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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향 장난감

주인명령 알아듣는 똑똑한 애완 로봇

말도 반응도 없는 장난감의 시대는 한물 가고 있다.대신 사용자의 행동에 반응하는 똑똑한 장난감이 친구가 되는 세상이 오고 있다.

첨단 기술의 발달이 인류의 삶에 지대한 변화를 주고 있다. 아직 초보단계이기는 하지만 사람의 음성으로 모든 가전기기를 조종할 수 있고, 홀로그램을 사용한 3차원 디스플레이를 통해 입체적인 데이터를 접할 수 있다. 가상공간 속에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경험을 할 수 있으며, 자동차의 무인 자동운전이 가능해지고, 힘들고 어려운 일은 로봇이 함께 다니면서 도와주고 필요한 정보를 분석하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제 주변의 모든 가전기기와 장치들이 일정한 수준의 지능을 갖고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에서도 감지된다.

과거의 장난감은 바비 인형과 같이 고정된 외형을 갖는 모델에서 출발해, 태엽과 같이 간단한 구동방법에 의해 이동이 가능한 장난감, 하나의 장난감이 여러가지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는 변신로봇, 그리고 정해진 몇개의 동작을 반복할 수 있는 장난감 등으로 변화하면서 많은 인기를 누렸다. 이는 아이들이 처음에는 장난감의 고정된 외형에 호기심을 갖게되지만 곧 싫증을 느끼기 때문에 그로부터 탈피해 다양한 모습을 제공할 수 있는 모양으로 변화돼온 것을 말한다.


단순한 쌍방향 기능을 가진 저렴한 가격의 장난감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일본의 고양이로봇도 그 중 하나다.


주인에게 꼬리 흔들며 애정 표현

최근에는 첨단의 제어, 컴퓨터, 인식·감지 기술이 전세계적으로 사람과 감정적인 교감이 가능한 장난감에 적용되고 있다. 이들 장난감은 사람의 행동을 감지해 그에 대응하는 반응을 보여주고, 사람과의 계속되는 접촉을 통해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다. 즉 장난감이 지능을 갖게 된 셈이다. 이들을 가리켜 ‘쌍방향 장난감’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느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을까.

쌍방향 장난감의 대표적인 제품은 작년 일본 소니사에서 개발한 강아지 로봇 ‘아이보’(Aibo)다. 아이보는 음성을 읽어들이는 마이크, 음성을 합성해 내보내는 스피커, 사람의 눈과 같이 영상을 읽어들이는 영상 센서, 주위 온도를 감지하는 열 센서, 주변의 장애물이나 물체를 감지하는 적외선 센서, 동작의 방향과 자신의 자세를 감지하는 가속도 센서, 그리고 접촉 여부를 감지하는 접촉 센서를 내장하고 있다. 또한 입, 머리, 네다리 그리고 꼬리를 움직일 수 있도록 모터를 장착하고 있어서 넘어지더라도 스스로 일어설 수 있다. 다양한 동작을 통해 행복, 인사, 어리석음, 하품, 호소 등의 감정까지도 사람에게 표현할 수 있다.

이런 동작들은 사용자의 명령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집안에서 키우는 애완견과 비슷하게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감지된 주위의 환경에 반응하는 것이다. 따라서 몇가지의 다른 동작을 반복하던 기존의 장난감과는 다르다. 장착된 영상 센서를 사용해 특정한 색을 띠는 물체를 추적해 따라갈 수 있고, 접촉센서를 사용해 사용자가 아이보를 대하는 행동습관에 따라 스스로 학습해 성격을 변화시켜가는 지능을 가지고 있다. 즉 외부환경과 상호작용을 통해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그에 따른 행동을 사용자에게 보여줌으로써 어린아이들이 성장하는 것과 유사하게 스스로 성장하는 학습 기능과 지능을 지닌다. 처음 샀을 때는 동일한 장난감이지만, 사용자와 같이 지내면서 나만의 사랑스런 장난감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마치 자신의 애완견을 훈련시켜 사람들 앞에서 묘기를 보여주는 것처럼 자신의 아이보만의 동작을 자랑하는 아이보 모임이 있다.

소니사에 따르면 아이보는 단순히 어린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넘어서 사람에게 친숙한 동반자를 제공한다는 목표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그 가격이 3천5백달러(약 3백80만원)로 일반인이 장난감으로 구입하기에는 매우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다른 예로 상품화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MIT 대학에서 개발중인 ‘키스멧’(Kismet)이 있다. 이 로봇은 사람의 얼굴과 목 부분을 모방한 것으로, 음성을 읽어들일 수 있는 두개의 마이크, 주위에 사람이 다가오고 있는지를 감지할 수 있는 세개의 적외선 센서, 두개의 체온감지 센서를 탑재하고 있다. 또한 눈꺼풀, 입, 목 등을 움직일 수 있도록 9개의 모터를 장착하고 있다. 장착된 모터를 구동해 행복, 슬픔, 놀라움, 지루함, 그리고 화냄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데, 주위 환경에 대응해 감정적인 표현을 할 수 있는 로봇으로 개발되고 있는 중이다. 학교에서 만들어지고 있어서 외관이 엉성하지만, 상품화 단계시 각 나라에서 선호하는 캐릭터의 모양으로 제작·판매하는 경우 선풍적인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된다.

스스로 학습하는 장난감으로 진화

이 외에 저렴하게 제작·판매하는 모델로 개발된 제품들이 있다. 미국의 ‘퍼비’와 ‘푸치’, 일본의 애완견 로봇 ‘테크노’, 고양이로봇, 애완동물 ‘쿠키’, 도우미 로봇 ‘올빼미’, 그리고 축구로봇 ‘사커’가 바로 그것이다.
퍼비는 이동을 못하지만 소리를 듣고 낼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주위에서 소리를 내면 함께 소리를 내면서 반응하고, 들은 소리를 기억해 두었다가 다시 사용해 마치 말을 배우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또한 두마리를 가까이 두면 서로 소리를 내는데, 서로 대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푸치는 강아지 모양으로 제자리에서 걸어가는 행동을 할 수 있고, 머리에 접촉 센서가 달려있어 사람이 만져줌에 따라 몇가지 감정표현을 눈에 부착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표현한다. 또한 마이크가 장착돼 외부에서 들리는 소리의 크기에 따라 반응할 수 있다.
테크노는 눈동자를 통해 감정 표현을 하고 주인에게 꼬리를 흔들어 애정 표현도 한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모델이 제작·판매되고 있는데 토토빌인터넷사의 ‘네키선’, 미디어랩스사의 ‘아이들’, 한국엑시스사의 ‘초롱’과 ‘인테피’ 등이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개발됐다.

그렇다면 쌍방향 장난감 속에는 어떤 기술들이 농축돼 있을까. 쌍방향 장난감의 궁극적인 목표는 애완견처럼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은 기능을 가지는 것. 사람의 명령이나 반응을 감지해 그에 맞는 동작을 하고, 사람과의 계속되는 접촉을 통해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지능을 가지는 것이다. 때문에 음성 인식·합성, 영상 처리·인식, 접촉 감지, 디스플레이, 모터 제어, 감각 기반 제어, 전자 회로 설계·제작, 소프트웨어, 학습 등 다양한 기술들을 필요로 한다.

또한 사용자에게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는 외형을 가져야 하므로 미려한 외관을 설계하고 가공할 수 있는 기계 기술과 다양한 기술을 하나로 묶어 완제품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 통합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러한 고급기술들은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지능형 로봇 개발과정에서 얻은 것으로 이들을 저렴하게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사람처럼 보고 듣는 기술이 필수


쌍방향 장난감의 궁극적인 목표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은 기능을 가지는 것이다.사진은 영화 '바이센테니얼맨'의 한 장면.


특히 음성 인식·합성 기술과 영상 처리·인식 기술은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위해서 필수적이다. 음성 인식이란 사람이 말로 표현하는 명령을 들어서 이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말하는 사람의 범위, 인식이 필요한 단어 또는 문장의 종류, 그리고 주위환경의 소음 등에 따라 인식률이 변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제약조건이 따른다. 즉 장난감이 다수 사람들의 음성을 인식하는 경우 인식률은 한 사람만의 음성을 인식하는 경우보다 대략 5%이상 낮고, 단어보다는 문장을 인식하는 경우의 인식률이 더 낮다. 인식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값비싼 고급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격을 싸게 만들어야 하는 장난감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종종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나 사람 등이 제한된다. 음성 합성은 말을 컴퓨터에서 만들어주는 기능으로 미리 저장된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해 구현할 수 있다.

영상 처리·인식 기술은 장난감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입력되는 영상을 분석해 원하는 목표물(사람 또는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술이다. 사람이 대부분의 정보를 눈을 통해 받아들인다는 측면에서 장난감 또는 로봇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강아지 장난감이 특정한 색을 가진 공을 따라가는 경우 영상을 읽어들여 공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야 그쪽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다만 영상 데이터의 양이 많아 영상처리 시간이 많이 걸리고, 고성능 연산기능을 탑재한 컴퓨터를 사용하는 경우 전체 가격이 상승하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성능 대비 적절한 가격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감지·인식 기술과 더불어 모터 제어, 감각기반 제어 등 다양한 기술들을 통합하는 시스템통합 기술이 필요하다. 이 가운데 핵심기술은 소프트웨어 기술로, 주변 환경의 인식·판단과 학습기능으로 대표되는 지능 생명체의 기능을 얼마나 잘 구현할 수 있느냐를 결정한다. 또한 지능과 감지된 정보를 기초로 로봇을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를 결정할 감각기반 제어 기술도 필수적이다. 즉 추출된 정보를 기초로 사람에게 호소력 있게 표현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할지, 어떻게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동작을 구현할 수 있을지가 바로 감각기반 제어 기술에 의해 결정된다.

필자의 연구실에서도 감각기반 제어에 관한 많은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데 그중 한가지 방법이 생체모방 제어이다. 지금까지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많이 사용되던 기술은 고정된 환경에서의 단순 반복작업을 수행하는데 국한, 응용됐다.

그러나 최근 무인 자동차나 무인 비행기, 서비스 로봇이나 쌍방향 장난감 등 변화하는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주어진 작업을 수행하는 시스템의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생명체에서의 감지·제어 기능을 모방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제어 방식이 요구되고 있다.

개미 행동양식으로부터 착안

1980년대 말 미국 MIT 대학의 인공지능 실험실에서는 포섭 구조(Subsumption Architecture)로 대변되는 지능 로봇 시스템의 제어 구조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창했다. 이전의 로봇 제어 시스템에서는 센서 신호처리, 모델링, 계획작업, 모터 구동 등 일련의 과정이 순차적으로 이뤄져 환경 변화에 신속한 대응이 어렵고 한 부분의 작은 오류나 오동작이 전체 시스템의 이상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비해 새로운 패러다임은 센서와 모터간에 밀접한 결합이 존재하도록 로봇의 행위를 분류하고 이들을 수평적, 병렬적으로 배치할 것을 제시했다. 상반되는 모터와의 행위를 포섭하거나 회피, 또는 중재하는 행위기반포섭제어구조가 바로 그것이다. 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제어 방식은 개미와 같은 하등 동물이 중추 신경계 없이도 복잡한 행동 양식을 취하면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데에서 착안한 것이다. 예로 개미가 앞으로 나가다가 장애물을 만나면(즉 장애물을 감지하는 센서가 동작하면), 이전 행위(앞으로 가다)를 멈추고 새로운 행위(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돌아가다)를 하는 것이다. 이를 새로운 행위가 이전 행위를 포섭 또는 회피했다고 표현한다. 새로운 행위를 마치고 개미가 길을 잃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이전행위(앞으로 가다) 또는 또다른 행위가 다시 동작되는 과정을 중재라고 한다. 이 패러다임은 이후 지능형 로봇의 필수 불가결한 제어 방식인 행위기반 제어의 효시가 됐다.

생체의 감각제어 기능을 모방한 행위기반제어방식을 지금까지 가장 성공적으로 응용한 시스템은 1997년 세계를 감동시켰던 미국 나사의 화성탐사선 패스파인더와 탐사로봇 소저너, 그리고 일본 소니사의 애완견 로봇 아이보로 여겨진다. 특히 소저너는 6개의 바퀴로 화성 땅에 자국을 남겨놓았다. 화성의 토양을 분석하려고 바위에 접근하기 위해 70도 가령 회전하고, 바위와 분광계가 충분히 닿을 수 있도록 뒤로 움직이는 등의 동작을 소저너는 해냈다. 이 외에도 상용화된 교육용 및 연구용 소형 이동 로봇에서도 좀더 발전된 개념이 시도되고 있으나, 지금까지는 특정 생명체에서의 매우 초보적인 몇가지 행위만을 분류해 이용한 정도다.

쌍방향 장난감은 매우 작고 간단해 보이는 장난감이지만 그 안에는 세계를 선도하는 첨단기술들이 포함돼있다.앞으로는 생물체에 가까운 장난감을 만들기 위한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다.과거에 자동차가 오늘날 같이 널리 보급될 것을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멀지 않은 미래에는 집집마다 고급지능을 갖춘 쌍방향 장난감 또는 이를 뛰어넘는 지능형 로봇이 보급돼 우리의 생활과 문화를 바꾸어갈 것을 기대해본다.

2000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오상록
  • 유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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