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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관이 살아 있다는 걸 보여주겠습니다!

국립과천과학관 이상희 관장


“할리우드 영화 ‘박물관이 살아 있다’를 아시죠. 전시물이 살아 움직인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박물관을 흥미롭게 다룬 영화잖아요. 이와 비슷하게 과학관을 소재로 삼은 영화를 만들 계획입니다. 가칭 ‘과학관이 살아 있다’라는 영화 말입니다.”

국립과천과학관 이상희 관장은 항상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사람이다. 한때 ‘과학 대통령’이란 구호를 내걸고 대권에 도전했던, 국회의원 4선의 관록을 자랑하는 그가 지난 10월 20일 관장으로 취임하면서 국립과천과학관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개관 1주년을 얼마 지나지 않은 때인 지난 12월 2일 국립과천과학관 집무실에서 이 관장을 만났다. 백발이 성성한 그에게서 과학관을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출 참신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SF영화와 함께하다

“과학관의 중요한 고객은 미래 꿈나무인 어린이입니다. 과학관을 어린이가 재미있어서 찾아오는 곳, 미래의 창조적 사고를 심어주는 곳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최근 이 관장은 과학관 전 직원에게 어린이 사고로 돌아가자고 강조하고 있다. 항상 관람객 입장에서 생각하고 과학관을 운영해야 한다는 뜻이다.

“관람객이 불편하면 안 되니 온라인 결제를 한 뒤 과학관에 오면 그냥 들어갈 수 있게 하고, 과학관 직원도 거무죽죽한 옷 말고 친근한 옷을 입으며 근엄한 표정을 짓지 말고 활짝 웃으며 대하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이 관장이 영화 ‘과학관이 살아 있다’를 찍으려고 하는 데도 일반 국민에게 과학관이 재밌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그는 나름대로 영화 시나리오에 대한 아이디어도 펼쳐보였다.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는데, 과학관의 첨단장비를 살아 움직이게 해 인간을 공격하는 겁니다. 인간도 비슷하게 과학관 장비를 이용해 외계인의 공격을 막아낸다면 어떨까요?”

이미 국립과천과학관(www.scientorium.go.kr)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함께 전국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과학관을 소재로 한 SF영화 스토리(시놉시스)를 공모하고 있다. 2010년 1월 26일부터 2월 5일까지 응모작을 접수하며 2월 중순에 최우수상(교육과학기술부장관상, 상장 및 장학금 100만 원), 우수상, 장려상 등의 당선작을 발표한다.

사실 그가 취임하자마자 과학관에서는 SF영화제를 개최했다. ‘과학기술에 대한 새로운 시각: 우주, 근미래에 대한 사회적 접근’이라는 주제로 ‘더 문’을 비롯한 SF영화 5편을 상영했으며 학술행사와 강연회도 함께 진행했다.


클래식 음악에서 모노레일까지

이 관장은 과학관을 운영하기 위해 안팎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관장 취임 때는 취임식을 내부 공청회로 대체했고, 과학관 개관 1주년 행사도 과학관의 발전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외부 공청회로 마련했다. 특히 지난 11월 13일 개관 1주년을 맞아 개최한 국립과천과학관 선진화 방안 공청회는 인상적이었다.

이 자리에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이종걸 위원장은 “관람객들이 ‘학교에서 배울 때는 잘 몰랐는데 쉽고 재미있네’하면서 과학관을 즐겨야 한다”며 기조연설을 했고, 서울대 김찬종 교수는 “국립과천과학관은 세계 주요 과학관과 비교할 때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특히 전문 인력을 확충해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장은 “지난 1년여 동안 많지 않은 직원들이 어려운 여건 가운데 고생을 많이 했다”며 “앞으로도 과학관 발전이라는 공동목표 아래 ‘우리 과학관은 국가가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지향한다’는 생각을 공유해 창의적 발상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과학관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에는 창의적 사고를 북돋울 수 있는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있다. 이 관장 본인도 MP3플레이어 기능이 있는 ‘전자 사전’에 이어폰을 꽂고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며 헨델 오페라 ‘리날도’ 중 영국 가수 사라 브라이트만이 부른 ‘울게 하소서(Lascia Ch’io Pianga)’를 들려줬다.

그는 과학관을 고객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가게 할 아이디어도 다양하게 제시했다. “과학관의 주차장을 지하화하고 지상을 청소년의 놀이 공간, 캠프장으로 꾸미면 좋겠어요. 주변에 대전 정부출연연구원의 분관이나 삼성 같은 대기업의 첨단기술관도 만들어 과학관에서 다 보여주면 어떨까 합니다.”

현재 이 관장은 서울대공원, 현대미술관, 과천경마장(서울경마공원), 과천시 관계자들과 함께 모여 모노레일을 설치하려고 협의 중이다. 과학관을 포함하는 과천의 이들 명소를 도는 모노레일 말이다. “한 가족이 과천에 와서 아버지는 경마장에, 어머니는 미술관에, 자녀들은 과학관에 갈 수 있다면 일석삼조가 아닐까요?”

한국의 빌 게이츠를 꿈꾸며

이 관장은 과학과의 인연이 남다르다. 그는 서울대 약대에서 암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자신의 박사논문으로 전국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변리사를 전국에서 1년에 한 명 뽑을 때 10개월간 공부해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는데, 지금도 깨지지 않는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에도 과학과 관련된 입법 활동은 그의 몫이었다. 대체에너지개발촉진법, 유전공학육성법, 항공우주산업개발촉진법, 해양개발기본법, 뇌연구촉진법, 영재교육진흥법, 이러닝(e-learning)산업발전법 등을 제정하는 입법 활동을 했다.

그는 “10여 년 전에 이미 해커 10만 양성설을 제기했고, 또 인간과 바이러스의 전쟁을 예견했다”며 “과학을 한다는 건 우주를 창조한 조물주의 속삭임을 알아듣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 그의 임무는 과학관이 살아 있다는 걸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 관장은 “전시물에 과학적 원리뿐 아니라 특허와 경제 정보도 함께 주면 좋겠다”며 “현재 분산돼 있는 연구사들을 모아 연구조직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학관을 찾아올 새로운 동기를 부여하고, 첨단기술의 발전을 따라가는 과학관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과학관은 미래를 보여주고 상상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시대에 맞는 온라인 과학관도 고려 중입니다. 입시 위주 교육에 젖어 있는 청소년이 과학관에서 좋은 콘텐츠를 접해 미래에 한국의 빌 게이츠가 되면 좋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과학관을 빠져나오는데, 과학관이 살아 있는 교실이 돼야 한다는 그의 말이 자꾸 귓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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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사진| 고승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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