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물과 태양에너지로 가는 자동차를 한번쯤은 꿈꿔봤을 것이다. 물로 가는 자동차가 개발된다면 요즘 치솟는 석유값 때문에 더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궁극적으로 공해와 에너지 문제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꿈을 현실화시키는 열쇠를 촉매가 쥐고 있다.
물을 분해해 수소를 연료로 사용
식물의 엽록체는 빛을 흡수해 물을 분해한다. 여기서 수소이온과 전자가 만들어진다. 박테리아에 존재하는 수소발생효소는 이 수소이온과 전자를 이용해 수소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이 방법을 응용하면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들고,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물로 가는 자동차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엽록체와 수소발생효소는 단백질이기 때문에 쉽게 변성되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과학자들은 수소발생효소의 활성을 모방할 수 있는 촉매를 개발하고 있다.
1999년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학의 라우시퍼스 박사팀은 수소발생효소의 활성부위를 모방한 촉매 화합물을 합성하는데 성공했다. 수소발생효소는 황, 일산화탄소, 시안화이온 등과 결합된 금속이온을 갖고 있는 매우 독특한 효소다. 라우시퍼스 박사팀은 활성부위에 해당하는 화학적 구조를 합성하는데는 성공했으나, 아직까지 촉매가 지속적으로 작용하는데까지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들이 합성한 촉매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수소를 합성하는 또다른 방법으로 광촉매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보통 촉매가 열에너지를 이용해 반응을 촉진시키는데 반해, 광촉매는 빛에너지를 이용한다. 빛은 전자파의 일종이며, 각 파장에 맞는 에너지를 가진 입자(광자)라고 할 수 있다. 이 에너지를 광촉매가 흡수해 촉매 작용을 하는 것이다.
1972년 혼다와 후지시마는 백금을 음극으로 이산화티탄을 양극으로 한 다음, 키세논 램프를 비추면 물이 분해돼 수소와 산소가 생성되는 현상을 최초로 발견했다. 현재 파장이 4백nm(10-9m)보다 짧은 자외선과 광촉매를 이용한 연구결과로 시간당 1L 정도의 수소를 생산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나 햇빛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파장 4백-8백nm 범위의 가시광선을 이용할 경우에는 자외선 영역에 비해 1천분의 일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광촉매를 이용해 수소를 경제적으로 얻기 위해서는 가시광선을 흡수하는 광촉매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기존 반도체 광촉매를 변형하거나, 가시광선 흡수 물질을 부착하는 등 여러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2년전 벤츠사가 세계 최초로 수소자동차를 공개했으며, 크라이슬러, 포드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도 수소자동차 개발을 시도하고 있어, 물로 가는 자동차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수소자동차보다는 출력과 효율이 더 좋은 연료전지 자동차가 실용화에 앞설 가능성이 크다. 원래 연료전지의 원리는 1800년대 중반에 이미 발견됐으나, 화석연료에 비해 효율과 개발이 늦어져 사장돼 있었다. 1965년에 미국의 유인 우주선 제미니 5호에 연료전지가 적재돼 우주선 내의 전력을 공급하고, 반응으로 생성된 물을 승무원의 음료수로 사용하면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연료전지 이용한 무공해 전기 자동차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와 산소가 발생하듯이 이를 역으로 이용, 수소와 산소를 화학반응시켜 전기를 얻는 것이 연료전지의 원리다. 즉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가 갖고 있는 화학에너지를 전기화학반응에 의해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고효율의 무공해 발전 장치다. 전해질을 사이에 두고 서로 격리된 공기극(양극)에는 산소가, 연료극(음극)에는 수소가 공급돼 물의 전기분해 역반응으로 전기화학반응이 진행돼 전류와열, 그리고 물이 발생하게 된다.
먼저 연료극이 촉매로 작용해 수소를 수소이온과 전자로 분해하면, 수소이온은 전해질을 통해 공기극으로 이동하고 전자는 외부회로를 거쳐 전류를 발생시킨다. 그리고 공기극의 촉매작용으로 수소이온과 전자, 산소가 결합해 물이 생성된다. 현재 탄소에 백금을 분산시킨 형태의 촉매 전극이 사용돼 국내외적으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는 있다.
하지만 실용화를 위해서는 새로운 촉매 제조법을 활용해 백금의 분산도를 더 높여 그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거나 값싼 다른 금속을 활용하고자 하는 연구에서의 성과가 필요한 실정이다. 연료전지 자동차는 수증기만을 배출하는 무공해 차량일 뿐만 아니라 전기를 사용해 소음을 일으키지 않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앞으로 촉매 기술의 발달로 환경오염이 없으며,에너지,건강,식량과 같은 인류의 제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이러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연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생명체의 효과적인 촉매 시스템 모방을 비롯해,원자 단계에서부터 촉매를 설계하고 합성하는 고도의 기술을 이뤄내야 한다.이는 모든 기초과학의 토대 위에 꾸준한 투자와 노력에서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