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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해결하는 법과 제도로 국민들이 정치효능감 느낄 수 있게”_이해민

조국혁신당이 창당된 바로 다음 날인 3월 4일, 당은 이해민 전 구글 시니어 프로덕트매니저(PM)를 첫 번째 여성인재로 영입했다. 구글코리아를 거쳐 미국 구글 본사까지, 글로벌 IT 기업에서 총 15년 넘게 근무한 IT 전문가는 당의 과학과기술특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맡았다. 3월 7일 만난 이 위원장은 “구글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일과, 국회에서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은 똑 닮아있다”고 말했다.

 

Q 글로벌 IT 전문가가 왜 정치를 결심했나

우선 저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데 익숙한 사람입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 3년 동안 국가전자도서관 사업을 맡아 하다가 미국 유학을 결심했을 때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으나 구글에 입사해 프로덕트매니저 일을 시작했을 때도, 구글을 떠나 스타트업 경영진이 될 때도 ‘전환’의 연속이었거든요.

당에서 영입 제안이 왔을 때는 생각지 못한 일이라 놀랐지만, 정치야말로 제 삶의 목표를 이루는 데 가장 적합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삶의 목표는 ‘행복의 확장’이에요. 그동안은 봉사나 기부로 행복의 확장을 이뤄왔는데, 이제는 정치로 더 넓은 사회, 더 많은 사람의 행복을 위해 역할하고자 합니다.

 

Q IT 전문가가 정치를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물론 정치는 완전히 새로운 분야입니다만 저는 제가 적임자라 생각해요. 구글에서 한국 프로덕트매니저로 시작해 15년간 일하는 과정은 사용자의 불편함이나 요구를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거나 제공할 방법을 고민한 뒤, 전 세계 엔지니어들과 협업해 결과물을 내놓는 거였어요. 모든 프로젝트가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경우엔 달려가는 전차 위에 올라타서 더 빨리 달리게 할 때도 있고, 방향을 틀어야 하는 경우도 있죠. 심지어는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역할을 맡기도 해야 했어요. 상황에 따라 다른 전략으로 임해야 했습니다. 이 일련의 과정과 대응 방식은 대표자가 정치를 하는 방식과 완전히 맞닿아 있어요. 국민들의 문제나 필요를 파악하고, 해결할 방법을 찾고, 각 분야의 전문가와 국회 내 다른 정치인들과 협업해, 제도와 법을 만드는 일의 끝에 국민들이 정치효능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Q 프로덕트매니저가 보는 과학기술계는 어떤 프로젝트인가

오늘날 과학기술계에 필요한 정치는 ‘무엇이 문제’인지 찾고 정의하는 게 아닌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입니다. 저는 2022년 8월에 구글에서 퇴사한 뒤 한국 스타트업의 최고제품책임자(CPO)로 일했어요. 당시 여러 규제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규제를 푸는 일은 단순하지 않아요. 어떤 규제는 교육 과정과도 맞닿아 있고, 또 어떤 규제는 국가 연구개발(R&D) 사업과도 맞닿아 있죠. 실타래처럼 얽힌 문제를 해결하려고 동분서주하는 사이 불만과 요구는 계속해서 쌓여가는 상태예요. 기존처럼 ‘자문회의’를 열어 과학기술계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과학기술계 전문가들이 과학기술 정책 수립과 운영을 함께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합니다. ‘국가과학기술혁신청’을 세워 이런 장을 열고자 합니다.

과학기술계의 ‘구심점’도 찾아야 합니다. 특히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인 인공지능(AI)이 도구로써 제대로 사용될 수 있도록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모든 분야에서 AI가 사용된다는 것은, AI를 통해 과학기술 각 분야가 서로 만날 지점이 있단 얘기도 됩니다. 이 모든 과정을 관리할 컨트롤 타워가 필요합니다.

 

Q 특별히 관심 있게 보는 법안이 있다면 무엇인가

과학기술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정부 최고정보책임자(CIO) 조직을 세우는 것 외에도 R&D 성과 평가 정책과 시스템을 개선하고 싶습니다. 한국 R&D는 관리에 집중돼 있습니다. 무엇을 하겠다고 연구자가 사전에 작성한 것을 완료한 경우 ‘성공’이라고 부르는 이상한 구조죠. 하지만 새로운 연구와 혁신은 몇 년 전 써냈던 연구과제 제안서에 묶이면 안됩니다. 지금의 경직된 R&D 연구 운영은 연구자들에게 뒤떨어진 연구를 종용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R&D 예산의 약 30%는 관리 비용으로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R&D 예산이 원래의 목표대로 쓰이고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평가 정책과 시스템을 개선하겠습니다.

 

Q 여성 개발자 출신으로서, 여성 개발자 생태계 조성을 위해 이루고 싶은 바가 있는가

여성 개발자 생태계가 적극적으로 조성돼야 하는 이유는, 소수의 사람들이 속한 사회 안에서 목소리를 내고 그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공계 진로를 희망하는 여학생들에게 개발자란 직업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취업 과정을 도와 여성 개발자의 전체 숫자와 비율을 높여야 합니다. 개발자가 된 여성들은 리더 자리로 나아가 후배 여성 개발자를 끌어줄 수 있어야 하죠.

그동안 ‘마인드 더 갭(Mind the Gap)’, ‘구글 여성 소프트웨어 캠프’ 등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선순환이 일어나는 생태계 조성에 힘썼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 여성 개발자 비율은 아직도 전체의 20% 전후입니다. 뿐만 아니라 리더 개발자 자리로 올라서는 비율은 굉장히 낮죠. 앞으로도 노력해야 합니다.

 

Q 마지막으로 각오를 들려달라

저는 지금이 한국 정치의 ‘특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2023년 R&D 예산 삭감 발표는 한국의 역사 안에서 과학기술 분야가 미끄러지게 만들었죠.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시스템과 체제 개선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결과물을 내보이며 일을 하는 것이 익숙한 제가 국민들의 한 발짝 앞에서 그 역할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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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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