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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 철새도래지

제10회 전국과학교사 자연학습탐사

과학교사들의 생생한 현장학습을 위한 생태계탐사가 1월24일부터 5일 간 겨울 철새도래지인 남해안 일대에서 개최됐다. '과학동아'와 '동아문화센터'가 주최하고 '쌍용'이 후원해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두번씩 개최하는 이 행사는, 이번이 열번째로 전국에서 14명의 생물교사와 지도교수(윤무부·경희대 생물학과)등 20명이 참석했다.

탐사지역은 우리나라 겨울철새의 대부분이 월동하는 지역인 주남저수지(경남 창원군) 낙동강하구(을숙도 주변) 거제도연안. 철새는 텃새와 달리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전문가와 함께 체계적인 탐사를 하지 않으면 많은 종수를 알아보기 힘들고 그들의 생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 따라서 이번 탐사에 동행한 대부분의 교사들은 평소에 경험하기 힘든 철새를 가까이 접해본다는 기대감에 들떠 행사에 참석했다.

환경오염이 심해지고 개발에 따른 자연환경의 파괴가 가속화됨에 따라 그동안 대규모 철새도래지로 각광받던 곳이 소멸위기에 처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겨울철새 탐사는 참가교사들의 관심을 더욱 고조시켰다. 특히 주남저수지는 3군군수기지사령부 건설공사가 확정돼 있고 아파트건설이 예정돼 있어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지 모른다'는 긴장감을 갖고 탐사에 임했다.

이번 탐사는 본격적인 학술조사라기 보다는 교사들의 현장교육의 성격이 짙었으나, 탐사결과에는 학술적으로도 주목할만한 사실이 몇가지 있었다. 우선 주남저수지에서는 그동안 개체수가 몇 안됐던 넓적부리오리 대군(9백70마리)이 발견돼 주남저수지가 넓적부리오리의 새로운 도래지가 된 것이 아닌가 추측됐다. 또한 세계적 희귀새인 노랑부리백로가 세 개체 발견되기도 했다.

낙동강 하구언 댐공사로 민물철새와 바다철새가 공존하는 을숙도 지역에서는 과거 부산의 상징새였던붉은부리갈매기가 훨씬 줄어들었음이 확연히 드러났다. 개펄이 없어져 이 새의 먹이인 갯지렁이가 멸종했기 때문이다. 또한 고방오리 알락오리 쇠오리 등 민물철새가 많이 없어졌으며 흰뺨오리 검둥오리사촌 등 바다철새가 새로 발견되기도 했다.
 

근래에 보기 드물게 낙동강 하구에서 많은 고니데를 발견(6천3백개체)


거제도 연안에서는 그동안 줄곧 2, 3백마리씩 떼를 지어 생활하던 논병아리가 쉽게 찾아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낙동강하구쪽으로 이동하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 실제로 탐사대는 을숙도 주변에서 논병아리를 여러 개체 발견했다. 특히 거제도 북쪽 연안에서는 논병아리 이외에도 검둥오리사촌 등이 사라지고 갈매기류만 발견됐는데, 이는 옥포조선소나 삼성고현조선소 등과 해상교통량이 많아진 것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현장에서 결론내렸다.


■ 주남·동판 저수지

24일 오후 늦게 부곡에 도착한 탐사대는 휴식을 취하면서 내일의 탐사에 대비했다. 저녁시간에 그동안 새만 좇아다녔던 윤무부 교수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전해들으면서 탐사방법에 대해서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주 내용은 팀을 짜 새의 개체수를 파악하는 밀도조사에 관한 것과 새사진 찍는 법, 쌍안경 활용법 등.

25일 아침 일찍 주남저수지에 도착한 탐사대는 이미 탐사활동을 벌이던 경희대 생물학과 팀과 만나, 장비와 전문지도인력을 보강한 후 곧바로 탐사에 들어갔다. 필드스코프(네대)를 중심으로 팀을 짜고 각팀에 지도교사(여기서는 경희대 생물학과 대학원생들이 지도교사가 되고 탐사교사들은 학생들로 위치가 바뀌었다)를 한명씩 배치하였다.

처음에는 큰기러기 쇠기러기 큰고니 청둥오리 왜가리 등을 중심으로 관찰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희귀조들이 속속 탐사대의 필드스코프에 걸려들었다.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저어새, 멋진 댕기를 한 댕기물떼새 등등.

오후에는 주남저수지 남쪽 동판저수지로 이동했다. 사실 주남저수지에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철새 관광'에 나서 철새들의 수가 많이 줄어 있었다. 10여 ㎞를 무거운 탐사 장비를 들고 행군한 탐사대는 갈대숲으로 사방이 막힌 동판저수지 안쪽에서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물 반, 새 반'이라는 말을 실감할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가창오리 쇠오리 흰비오리 흰쭉지 고니 등 2만여마리가 집단으로 몰려 있는 광경은 참으로 장관이었다. 윤교수는 "이 새들이 한꺼번에 날면 앉아 있을때보다 세배 이상의 면적을 차지하므로 온통 하늘이 새들로 뒤덮인다"고 말했다.

돌아오는 길에 넓적부리오리들이 집단으로 몰려 먹이(마름이라는 수초)를 먹는 모습을 집중적으로 관찰했다. 마름이 잘 끊어지지 않아 둘 이상이 풀 한쪽끝씩을 잡고 서로 빙빙 돌아가며 줄기를 끊는 모습은 교사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케 해주었다.
 

탐사대의 카메라에 잡힌 천연기념물 흑기러기


■ 낙동강 하구(을숙도 주변)

이른 새벽에 고니의 먹이로 알려진 제첩국으로 아침식사를 한 탐사대는 세척의 통통배를 나눠타고 낙동강하구 탐사에 나섰다. 우리나라 최대 겨울철새 도래지인 낙동강하구는 87년 하구언 댐공사 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우선 철새의 숫자가 크게 줄었으며 앞에서 지적한 대로 바다철새종이 많이 발견됐다.

을숙도를 한바퀴 돈 후 을숙도 남단에서 강자도 상륙작전을 시도했으나 수면이 낮아져 배를 댈 수 없었다. 세척의 배가 모여 선상에서 간단히 식사를 마친 후 곧바로 수천 마리의 고니떼에 접근했다. 보다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서 대마등 상륙작전을 다시 시도했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수면이 낮아져 배를 대기가 쉽지 않았으나 지도교수를 비롯한 일부 선발대는 가슴 위에까지 오는 장화를 신고 상륙을 감행했다. 그러나 고니는 살금 살금 접근하는 탐사대를 알아차리고 항상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영리함(?)을 보였다. 그러나 상륙작전 결과 노획품이 많았다. 우선 청둥오리의 배설물을 접사촬영했으며, 고니가 제첩을 찾기 위해 파놓은 지름 1m 이상의 구덩이를 관찰할 수 있었다. 가장 큰 수확은 큰기러기 사체를 발견한 것. 병사한 것으로 추측되는 이 사체를 통해 즉석 현장 교육이 이루어졌다. 모든 새의 다리가 안쪽에서부터 1지 2지 3지 4지로 구성돼 있다는 윤교수의 설명에 교사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상륙작전을 마치고 돌아오던 선발대중 1백㎏의 거구인 최한수조교가 물에 빠져 동상 일보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을숙도 주변에서는 천연기념물인 흑기러기(북극권에서 서식)두개체를 비롯 45종 2만여마리의 철새를 탐사했다. 특히 고니가 6천3백여마리나 발견된 것은 근래에 보기 드문 일이라고 안내인이 설명을 덧붙였다.
 

하등조류에 속하는 회색머리아비


■ 거제도 연안

을숙도에서 배를 나눠 타고 탐사한 결과, 지도교수와 떨어져 있었던 일부 교사들의 불만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30인승 이상 되는 큰 배를 전세 내 함께 탐사를 진행했다. 충무항을 출발 거제도를 한바퀴 돌면서 아비가마우지 큰재갈매기 괭이갈매기 바다쇠오리 바다비오리 등을 탐사했다.

탐사결과 거제도 북쪽 해안에서는 갈매기류 이외에 다른 철새를 찾기 힘들었으나 남쪽 해안에는 그런대로 아비를 비롯 쇠뿔논병아리 등 많은 종의 바다철새를 볼 수 있었다. 특히 칠천도 앞바다에서 근래에 보기 힘들었던 검은목논병아리 1백50여마리를 발견한 것은 큰 수확.

거제도 연안의 우점종은 아비류로 5백여 개체가 발견됐다. 윤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이 숫자는 해가 갈수록 줄어든다는 것. 아비는 가장 하등조류로 잘 날지 못하기 때문에 배로 좇아가면 물속으로 숨어버린다. 영어명이 다이버(diver). 그러나 한번 날면 높이 오래 난다고.

몸이 까매 물까마귀로 불리기도 하는 가마우지는 자신이 살고 있는 바다에 똥을 싸지 않고 반드시 육지에 올라와 암벽에만 똥을 싼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것도 큰 수확. 가마우지의 공중변소가 된 암벽은 새하얄 정도로 새똥 범벅이 돼 있었다.

1992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이종승 기자
  • 김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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