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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국내 연구진 벼·배추·고추에 주력

농작물 게놈 탐색 최근에 태동

식물의 게놈연구는 가장 근원적인 먹거리가 되는 농작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집중적인 투자대상이 되고 있다.그동안 식물게놈프로젝트가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진행됐는지 주요 작물인 벼,배추,고추를 중심으로 알아보자.

우리나라의 식물 분자생물학분야는 1990년대 들어 괄목할 만한 발전을 했다.그러나 기초가 되는 게놈연구는 인식이 부족해 투자가 적었고,선진국처럼 대규모의 연구도 이뤄지지 못했다.그러나 다행히 1998년 '벼 게놈을 연구하는 국제컨소시엄' (IRGSP,International Rice Genome Sequencing Project)에 국내의 연구진이 참여하면서 우리의 주곡작물인 벼의 연구에 동참하게 됐다.한편 지난 9월 세계 10여개국이 참여한 '국제 배추과 게놈 컨소시엄'(Brassica Genome Consortium)이 결성됐는데,이는 세계적으로 한국의 식물게놈연구가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식물게놈연구 4단계

식물게놈프로젝트는 전체 염기서열의 분석을 통해 유용한 유전자 탐색을 목적으로 한다.식물게놈의 연구는 유전자지도(Genetic map)작성,물리지도(Physical map)작성,염기서열분석(DNA sequencing)그리고 염기서열분석을 통한 유전자기능 탐색 등 4단계로 진행된다.

만약 DNA가 염기A,G,C,T1억쌍으로 이뤄져있는 식물의 경우 게놈연구는 어떻게 행해질까.DNA의 크기가 워낙 크기 때문에 바로 염기서열분석을 할 수 없다.우선 알고 있는 부분에 표지판부터 세워야 한다.표지판을 세워 놓으면 DNA를 잘라서 부분으로 나눠 분석하는 것이 가능해 염기서열분석이 간단해진다.표지판은 염기쌍의 특정 부분,즉 단백질 생산을 명령하는 유전자 부위와 특정한 표지에 결합하는 부위에 세운다.이렇게 듬성듬성 표지판을 세워 완성한 지도가 바로 유전자지도다.

특정 유전자의 위치는 그 유전자를 조작한 유전자지도작성용 집단과 조작하지 않은 정상 집단의 DNA를 비교해 알아낸다.최근에는 분자수준에서 위치를 나타내는 분자표지기술이 발달해 더욱 정확한 유전자지도가 가능하다.정밀한 유전자지도는 이후 진행되는 물리지도의 기초가 된다.

물리지도작성은 1억 염기쌍을 부분으로 나눈 후,순서대로 배열하는 단계로 게놈연구의 핵심이다.물리지도작성에는 BAC(세균인공염색체,bacterial artifical chromosome)은행 작성기술을 이용하는 것이 보편적이다.BAC은행이란 DNA를 10만 염기쌍 정도의 크기로 절단한 조각들의 모임을 말하는데,이후 진행되는 염기서열분석의 기본단위가 된다.BAC조각의 순서는 유전자지도를 바탕으로 전기영동을 통해 분리해 그 위치를 판단한다.

1억 염기쌍의 경우 1천개의 BAC조각으로 나눠 분석하면 될까.실제 우리가 알고 있는 표지판은 듬성듬성 서있고,AGCT암호문은 해독하기가 너무 복잡하다.따라서 BAC조각의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있어도,염기서열을 알기 위해서는 BAC조각 사이에 겹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겹치는 부분은 많을수록,즉BAC은행이 풍부할수록 AGCT의 암호문을 자세히 비교해 보다 정확한 염기서열을 얻을 수 있다.따라서 물리지도는 수치계산보다 더 많은 BAC은행으로 구성된다.이렇게 완성된 물리지도는 여러 유전자를 분리하는데 이용되며,특히 중요한 유전자가 관련된 게놈 부위의 구조를 연구하기 위한 염기서열분석 그리고 전체 염기서열분석의 기본 청사진이 된다.

이제 BAC은행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단계다.염기서열분석에 사용되는 분석기의 분석한계는 한 반응당 5백-8백 염기쌍이다.따라서 10만 염기쌍 정도로 이뤄진 BAC조각을 더 작은 조각으로 다시 만들어 각각 염기서열분석을 실시한다.개별적으로 분석된 염기서열 조각의 AGCT암호는 컴퓨터를 통해 조합돼 DNA의 전체서열이 된다.배추의 경우 5억5천만 염기쌍이므로 염기서열이 밝혀진 BAC조각 5천5백개 이상을 컴퓨터로 분석해 전체서열을 완성한다.

확보된 전체 DNA의 염기서열 정보는 컴퓨터에 저장되며 여러가지 생물정보(bioinformatics)기술을 이용해 유용한 유전자를 찾아 생명공학기술에 접목된다.


(그림)배추 게놈의 연구 과정


우리나라가 벼 연구의1.5%담당

벼의 게놈연구는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원을 중심으로 1994년에 시작됐다.유전자지도작성을 위해 밀양 23호와 기호벼를 교배해 1백64개의 계통으로 구성된 유전자지도작성용 집단을 만들었다.그리고 분자표지기술을 이용해 총 1천96개가 표지된 유전자지도를 작성했다.또한 생산량을 결정하는 형질에 관여하는 1백61개의 유전자 자리를 확인했다.

염기서열분석은 지난 1998년에는 농업과학기술원 은무영 박사가 IRGSP에 참여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IRGSP는 10년 동안 2억달러(2천2백억원)의 연구자금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로 일본,미국,영국 등 10여개 국가가 참여해 벼의 국제표준 품종인 니폰바레(日本淸)의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있다.

벼의 전체 게놈크기는 약 4억3천만 염기쌍(4백30Mbp)정도다.우리나라는 1번 염색체의 일부분 석을 담당하고 있는데,매년 1백만 염기쌍(1Mbp)씩 총 7백만 염기쌍(7Mbp)이 연구대상이며 이는 전체 게놈의 1.5%에 해당한다.

게놈의 염기서열분석과 함께 유용한 유전자 조각을 찾는 EST(Expressed Sequence Tag)연구로 현재까지 9천11개의 유전자 조각에 대한 염기서열을 분석했다.이중 2천11개의 유전자 기능을 확인했고,특정한 조건에 따라 발현하는 유전자 1천90개를 확보했다.그리고 1백92개의 유전자를 완전히 해독해 유전자은행(GenBank)에 등록했다.

한편 벼 게놈의 기능을 분석하기 위해 포항공대 안진흥교수는 돌연변이 식물체를 대량으로 제작하고 있고,경상대 한창덕교수는 바이러스를 이용해 새로운 유전자를 찾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농업과학기술원에서도 저온에 견대는 유전자와 병에 강한 유전자를 확보해 연구중이다.

그러나 미국의 주요 곡물회사인 몬산토사가 지난 4월 베이징에서 벼게놈연구를 끝냈으며 관련 정보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벼 게놈 정보가 인간 게놈의 정보와 함께 공공의 소유인지 아니면 특정 회사의 소유인지 판단해야 하는 윤리적,사회적 문제에 봉착해 있다.

배추 물리지도 2년 내에 완성

우리나라에서 배추는 김치의 주재료로서 가장 중요한 작물의 하나다.경제적으로 볼 때도,우리나라는 약2백40만t을 연간 생산하며,국내 시장이 약 1조원에 달하고 있고,1억달러 이상의 대외 수출을 기록하고 있다.

연구비규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놈 크기가 옥수수(30억 염기쌍),밀(1백50억 염기쌍)과 인간(30억 염기쌍)등에 비해 배추(5억5천만 염기쌍)는 매우 작아 경제적이다.또 배추는 우장춘 박사가 연구한 대표적 식물로 우리나라에서 연구 역사가 깊다.우박사는 배추를 A유전체식물이라고 분류했는데,그의 '종의 합성이론'에 따르면 배추(A유전체)와 양배추(C유전체)를 합성하면 새로운 종인 유채꽃(AC유전체)을 만들수 있다.

이와 같은 배경으로 1992년 필자에 의해 배추의 게놈연구는 시작됐다.유전자지도를 위해서 납방형배추와 북방형배추를 교배해 유전자지도작성용 집단 1백33개 계통을 확보했고,3백89개가 표지된 유전자지도를 완성했다.

물리지도작성을 위해 작성된 배추의 BAC은행은 평균 11만5천 염기쌍의 길이를 갖는 5만6천5백92개BAC조각으로 구성돼 있다.이는 배추 유전체크기의 11배 정도의 DNA를 함유하고 있는데,보다 정확한 지도작성을 가능케 한다.BAC은행을 이용한 물리지도는 충남대 허윤강교수와 고동으로 수행중이며,2년 내에 완료될 예정이다.

EST연구로 농업과학기술원,포항공대 남홍길교수,서울대 최양도교수와 이종섭교수 등에 의해 2천8백개 이상의 유전자 조각의 해석이 끝났고,경상대에서도 배추 유전자은행(소장 조무제교수)을 설립해 총 8천개를 분석했다.필자의 연구실에서도 배추게놈연구에 표준품종을 이용해 현재 2천개 정도를 해석했다.

충남대 방재욱교수에 의해 배추의 염색체 형태 분석이 완료됐는데,현재 각 염색체를 염색해 분석하고 있다.배추는 염색체의 크기가 작아 구별하기가 어려운데,형광물질을 사용해 염색체를 염색하는 방법이 개발돼 물리지도 작성에 큰 발전이 기대된다.


(그림)배추 게놈의 연구 과정


고추의 매운맛을 결정하는 유전자

고추는 우리나라에서 국내시장이 1조3천억원 정도로 6조7천억원인 벼 다음으로 중요한 작물이다.사실 우리나라는 고추의 육종을 통한 종자생산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추의 게놈연구는 서울대 SRC분자유전육종센터(소장 김병동교수)를 중심으로 지난 1995년에 시작돼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현재 3백개 이상의 표지를 가지는 유전자지도가 제작됐다.여기에는 제한효소를 이용해 자르거나,증폭 그리고 유전자길이를 변환한 다양한 첨단 표지들이 사용됐다.

만들어진 유전자지도를 바탕으로 고추의 우량형질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분리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데,그동안 고추의 매운맛과 관련된 캡사이신 함량 조절에 관여하는 유전자,색깔을 조절하는 카르테노이드 함량 관련 유전자,그리고 세균성점무늬병 저항성 형질과 관련된 유전자를 선발하는 등의 성과를 올렸다.

최근에는 불이 되지 않는 유전자,병에 저항하는 유전자,그리고 생산량과 관련된 유전자 등의 분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또한 게놈의 기능을 이해하기 위해 거대 DNA로 이용한 BAC은행을 제작해 연구중이다.고추의 병과 관련된 연구로 원예연구소 오대근박사,생명공학연구소 최도일박사,고려대백경희박사 등이 병에 강한 유전자를 탐색하기 위해 DNA칩을 제작하고 있고 병에 강한 유전자로 형질을 바꾼 내병성품종 육성 등에 관한 연구를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벼,배추,고추 등 주요 작물에 대한 게놈연구가 태동하고,이를 이용한 유용 유전자 탐색이 시작됨으로써 세계 생명공학연구에 동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이미 선진국에서 진행돼 왔듯이 우선적으로 전체 염기서열의 정보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 DNA칩 및 단백질을 연구하는 피로테오믹스 분야도 결국은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확보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기초연구가 튼튼하지 못하면 특히 게놈연구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게놈연구는 당장 산업적 결과나 경제적 효과는 없는 반면,엄청난 연구비와 인력의 지원이 요구되는 분야다.정부나 산업계에서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이다.

2000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임용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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