페이스 디자인 개념은 1990년대 초 제록스 파크의 연구소장이던 마크 웨이져의 ‘어디에나 존재하는 컴퓨팅’(Ubiquitous Computing)과 같은 것으로,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의 ‘보이지 않는 컴퓨팅’(Invisible Computing), IBM의 ‘스며드는 컴퓨팅’(Pervasive Computing) 등에서 그 개념들이 이제 제품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테이블에 놓여진 건축 모형들을 움 직이면서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Urp(Urban Planning)는 여러 사람들의 공간감각을 이용한 도시 계획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한다.


일상사물 모두가 디지털화

현재 MIT 미디어랩의 히로시 이시교수가 이끄는 탄져블 미디어(Tangible Media)그룹은 디지털 정보와 인간, 그리고 우리의 일상환경 사이의 아주 자연스런 인터페이스들을 디자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GUI가 안고 있는 시각적 정보전달 방식의 한계를 우리가 일상에서 습득하는 감각과 체험의 중요성에 근거한 ‘만져지는 사용자 인터페이스’(TUI, Tangible User Interface)로 전환시키는 획기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흔히 만지면서 사용하는 친숙한 물건과 공간에 컴퓨터를 내장해 기존의 키보드나 모니터 같은 전통적인 인터페이스 없이도 자연스럽게 디지털 정보의 영향과 혜택을 공유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아톰으로 구성된 물리적인 세상과 비트로 된 디지털 세상의 경계가 사라지고 하나가 된다.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들을 살펴보면, 언더커플러 박사는 복잡한 건축이나 도시설계 계획을 컴퓨터의 모니터 상에서가 아닌 실제 3차원 공간에서 입체투사 시스템과 모델을 통해 시각화했다. 이렇게 구현된 공간에 있는 모형을 직접 손으로 움직이면, 그림자와 가상의 바람같은 디지털 정보가 새롭게 변화된 상태의 모습에 맞는 상황을 입체적으로 구현해주는 시스템도 개발했다. 입체투사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재현해줘 공간감각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필자가 개발한 핸드스케이프(HandSCAPE)는 3차원 공간의 벡터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줄자다. 이 디지털 자는 측정된 값을 컴퓨터에서 입체모델로 실시간으로 구현해, 공간 이용을 최적화하거나 공간의 시각적인 측면을 손쉽게 확인하고 모델링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 밖에도 빈 병의 뚜껑을 열고 닫음으로써 연주되는 음악의 선율, 손의 촉감을 통해 상대방과 대화가 가능한 롤러, 손동작을 기억했다가 그것을 정확하게 반복하고 재현하는 작은 로봇 등이 방문한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이러한 연구들은 우리가 지닌 시지각적 감각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자연스런 인터페이스의 개발이라는 점에 그 가치가 있다.


영화‘바이센테니얼맨’에서 로봇은 인간 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행동한다. 하지만 사 람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큰 변화를 느 낄 때는 인간의 모습으로 외모가 변했을 때 다. 이렇게 인터페이스는 기계라는 느낌, 즉 사람과 다르다는 느낌을 전혀 인지하지 못할 때 비로소 최상의 인터페이스가 되는 것이다.


센서로 인간 감정 알아내

같은 연구소의 또다른 그룹은 컴퓨터와 인간 감정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컴퓨터가 인간의 감정표현을 인식하고 모델링해, 사용자의 기호에 맞게 작용하는 지능형 인터페이스 시스템들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센서들과 장치들이 인간이 지닌 사용자의 체온, 전류변화, 몸의 동작, 얼굴표정 등을 감지해 컴퓨터가 그 자료를 긴장, 흥분, 기쁨, 만족 등의 인간 감정표현의 지표로 산출하고, 여기에 상응하는 적절한 정보를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예를 들면 채팅중에 사용자가 우울한 느낌의 단어를 사용하면 이를 시스템이 파악해, 사용자에게 즐거운 표정의 아바타가 나타나 웃겨주는 식으로 사용자에게 맞는 다양한 변화를 감지해 이를 표현한다. 또한 자동차 운전자의 습성을 인식한 컴퓨터가 개인사용자의 패턴에 맞는 도로의 상태와 기상 같은 복합정보를 음성으로 전달한다.

이 밖에도 사람이 들어오면 자동으로 불이 켜지고 음악을 들려주며 사람의 상태까지도 파악해 반응하도록 개발되고 있는 ‘스마트 룸’, 피부의 건조도에 따라 반응하기도 하는 ‘스마트 옷’, 요리상태와 냉장고 안에 든 재료의 상태 등을 자동으로 체크해주는 ‘스마트 키친’ 등의 프로젝트에서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친근하고 밀접한 장소에서 생기는 인터페이스를 생활의 복잡성 만큼 다양하게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인터페이스 디자인 접근과 독창적인 프로젝트들은 앞으로 디지털 산업으로 연결되고 우리의 일상생활이 컴퓨터와 더욱 가까워지는 디지털 문화의 중심 축을 바꿀 수 있는 전략이 될 것이다.


헬멧을 쓰고 가상 모니터를 통해 가상현실을 경험 하지만 제한적인 인터페이스로는 실제적인 느낌 을 갖기 어렵다. 꿈이 실제와 착각을 불러일으키 듯 의식을 전환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되면 가 상현실은 어쩌면 진짜 현실이 될지 모른다.


의식되지 않는 인터페이스를 향해

그럼 과연 디지털을 넘어선 ‘인간 인터페이스 혁명’이란 무엇일까. 1990년대 초반 앞선 기술을 바탕으로 한 빠른 속도의 중앙처리장치(CPU)와 램(RAM)을 개발했다. 중반부터는 다양한 미디어 기술의 집적과 네트워크 구현을 통한 콘텐츠 개발로 이어졌다. 앞으로 진행될 디지털 시대는 그러한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빠른 처리속도로 제공하는 컴퓨터 시스템과 인간간의 관계를 개선시키는 인터페이스의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예견된 혁명은 더이상 새로운 발명을 기다리거나 그것으로 인한 인간문명의 또다른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 발생적 문화, 즉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속에서 일어나야 한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잘 만들어진 인터페이스는 실제 환경과 생활 곳곳에 자리하면서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감춰져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사용자를 인식하고 그 특성에 따라 동시에 반응하는 기능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인터페이스의 투명성과 유연성을 통해 우리는 더욱 친숙해진 디지털 문명을 이루게 될 것이다. 마치 우리 인간생활 곳곳에 스며든 그 비트들이 이제는 디지털을 넘어서 생활이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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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재철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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