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 치매에 걸리나요? 요새 우리 개가 화장실을 잘 못 가리고, 밤에 일어나서 짖어요. 밥을 달라는 뜻 같아서 밥을 주면 먹고 잘 때도 있고, 어떨 땐 먹고 나서도 계속 짖어요. 혼자서 집 안을 배회하기도 하고요.”
나이가 들었다고 다 그런 것이 아니라, 개도 사람처럼 치매에 걸릴 수 있습니다. 개의 치매, 즉 ‘인지기능 장애 증후군(Cognitive Dysfunction Syndrome)’은 사람의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원인과 증상, 병이 진행되는 상태가 매우 비슷합니다.
8세 개의 3.4%가 치매
개와 고양이의 인지기능 장애 증후군은 사후에 뇌조직검사를 해야만 확진이 가능합니다. 치매와 증상이 비슷한 다른 질병에 걸리지 않았음이 확인됐는데도 계속 증상을 보인다면 치매로 진단합니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통해서 뇌의 위축 정도를 확인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글로벌 동물영양기업인 퓨리나가 개발한 인지기능 평가지를 널리 사용합니다.
주인이 평가지에 적힌 문항들을 보고 자신의 반려견에 해당하는 정도(0~3점)에 체크를 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방향 감각을 상실했는지 알아보는 항목에서는 개가 벽이나 바닥, 허공을 멍하게 바라보는지, 친숙한 사람이나 친한 동물을 알아보지 못하는지 등에 대해 체크하는 문항이 있습니다. 새로운 장소를 탐험하거나 장난감, 가족, 다른 동물과 노는 횟수가 감소했는지 등 활동성을 평가하는 항목도 있습니다.
18개 전 항목에 대해 점수를 기록한 뒤 이들을 모두 더합니다. 총점이 4~15점에 해당하면 경증, 16~33점에 해당하면 중증, 34점 이상이면 고도의 인지기능 장애 증후군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개의 경우 8~10년령의 3.4%, 10~12년령의 5%, 12~13년령의 23.3%, 그리고 14년령 이상의 41%가 치매 증상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doi:10.1016/j.tvjl.2009.11.007 또 다른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개의 치매 발생 비율과 임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증상의 정도는 나이에 비례해 증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의 나이가 8세가 넘어가면 치매에 걸릴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조기 발견해 약물 치료 병행해야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의학적으로 뚜렷한 치매 예방법이나 치료법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꾸준한 치료를 통해 증상을 개선시키거나 병이 진행되는 속도를 낮추는 것도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반려견이 예측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입니다. 치매에 걸린 개는 구석에 갇히거나 가구 등에 걸려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개가 갇히거나 부딪히지 않도록 주변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한편으로는 집의 전체적인 가구 배치를 바꾸지 않는 등 환경 변화를 최소한으로 줄여 개가 환경을 예측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지속적으로 운동도 시켜야 합니다. 너무 춥거나 덥지 않을 때 하루에 여러 번 짧게 산책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다양한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고, 눈으로 사물을 보는 과정에서 뇌가 건강한 자극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몸을 움직여 혈액순환을 개선하면 뇌 혈류에도 도움을 주면서 증상 완화에도 도움이 됩니다. 머리를 많이 쓰게 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밥그릇에 밥을 주기보다는 퍼즐 장난감에 먹이를 줘서 가능한 머리를 쓰도록 해줍니다.
치매로 확인되면 약물 치료도 반드시 병행해야 합니다. 치매는 완치가 불가능하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진행 속도를 충분히 늦출 수 있습니다. 치매는 약물 치료를 병행하면 훨씬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질병이기도 합니다. 꼭 수의사와 상담을 통해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개나 고양이의 치매는 사람의 치매와 마찬가지로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치매를 완치하기란 불가능하지만 발병 초기부터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