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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로 지은 화성 금성 지명

낙동·나주·사임당·황진이

갈릴레이는 목성의 4대 위성 뿐만 아니라 태양 흑점과 달 표면의 분화구를 처음 발견했다. 그 후 천문학자들은 행성에 딸린 위성과 월면 지형의 이름을 명명하는 특혜를 누렸지만, 그 이면에는 '그저 존재하고 있던' 수많은 장소에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나름의 고충이 따랐다. 이 문제는 1960년대 우주시대로 접어들면서 옛소련과 미국의 세력다툼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레인저(Ranger) 루나(Lunar) 루나오비터(Lunar Orbiter) 등의 탐사선에 의해 발견된 지명에는 '모스크바의 바다' '치올코브스키' 등과 같은 소련 지명과 인명이 붙여졌다. 미국은 미국대로 이러한 경쟁에 가세했다. '고요의 바다'에는 '페이 능선'(Faye Ridge)이 있는데 이것은 아폴로 17호 우주비행사인 톰 스태포드(Tom Stafford)의 부인 이름을 딴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금성과 화성의 지명과 그 유래에 대해서 알아보고 우리와 관련된 것을 찾아보기로 하자.

■ 화성/나주, 낙동계곡
 

바이킹이 촬영한 낙동 주변


최초로 화성의 클로스업 사진을 촬영한 것은 1965년 마리너 4호였지만, 스키아파렐리(Giovanni V. Schiaparelli)는 이미 19세기에 화성 주요 지형에 '아르카디아' 또는 '유토피아' 등과 같은 신화 속의 인명과 지명을 사용했다. 그 이후 학자들 사이에 다소의 이견이 있었지만,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스키아파렐리의 명명법이 다시 인정되었다.

마리너 화성 탐사선이 전송하는 데이터가 폭주함에 따라 국제천문연맹은 화성의 지명을 명명하기 위한 실무 그룹을 조직했다. 이들은 월면에 사용된 명명법을 일부 수용하면서 화성 표면의 밝은 부분에 대해서는 스키아파렐리의 방법을 따랐다. 그러나 마리너 9호가 보내온 화성의 분화구 대협곡 계곡 그리고 화산 등을 담은 새로운 사진들 때문에 이들의 업무는 대폭 늘어날 수 밖에 없었다.

화성 표면에는 이 행성의 연구에 정열을 쏟았던 스키아파렐리와 로웰, 그리고 고대 그리이스의 천문학자 히파르쿠스의 이름을 딴 분화구가 있다. 한편 작은 분화구에는 지구상의 지명을 붙였는데 여기에는 '낙동'이나 '나주'와 같은 한국 지명도 포함되었다. 낙동과 나주가 나타난 두 장의 사진은 바이킹 1호와 2호가 촬영한 화상을 모자이크한 것이다.

태양계 내 천체에 대해서 적용되는 명명법에서 중요한 철칙은 19-20세기의 정치가, 군인 및 현존하는 6대 종교에 관련된 사람의 이름을 배제한다는 점이다. 국제천문연맹에서는 가능한한 세계 여러 지역의 다양한 문화를 포괄적으로 수용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바이킹이 촬영한 나주 주변


■ 금성/사임당과 황진이

금성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이지만 그 표면은 두꺼운 구름층 때문에 신비에 싸인 채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1990년 마젤란(Magellan)이 금성 탐사의 대장정에 오르면서 전파관측을 통해 그 베일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금성의 이름이 사랑의 여신 비너스(Venus)에서 유래한 만큼 지명에는 주로 유명한 여인들의 이름이 붙여 졌다.

하지만 이것은 당사자들에게 너무나 힘들고 부담스러운 작업이었기 때문에 1991년 NASA와 미국 지질조사학회(U.S. Geological Survey)는 금성 표면에 붙일만한 이름을 공모했다. 그 결과 수천종의 이름이 접수되었고 국제천문연맹은 그 가운데 5백6가지의 새로운 이름을 채택했다. 이 가운데 3백23개는 분화구 이름이다.

금성 표면에서 대륙만한 크기를 갖는 대표적인 두 지형은 이쉬타르 테라(Ishtar Terra)와 아프로디테 테라(Aphrodite Terra)인데, 이는 '미의 여신'과 '풍요의 여신'의 이름을 딴 것이다. 한편 클레오파트라 퀴리부인 마가렛 미드 등 유명한 여인들의 이름도 포함되었다. 이밖에 신화에서 유래한 명칭도 많이 사용되었는데 사스마타(Chasmata) 대협곡은 '사냥의 여신'(또는 '달의 여신')에서 비롯됐다.

납작한 돔을 이루는 지형에는 코로나(corona)라는 명칭이 사용되었다. 코로나는 마그마의 분출로 인해 형성된 지형이며 여기에는 풍요를 상징하는 여신들의 이름이 붙어있다. 예를 들어 오나타 코로나(Onatah Corona)와 퀘찰페틀라틀 코로나(Quetzalpetlatl Corona)는 각기 이라크와 아즈텍 문화에서 숭앙되는 풍요의 여신이다.

금성의 산(mons 또는 monte로 불리워짐)에는 굴라(Gula; 바빌로니아의 땅의 여신) 또는 시프(Sif; 노르웨이 전설에 등장하는 토르의 부인)와 같은 이름이 사용된다. 한편 능선을 뜻하는 도르사(Dorsa)에는 그리스 신화에서 무지개의 여신인 아이리스(Iris) 등의 명칭이, 평원에는 기네베르 플란티아(Guinevere Plantia) 또는 헬렌 플란티아(Helen Plantia) 등과 같은 이름이 사용되었다.

금성에만 있는 특징적인 지형으로 테세라(tesserra)가 있는데 이러한 곳은 운명의 여신들의 차지가 되었다. 금성에는 '금남(禁男)의 원칙'이 적용되지만 여기에는 몇가지 예외가 있다. 1960년대에는 캘리포니아 골드스톤의 전파망원경으로 금성의 거대한 지형들의 존재가 밝혀졌는데, 여기에는 알파 리지오(Alpha Rigio) 또는 베타 리지오(Beta Rigio)라는 색다른 이름이 붙여졌다. 한편 거대한 산에는 영국의 물리학자인 제임스 클럭 맥스웰의 업적을 기려 맥스웰 몬트(Maxwell Monte)라고 명명되었다.

또한 금성에는 신사임당과 황진이의 덕과 기개를 기려 '사임당'과 '황진이'라는 한국 이름이 사용되었다. 이 지명이 나온 2장의 금성 표면사진은 마젤란 탐사선에서 촬영한 것이다.

화성과 금성의 지형을 명명하는 원칙은 다음과 같다.

화성

거대한 분화구(Large craters) : 화성을 연구한 과학자
작은 분화구(Small craters) : 세계의 지명
거대한 계곡(Large valleys) : 화성과 달을 뜻하는 세계 각국의 말
작은 계곡(Small valleys) : 지구상의 강

금성

대협곡(Canyons) : 사냥의 여신, 달의 여신
코로나(Coronae) : 풍요의 여신
분화구(Craters) : 유명한 여성 위인
능선(Ridges) : 하늘의 여신
용암이 흐른 지역(Flow terrains) : 여신
직선으로 이루어진 지형(Linear features) : 전쟁의 여신
산(Mountains) : 여신
파테라(Paterae) : 유명한 여성 위인
평원(Plains) : 전설상의 여자 영웅
국부적인 지형(Reions) : 여자 거인
급경사 지역(Scarp) : 건강과 가정의 여신
테세라(Tessera) : 운명의 여신
고지대(Uplands) : 사랑의 여신

1995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NASA·천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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